
김동우칼럼 : '축구공은 둥글다', 44년보다 더 값진 132년
1954년 스위스 월드컵, 페렌츠 푸스카스, 산도르 콕시스, 요제프 보츠시크의 헝가리는 유럽을 넘어 세계 축구를 지배하면서 30여 경기의 무패행진을 기록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월드컵 우승후보로 헝가리를 뽑았습니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우승한 국가는 예선전에서 헝가리에게 8-3으로 패배한 독일이었습니다. 현재 우리들이 자주 사용하는 '축구공은 둥글다' 라는 말은 이 사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우리들은 흔히 축구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일, 혹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일이 일어날 때 '축구공은 둥글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4년 전, 셰이크 만수르 부임 이후로 신흥 강호로 성장한 맨체스터 시티는 한 경기를 남겨두고 라이벌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우승 경쟁을 하게 됩니다. 당시에 맨체스터 시티는 QPR과의 경기에서 승리만 한다면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기 후반전까지 맨체스터 시티는 QPR에게 1-2로 끌려가고 있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우승이 확정되는듯하였습니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는 추가시간 5분에 2골을 기록하게 되었고 3-2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44년 만에 리그 우승을 확정 짓게 됩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이 우승은 지금까지도 축구에서 일어난 기적 중에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그러나 여기 맨체스터 시티의 우승보다 더욱 기적적인 일이 있습니다. 불과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강등권에 있었던 팀이 시즌 초반에 리그 1위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차피 곧 내려갈 거야. '시간 지나면 자동으로 내려간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팀은 시즌 내내 계속해서 1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결국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리그 우승을 확정 짓게 됩니다. 이 구단은 바로 132년 동안 1부 리그 우승 한 번 없었던 레스터 시티입니다. 하위권 구단이던 레스터 시티의 기적과 같은 우승은 현대 축구에 많은 교훈을 남기게 됩니다.

"설마 레스터 시티가 우승하겠어?",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어차피 시즌 지나면 자연스럽게 떨어집니다 ㅋㅋㅋ "하위권은 하위권에 불과합니다." 레스터 시티가 시즌 초반에 프리미어리그에서 1위를 기록했을 당시에 대부분이 보였던 반응이었고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위권 구단들이 시즌 초반에 상승세를 타면서 상위권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많았지만 대부분이 시즌이 지나면서 얇은 스쿼드로 인하여 체력적 한계를 맞이하거나, 계속되는 부진으로 연패를 기록하는 등의 문제로 추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레스터 시티는 달랐다. 레스터 시티는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추락하려는 기미가 보이지도 않았고, 잠깐 반짝 스타(축구에서 잠시 좋은 활약을 보여주다가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는 현상)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이 시즌 내내 꾸준한 폼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시즌에는 '레스터 시티는 뭘 해도 되는 시즌이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것들이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도와주었다. 그렇다면 레스터 시티가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상위권 구단들의 부진이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 팀인 첼시는 이번 시즌 태업 등의 문제로 시즌 초반에 큰 추락이 있었다. 늘 우승 경쟁을 하던 맨체스터 시티는 이번 시즌 전술 등의 문제로 일찍부터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도 알렉스 퍼거슨이 떠난 이후에 매년 큰 성적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상위권 구단들이 큰 힘을 쓰지 못 했던 것이 레스터 시티 우승에 도움을 주었다.
두 번째는 선수들이다. 레스터 시티의 기적과 같은 우승에는 많은 주역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제이미 바디이다. 불과 몇 년 전에 하위리그에 있었던 제이미 바디는 이번 시즌 최고의 폼을 보여주면서 리그에서 24골을 기록하였다. 이 외에도 미드필더에서 수비를 도우면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은골로 캉테, 제이미 바디와 함께 최고의 호흡을 리야디 마레즈, 수비력에 큰 힘을 주었던 웨스 모르간 등이 있다.
세 번째는 감독이다.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있기 전에 레스터 시티의 감독은 니겔 피어슨이다. 니겔 피어슨은 레스터 시티를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키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니겔 피어슨은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결국 레스터 시티는 니겔 피어슨을 경질시킨다. 이후 부임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가 신의 한수였다. 수비축구 이후에 빠른 역습 축구를 사용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의 전술은 큰 빛을 발휘하였고 결국 레스터 시티의 우승에 큰 역할을 하였다.

레스터 시티의 우승은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축구공은 둥글다.' 구단 창단 132년 이래 1부 리그 우승 한번 없었던 레스터 시티의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말 그대로 우승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그러나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단순히 레스터 시티만의 우승이 아닌 현대 축구에 큰 교훈을 남기게 되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돈으로 우승을 살 수는 없다.' 라는 명언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을 하면서 돈은 어느새 축구에서 큰 자리에 위치해 있었고, 축구에서 돈의 가치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선수 한 명을 영입하는데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불하고 있고, 유망주를 한 명 영입하려면 몇 백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해야만 한다. 그러나 레스터 시티는 이를 부정했다. 레스터 시티의 주전 선수들의 몸값은 손흥민의 이적료인 약 400억에 불과하다. 현대 축구에서 돈이 전부라는 개념이 틀렸다는 것을 레스터 시티가 증명하였다. 아마도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장쑤 슌텐의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탈락은 알렉스 퍼거슨의 '돈으로 우승을 살 수는 없다.' 라는 말의 근거가 되어줄 것이다.
또한 레스터 시티의 우승은 하위권 구단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하위권 구단들의 이미지에는 강함이 존재하지 않았다. 간혹 하위권 구단들이 상위권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어도 그것은 강함이 아니라 운이나 이변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러한 이미지를 완전히 바꾼 것이 레스터 시티의 우승이다. 레스터 시티의 우승으로 하위권 구단들은 약함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레스터 시티의 우승은 하위권 구단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레스터 시티는 모두에게 불가능할 거라고 했던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였다. 하위권 구단들은 레스터 시티의 우승으로 큰 희망을 얻게 되었다. "레스터 시티가 하면 우승했는데 우리라고 못할까?", "불가능은 없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등의 희망을 주었다.
레스터 시티의 우승은 많은 것으로 얼룩진 현대 축구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글 - 김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