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의 매력에 푹 빠지다
Prologue...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주소도 한반도면이다. 강릉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영월에 도착해 가장 먼저 들린 곳은 한반도 지형이였다. 1박 2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조명되었고, 우리나라 한반도의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 해서 영월을 찾는 관광객들은 꼭 들린다고 한다.
영월역에서 한반도 지형까지는 거리가 꽤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어떻게 해야 되지 하면서 머리를 굴리고 있던 찰나에 유카라는 문구를 발견하였다. 유카란 코레일에서 저렴한 가격에 차를 렌트해주는 시스템이였다. 뭔가 잘 맞아 떨어졌다. 날씨도 너무 좋아 드라이브도 하고 싶었는데, 게다가 저렴한 가격에 차를 렌트할 수 있다니!
영월역 주변에 짐을 맡기고 차를 렌트했다. 오늘 날씨와 어울리는 빨간색 차량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차에 오른 뒤, 네비게이션에 한반도 지형의 주소를 찍었다.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주소마저 한반도면인 한반도 지형. 출발부터 설레인다.

1. 우연은 필연을 끌어 안고 있다.
사진만 봐도 설렌다. 그 날의 날씨는 사진과 같다. 농구장이나 배구장 혹은 축구장, 야구장에 가본 적이 있는가? 남자들이라면 한번쯤은 가보았을 것이다. 텔레비젼을 통해 보는 스포츠 경기와 눈 앞에서 직접 보는 스포츠 경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왜 돈을 주고까지 가서 관람하느냐고 묻는다면 일단 한번 가보고 이야기하라. 사진 역시 사람의 눈으로 보는 100%를 모두 담아주진 못한다. 그대신 우리는 사진과 함께 머리로 그 때를 기억한다.
영월역에서 한반도 지형은 약 30분 정도 걸렸다. 가는 길은 국도였고 차 하나 없는 한적한 도로였다. 날씨가 너무나 좋았다. 창문은 이미 열려있었고, 오랜만에 드라이브를 하면서 한껏 여유를 즐겼다. 아무도 없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내 주변엔 차도 그 흔한 새 한마리도 없었다. 그저 자연과 나 둘만의 대화였다. 영월에 온 것을 환영이라도 하듯, 날씨는 나를 반겨주었다.
당신은 우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당신은 도서관에 들렀다. 대여할 책을 끝내 찾아냈고 높이 놓여진 책을 꺼내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내 손 위에 겹치지는 또 다른 손 하나. 그렇다. 다른 여인도 그 책을 대여하기 위해 손을 뻗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첫만남은 이루어졌다. 한번쯤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러브스토리가 아닌가? 수많은 도서관의 책들 중에서도 하필이면 그 책을, 그리고 하루 24시간 중에서도 이 시간 이 때에 때마침 그녀와 만난 것이다. 어떤 이가 이를 우연이라 여기지 않겠는가?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연은 필연을 끌어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우연과 필연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것이다. 당신이 책을 빌려야만 하는 필연 때문에 그녀와 만나는 우연이 이루어진 것이다. 나는 영월역에서 내려 고민을 많이 했다. 대중교통으로는 몇 번이나 환승해야 하고 시간도 너무나 오래 걸렸다. 영월은 한반도 지형 말고도 많은 일정이 계획되어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될 것 같았다. 엄청난 고심을 거듭한 끝에 '유카'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우연치 않게 렌트를 하게 되면서 생각치도 못한 드라이브를 즐기게 되었다. 그 드라이브는 날씨라는 도우미를 만나 아무 지장없이 일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한반도 지형에 가야만 하는 필연 덕분에 나는 쾌창한 날씨에 드라이브라는 우연을 즐기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우연은 필연을 끌어 안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멀리 있는 한반도 지형에 감사할 뿐이다.

2. 위대한 자연유산을 보전한다는 것.
사실 냉정하게 말하면 한반도 지형은 그렇게 볼 것이 없다. 풍화와 침식을 거듭한 세월의 흔적이 만들어낸 하나의 지형에 불과하다. 신기하게도 그 지형은 우리나라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에 열광하고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반도 지형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 오직 영월에만 존재한다. 호주 여행의 으뜸인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자연 유산을 관광지화 시킨 대표적인 예이다. 파도의 오랜 침식으로 형성된 바다 위 12개의 돌들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오직 호주에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따라 흐르는 나이아가라 강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자연 앞에 한없이 작은 인간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러한 나이아가라 폭포 역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에만 존재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이러한 자연 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축복 그 자체이다.
하늘에서 이러한 자연유산을 선물해 주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보전하는 것이다. 보전이라는 의미는 크게 어렵지 않다. 쉽게 말하면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면 되는 것이다. 한반도 지형을 보기 위해서는 주차장에서부터 20분 가량 등산 아닌 등산을 해야 한다. 그리고서야 만나게 되는 것이 한반도 지형이다. 한반도 지형을 가는 등산로에는 쓰레기들이 간혹 존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몇몇의 무궁화는 꺾여 있기도 했다. 국화를 꺾은 셈이다. 우리가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이다. 쓰레기 버리지 않기, 주변 환경 정리하기. 이런 사소한 일들로부터 한반도 지형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