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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댓글’만으로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어요”

“잘 죽었다.” 2007년 1월, 가수 유니(당시 26세)씨가 우울증을 앓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그녀의 미니홈피에 한 네티즌이 남긴 댓글이다. 당시 유니씨는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인터넷 ‘악플’(악성 댓글)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악플로 고통받다 세상을 떠난 고인의 뒤안길을 또 다른 악플이 조롱하는 사회.
‘소셜 댓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지온(CIZION)의 김미균(31ㆍ사진) 대표가 ‘악플 근절’을 목표로 창업을 결심한 게 바로 이때다. 당시 대학 2학년의 평범한 생활을 보내던 김 대표. 평소 사람과의 ‘소통’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악플 문제가 너무 심각해 아예 댓글창을 없애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랄해져버린 대한민국 ‘댓글 문화’를 바꿔보기로 결심했다.
(올해로 창업 9주년을 맞은 시지온의 김미균 대표)
김 대표는 댓글창의 폐쇄나 악플 삭제 등 ‘소통을 없애는’ 식의 극단적 해결책이 아닌, 댓글을 다는 방식을 바꾸는게 보다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봤다. “창업 초반엔 댓글 필터링이나 선플을 다는 메신저 서비스 등을 내놨었는데 (악플러들에겐) 다 빠져나가는 길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시지온이 내놓은 게 지난 2009년 9월 국내에서 최초로 출시된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LiveRe)다. 이 서비스는 이용자가 평소에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으로 다른 홈페이지나 포털 등에 댓글을 달도록 하는 기능을 갖췄다. 특정 사이트에 따로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기존 SNS 계정으로 댓글을 남길 수 있고, 이 댓글은 이용자의 SNS 계정에 자동으로 재전송된다. 즉 내가 단 댓글을 자신의 SNS와 연결된 친구들이 볼 수 있도록 해 자연스레 ‘착한 댓글’을 유도한 것. ‘라이브리’란 이름은 ‘Live Reply’의 줄임말로 ‘댓글은 살아있는 것’이라는 뜻을 담았다.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의 소개 영상 [영상 제공: 시지온])
‘소통’, ‘커뮤니케이션’의 인문학적 소양만 있었을 뿐 정보기술(IT)이나 사업 쪽엔 문외한이었던 김 대표. 다행히 당시 몸담고 있던 학내 리더십 동아리를 통해 프로그래밍과 경영을 맡아줄 두 명의 동업자를 만날 수 있었다. “2007년 7월 저녁에 창업 멤버 셋이 모여 소주를 한 잔씩 따라놓고 ‘오늘부터 시작하자’ 하며 도원결의(挑園結義)를 했죠.”
2009년 야심차게 내놓은 ‘라이브리’가 첫 매출을 올리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엔 ‘소셜 댓글’이란 말 자체가 생소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실제 라이브리와 똑같은 서비스를 내놓은 미국 ‘디스커스’(Disqus)의 경우도 일반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댓글 서비스를 제공한 게 2010년 11월의 일이다.
시지온 역시 라이브리 출시 후 약 9개월간, 창업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꼬박 3년 동안 한 푼도 벌어들이지 못했다. 당시 직원 한 명의 월급은 22만원. 5명의 월급을 주기 위해 회사일이 끝나면 과외 아르바이트를 뛰어야 했다. “다행히도 그때 직원들이 다 같이 똘똘 뭉쳐줬어요. 어떻게든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힘을 합쳤죠. 지금 생각하면 대단해요.”
우연한 계기로 첫 판로가 뚫렸다. “등록금 문제 투쟁을 벌이던 학교를 한 정치인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에 SNS로 ‘악성 댓글 때문에 힘드시죠’란 메시지를 보냈는데 실제로 만나자는 답장을 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만난 정치인은 당시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정세균 의원. 그게 인연이 돼 정 의원을 포함해 박근혜ㆍ정동영ㆍ정몽준 당시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 30여명의 홈페이지에 라이브리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원순닷컴’도 고객이 됐다.
때마침 정부가 악성 댓글 근절책으로 ‘제한적 본인확인제’ 시행에 들어간 것도 라이브리의 사업 확장에 도움이 됐다. ‘인터넷 실명제’로 더 잘 알려진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특정 수준 이상인 사이트를 대상으로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본인 확인을 거친 뒤에야 댓글을 남길 수 있도록 한 조치다.
(2009년 사업자 등록 이후 시지온의 역사 및 수상 내역 [자료 제공: 시지온])
이 제도는 도입 5년 만인 지난 2012년 8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통해 폐지됐지만 그전까지는 상당한 논쟁거리였다. 당시 이 제도에 반발해 일부 언론사가 게시판을 폐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때 등장한 라이브리는 각자의 SNS 계정을 활용하기 때문에 댓글이 해당 홈페이지 서버에 포함되지 않았고, 실명제 논란을 우회할 길을 열어줬다. 착한 댓글을 유도하는 서비스의 특징 때문에 ‘악플 근절’이라는 정부 방침에도 부합했다.
2010년 7월 한 온라인 언론사를 시작으로 지금껏 시지온과 제휴를 맺은 기관은 일반 기업, 공공기관, 비정부기구(NGO) 등 총 1,056곳에 달한다. 현재 라이브리가 설치된 사이트는 22만개에 이른다.
라이브리의 효과는 어떨까. 회사 측에 따르면 라이브리를 설치한 웹사이트에선 악성 댓글이 90% 이상 감소했다. 고객사인 언론사 250여 곳이 한해에 사용하는 댓글 모니터링 비용도 90억원 가량 절감할 수 있었다고 시지온 측은 밝혔다.
(소셜 댓글 서비스 라이브리의 성장 곡선 [자료 제공: 시지온])
올해로 9년째.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창업자본금 300만원으로 시작했던 ‘대학생 소셜 벤처’는 어느새 ‘아시아 소셜 댓글 1위 업체’로 성장했다. 3명이었던 식구도 열 배 이상 늘었다. 최근엔 개인 블로그나 자영업자들을 위한 소셜 댓글 ‘시티’(City)가 출시됐고, 라이브리의 중국어 버전인 ‘라이삐리’로 중국 진출도 앞두고 있다. “제가 정말 자주 쓰는 표현인데, 사업은 비타민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 백신 같은 서비스를 해줘야 해요. ‘있으면 좋은 것’(비타민)이 아니라 ‘없으면 안 되는 것’(백신)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대표에게 주변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은 ‘호모 커뮤니쿠스.’ 창업 9년째에 접어든 김 대표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여전히 ‘소통’이다. “저는 사람과 사회, 심지어 자연의 식물과도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동안은 온라인 댓글 문제에 집중해왔지만 이제는 더 다각적인 측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일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조가연·백상진 기자 gyj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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