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la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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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러한 내용을 다루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문득 맥주를 사려다 보면 비싼 맥주가 눈에 띕니다. 맛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망설였던 적이 있지 않나요? 이번 포스팅을 통해 맥주에 적용되는 주세와 맥주가 비싼 이유에 대해서 알아볼까 합니다.

주세란?

주세(酒稅)란 술에 붙는 세금을 말합니다. 우리가 마시는 술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탁주 - 5%
청주, 약주, 과실주(와인) - 30%
맥주, 증류주(위스키, 희석식 소주) - 72%
보다시피, 맥주는 위스키와 함께 주세가 비쌉니다. 비싼 이유는 부자들이 마시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응? 맥주가 부자가 마시는 술이라고?라고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저 주세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맥주는 고급 주류로 분류되던 시절입니다.

술이 아닌 것

그렇다면 술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는 마실 수 있는 것"입니다.
알코올은 당연한 이야기이고 마실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이 따릅니다. 그래서 마실 수 없는 것은 주류에 해당되지 않으며. 수입하거나 생산하는 것에 제약이 따릅니다. 최근에 물에 타 먹는 소주가 나온다는 루머가 있었는데요. 가루분으로 만드는 분말 주는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생산이나 수입이 안됩니다. 또한, 위스키가 들어가 있는 초콜릿, 와인이 들어가 있는 필름형 캔디도 수입할 수 없는 품목입니다.
반대로 미림과 같은 요리용 맛술은 어떨까요? 알코올 14도짜리 기타 주류입니다. 맛술에도 주세가 붙습니다.

100%, 120%, 150%, 그리고 72%

무슨 비율일까요? 맥주의 주세입니다. 양조장에서 맥주가 만들어질 때 출고가가 매겨집니다. 이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게 됩니다. 출고가가 1,000원인데, 주세가 100%라면 소비자가는 2,000원이 되는 겁니다. 현재 우리나라 맥주의 주세는 72%입니다.
하지만, 맥주의 주세가 원래 72%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100%였다가 70년대 경제개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1972년 120%로 인상했었고, 1974년에 150%로 다시 올립니다. (아버지 세대에 맥주를 마신 분들은 경제 개발에 기여를 한 겁니다;;; )이후 지속적인 감세 요구로 점점 낮아지다가 1997년 72%로 확정됩니다.
1999년은 주세에 매우 중요한 해인데요. 정부가 이유 없이 세금을 내릴리는 없지요? 1997년 세계 무역기구(WTO) 분쟁 과정에서 한국 정북 미국과 유럽 국가가 "같은 증류주"인 소주를 위스키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WTO 제소를 하게 됩니다. 이 제소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해서 1999년 소주의 주세가 72%로 오르게 됩니다. 그 뒤 위스키와 맥주도 동일하게 72%로 낮아지게 되지요.
1999년의 최대 피해자는 소주입니다만 그 반사 이익을 맥주가 본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높은 주세

지금 맥주가 고급 주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가격도 라거의 경우 비싼 편이 아니고요. 와인 한병이나 위스키 한 병을 살 때는 고민하지만 맥주 한 캔을 사려고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주세가 높게만 느껴집니다. 위스키와 같은 주세입니다. 물론, 소주와 같은 주세라면 또 다른 관점이겠지만, 소주는 위스키와 묶여 있는 주 세라서 내리기가 힘든 반면, 맥주는 얼마든지 내릴 수 있는 주세입니다.

주세+α

그리고 맥주에 매겨지는 세금은 주세뿐만이 아닙니다.
맥주의 출고가를 기준으로 앞서 말한 주세가 72% 붙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주세의 30%가 교육세로 붙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 맥주를 많이 마셔 주세요.) 그리고 출고가, 주세, 교육세를 모두 합한 금액의 10%가 부가가치세로 붙습니다. 총 세금은 출고가의 113%입니다. 1,000원짜리 맥주가 출고되었을 때 소비가 가는 2,130원이 되는 거죠. 가격이 두배가 넘게 됩니다.


수입맥주는 어떨까요?

수입맥주에는 관세가 30% 붙습니다. 관세는 FTA 쳬결관계에 따라 다르지만 계산의 편의를 위해서 30%로 정해봅시다. 그런데 이게 수입원가에 바로 붙습니다. 그다음에 교육세와 부가세가 붙기 때문에 총 세금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지요. 위의 그림에서 처럼 주세는 72% 이지만 이미 그 기준이 1,300원이 되어 버려서 주세의 실제 액수도 늘어나게 됩니다. 1,000원짜리 맥주가 수입되면 우리나라에서는 2,768원에 팔리게 됩니다. 세금이 177% 붙습니다. 소비자 가는 수입원가의 거의 3배라고 보면 됩니다.

맥주 Vs. 와인

그렇다면 와인은 어떨까요?
와인은 대부분 수입되므로 관세가 붙습니다만, 15%만 붙습니다. 게다가 주세는 30%입니다. 교육세는 10%지요. 그래서 1,000원짜리 와인이 수입되면 소비자 가는 1,682원이 됩니다. 세금은 68%입니다.
세금의 영향으로 맥주와 와인의 소비자 가는 역전됩니다.
- 우리나라에서 3만 원에 팔리는 중저가 와인의 수입원 가는 약 2만 원가량입니다.
- 같은 3만 원에 팔리는 맥주의 수입 원가는 만원 가량입니다.
게다가 원가에 계속 누적되는 세금이 때문에 출고가나 수입원가가 비싼 맥주일수록 세금은 부담이 되게 됩니다. 2만 원 이상하는 배럴 에이징 맥주가 국내에 들어오면 6~7만 원을 호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종가세(從價稅) Vs. 종량세(從量稅)

계속해서 맥주의 세금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우리나라 맥주에 붙는 세금을 한 단어로 말하면 종가세입니다. 맥주의 원가에 따라 세금이 비례하는 제도를 말하는 거지요. 반면 종량세라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쓰레기를 배출할 때 쓰레기 양에 따라 세금(쓰레기봉투 값)이 늘어나지요.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제도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맥주에 세금을 매길 때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맥주 생산자가 맥주를 몇 L를 생산하는지에 따라 맥주 용량에 비례하여 과세를 하는 방식입니다.
종량세를 할 경우 대기업에게 불리합니다. 대기업은 보통 라거를 생산하며, 생산량이 많고, 출고가가 낮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종가세는 소규모 브루어리에게 불리합니다.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하는 소규모 브루어리는 출고가가 높을 수밖에 없으며, 대부분 에일을 생산하므로 라거에 비해 출고가가 높습니다.
대기업은 800원짜리 맥주를 만들어 900원의 세금을 붙여 1700원에 판매하지만, 소규모 브루어리는 2천 원짜리 맥주를 만들어 1,200원의 세금을 붙여 4천 원에 맥주를 팔게 됩니다. 출고가에 100원이 늘어날 때마다 세금은 무섭게 113원이 붙습니다. 출고가를 악착같이 줄여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이며 대기업에게 소규모 브루어리가 절대 가격으로 승부할 수 없는 이유가 됩니다.
대기업이 만약 악덕 기업이라면 어떨까요? 제가 악덕 대기업 사장이라면 출고가를 1원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많은 나쁜 짓을 할 겁니다. 맥주의 원료를 싼 원료(GMO 옥수수 같은)로 사용하고, 넣어서는 안 되는 원료도 마구 넣습니다. 물론 합법적인 선에서 말입니다. 맥주병이나 캔의 재료도 싸구려를 쓸 것이고, 직원의 월급도 적게 줄 겁니다. 출고가는 맥주 생산에 쓰이는 설비, 인건비, 재료비, 포장비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 금액이니까요. 그리고 나선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자위하겠지요. (어디까지나 상상입니다.)
반면에, 종량세는 맥주 생산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위와 같이 나쁜 상상을 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미국의 주세

미국은 종량세입니다.
연방 주세와 주에서 매기는 주 개별소비세가 있으며, 12온스(340ml) 작은 캔에 0.05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58원가량 붙습니다. 주 개별소비세는 주마다 다르지만 1갤런(3.78ℓ) 당 0.02달러~0.93달러 정도 붙습니다. 1캔 기준이면 거의 없다시피 한 세금이지요. 합계는 캔 당 대략 60원 정도 붙으니 세금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주세 제도 덕분에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주세

영국의 주세는 종량세이나 신기하게도 도수에 비례해 세금을 매깁니다.
330ml 기준으로 0.18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약 300원이 붙습니다. 하지만 이는 알코올 1%당 세금이고, 보통 4% 정도 하므로 세금은 1,200원가량 붙습니다. 영국의 주세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또한 주류의 생산과 소비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영국의 맥주는 도수가 낮은 편입니다. IPA도 미국산은 6.5도가 기본인데, 영국의 IPA는 3~4도 남짓입니다. 도수를 올리면 세금 폭탄을 맞게 되니까요.

일본의 주세

일본의 주세는 종량세이나 맥아의 비율에 비례해 세금을 매깁니다. 이 또한 신기하지요?

일본 맥주

일본에서는 맥아가 67% 이상 들어가야 맥주라고 분류됩니다. 또한 맥아, 보리, 홉, 효모 외에 다른 성분이 있을 경우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로 분류됩니다. 그래서 고수 씨앗과 오렌지 껍질이 들어가 있는 호가든은 일본에서는 발포주로 분류됩니다.

발포주

発泡酒(はっぽうしゅ)라고 합니다. 일본어로는 "합포슈"라고 부르는데요. 맥주가 아닌 주류를 지칭하기 위해서 만든 단어입니다. 보글보글 거품이 올라오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맥아의 함량에 따라서 1,2,3 발포주로 구분합니다. 맥아의 함량에 따라 차등적으로 세금이 낮아집니다. 보통 맥아 함량 25% 내외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과학 기술로 맥아를 적게 넣고도 맥아의 맛이 나게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신장르

제3의 맥주(第3 の ビール)라고도 부릅니다. 일본의 과학기술이 새로운 장르를 열었네요. 맥아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은 맥주입니다. 주세가 엄청나게 쌉니다. 당연히 소비자 가격도 싸고요. 대두 단백이나 완두콩, 옥수수를 이용해서 만든 맥주입니다. 맥주는 맥아의 탄수화물에서 당을 뽑아 효모로 알코올을 만드는 것이지요. 여기서 맥아 대신 다른 탄수화물을 사용하는 기괴한 술입니다. 산토리의 '킨무기'처럼 발포주에 증류주를 추가해서 만드는 제품도 이 분류에 들어갑니다. 맛은 당연히 없지만 싼 맥주입니다.
도표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 내에서 맥주(주황색)나 발포주(연두색)의 시장 점유율은 낮아지고 있고, 신장르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싸고,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맥주가 일본의 트렌드라는 이야기지요.

주세의 영향력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듯이 주세는 그 나라의 맥주 스타일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종가세를 적용하면 대기업이 라거만 주야장천 만들게 됩니다. 영국같이 도수에 비례하면 저도수의 맥주가 많이 만들어 지구요. 일본 같이 맥아 함량에 세금을 매기면 맥아가 적게 들어간 맛없는 맥주가 양산됩니다.
제가 가장 바람직한 주세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국의 주세입니다. 오로지 생산량에 따라 과세하는 제도인데, 물론 대기업의 반발 때문에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최근 주세의 변화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있습니다. 2016년 2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주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소규모 제조자가 매년 제조하는 맥주의 세율은 다음과 같이 적용됩니다.
1) 100㎘(킬로리터)를 생산한 맥주 : 주세의 40%만 징수
2) 100㎘(킬로리터)를 초과 300㎘(킬로리터) 이하로 생산한 맥주 : 주세의 60%만 징수
3) 300㎘(킬로리터) 이상으로 생산한 맥주 : 주세의 80%만 징수
차등 적용되는 주세라서 소규모 양조장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법안입니다. 다만, 연말로 갈수록 맥주 가격이 오르나요? 그건 잘 모르겠네요.

홍종학 의원

그리고 이 포스팅을 빌어 홍종학 의원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위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분이거든요. 뿐만 아니라 맥주와 관련해 여러 가지 규제를 철폐하도록 한 분입니다. 맥주 씬에서 홍종학 의원은 구세주입니다. 또한, 맥주 덕후이기도 하지요.

마치며...

맥주의 주세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맥주의 주세를 알면, 우리나라 맥주의 성향 왜 그러한지, 왜 다른 나라보다 가격이 비싼지, 좋은 맥주는 왜 그리 높은 가격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과세 제도는 언제나 불합리한 것만은 아닙니다. 세금이 높아도 결국 쓰이는 곳이 올바르다면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다른 문제지요. 그리고 과세 제도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국민의 법감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느리긴 하지만요.
또 하나 걸림돌은 주세나 담뱃세가 일종의 죄악세라는 것입니다. 기호가 아닌 죄악으로 생각한다는 거죠. 술 마시는 사람, 담배 피우는 사람이 세금이 많다고 하면 "비싸면 마시지 마." "비싸면 피우지 마."라는 소리를 듣기 쉽습니다. 세금을 올리는 것에도 저항이 크지 않고요. 주세의 감세는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도 좀 더 합리적인 과세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야 맥주 산업도 발전하고, 좋은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될 테니까요.
어려운 내용이었나요? 하지만 중요한 내용이죠?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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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배웠습니다.
오! 신기하네요!!
@newdnlqor91 오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아무래도 콘텐츠가 많아져서 고민 중이었거든요.
아하 이래서 일본이 맥주의 문화가 서양보다 오래되지않았는데도 발전을 많이한거군!방사능만 난.아직도 안터졌어도 난 아사히만 마셨을텐데.....
갠적으로 카드를 국내산 맥주, 외국산 맥주, 맥주와 어울리는 안주 등으로 분류를 하신다면 빙글러분들이 글 찾기가 더 쉬워질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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