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재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를 생각하는 일 보다
샤워를 하는 동안 미끄러지지는 않을지
장마라 가방에 월세 낸 우산 심이 무거운 소재는 아닌지
밥을 먹을 때 스무번 이상은 꼬박 씹는지
꼬박 관심을 가지는 일은
좀처럼 볼품이 없지만
존재의 일기라도 대신 쓸 수 있으나
존재를 말할 것은 다만 이름뿐이어서
이름으로 존재를 부를 수 있으나
이름은 존재는 아니어서
존재는 내 머리 속에서 살 거나
어느 곳에 덩그러니 별은 아니고
오히려 초침 위에 섰고
지금 해가 지는 곳 덥다가 적당히 선선해지는 곳
저녁도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는 곳
중간 다음에는 기말이
어이쿠나 방학이래도 할일이 장마래
캐리어나 끌려면 돈도 반 년은 모아야 할
그 곳에서 힘이 겨워서
수가 없다
어머니도 나도
사랑하는 일에는
세련을 모른다
사소한 마음은 사소하여 진실과 가장 가깝고
사랑한다는 말의 만만한 육신이 되어 소화도 만만하겠네
울음도 가장 쪼잔한 곳에 샘을 내기에
씻고 나온 발은 제발 문턱을 넘어라
작은 입 속삭여 기도하며 나 그야말로 사랑을 하고 있다네
철학책은 언제나 아이의 목욕에서 기다리네
이런 삶 칭찬은 없어도
편안한 밤 나의 영혼 이슬 걱정 없어
긴 공격을 꿈꾸네
오래 꿈꾸는 것은
살아남을 가장 큰 이유가 되어
나는 살아있을 것이네
사소한 걱정으로 사는 존재의 친절한 가슴 때문이라네
W 상석.
P Annie Spratt.
시로 일기하기_오늘 날씨 맑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