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gdonKim
2 years ago10,000+ Views
예상과는 달리 EU를 떠나기로 한 영국민의 결정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이었던 것 같다. 탈퇴에 찬성한 51.9%의 영국인을 대영제국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무지한 노인으로 몰아 붙인다. 혹자는 영악한 정치인에 선동당한 우매한 대중 때문이며, 직접민주주의의 폐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다 치부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51.9%의 영국 사람들이 정말 멍청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충분히 접하지 못해서일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도 놓치지 말고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영국에서 제조업이 쇠락하고 서비스 중심의 경제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평등을 기존 정치권이 방치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나라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분명 EU 잔류가 경제적으로 이득이겠으나, 이 늘어난 부의 분배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이 표로 심판을 했다는 논리다. 위의 논리를 바탕으로 51.9%의 투표행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이론적 배경이 있다.
협동조합 이론가 Stefano Zamagni 교수는 전체선(total good)과 공동선(common good)을 구분해서 제시했다. 비유하면 전체선은 덧셈과 뺄셈원리로 일부가 손해를 보더라도 다른 이들의 이익이 더 크면 전체의 효용은 커진다. 반면에 공동선은 곱셈 원리로서 사회구성원 어느 하나의 효용이 '0'이 되면 전체의 효용 또한 '0'이 된다. 전자는 성장을 중시하고 불평등을 덜 중요시하며 후자는 그 반대이다.
EU 탈퇴에 찬성한 영국인들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은 전체선 관점에서 접근하는 걸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EU에 잔류하면 이익이 큰데, 탈퇴에 찬성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EU 탈퇴에 찬성한 사람들은 공동선 관점에서 생각했을 수 있다. 자신들이 부의 배분 과정에서 소외되었고, 이러한 불평등을 방치한 기존 정치권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것이다. 즉, '소외된 다수'의 항거로 볼 수도 있겠다.
합법적으로 집권한 나치 정권을 돌이켜 봤을 때, 민주주의 국가의 주권자인 시민들은 자기파괴적인 방식으로 정치인에게 교훈을 줄 수도 있다. 이는 Karl Polanyi가 제시한 이중 운동(double movement)과도 유사한 맥락이다. 사회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취하는 데, 이때 선택한 행동이 훨씬 더 파괴적인 방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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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누군가는 축구가 보기싫어 반대표에 던졌다던데...... 선동에 의한 대중의 선택이 결코 합리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썰전에서도 아르스토텔레스를 죽인이유가 투표때문이라는결과가 나왔죠~
@tmdgus1735 네 그렇습니다. 저도 썰전을 챙겨 보면서 제 생각의 넓이를 확장하고 깊이를 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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