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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구 표류기-60#태국/빠이

#태국 북부 히피들의 성지
여행을 즐겨 하는 사람들이라면 저마다 각자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여행지가 한군대 씩은 있을거라 생각한다. 여러분의 '베스트 플레이스'는 어디인가? 나는 많은 나라를 여행하지 못했지만, 베스트 플레이스를 꼽으라면 단연 '빠이(Pai)'다.
앞서 영어 표기를 했 듯 물론 인사할 때 쓰는 그 빠이(Bye)는 아니다. '빠이'는 태국 북부 매홍손 주(州)의 작은 시골마을. 뭔가 부르기만 해도 귀여운 이름 빠이. 그냥 계속 부르게 되는 빠이. 늘 그리운 빠이.
나의 고향이 한국의 안양시라면 태국의 빠이는 나에게 여행지의 고향 같은 곳. 너무 좋은 기억들에 비해 사진을 많이 담아두지 못했고 빠이 특유의 느낌과 분위기를 잘 표현 해 낼 자신이 없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 중 하나를 여빙러들에게 한번 풀어보고 싶다.
빠이는 귀여운 이름과 지금의 지극히도 평화로운 분위기와는 달리 예전엔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무정부 상태의 마을이었다. 치앙마이 에서도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달려서야 도착하는 위치인 덕에 주 정부로부터 관리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고 생각되긴 한다. 무정부 상태의 특이한 성격의 마을인 덕(?)에 빠이에는 자유로운 영혼들과 수많은 예술가들, 말하자면 돈은 없고 배는 고프며 재주만 있는 아티스트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그들의 흔적은 아직까지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빠이는 오래전부터 동서양의 히피들, 또는 모험정신이나 오리엔탈리즘에 매료된 서구 배낭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서서히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덕분에 10년 전까지만 해도 가로등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던 작은 마을은 여행자들을 위한 편의를 아주 조금 갖춘 꽤 그럴듯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개발이 더딘 빠이는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사랑스럽다.
처음 빠이는 길어야, 아주아주 길어야 '일주일' 머물겠지 생각하고 갔다. 빠이에 대해 아는것도 얼마 없었기 때문에 숙소도 그냥 대충 정하고 무작정 찾아간 것이다.
처음 도착하고 느낀점은, '음? 뭐지 이 분위기?' 였다. 그러니까, 뭔가 느낌이 굉장히 좋았는데 그 느낌을 지금도 말로 잘 표현 할 수 없다. 치앙마이에서 '벤'을 타고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는 저녁 때 빠이에 도착했는데 마침 벤이 도착한 메인 스트릿에선 매일 밤 열리는 야시장이 서서히 준비되는 중이었고 한낮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자(산간마을이라 그다지 덥진 않다) 빠이에 있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물밀듯 밀려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다 숙소를 못찾겠다 싶어 서둘러 카페로 들어가 시원한 커피 한잔 주문한 뒤 와이파이를 잡고 숙소 위치를 검색했다. 다행이 걸어서 5~10분거리. 더 복잡해 지기 전에 서둘러 숙소로 찾아갔다.
게스트 하우스 호스트는 말레이시아 국적 남자와 중국 국적 여자의 부부였는데, 그 때문인지 중국인과 동남아시아권 게스트들이 참 많았다. 짐을 풀고 숙소 남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간단히 빠이에 대한 정보와 지도를 얻었다. 마침 숙소에 미얀마에서 넘어온지 얼마 안 된 한국인 대학생 친구가 한명 있어 말레이시아 친구 한명 더 해 셋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메인 스트릿의 야시장으로 가 함께 둘러보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당시 날짜는 정확히 11월 7일.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내 생일이기 때문. 생일날 빠이로 이동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귀 빠진 날 인게 기억이 났다. 저녁을 먹고 빠이에서 가장 '핫' 한 스피릿 바(Sprit Bar이곳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에 가서 맥주 한잔씩 하다가 우연히 생일 이야기가 나왔고 맘씨 좋은 말레이시아 친구가 생일 선물이라며 맥주 한병을 사줬다. 고마워 기념사진 찍자고 찍었는데..보시다시피 사진이 엉망. 고마운 친군데 얼굴도 자세히 안나왔다. 못생긴 나만 가장 크게 나왔네. 왼쪽이 한국인 친구 가운데가 말레이시아 친구, 맨 오른쪽에 못생긴 아저씨가 나다. 첫날은 늘 피곤한 법, 늦게 도착했으니 이젠 좀 쉴 차례.
(그냥 앉아있기만 해도 편안하고 시간이 잘 가던 게스트 하우스의 마룻바닥. 그저 시간을 흘러보내고 싶지만 빠이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니 준비를 하고 나간다.)
날이 밝고 본격적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어젠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해 마을을 둘러 볼 틈이 없었으니 오늘은 한번 나가봐야지.
치앙마이 편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태국 북부는 우리나라 가을시즌 즉, 9~12월이 여행하기 가장 좋은 때다. 백문이 불여일견. 사진에 나와있는 하늘을 보면 납득이 될 터.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곤 늘 푸르고 맑은 하늘이다.
빠이는 그냥 길을 걸으면서도 이 곳만의 느낌이 여기저기 곳곳에 가득 묻어있다. 사진으론 표현이 불가능한, 아니 내 사진 실력이 너무 미흡해 담아내지 못하는게 너무 아쉽다.
이곳이 메인 스트릿에서도 중심이 되는' 아야 서비스(AYA Service)' 앞. 아야 서비스는 여행사 뿐 아니라 이렇듯 오토바이를 대여해 주기도 하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보험 가입이 되어 있는 오토바이를 대여해 주기 때문에 '만에하나' 발생하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 비교적 적은 지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물론 몇몇 다른 렌탈샵에서도 보험처리를 해주긴 한다). 사실 '만에하나' 라고는 표현 했으나 국내 여행자 뿐만 아니라 외국인 포함 많은 여행자들이 빠이에서 심심찮게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다. 오토바이를 탈 땐 방심하지 말고 늘 조심히 안전운전을 하도록 하자.
밤의 메인 스트릿은 늘 활기차고 붐비지만 낮의 메인 스트릿은 이렇듯 한적하고 평화롭다.
덥다더워,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해야겠다.
끼니도 때워야지. 늘 그렇듯 실패할 확율이 적은 팟타이로 시작을 해 본다. 빠이는 치앙마이 보다도 물가가 저렴하다. 야시장이나 마을 외각의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시키면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 식사를 떼울 수 있다.
식사 마쳤으니 후식. 커피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음료를 먹나 하겠지만 이번엔 '타이 티(Thai Tea)'다(첫번째 사진). 색깔부터 묘한 매력을 가진 타이 티. 쓴 커피 외엔 카페에서 다른 음료는 어지간해선 주문하지 않는 나지만 타이 티는 3일에 한번은 마시게 되는 매력이 있다 여러분도 한번 도전해 보시길!
사실 카페 내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어서 들어갔었다. '두번째 사진'의 흰 민소매 티를 입은 서양 아주머니가 사장인 듯 보이는데 인테리어(3,4,5번째 사진)를 보니 감각이 뛰어나신 분 같았다.
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히고 마을 구석으로 더 걸었다. '빠이 강'이 흐르고 맞은편엔 여러 게스트 하우스가 한적한 분위기를 더욱 배가 시킨다.
숙소로 돌아오니 멋진 오토바이 한대가 주차 되어 있었고 나보다 한 열살 쯤 많은 한국인 형님이 새로운 게스트로 들어와 계셨다. 수년 전 빠이에 처음 와 완전히 이곳에 매료 되어 그 후로 휴가를 아끼고 모아뒀다가 약 한달 정도 기간의 휴가를 한번에 사용해 매년 빠이에 오신다고 했다. 주차되어 있는 멋진 오토바이도 빠이 여행을 위해 구입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땐 이곳 정비소에 맡겨두고 관리를 부탁하신다고. 사실 빠이가 아름답고 좋긴 하지만 '그정도인가?' 싶었는데 나보고 오토바이 렌트를 했냐고 묻는다. 아직 오토바이는 빌리지 않았으며 한 이틀 정도 더 있다가 치앙라이나 매홍손으로 갈 거 같다고 하자 아직까지 오토바이를 안 빌렸냐며, 빠이는 오토바이를 빌리기 전과 빌린 후로 여행의 질이 나윈다고 열을 다 해 설명하신다. 그리곤 오토바이를 태워 줄 테니 외곽으로 조금 나가 어떤지 맛만 살짝 보자며 나를 붙잡아 끄셨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 먼저 도착 한 곳은 빠이의 유명 카페인 'Coffee in Love'.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 놀랄 수 있을 거 같다. 빠이는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나게 늘었는데 중국의 해외여행이 보편화 되고 자유로워 졌으며 북부 빠이가 중국과 가까워서 라는 것도 큰 이유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중국 내에서 치앙마이와 빠이를 배경으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영화의 영향이라고 한다. 포토 스팟이 참 많은 커피 인 러브는 그래서 늘 사람들로 붐빈다.
인테리어나 주변 환경도 참 아름답지만 언덕 위에 위치한 덕에 카페 테라스에 앉아 탁 트인 경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의 맛은 더욱 꿀 맛 같을 것이다. 사실 나는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인해 커피를 주문해 마시진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 빠이에 머무는 시간동안 커피 인 러브는 오다가다 지나쳤을 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진 않았다. 그보다 더 보석같고 멋진 곳을 많이 돌아다녔기 때문. 이 장소들은 다음편에서 천천히 이야기 하도록 할 것이다.
한 두번 방문 한 것으로 충분한 장소지만 빠이를 사랑하는 수많은 여행자 중엔 반드시 커피 인 러브만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그만의 매력을 갖고 있는 듯. 개인적으로 나는 북적북적 대는 여행자들 틈에서 오래 머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말을 꼭 하자면 그럼에도 '빠이를 왔다면 곡 한번 방문 해 봐야 하는 곳이다.'
다음으로 '트리 하우스(Tree House)'라 불리는 리조트를 갔다. 딱히 뭔가 있지 않지만 그냥 리조트 내에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예쁜 자연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은 곳인 거 같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니닌 빠이가 훨씬 다르게 보였다. 빠이의 진정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고 동, 서, 남, 북 네 방향으로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래서 빠이는 오토바이를 렌트하기 전과 후로 나뉘는 구나 싶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드라이브를 마친 뒤 숙소에 돌아와 다시 도진 감기 몸살로 이틀정도 꼼짝 못하고 누워 있어야 했다. 치앙마이에서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을 다녀온 뒤 사경을 해멜 정도로 심하게 아파 일주일 정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숙소에 죽은 듯 누워 있었는데 빠이로 넘어 온 뒤 컨디션이 완전히 회복 되지 않은 채로 돌아다닌게 화근이었나 보다.
몸이 좀 회복 되고 난 뒤, 나는 바로 빠이 시내로 나가 당장에 오토바이를 렌트했다. 그리고 빠이 '여행'이 아닌 빠이 '생활' 이 시작되었다.
1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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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4hero4 네ㅜ.ㅜ 태국음식 진짜 좋아하는데... 조만간 가봐야겠어요ㅠㅜ
@id4hero4 빠이에선 어떻게 하고 다녀도 눈치 보이지 않고 참 자유로운 곳이죠! 전보다 많이 변했다 한들 빠이는 빠이 입니다😀 여전히 히피들의 안식처👍🏾
@uruniverse 우주님 ㅎㅎ 태국은 안 가보셨나요? ㅎㅎ 아이슬란드 꼭 가고 싶어요 ㅎㅎ
그나저나 제목 보고 태국 떠난다고 빠이라고 하는 줄... 이름 귀엽다 빠이
@uruniverse 저도 다시 가고 싶어요ㅜ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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