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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채권국 모임 ‘파리클럽’ 가입이 반갑지 않은 이유는?

“195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이 미래를 위한 희망과 의지로 강국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우리가 이제 국제사회에서 공식 채권국으로 신흥국의 부채 탕감 등을 논의하는 선진 국가가 됐다.”
“낙제에서 우등생으로의 환골탈태했다.”
지난 1일 기획재정부가 국제 채권국 모임인 파리클럽에 21번째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했다고 밝히면서 언론들이 쏟아낸 찬사입니다. 언론들은 기획재정부 최상목 제1차관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파리클럽 60주년 기념식 및 한국 가입서명식’에 참석해 파리클럽 가입 문서에 서명했다고 앞다퉈 전했습니다. 특히 신흥국으로는 최초로 가입했다는 의미도 부여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한국이 19년 만에 선진 채권국의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란 주장이죠.
‘빚 공화국이라고 하던데 채권국이라니’하고 의심하는 국민들이 있을까봐 자세한 설명도 내놓았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채무가 600억 달러 많았지만, 이제는 3200억 달러, 370조 원 정도 채권이 더 많다고 기재부는 강조했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지난 6월초 프랑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파리클럽 정회원국 가입의사를 표명한 뒤, 파리클럽 사무국 및 기존 회원국과 긴밀히 협의해 이뤄졌다고도 전했습니다. 이번 파리클럽 가입에 박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은근히 강조하는 듯 보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파리클럽 가입이 이처럼 모든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 만큼 대단한 것일까요.
◆파리클럽이란
일단 파리클럽이 뭔지 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파리클럽은 선진 채권국들의 협의체입니다. 1956년 아르헨티나가 대외채무조정 협상을 쌍무적 협정에서 다자간 협정으로 변경할 것을 요구함에 따라 파리에서 개최된 채권국회의를 기원으로 형성됐습니다. 파리클럽의 목적은 다자간 협력을 통해 채권국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습니다. 즉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채권을 확실하게 회수하기 위해 상환기간연장, 채무탕감, 이자율 조정 등 채무재조정을 통해 채무국의 외채상환부담을 줄여 상환능력 회복을 돕습니다. 한마디로 빚 갚기 어려운 나라들에게 채무를 줄여주고 그대신 빨리 빚을 갚으라고 압박하는 채권국들의 기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기재부는 파리클럽이 지금까지 90개국을 상대로 430여 건의 채무 재조정 협상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그리스 채무 협상에서도 파리클럽은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원국은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스위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위주로 우리나라까지 21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1970년 이후 새로 가입한 정회원국이 러시아(97년), 이스라엘(2014년), 한국(2016년) 단 세 곳에 불과할 만큼 높은 문턱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9개 국제기구가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이번 파리클럽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함으로써 채무 재조정 때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대외 공적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최근 대외채권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수출채권 등 대외 공적채권이 증가하는 한국으로선 신흥국 디폴트 리스크에 대비하기 방안으로 파리클럽 가입이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붙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G20 등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발언권 강화도 기대되고 채무국의 재정·신용현황, 회원국별 지원·연체현황 등 민감한 정보 획득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빚 공화국인줄만 알았던 한국경제에 한줄기 희망이 보인다는 느낌마저 드는 설명입니다.
◆비공식 국제회의체?
하지만 기재부의 설명 중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다소 있습니다. 일단 파리클럽의 성격입니다. 파리클럽은 별도의 기구나 조직을 갖지 않는 비공식적 국제회의체입니다. 한마디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에대해 기재부는 비공식은 맞지만 합의록에 서명한 참가국을 구속한다는 점에서 준공식기구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 서명하지 않은 국가는? 뭔가 좀 궁색해보이죠.
선진국 클럽에 가입한 최초의 신흥국이라며 흥분하는 언론보도도 이의합니다. 파리클럽 가입국의 면모를 보면 선진국 클럽이 맞는지 의심되기 때문이죠. 러시아는 한때 미국과 세계를 양분했지만 현재 선진국이라고 하기에는 경제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인구는 1억4000만명으로 세계9위이지만 GDP는 세계 11위인 우리나라보다 뒤진 14위에 불과합니다. 이스라엘은 어떨까요. GDP가 3062억달러로 세계35위에 그쳐 선진국이라고 하기 힘듭니다. GDP 세계 12위인 스페인도 선진국에 넣기에는 좀 애매한 상태입니다.
게다가 파리클럽의 6대 원칙도 눈길을 끕니다. 연대, 정보공유, 사안별처리, 조건부, 동등대우와 함께 만장일치가 그것입니다. 참여채권국들의 전원 합의로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가능할까요. 정치는 물론 경제에서도 사사건건 대립하는 미국과 러시아가 의견을 일치한다는 것이 상상이나 되나요. 게다가 연대는 채무국에 돈빌려준 국가들이 공동 대응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나라별로 사정이 다르고 빌려준 액수도 다를텐데 공동대응이 가능할까요. 대응이라는게 한마디로 채무를 깍아준다는 것일텐데 말이죠. 한푼이라도 더 빨리 받으려는 나라들의 이해관계를 연대라는 원칙으로 조정한다는게 상식적으로 불가능해보입니다.
기재부가 예로들었던 그리스 사태만 보더라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파리클럽이 채무조정에 나섰지만 채무경감과 구제금융을 약속하고 말았습니다. 한마디로 그리스가 배 째라고 나올까봐 두려워 빚을 줄여주면서 더 많은 빚을 빌려줬다는 이야기죠. 기재부에서는 파리클럽에 가입하면 대외 공적채권의 회수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는데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빌려준 것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빌려줘야 하는 상황에 빠질지도 모릅니다. 물론 당장 돈을 갑기 힘든 나라를 일으켜 세워 천천히 돌려받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파리클럽의 역할이 의심스러운 부분입니다.
또 재미난 점은 파리클럽의 의장국은 프랑스입니다. 그런데 의장은 프랑스대장성 차관이 맡습니다. 대통령도 장관도 아닌 차관입니다. 한마디로 파리클럽은 차관급 협의체입니다. 특히 이번 서명에 참가한 우리 측 인사도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아닌 최상목 차관이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홍기택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가 돌연 휴직한 혼란을 뒤처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차관이 장관보다 실무를 맡을 수는 있지만 다소 격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
이 때문일까요. 국내 언론을 빼고는 이번 가입을 전하는 외신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뉴욕타임스나 BBC에 검색해봐도 우리나라가 파리클럽에 가입했다는 뉴스는 한줄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물려 웬만한 가십거리도 전하는 AP통신 마저도 없습니다. 구글에서 검색해 보면 외신중에는 인도의 일간지인 ‘인디언 익스프레스’만 유일하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외신들에게는 철저하게 외면받은 우리나라의 파리클럽 가입을 국내 언론들만 호들갑스럽게 떠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우리나라는 1996년 OECD에 가입한 이후 당장 선진국이라도 되는 듯하게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영삼정부는 세계 경제질서에서 대외 위상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며 OECD 가입을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외환위기를 맞았었죠.
현재 우리 경제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내걸었던 성장률 4%, 고용률 70%,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라는 474 신기루는 깨진지 오래전입니다. 성장률은 2%대로 곤두박질 쳤고 한국의 자랑이라던 수출은 18개월 연속 하락세입니다. 한때 세계 정상급 자리에 있었던 우리 기업들이 요즘엔 생사의 기로에 서있으며 실질 청년실업률이 34%에 육박해 인재들이 헬조선 탈출을 감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국가채무는 590조5000억원 규모입니다. 2010년 392조2000억원 규모였는데 5년새 200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공무원 및 군인연금까지 합친 광의의 국가채무는 무려 1300조원에 달합니다. 사실상 채권국이라는 기재부의 설명을 의아스럽게 만드는 점입니다. 게다가 대외순채권은 파리클럽 가입으로 채무국 탕감에 따라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리클럽에 가입한다고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들이 기뻐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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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호들갑이네ㅋㅋ 역시 뻥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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