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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에세이] 너의 죄를 사하노라

너의 죄를 사하노라
얼마 전 신문을 읽다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했다. '부부싸움에도 지켜야 할 7가지 규칙이 있다'는 기사였는데, 정신건강 전문의가 추천하는 방법이니 꽤 믿음이 갔다. 아무리 세상 금슬 좋은 천생연분 닭살부부일지라도 부부싸움은 피해갈 수 없는 보편적인 일일지니 이왕이면 전문의가 추천하는 방법으로 싸우면 좀 더 수월하게 끝낼 수 있지 않겠는가.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3 ⓒDNDD
이정헌, 이고은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 DNDD의 작품.
남과 여의 만남과 사랑을 화려하지만 순수하게 표현한 이번 작품은 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연애의 온도>에서 만날 수 있다.7월 31일까지 진행되니 부암동에서 데이트할 계획이 있다면 놓치지 말 것.
문의 02 395 0217
그런데 찬찬히 읽어보니 소귀에 경 읽기도 이런 경 읽기가 없다.폭력이 없어야 한다는 첫 번째 규칙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니 됐고, 두 번째 규칙부터 난망했다.
대화의 핵심을 갈등 상황이나 문제에 맞춰야 한다, 화난 감정이 가라앉은 후에 대화를 하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배우자의 생각이나 감정이 어떨 것이라고 짐작하지 않는다, 문제의 초점을 지금 일어난 현재 상황에 맞춘다, 배우자의 눈을 보며 이야기하고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준다, 배우자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여야한다 …….
아이고, 이렇게 현명하고 냉철한 사람들이라면 애초에 왜 싸움이 벌어졌겠는가. 이 싸움의 법칙은 굳이 부부싸움이 아닌 모든 싸움에 유용할 법 하지만 문제는 이 공자님 말씀 같은 7가지 규칙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이 세상 어떤 이와 얼굴을 붉히며 죽네 사네 할 일이 생길까.자고로 부부싸움이란 하다보면 결혼 준비를 할 때 빈정 상했던 일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남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가 할 말을 쏟아놓고도 분이 안 풀려 씩씩거린다.
혹은 반대로 남편의 말꼬리를 잡고 밤을 새겠다는 각오로 그간의 마음 상했던 일들을 네버엔딩 스토리로 엮어낸다. 세상에 내 의견만이 ‘온리원’ 옳은 의견이고 남편의 의견은 들을 필요도 없다.
설마 나만 그런가, 아니다. 난데없이 밤 11시에 전화해서 통곡하는 친구들의 부부싸움 얘기를 들어봐도 다 비슷하다. 문제는 이게 거듭됐을때다. 매번 앙금을 남긴 채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대충 묻어두기만 한다면 이는 언제든 시한폭탄이 되어 커다란 핵폭발이 될 수 있다.
그럼 어쩌라고. 잊어라. 영어로 용서하다는 forgive, 잊다는 forget이다. 주는(give)것보다 얻는(get) 것이 좋지 않나. 혹자는 주는 게 얻는 것보다 쉬우니 용서가 먼저라고 하지만, 내가 바다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는 신이 아닌 이상 용서는 어지간해서는 어렵다.
그렇지만 잊는 건 마음먹기 나름이다. 아인슈타인도 “약한 사람은 복수하고, 강한 사람은 용서하며, 현명한 사람은 무시한다”고 했다.
이왕지사, 부부싸움에서 현명한 사람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강한 사람이 현명하게 행동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니 말이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실행할 수 만 있다면) 정신건강 전문의가 추천하는 방법이겠지만.그렇지 못하다면 이렇게 외쳐보자. “남편이여, 이제 당신의 모든 죄를 사하노라, 아니 잊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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