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비앤비(Airbnb)는 21세기 경제의 신화로 여겨진다. 한 아파트에 살던 3명의 청년들이 빈 방에 에어 베드(air bed)를 놓고 잠자리를 빌려주기 시작한 이후 7년 만에, 255억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글로벌 공룡 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를 설명함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개념이 바로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공유경제는 ‘소유’와 ‘소비’가 중심이 되는 경제 활동을 ‘공유’와 ‘대여’로 바꾸어 놓은 것으로,현대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는 키워드다.

하지만 이러한 에어비앤비의 신화가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먹혀 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오피스텔에 숙박시설을 갖춰 에어비앤비에 등록한 후, 예약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영업을 한 A씨와 자신의 집을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한국인 7명에게 빌려준 B씨가 각각 벌금 70만원씩을 선고 받은 일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에어비앤비가 불법이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중위생관리법상 개인이 에어비앤비와 같은 민박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도시민박업으로 신고를 해야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고, 자신의 집에 집주인과 관광객이 함께 지내야 하며, 관광객의 범위는 외국인만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에어비앤비가 자리잡기에 법적인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이를 완화하기 위한 법안이 제의 되기도 했지만,국회까지 아직 가보지도 못한 현실이다.
비단 에어비앤비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모바일 차량 예약 서비스 ‘우버’ 역시 국내에 발을 디디자 마자 논란 속에 사실상 철수했다. 국내 공유경제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자동차 공유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생활 속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공유하는 서비스인 ‘쏘시오’의 경우차량을 개인끼리 연결해주는 대가로 쏘시오 측이 수수료를 취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운영되었으나 이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위반되는 서비스였다. 교육이나 지식 등의 공유 역시도 기존 학원 업계의 반발로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공유경제 서비스를 아직은 생소하게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다.

공유경제가 21세기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주요 개념이라면,왜 유독 한국에서는 잘 안 풀리는 것일까?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법적 문제와 기존 사업의 반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공유경제가 무시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은 이상 우리나라도 특성과 현실을 고려한 ‘한국형 공유경제’를 태동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가 이대로 공유경제의 불모지가 되지 않으려면, 더 이상의 패자를 양성하지 않도록 우리 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에어비앤비의 성공 사례 역시도 기존 플랫폼 그대로의 도입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한국형 에어비앤비’의 성공을 위해 숙박시설 전반의 활성화부터 우선해야 한다. 호텔이나 게스트 하우스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국내에 무려 3만개나 존재하는 모텔로 관광객을 유입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흔히 모텔이라고 하면 먼저 러브모텔을 떠올리고는 했지만,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숙박앱 서비스인 야놀자가 등장하면서 모텔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야놀자는 호텔 모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을 스마트폰앱으로 예약할 수 있게 해주는 숙박 O2O 서비스로, 숙박 정보 검색과 예약까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통합서비스망을 구축해 큰 성장을 이뤘다. 야놀자는 양적인 성장과 함께 ‘좋은 숙박 캠페인’을 주도하며, 음지의 모텔을 양지로 끌고 나와 모텔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등 중소형 숙박시장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UN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14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래관광객 수는 1420만 명으로 세계 20위를 기록했다. 이 중 60% 이상이 중국인이며, 이들 중 70%가 숙박 시설을 이용한다.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는 2015∼2020년에 중국인 관광객만 약 3552만 명이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중국인을 비롯한 우리 나라를 찾은 모든 관광객들이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준에 합리적인 가격의 숙박 시설을 원하는 건 우리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따라서 모텔의 서비스 질을 높여 가성비 전략으로 관광객을 유입하고 중소형 숙박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점을 일찍이 인지한 야놀자 이수진대표는 중소형 숙박업소들을 위한 무료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중소형 숙박 활성화를 위해 ‘몰카안심존', 프리미엄 객실 서비스 ‘마이룸’과 호텔급어메니티 ‘마이킷’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시행했다. 최근에는 IoT등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호텔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등 모텔, 호텔, 펜션, 게스트하우스를 막론한 숙박 시설 전반의 질적 향상을 꾀하며, 중소형 숙박시설을 ‘복합놀이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형 에어비앤비’, ‘한국형 공유경제’의 승자가 되려면, 이처럼 우선적으로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봐야 한다. 정책의 완화와 기존 사업의 반발은 그 후에 걱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