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oday
10,000+ Views

박유천과 화장실 '화면과 지면에서 냄새가 심해진다!'

서머세트 몸(1874~1965)은 많은 작품으로 전 세계에 독자를 확보한 영국 소설가였다. 영국이 점잖은 신사의 나라여서였나, 그는 대표작 ‘달과 6펜스’에 점잖음을 존중하는 문장을 남겼다. 좀 길지만 옮겨보면, “이들 고상한 보헤미안들의 세계에 정절 같은 것을 대단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오늘날에 만연해 보이는 천박한 난잡성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는 점잖은 침묵의 휘장으로 우리들의 기행을 가리는 것을 위선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어떤 것도 노골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19세기 말 영국의 예술인(보헤미안)들도 자유롭고 기이한 성생활을 했지만 그 경험을 과장스레 떠벌리지 않았으며, 이야기를 하게 될 땐 알 듯 말 듯 절제하며 완곡하게 표현했고, 어땠냐는 질문에는 말 대신 점잖은 미소로 대답했다는 거다. 인간의 본성인 관음증과 노출증을 내놓고 보이지는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정숭호 언론인· 전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며칠 동안 ‘성폭행’과 ‘화장실’ 두 단어가 신문과 방송, SNS에서 빠지지 않았다. 가수 겸 배우인 박유천이 유흥업소와 자기 집 화장실에 여자들을 가둬놓고 성폭행했다는 사건을 소재로 한 보도와 방담이었다. SNS는 그렇다 하더라도 제도권 언론에서는 당연 종편이 더 심했다(‘당연’이라고 한 것은 종편은 이런 사건이 벌어지기만 하면 온갖 전문가들을 불러놓고 이야기를 몇 번씩 시키는 게 의무이자 사명이라고 생각한 지 오래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 패널이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편안하다”거나, “샴쌍둥이가 화장실을 사용할 때의 불편함을 보면서 애잔함을 느꼈다” 등 여러 해 전 박유천의 화장실 관련 발언을 삽화와 함께 소개하면서 그가 유달리 화장실에 ‘집착’한 것은 “화장실과 관련한 어릴 때의 어떤 기억 때문일 것 같다”고 분석하자 다른 패널(문화평론가라는 직함이 붙어 있는!)이 튀어나와 “연예인들은 화장실에 많은 돈을 들이는데,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 사람도 있다”는 수준 높은(?) 진단을 내놓았다. ‘항문기(肛門期)’라는 단어도 나와 찾아봤더니 ‘항문이 성적 쾌감을 주는 원천이 되는 시기라는 정신분석이론 용어’라는 설명이 있었다.
패널들이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는 표정과 몸짓, 그리고 ‘고급진’ 용어로 의견을 방출하는 사이에 20년 전, 아직은 많이 젊었던 1994년에 개봉된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에서 ‘엉덩이가 예쁜 여자’로 광고된 정선경이라는 예쁜 배우가 화장실에서 당하다 마지막에는 즐기는 장면을 떠올리는 나를 보았다. 자극적이고 숨찬 장면들이 20년 동안 숨어 있던 무의식 속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다가 방담에 나온 패널들도 나와 비슷하게 연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유천의 성적 취향’ ‘증거물로 제출된 여성의 팬티’ ‘DNA 분석’ ‘물증은 없는데 혐의 입증 어떻게?’ ‘2차(성매매)를 간다는 유흥업소 종업원이 유흥업소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게 말이 되나’ 등등, 화면 아래로 흘러가는 자막 속의 문구들과 이런 것들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지식과 정보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탈탈 털어놓을 때 남녀 패널들의 눈빛과 입모양이 달라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저들은 무슨 경험을 떠올렸을까? 영화일까? 실제 경험일까? 저들은 자신이 원해서 저런 말들을 늘어놓나, 아니면 강요-어떤 형식이든-에 따른 것일까를 생각했다.
박유천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심층분석 방담이 끝나자 패널들은 서울 강남에서 60대 여인을 살해한 한 남자가 성폭행 방지를 위한 전자발찌를 끊고 달아난 사건을 소재로 다시 자신들의 지식과 정보와 진단과 예방방지책을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건 다 보지 않았다. 주인공이 박유천처럼 유명인사도 아니고, 비슷한 사건이 많아서였겠지.
관음증과 노출증은 경험이 쌓일수록 강도가 높아진다. 거기에다 상업주의가 끼어들면 그 흐름을 막기는 더 힘들게 된다. 종편이 처음부터 헐떡였겠나. 신문이 처음부터 야릇한 사진과 글들을 실었겠나. 한 번 벗기고 두 번 벗기다 보면 ‘다 벗겨라’라는 안팎의 주문을 외면하지 못하게 된다. 박유천 성폭행 사건에서 화장실 냄새가 사라지지 않는 건 이런 보도 태도가 쌓이고 쌓인 결과이다. 그래서 오늘 이 글의 결론은 “한국 언론들, 다 벗기지 마라. 화면과 지면에 일부러 화장실 냄새를 처바르지 마라. 안 그래도 냄새 많은 사회이다”이다.
인도 출신 영국 소설가 살만 루시디(1947~ )의 소설 몇 줄을 옮기겠다. 내 결론을 보완하기 위해서. 1981년 작 ‘한밤의 아이들’에 나오는 문장이다. "피아는 립스틱을 바른 도톰한 입술을 아낌없이 던져 사과 한 알에 육감적인 키스를 했다. 그러고 나서 사과를 나이야르에게 건네주었고, 나이야르는 그 반대쪽에 힘차고 열정적인 입맞춤을 퍼부었다." 이른바 간접키스라는 관행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요즘 영화의 표현 방식에 비하면 이 얼마나 세련된 발상인가! 숨 가쁜 갈망과 에로티시즘이 느껴지지 않는가?
요즈음은 젊은 남녀 한 쌍이 수풀 속으로 뛰어들고 곧이어 수풀이 우스꽝스럽게 흔들리기 시작하면 일제히 떠들썩한 환호성을 지르는데, 상황을 넌지시 암시하는 재간이 이토록 천박해졌다.” 루시디도 나처럼 몸에게서 영감을 얻었나, ‘절제’가 ‘과잉’보다 전달력이 크다고 말하고 있으니! 과유불급(過猶不及), 과유불급인저!!
정숭호 언론인· 전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opinion@etoday.co.kr
<저작권자 ⓒ 이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 Comments
Suggested
Recent
어떤 사람의 모양이 사실은 세모인거예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그러니까 보이는데로 보고싶지 않은 사람들과 별 생각없는 사람들은 세모가 아니라 네모다 동그라미다 등등 그러면서 그 어떤 사람을 만들어가요 그러다 그 어떤사람은 자기가 세모인걸 모르게 되죠 결국 네모나 동그라미가 되야하는 강박증과 정체성도 모르는 사람이 되 가는거 라는 . . . . . . . . 그러다 결국 안좋은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 . . . .
파하...대한민국에 언론이 있다는 가정이면 참 공감가겠는데...대한민국엔 옐로밖에 없어요. 진보? 보수? 그냥 천박한 옐로, 선동 찌라시만 있습니다.
Cards you may also be interested in
아프간 여성들이 부르카 대신 전통의상 입은 모습 챌린지 중인데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 재집권 후 니캅 등을 착용하라는 압박에 맞서 형형색색의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며 저항운동을 시작했다. 트위터에는 #DoNotTouchMyClothes(내 옷에 손대지 마) #AfghanistanCulture(아프간문화)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아프간 여성들이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아프간 전통의상은 눈까지 다 가리는 '검은 부르카'와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리는 '니캅'과 다르게 화려하고 다양한 무늬와 밝은 색상이 돋보였다. 온라인 저항운동은 아프간 아메리칸대학교에서 역사학 교수로 일했던 바하르 자랄리 전 교수가 주도했다. 자랄리 전 교수는 12일 친 탈레반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의 사진을 올리며 "아프간 역사상 이런 옷을 입은 여성은 없었다. 이것은 아프간 문화와는 완전히 이질적"이라며 "탈레반의 선전으로 왜곡되고 있는 아프간 전통의상을 알리기 위해 내 사진을 올린다"고 적었다. 그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올리며 "아프간의 진짜 얼굴을 보여주자"고 말하며 다른 이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진짜 너무 아름답고... 저쪽 동네 여성 전통 복식 첨 보게 되어서 더 맴아픔 ㅜ 저렇게 찬란한 문화 양식 다 두고 대체 언제부터 좆도 근본 없는 니캅, 부르카가 전통 된거임 그렇게 부르카가 좋으면 좋아하는 사람이나 처입기 운동 하지 왜 괜히 애먼 여자들한테 뒤집어 씌워 해연갤펌
30년 만에 바뀐 간선도로망…광역생활권 잇는다
핵심요약 국내 도로를 건설할 때 밑그림이 되는 간선도로망이 30여 년 만에 바뀝니다. 국토교통부는'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2021~2030년)'을 세우면서 1992년부터 운영했던 간선도로망을 개편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도로망은 남북-동서 각각 10개축의 격자망과 대도시 권역에 주변 도시를 연결하는 방사축을 도입한 '10×10+6R²' 체계로 재정비됩니다. 국가 간선도로망 '10×10+6R²'. 국토교통부 제공정부가 국내 주요 도로를 남북-동서 각각 10개의 축과 6개 방사형 순환망을 합친 형태로 새롭게 정비한다. 국가 간선도로망 '10×10+6R²'. 국토교통부 제공 국토교통부는 국가도로망 계획을 포함해 도로정책의 중장기 비전과 목표를 담은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2021~2030년)'을 도로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6일 최종 확정했다. 국가도로망종합계획은 도로법에 따라 10년 단위로 정부가 세우는 도로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특히 이번 종합계획을 통해 도로 건설의 근간이 되는 국가 간선도로망이 30여년 만에 바뀐다. 그동안 간선도로망은 1992년부터 남북 방향 7개축, 동서 방향 9개축으로 구성된 격자망과 대도시 권역의 6개의 순환망을 합친 '7×9+6R' 형태로 운영됐는데, 앞으로는 '10×10+6R²' 체계로 재정비된다. 이번 종합계획에서 도로 격자망의 경우 '중부선'과 '중부내륙선' 사이의 이격거리가 73km로 평균치(30km)의 2배를 넘을 정도로 컸던 점을 보완하고, 남북축의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새롭게 남북 6축(연천~서울(강일IC)~진천~영동~합천 구간)을 도입했다. 또 이미 간선도로 기능을 수행 중인 장거리 노선(평택~부여~익산, 서울~세종, 서울~춘천)을 현재 지선(보조노선)에서 간선축으로 조정했다. 대도시 권역 순환망의 경우 광역 생활권의 교통수요를 감안해 기존에 있던 5대 대도시 권역의 순환형 도로망에 주변도시와 중심부를 직결하는 방사축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의 2중 순환망과 대전·충주권, 광주·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 등 총 6개의 방사형 순환망(6R2, 6 Radial Ring)으로 개편됐다. 특히 대전‧충청 권역의 보령‧부여축, 보은축, 태안축이나 광주‧호남권역의 화순축, 대구‧경북 권역의 성주축을 방사축으로 반영해 향후 교통여건이 변해도 도로망 확충을 빠르게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 주요내용. 국토교통부 제공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 주요내용. 국토교통부 제공이 외에도 국토부는 이번 종합계획에서 '사람, 사회, 경제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다(多)연결 도로'를 비전으로 삼고, 경제 재도약, 포용, 안전, 혁신성장 등 4개 가치를 중심으로 다양한 과제도 제시했다. 종합계획은 이 달 안에 고시될 예정이고, 이에 따른 하위계획인 건설계획과 관리계획도 단계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10년 후에 괜찮을까? 일자리 줄어들 직업 & 늘어날 직업 [친절한 랭킹씨]
사람은 대개 직업을 갖고 사는데요. 맡은 일에 열심인 편인 우리지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같은 불안이 문득문득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살펴봤습니다. 10년 후 어떤 직업의 일자리가 줄고 또 늘지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한국의 직업정보’가 그 출처로, 각 직업 종사자들의 실제 전망 기반입니다. 우선 현직 종사자가 10년 후면 내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라고 많이들 전망한 직업입니다. 내 직업의 일자리가 10년 후에 줄어들어 있을 것인지, 늘어날 것인지를 5점 척도 <①많이 감소할 것 ②다소 감소할 것 ③변화 없을 것 ④다소 증가할 것 ⑤많이 증가할 것>로 측정. 각 직업별 응답자수 30명 종사자들이 직접 매긴 전망 점수가 가장 낮은 직업은? 평균 1.4점의 주유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기차의 확산세, 기계로 대체되기 쉬운 업무 유형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로 주유원은 5년 이내 기술 변화에 따른 업무 대체 비율이 가장 높을 것 같은 직업 1위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밖에 구두미화원·이용사 등 전통적인 서비스직의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상된 가운데, 각종 기계 조작원들 또한 눈에 띄게 많이 등장했습니다. 역시 자동화에 대한 두려움이 묻어나오는 결과라고 볼 수 있겠지요. 반면 10년이 지나도 끄덕없을 것 같은 직업도 있을 터. 전망 점수가 가장 높은 직업은 5점 만점에 3.9점을 기록한 항공기 정비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방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고루 요구되는 분야인 만큼 종사자들 또한 오래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듯한데요. 이어 수의사 보조원, 반려동물 미용사, 소방관리자를 비롯해 사람의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의료·보건 등의 직업들에서 전망이 좋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로봇이나 인공지능 같은 미래기술 직군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했지요. ---------- 10년 후 일자리가 줄어들 직업 & 늘어날 직업, 잘 보셨나요? 여러분이 속한(속하고 싶은) 직업도 언급이 됐나요? 물론 그리 많지 않은 인원이 매긴 점수인 만큼 이 전망을 100%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을 터. 단, 현업에 있는 이들의 평균 의견인 만큼 직업(이직) 선택 시 참고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 글·구성 : 이성인 기자 silee@ 그래픽 : 홍연택 기자 ythong@ <ⓒ 뉴스웨이 - 무단전재 및 재배포·코너명 및 콘셉트 도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