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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제 해법은 ‘최고임금법’?

결국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차일피일 결론을 미루다 막판에서야 동결 또는 약간의 인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었는데 그 시나리오대로 가는 것 같습니다. 바로 최저임금 협상 이야기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9일 새벽까지 정부세종청사에서 7차 전원회의를 열어 2017년 최저임금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경영계 대표 위원들은 최저임금을 내년에도 6030원으로 동결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시급을 1만원(월급 환산 시 209만원·월 209시간 기준)까지 인상하자는 맞섰죠. 무려 90일에 걸쳐 회의를 했는데도 겨우 3970원,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정도 밖에 안되는 차이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결국 최저임금 합의는 법정시한을 넘기게 된 셈이죠. 어찌보면 정해진 수순입니다. 최저임금제도가 본격 시행된 1989년 이후 법정시한 내에 노사 양측의 합의로 최저임금이 결정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죠. 결국 내달 초나 돼야 협상은 결론이 날 듯합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최저임금이 어느 정도는 현실화할 것이란 기대가 컸었죠. 그간 최저임금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새누리당이 2020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8000~9000원으로 올리는 효과를 내겠다는 총선 공약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말장난에 불과하긴 하지만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에 줄기차게 반대해왔던 것에 비하면 긍정적인 변화하고 여기는 전문가들도 많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각각 2020년과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해왔습니다. 국민의당 역시 총선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서 1만원 공약에 합류했죠. 그래서 노동계에서는 올해만큼은 다르지 않겠냐는 기대가 컸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돌아왔죠.
이유는 두가지 해묵은 쟁점 때문이라고 합니다. 월급·시급 병기, 업종별 차등 적용이 주인공이죠. 일단 월급·시급 병기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최저임금 결정단위는 시급으로 하되, 월 환산액을 함께 표기해 고시하도록 요청한다’입니다. ‘시급으로만 하나 월급을 같이 표시하나 무슨 차이가 있나’고 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급만 표시할 경우 유휴수당을 제대로 못 받거나,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55조는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한 사람에게는 평균 1회 이상 유급 휴일을 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유휴수당은 이 휴일에 받는 하루치 임금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법정 근로시간인 40시간 기준으로 하루에 8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는 8시간 만큼의 유휴수당을 받아야 합니다. 일주일에 8시간씩 한 달에 보통 휴일이 4번 있다고 하면 현행 최저임금 기준으로 약 20만원 정도가 주휴수당입니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계산할 때는 월 209시간 기준이 됩니다. 한 달을 4.345주로 보고 (기본 근로시간 1주 40시간+유급 주휴일 8시간)*4.345= 209시간이란 계산이 나옵니다. 유급주휴일을 빼고 계산할 때보다 35시간이나 월급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알바천국이 최근 아르바이트생과 사업주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사업주 10명 중 4명이,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6명이 유휴수당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노동계는 아예 최저임금을 월급으로 표기해 이 문제를 해소하자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근로자들의 상당수는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라서 결국, 휴일 수당을 적용받는 대상이 아니란 설명입니다. 전일제 노동자를 전제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현장에서 혼란이 벌어진다는 주장이죠. 그런데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이라면 주 5일제를 기준으로 하루 3시간도 일을 안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출퇴근 하는데 만도 한 시간이상 걸리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3시간 이하로 일한다···. 과연 이런 요구는 노동자가 할까요, 사업주가 할까요.
한편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업종마다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업종별로 지급 능력이 다른 만큼 경영 상황이 안 좋은 음식점, 편의점, PC방 같은 7개 업종은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줄여 업종의 경영부담도 줄여주자는 것입니다. 게다가 올 하반기 대량해고가 예상되는 조선업 구조조정, 브렉시트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쳤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일방적인 인상은 부담스럽다고 엄살을 피우고 있습니다. 뭐 그럴 듯 해보이죠.
하지만 경영계 측에서는 ‘편의점·커피숍 아르바이트생들은 에어컨 바람 쐬면서 편하게 일하지 않는가’, ‘어린 아르바이트생들은 용돈벌이 하는것’, ‘노인들은 굼떠서 일을 못 한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며 적게 줘야 한다고 주장이죠. 아니 에어컨 바람을 아르바이트생 쐬라고 틀어줍니까. 또 용돈벌이 취미로 어린 학생들이 공부도 하지 않고 알바합니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해당업종에 백화점, 대형마트, 콘도, 호텔, 대형음식점, 유흥주점, 인력공급, 항공운수업 등 대형 사업자가 줄줄이 포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경영계가 요구하는 7개 업종이 정확히 도소매업, 운수업, 숙박음식점업, 부동산임대업, 사업지원서비스업, 예술스포츠여가서비스업, 기타개인서비스업이기 때문입니다. 음식점, 편의점, PC방은 업종의 하부단위입니다. 음식점은 실상 숙박음식점업이기 때문에 호텔, 대형음식점까지 포함되는 셈이죠. 한마디로 소상공인들을 앞세워 대기업들이 숨은 거죠.
한국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이들 업종에서 일하는 최저임금 수혜범위의 노동자가 무려 115만 8000명에 달합니다. 여론의 비난이 두려워 편의점, PC방 등을 핑계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대기업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대거 채용한 업종에도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편의점·PC방 경영이 나빠진 것이 최저임금이 높은 탓일까요. 나날이 높아져만 가는 부동산 임대료, 프랜차이즈 본사의 수수료, 원·하청의 불공정 거래 등 대기업과 가진 자들의 행포가 더 큰 원인 아닐까요. 그런데도 교묘히 영세자영업자의 분노를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으로 돌리고 있는 셈입니다.
아무튼 양측의 인식차는 쉽게 좁히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저임금 현실화 공약을 제기했던 여당과 정치권은 아무런 중제역할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부 역시 뒷짐을 지고 있는 상태죠. 오히려 노사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입니다.
법정시한 내 합의가 불발됨에 따라 위원회는 다음달 4일과 5, 6일 다시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이랍니다. 적어도 6일까지는 합의를 도출해 낸다는 생각으로 일정을 잡았다고 위원회는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걸기 힘들겠죠.
그런데 최저임금처럼 관심을 가져야 할 법이 최근 발의됐습니다. 일명 ‘살찐 고양이법’으로 불리는 데요.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가 발의한 ‘최고임금법’이 그 주인공입니다. 최저임금법과 한글자만 다른 최고임금법은 뭘까요.
핵심은 이렇습니다. 법인 임직원의 ‘최고임금’이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자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민간 대기업 임직원들은 최저임금의 최고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는 5배가 넘는 임금을 받을 수 없도록 하자는 말입니다. 예를들어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올해 최저임금(6030원)을 기준으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일지라도 한 달에 4억5000만원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없습니다. 만일 이 기준을 초과해서 임금을 지급할 경우 개인과 법인 모두에게 부담금과 과징금이 부과되게 됩니다.
그런데 화들짝 놀라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최저임금의 30배 넘게 월급을 받는 사람이 있을까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2014년 기준으로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 보수는 일반직원의 35배, 최저임금의 무려 180배에 달합니다.
심 대표는 “지금 우리 사회에는 200만원도 못 받는 노동자가 1100만명에 달한다”며 “OECD 국가들에서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 평균 격차는 5~7배 정도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11배가 넘고 있다”고 법인취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 법이 법적 효력이 있을까요. 심 대표는 ”최고임금법은 국민경제의 균형성장, 적정한 소득분배 유지, 경제력 남용 방지를 규정한 헌법 119조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법안”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런 법이 가능할까요. ‘살찐고양이’는 탐욕스러운 경영진을 비유하는 용어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월가의 탐욕스러운 경영진을 비유할 때 자주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죠. 따라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임원 보수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전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스위스의 경우 2013년 국민투표에서 기업 임원 연봉과 보너스를 제한하는 ‘살찐고양이법’ 헌법 개정안을 67.9% 찬성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미국도 ‘도드-프랭크법’으로 경영진 보수에 대해 주주의 의견을 묻도록 했죠. 프랑스와 독일에선 공기업이나 금융기관에 임금 상한을 두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정부나 경영계에서는 툭하면 고통분담하자고 합니다. 위기가 닥치면 국민들에게 손 벌리죠. 금모으기 운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양심 없는 ‘살찐 고양이’들이 넘쳐나고 있지 않나요. 반면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들은 졸라맬 허리띠가 없어 목이 졸리고 있죠. 선진국에서는 살찐 고양이들(배부른 자본가) 살 들어내는 게 고통 분담입니다. 살찐 고양이들을 다이어트 시키고 배고픈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이 고통분담이라는 이야기죠. 한편으로는 최고임금법이 통과되면 최저임금도 자연스럽게 상승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습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도 최저임금에 5배가 넘는 임금을 받을 수 없으니 자신들이 더 받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을 높이려고 하지 않을까요. 최저임금의 해법은 최고임금에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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