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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개.인’에 묻고 싶다

흔적도 없이 유상무를 지우려다 재미까지 들어낸 걸까. 외국인 개그맨을 육성하겠다는 개그 프로그램인데 웃음이 없었다. 제작진이 원하는 '외.개.인'의 방향은 무엇일까.
출연자였던 유상무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첫 방송부터 난항을 겪었던 KBS '어느 날 갑자기 외.개.인'. 5일 드디어 시작됐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인 멘토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침체에 빠진 'KBS 개그'에 활기를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외.개.인', 뭐든지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걸 보여줬다.

# 주인공이 누구?

전체적인 포커스가 참가자가 아닌 심사위원(멘토)에게 향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소재는 다르지만) 엠넷 '쇼미더머니5'가 1차 예선을 볼 때 참가자들의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면, '외.개.인'은 멘토들의 역량에 80% 이상 기댄 인상을 줬다.
멘토들의 데뷔 스토리를 듣기 위한 토크쇼였다면 분명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흐름이었다. 그러나 멘토들은 심사를 위해 자리한 이들. 1차 오디션을 마치고 모여 우여곡절 많았던 자시들의 데뷔 에피소드를 풀어놨던 부분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넌 비호감이라 KBS는 안 될 거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국주, 내공이 안되니 바닥이 털려 아이디어가 안 나왔다는 김준현 등 개그맨들의 고충을 전하는 에피소드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볼 것은 이 프로그램이 '외국인 개그맨'을 주인공으로 한다는 사실이다.

# 한국말은 어떻게?

개그맨에게 요구되는 사항 중 하나가 연기다. 어떤 분야보다도 연기력이 요구된다. 능청스럽게, 희로애락을 연기하다 결국에는 웃음을 자아내야 한다. 단시간에 다양한 캐릭터와 대사량을 소화해야 하니 당연히 한국 사람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대사 없이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일지라도 결국은 한국화된 신체 언어를 습득해야 가능한 부분이다.
그런데 한국어에 미숙한 외국인들의 개그맨 도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일단, 제작진은 이 문제에 대한 대비를 전혀 안한 듯한 인상을 줬다.) '외.개.인'에서는 한국어 능력에 대한 기대를 어느 순간 내려놓게 만들었다. 심사를 보는 중간 "뭐라고?" 라고 묻는 멘토들의 목소리가 화면에 섞여 나왔다. 자연스럽게 참가자들의 말을 통역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희극 연기를 외국인들이 한다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앞으로 이들과 개그 코너를 구성할 멘토들과 제작진의 몫일 것이다.

# 선택과 집중을 권합니다

첫 회에서 보여준 프로그램 구성은 극과극 반응을 예상하게 했다. 오디션을 보다 말고, 멘토들이 한 자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다 다시 오디션이 이어지는 방식이었다. 강한 임팩트를 주는 참가자들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멘토들에 의지해야 했던 제작진의 고민은 이해한다.
이런 가운데 유세윤은 “코미디 짜는 구성에 서툰 분들 많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웃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미디 짜는 구성 능력은 차치해두고 웃기지 않아던 것이 문제다. 멘토들의 리액션으로 구사일생한 참가자들이 많았다.
여기서 제작진은 한 가지 욕심을 냈다. 프로그램 말미에 감동 코드를 넣으려는 몇몇 시도들을 드러냈다. 눈물을 흘린 참가자나 의기소침해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았고, 이를 멘토들의 경험담과 연결시켜 감정을 자극하려고 했다.
결국은 감정선이 감동으로 귀결돼야 한다는 예능 공식은 인정한다. 그러나 첫 회에서 필요한 것은 '외.개.인'의 정체성이었다. 정말 무작정 웃기기만한, 유쾌한 에너지가 줄줄 흘러 넘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외.개.인'의 특징이 될 수 있었다.
개그 경력 평균 11년. '외.개.인' 멘토 군단의 경력이다. 경력만 긴 것이 아니라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얼굴로 활약해왔다. 그 내공은 어디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거는 기대, 이들의 능력이 2회부터는 활짝 펼쳐지길 기대한다.
사진 = '외.개.인' 캡처
임영진기자 plokm02@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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