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여러분... 여성화가하면 생각나는 화가가 누가있나요..?
우리나라나 서양이나 구분할 것 없이 말이죠.. 동시대 작가 이외에.. 좀 옛날 작가를 떠올리려고 하면 팍팍 떠오르지는 않을 것 같아요. 20세기 초의 타마라 드 렘피카? 프리다 칼로? 조금 더 전으로 가면.. 쉬잔 발라동? 좀 더 전으로 가면.. 엘리자베스 뷔제 르뷔브.. 이젠 르네상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미술사에서 굉장히 유명한 여성화가들 몇 명을 떠올려 봤고.. 수백년의 시간을 단숨에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해 봤지만 확실히 여성화가들은 그 숫자가 적습니다.
그리고 이 카드를 보고 있는 분들 중에서 미술에 각별한 관심이 있지 않는 한, 나열한 여성화가들조차 익숙하게 들어보시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구요.
(메인 이미지 : 라비니아 폰타나 자화상, 1579년)
그렇다면 수많은 남성화가들에 비해 흔히 감수성이 뛰어나다고 하는 여성들은 왜 이렇게 예술사에 등장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답은 금방 나오죠.
비단 예술사가 아닌 다른 역사만 생각해 봐도.. 소위 '위인'이라 불리우는,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의 남녀 비율이 어느 정도 될까요?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대충 9:1 정도 비율이 되지 않을까요..? 소년소녀 세계 위인전집의 목록만 보더라도 여자 이름 찾기란 만만치 않은 것만 봐도 이 비율이 오히려 넉넉하게 잡은 거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한마디로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은 그림조차 마음대로 배울 기회가 없었다는 거구요. 어쩌다 재능을 타고난 천재 여류화가들 - 이런 재능의 발견도 집안에 화가가 있어야 발견이 되죠 - 은 많은 경우 자신이 그림을 그려도 남편이나 아버지의 사인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고, 20세기 이후의 연구에 의해 여성화가 작품임이 새로이 밝혀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미술학교라고 할수 있는 아카데미에 여성이 들어갈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 19세기 중반 이후로 기억하고 있구요... 그 전에는 아예 공식 교육을 받을 기회가 박탈당했었죠.. 아카데미 이전에는 화가의 아틀리에에서 도제식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아니었구요..
역사상 이름을 남긴 여류화가는 제가 판단하기에 대략 세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나뉩니다.
첫째, 르네상스 이전의 중세까지의 여성화가들은 대부분 수녀입니다. 그나마도 제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죠.
엔데 수녀나 힐데가르트 폰 빙엔 - 이 분은 다방면에 천재적 역량을 가진 수녀님으로 음악가, 언어학자, 과학자이자 철학자, 의학 등등 역사상 유래가 드문 분입니다. 오늘날까지 이 분의 음악이 전해져 내려오더라구요. 그나마도 굉장히 조심스럽고 영리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는 불안한 위치였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앙구이솔라 자화상, 1556년
둘째, 르네상스에서 근대까지.. 이때 두각을 나타낸 여성화가들은 한마디로 재색을 겸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앙구이솔라나 라비니아 폰타나, 엘리자베타 시라니같은 화가들은 실력 이외에도 빛나는 미모가 그들의 인기에 한 몫을 한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역시.. 드문 케이스지만 진짜 실력으로.. 그리고 불굴의 의지로 그 이름을 남긴 여류화가로는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나 줄리아 라마 등이 있습니다. 젠틸레스키의 초상화를 보면.. 자부심이 강한 평범한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줄리아 라마 역시 빼어난 미모는 결코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런 카드를 적다보면 끝맺음은 자꾸만... 오늘날 태어나서 살고 있음을 감사하게 된다는 얘기를 하게 되네요.
백년후, 이백년후엔.. 요즘 여성의 삶도 미래에서 봤을땐 어떻게 살았다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늘' 시점이 가장 중요한 거죠.
감사하게 생각하고 살아야죠~
- White 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