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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인 한국에 노예가 20만명 넘게 존재하는 이유는?

“1863년 1월 1일부터 미합중국에 대해 반란 상태에 있는 주 또는 어떤 주의 특정 지역에서 노예로 예속되어 있는 모든 이들은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육해군 당국을 포함한 미국 행정부는 그들의 자유를 인정하고 지킬 것이며, 그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노력하는 데 어떠한 제한도 가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링컨대통령이 노예 해방 선언을 공표하며 했던 말입니다. 이후 다른 나라들도 잇따라 노예제를 폐지하기 시작했죠. 21세기 들어서 공식적으로 노예제를 인정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그런데 세계 곳곳에 가려진 채 존재하는 ‘현대판 노예’들이 여전하다고 합니다. 설마 인공지능 알파고가 활약하는 21세기에 노예제가 존재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처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무려 46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인구수에 육박하는 엄청난 숫자가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죠. 특히 놀라운 것은 이 숫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4년 3580만명보다 무려 30% 가까이 급증했다는 설명이죠.
도대체 어느 나라에 이렇게 노예가 많을까요. 1위는 인도입니다. 전체 인구 13억 명 중 무려 1840만 명이 노예 상태입니다. 아마도 카스트제도의 영향인 듯 합니다. 그 다음이 중국입니다. 중국의 노예 숫자는 340만명에 달합니다. 파키스탄(213만명), 방글라데시(153만명), 우즈베키스탄(123만명)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워크프리재단은 인구당 노예비율도 발표했습니다. 1위는 국민 2500만 명 중 4.37%에 해당하는 110만 명이 노예 상태로 조사된 북한이었습니다. 그 다음이 우즈베키스탄(3.97%), 캄보디아(1.6%), 인도(1.4%), 카타르(1.36%) 순입니다.
북한은 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대응에서도 이란, 에리트레아, 적도 기니와 함께 최하위인 D등급에 속했습니다. 21세기에 어떻게 노예를 그냥 두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OECD 가입국이자 세계 11위 경제력을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노예와 전혀 관련없을 듯한데 이번 조사 자료에 한국 이름이 들어있습니다. 한국은 인구 대비 0.404%에 해당하는 20만4900명이 노예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20만명이 넘는 노예가 존재한다니 믿기지 않죠. 워크프리재단은 한국을 일본, 홍콩, 카타르, 싱가포르, 사우디 아라비아, 바레인, 오만, 쿠웨이트 등과 함께 부유한 국가임에도 현대판 노예 문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도대체 워크프리재단의 발표를 믿을 수 있을까요. 일단 워크프리재단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갤럽이 25개 국가에서 53개 언어로 4만2000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노예를 직접 조사한 것이 아니라 각 나라 국민들의 인식을 물어봤다는 이야기죠. 물론 이런 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통할 수 밖에 없는 현실도 인정해야 합니다. 공식적으로 노예제는 사라져 불법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노예 숫자를 조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추정이 그나마 현실적인 조사일 수 있다는 이야기죠.
그러면 우리나라의 노예 숫자도 국민들의 추정일텐데 타당할까요. 일단 노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얼마전 국민들을 경악시켰던 염전 노예 사건입니다. 외딴 섬 염전에서 장애인을 노예처럼 부린 사연들은 당시 사회에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TV·신문 등 거의 모든 언론들이 이 실태를 고발한다고 난리쳤었죠.
그런데 최근 놀라운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가 2014년 ‘염전 노예’ 사건 이후 관련 재판 20건을 조사한 결과, 악덕 업주들이 대부분 집행유예나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났습니다. 실형이 선고된 판결은 6건에 불과했습니다. 법원이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피해자와의 합의를 들어 대부분 선처한 것이죠.
놀라운 것은 선처 이유입니다. 피해 장애인들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 이유가 참작됐다고 합니다. 장애인을 짐승처럼 부려 먹었는데도 숙식을 제공했다고 해서 벌하지 않고 석방한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피해 장애인들이 노예라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죠. 졸업 후 취업을 미끼로 동기생을 상습적으로 무릎 꿇려 때리고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노예처럼 부린 동기생 노예 사건도 사회에 충격을 줬습니다. 전모씨는 지난해 1월 대전시내 자신의 자취방에서 대학 동기인 A(24)씨를 무릎 꿇리고 유리병으로 때리는 등 1년간 20여 차례에 걸쳐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같은 해 3월 자신의 BMW 안에서 A씨의 성기를 꼬집는 등 6차례에 걸쳐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A씨는 지난 2월 25일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전씨는 “대학 졸업 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아버지의 사업장에 취직시켜주겠다”며 재력을 과시하고 이를 미끼로 A씨를 노예처럼 부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건은 노예라는 기사 제목이 붙을 정도로 표면에 드러난 사건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드러나지 않은 노예 사건이 주변에 많다는 점입니다.
최근 지하철 2회선 구의역 승강장 안전문 사고로 김모(19)군이 숨진 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지하철 안전문 유지 보수 업체에 비정규직으로 취직했던 김 군은 2인 1조로 작업을 해야 했음에도 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특히 사건 초기 메트로는 사고의 원인을 개인과실이라고 지적해 비난을 샀습니다. 김 씨가 일했던 회사는 지하철 무려 97개 역의 스크린도어 보수를 담당해왔지만 직원은 고작 10명뿐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2인 1조 작업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죠. 문제는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는데도 재발했다는 점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반복될까요. 김모군이 일한 곳은 외주 업체인 은성PSD입니다. 서울메트로가 아닙니다. 따라서 서울메트로는 관리감독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3년 서울시장을 맡았을 때 효율화를 앞세워 스크린도어 외주화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서울메트로 사장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강경호 씨였고 그는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았던 다스의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강경호 씨는 2004년 유진메트로컴과 지하철2호선 승강장 스크린도어 제작과 설치 계약을 맺었고 유진메트로컴은 은성PSD에 유지보수 재하청을 한 것입니다. 이는 무슨 이야기일까요. 자칭 ‘경영의 천재’ 이 전 대통령이 메트로의 수익구조를 좋게 만들어주겠다고 낙하산을 내려 보낸 후 사고가 나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외주 노예’를 대거 고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노예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석박사급 고급노예도 우리나라에 수두룩합니다. 산학협력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착취당하는 고급노예 때문에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산학협력의 정의는 학계와 산업계가 교육의 성과를 높임과 동시에 산업경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상호 협력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런 산학협력에는 대학원생들의 노예같은 착취가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해마다 대학들의 산학협력 활동을 조사해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학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죠. 우수한 실적을 내야 교육부에서 지정하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K) 등에 계속 재선정돼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이후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기술료 수입을 얼마나 올리는지가 산학협력의 주요 잣대가 되면서 산학협력이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여기저기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약점을 아는 기업들은 산학협력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합니다. 기업이 원하는대로 연구결과 조작을 주문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서울대와 호서대의 경우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2011년 옥시레빗벤키저가 독성학을 전공한 서울대와 호서대 두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해 별도의 자문료를 주고 유리한 보고서를 쓰게 한 것이죠. 교수는 대학원생들에게 시키는대로 잠자코 자료를 조작하라고 지시했을 것입니다. 바로 노예들에게 명령하듯이 말이죠.
대학원생들이 이에 대해 왜 항의하지 못하냐고요. 인분교수 사건에서 봤듯이 교수는 대학원생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습니다. 공부하는 학계에서 살아남으려면 교수 눈밖에 나면 불가능합니다. 교수가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해와도 들을 수 밖에 없는 노예 신분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에 열정페이를 강요당하는 인턴노예들도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런 숫자를 더한다면 워크프리재단 보고서에서 주장한 20만 명보다 훨씬 많은 노예가 우리나라에 있지 않을까요. 이는 위크프리재단의 주장처럼 정부가 현대판 노예 문제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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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법을 가르치는 법대와 사법연수원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결론 밖에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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