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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는 7세 소녀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였다?

3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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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뒷이야기들 감사합니다!
@yjh2396 댓글 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합니다 :) @haneul7270 완전 기대중입니다!!!!!!
거울나라 앨리스 9월에 개봉해요 (페북에 올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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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위에서 일렁이는 물결 'Richard Thorn'
일렁이는 물결에 따라 부숴지는 햇볕의 조각들과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파도소리 ♥︎ 가끔 바다를 보러가면 이 모든걸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 하지만 저란 쪼렙은 도전조차 하지 못했죠 ㅎㅎ . . 오늘 소개할 Richard Thorn은 제가 그려내고픈 바다의 풍경을 정말 완벽하게 종이 위에 옮겨놓는 작가입니다 *_* 대범한 붓질과 화이트의 조화 ! 수채화 특유의 맑고 투명한 색감까지 ! 여러분 어디선가 철썩이는 파도 소리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_+ 제가 상상하고 그리고 싶어했던 그 장면들을 그대로 종이 위에 그려낸 Richard Thorn ! 또, 작가님은 바다뿐만 아니라 숲속의 모습도 자주 그리세요 *_* 살랑이는 바람과 나무과 흙냄새가 느껴지는 작품들 !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새소리를 듣고있는 기분이 들어요 ㅎ_ㅎ 그리고 물결장인 Richard Thorn 선생님은 계곡을 그려내셨는데.. 졸졸졸 흘러가는 물결을 어쩜 이렇게 잘 표현할 수 있는지 ㅠ_ㅠ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특히 마지막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빛마저 . . Richard Thorn 선생님의 그림을 보고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요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아트테라피가 아닐까요 *_* 작가님의 작품을 더 만나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홈페이지에 방문해보세요 :)
지구에서 한아뿐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제목부터 지구에서 한아(하나)뿐이다. 달달한 사랑 이야긴데 그 달달함이 조금 이상하다. 달달하긴 한데 지구인과 외계인의 러브스토리고 정말 달달하긴 한데 보다 보면 과연 나는 얼마나 환경을 생각하며 살았는지 곱씹게 된다. 조금 희한하긴 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한아는 지구를 사랑하는 의류 리폼 디자이너다. 망가져가는 환경을 안타까워하고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한아는 못 쓰게 된 옷들을 다시 리폼해주는 '환생'이라는 작은 옷 수선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의 남자 친구 경민은 자유분방이란 말이 어울리는,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한아를 놔둔 채 늘 어딘가로 떠나버리곤 한다. 이번 여름에도 캐나다로 유성우를 보겠다며 떠난 경민. 경민이 떠나고 며칠 뒤 뉴스에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나온다. 한아는 바로 경민에게 연락하지만 경민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애타게 경민을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한아. 다행히 경민은 무사히 돌아오고, 연락이 안 되는 경민에게 잔뜩 나 있던 화는 막상 경민을 보자 여름날의 눈처럼 스르륵 사그라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아는 돌아온 경민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낀다. 전보다 너무 다정해졌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지도 않는다. 팔에 있던 커다란 흉터가 사라졌고 못 먹던 가지무침도 맛있다며 먹더니, 급기야 경민의 입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 목격한 한아. 경민은 진짜 외계인인 걸까? 그렇다면 원래의 경민은 어디로 간 걸까? 이 소설은 누가 뭐래도 달달한 사랑 이야기다. 한아를 만나러 2만 광년 떨어진 지구까지 날아온 외계인과의 러브스토리라니. 오직 한아를 만나기 위해 커다란 빚을 지고 엄청난 거리를 넘어온 외계인. 그 노력만 해도 지극정성인데 그 외계인이 한아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100점짜리 남자 친구다. 늘 한아를 배려하고 생각하고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남자 친구. 유일한 단점은 외계인이라는 것뿐. 한아는 외계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외계인이 경민의 겉모습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거리감을 느끼지만 점점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외계인에게 자신도 사랑을 느낀다. 경민의 탈을 쓰고 있지 않아도, 초록색 돌덩어리인 본모습이라도 사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초록색 돌덩어리라도 사랑할 수 있어. 한아의 말에서 우리는 사랑의 본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사랑에는 아름다운 외모, 외계인이라는 사실, 성별의 유무, 나와 전혀 다르게 생긴 모습, 그 무엇도 중요치 않다. 상대방을 아끼고 배려하고 생각하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체가 중요할 뿐. 어찌 보면 오글거리기도 하고 뭐 다 알고 있는 거 아니야 하겠지만 사랑이라 불리는 많은 것들 중에 저 단순한 문장을 만족시키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어떤 사랑은 상대의 존재가 아니라 상대의 능력, 외모, 재력이 사랑의 조건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랑은 저 단순한 문장을 한없이 만족시킴에도 사랑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그저 같은 성별을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한아와 경민의 사랑을 좀 본받을 필요가 있다. 이 소설에서 다른 하나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환경에 대한 내용이다. 한아는 지구와 환경을 사랑하는 환경주의자고 외계인 경민이 한아에게 반한 이유도 한아가 환경을 사랑하는 모습과 맞닿아 있다. 고래형 외계인들이 지구의 바다 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을 도와주는 에피소드나 얼음별에 사는 무당벌레 모습을 한 외계인들이 점점 더워지는 별의 환경 때문에 멸종되어가는 모습, 지구를 동경한 한 부자 외계인이 지구를 본떠 만든 어딘가 부족한 제2의 지구,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그 모습 그대로 보존시켜주겠다는 우주의 약속 등, 소설 속 우주의 모습들은 지구의 여러 단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환경오염에 힘들어하는 고래들의 모습은 지구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고, 무당벌레 외계인의 멸종은 지구 온난화와 멸종 위기종들의 모습을, 제2의 지구에서 고통받는 만들어진 생명체들의 일화는 인간이 만든 동물원의 모습을, 광합성인들의 행성을 보존시켜주겠다는 약속은 아마존 열대우림 보존에 관한 첨예한 대립을 생각나게 한다. 실제로 수많은 동물들이 멸종되었고 멸종 위기 상태에 있으며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엄청난 고통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동물원에서는 인간의 유희를 위해 백호나 백사자 같이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생겨나지 않는 동물들을 강제로 만들어내기도 하며 아마존의 보존과 개발에 관해서는 지금도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설 속에 나오는 우주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지구의 모습을 보고 지구의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아의 말대로 지구에 인간이 너무 많은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본격 환경친화적 외계 로맨스 소설 되시겠다. 환경은 환경대로, 로맨스는 로맨스대로, 외계인과 우주라는 양념을 적절히 쳐서 비볐더니 이토록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소설이 나왔다. 삶이 힘든 사람에게, 다 때려치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환경 문제도, 사랑에 대한 고민도 너무나 다정하고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 책은 충분히 당신의 삶을 두텁게 감싸 안아준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면 작가가 건네는 말이 들리는 듯 하다. 당신은, 지구에서 한아뿐이라고. 소설 속 한 문장 소리 없이, 먼 우주의 휘어진 빛들이 두 사람의 저녁에 내려앉았다.
도입부가 유명한 소설 36선
몇 권 정도 보셨나요? * 오역 및 오타가 있을 수 있음 * 순서는 상관 없음 * 영미권 소설이 대부분임 * 첫문장 혹은 도입이 좋다고 무조건 좋은 소설일 수는 없지만 열거된 소설들은 대부분 뛰어난 소설임 * 흥미가 생겨 하나 쯤 읽고 행복한 시간되길 바람 1.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비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위트와 헤어지는 순간부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 패트릭 모디아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1978) 2.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1948) 3.  "매년 여름 쿵린은 수위와 이혼하기 위해 어춘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다."  - 하 진, 기다림(1999) 4. "나는 지금도 아버지가 '잊힌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려간 그 새벽을 기억한다.  1945년 여름의 첫 날들은 흩날렸고, 우리는 잿빛 하늘에 사로잡힌 바로셀로나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바람의 그림자(2001) 5.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  꽃 피는 숲에 저녁노을이 비치어, 구름처럼 부풀어오른 섬들은 바다에 결박된 사슬을 풀고 어두워지는 수평선 너머로 흘러가는 듯싶었다." - 김훈, 칼의 노래(2001) 6. "삶에서 낭만적인 영역만큼 운명적 만남을 강하게 갈망하는 영역도 없을 것이다." - 알랭 드 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1993) 7. "밤은 젊었고, 그도 젊었다." - 윌리엄 아이리시, 환상의 여인(1942) 8.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 정유정, 7년의 밤(2011) 9.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 이상, 날개(1936) 10. "당연히, 이것은 수기이다."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1980) 11.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 디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1948) 12. "분노를 노래하소서, 시의 여신이여." - 호메로스, 일리아드(B.C. 800(?) ~ B.C. 750) 13. "최고의 시대이며, 최악의 시대였다." -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1859) 14. "재산 좀 있는 남성에게 아내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 진리이다."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1813)  15.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해보이지만 불행한 가정들은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1878) 16. 맑고 쌀쌀한 4월의 어느 날,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 조지 오웰, 1984년 (1949) 17. "기묘하고 찌는 듯한 여름, 그들이 로젠버그 부부를 전기의자에 앉힌 계절이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내가 뉴욕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알지 못했다." - 실비아 플라스, 벨자 (1963) 18.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 나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건 상관없어. 그 책은 마크 트웨인 선생이 쓴 책인데 거의 다 사실이야." - 마크 트웨인, 허클베리 핀의 모험 (1884) 19. "나에 대해 듣고 싶다는 건, 우선 내가 어디서 태어났는지, 내 어린시절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내 부모님은 무슨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내가 태어나기 전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같은  데이비드 카퍼필드나 할 소리를 듣고 싶다는 거겠지. 난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아." -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호밀밭의 파수꾼(1951) 20. "문제가 생기면 대열을 좁힌다'는 말 처럼, 위기가 닥치자 백인들은 결속을 강화했다." - 진 리스,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1966) 21. "지금보다 어리고 상처받기 쉽던 시절, 내 아버지는 내게 충고를 하나 해주셨는데 난 아직도 그 충고를 가슴 속 깊이 새기고 있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이 점을 명심해라.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 처럼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지 않다는 걸.'" - F.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1925) 22. "과거는 외국이다. 거기서 사람들은 다르게 산다." - 레슬리 하틀리, 중개자 (1953) 23.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거북한 꿈에서 깨어나며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 프란츠 카프카, 변신 (1915) 24. "Call me Ishmael." "나를 이스마엘이라 불러다오." - 허만 멜빌, 모비 딕 (1851) 25. "햇살은 새로운 공허 속에서 빛났지만 대안은 없었다." - 사무엘 베케트, 머피(1938) 26. "첫눈에 반해버렸다." - 조지프 헬러, 캐치-22(1961) 27. "아이들은 모두 자란다. 한 사람만 빼고" - 제임스 메튜 베리, 피터 팬 (1911) 28. "어떤 상황에서는 오후의 다과라 불리는 의식에 바쳐진 순간보다 더 즐거운 순간을 인생에서 찾지 못할 때가 있다." - 헨리 제임스, 여인의 초상 (1880) 29. "로리타 내 삶의 빛이여,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로-리-타 세 번 입천장에서 이를 톡톡치며 세단계의 여행을 하는 혀 끝. 로-리-타."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롤리타 (1955) 30. "피할 수 없었다. 쓴 아몬드 향기는 늘 그에게 보답 없는 사랑의 운명을 상기시켰다." -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레라 시대의 사랑 (1985) 31. "그들은 거기에 나와 있었다. 흰 옷을 입은 흑인 놈들은 나보다 먼저나와 태연하게 복도에서 수음을 하고 내 눈에 띄기 전에 그것들을 걸레로 닦았다." - 켄 케시,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1962) 32. "나는 카메라다. 셔터가 열리고, 소극적이고, 기록하고, 생각하지 않는 카메라." - 크리스토퍼 아이셔우드, 베를린이여 안녕(1939) 33. "그 날은 산책하게 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 샬롯 브론테, 제인 에어(1847) 34. "All this happened, more or less." "약간의 과장과 축소가 있을지언정, 이 이야기는 실화다." - 커트 보니것, 제5 도살장(1969) 35. "그는 멕시코 만류의 돛단배에서 홀로 고기를 잡는 노인이었다. 그는 84일 동안 단 한마리도 잡지 못했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1952) 36.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 알버트 까뮈, 이방인 (1946)
새마음 요양원 14[제목없음 14]
안녕하세요 빙글러님들. 드디어 14편을 올리네요. ㅎㅎ 다들 제가 미리 글을 쓰시는 줄 알겠지만 전 구성되어있는 커다란 틀만 있을뿐 그때마다 쓰는 글은 그날 떠오르는 내용을 토대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허.... 그래서 여러분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갈수가 있을거에여. ㅎㅎㅎㅎ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현재 뚱고레 치료와 저의 치료를 위해 매우 애쓰고있어서 틈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성실하게 연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글의 썸네일 이미지 하나 넣어야할거같은데....뭐가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이전편 주소 [새마음 요양원 13편 ] https://www.vingle.net/posts/2675909 @ofmonsters @gloomnfancy @goodmorningman @uruniverse 기....기억나는 분들만 일단...;;; ========================================================== 새마음요양원 14 “ “ 아….아니……. 그게 무슨소리야......... 우리집 옆집…….. 빈집이야….. “ 수화기 너머로 확신에 찬 그에 물음에 지현은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지현의 옆집은 이사를 떠난지 불과 2주일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다. 옆집 여자는 지현의 회사와 근처에 근무하던 사람이었는데 가끔 지하철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가끔 고민이 되서 눈이 마주치면 가벼운 목례정도만 하던 어색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퇴사를 하게 되서 이제 지방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며 이사짐을 정리하던 도중 지현과 몇번 인사를 나눈 것이 다였다. 흔한 친구조차 집에 들이는 법이 없어보이던 그녀가 이사를 떠났는데 그 빈집에 누가 왔다갔다 한다는 것일까. “ 너 자세하게 알아본거 맞아? 거기 정말 빈집이야. “ “ 야 진짜야? 헐,,,, 대박이네. 그럼 빈집까지 와서 몰래 머물다가 너네집 뒤지고 갔다 그런소리인가 ? “ “ …. 하 미치겠네 “ 지현은 답답하고 초조한 마음에 애꿎은 담배만 질겅질겅 씹어댔다. “ 백지현 너 한일기업 취재 시작한거 언제였지? “ “ 내가 시작한거 ? “ “ 어 제보자 메일받고 진짜 취재시작한거 언제부터 였냐고 “ “ 음…. 한 10일전이지 아마 ? “ “ … 내 예상이 맞다면 그 제보자가 메일 간거부터 이미 너의 정체가 밝혀진거고 감시당하고 있었던거같아 . “ “ 뭐 ??? “ “ 아무래도 그 제보자를 이미 감시하고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알아본거는 일단 너네집 뒤지기 전까지만 cctv를 확인한 상태라 그전까지 한번 뒤져봐야 할거같다. “ “ …. 하 나 살아있을수있을까? “ “ 기사는 결국 내가 썼으니 니가 죽겠냐. 내가 죽지 “ “ 불길한 소리좀 하지마 미친놈아 “ “ 쫄기는. 일단 내가 더 알아볼 테니까 너 몸조심하고. 제주도에서도 조심해. 거기 첩자 없으리란 법 있냐 . “ “ 니걱정이나 해라. 난 지금 여기 취재도 머리아프다 “ “ 혹시 물어볼거 있음 전화하고. 물어볼거 없어도 좀 전화해. 살아있는지 확인은 해야할거아냐. “ “ 알았다. 너도 일단 몸조심해 “ 한숨이 나오는 대화를 끝으로 지현은 뒷목이 뻐근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어째 그 한일 기업을 취재하기 시작한날부터 본인의 인생이 무지하게 꼬여가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현이 알지도 못하는 순간부터 감시를 받고있었던 거라면 범인이 잡히기 전까지 집에 돌아갈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 지현씨. 여기서 뭐해요. 한참 찾았잖아요 . 얼른 가요 !! “ 멍하게 필터까지 타고있는 담배를 쥐고있는 지현에게 영민이 다가와 어깨를 툭 쳤다. 예상하지못한 영민의 등장에 지현은 적잖게 놀랐지만 일단 해야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 미안해요. 친구랑 전화좀 하느라고 . “ “ 그런거 같았어요. 그런데 지현씨 핸드폰이 두개에요 ? “ “ 아… 친구가 걱정된다고 폰 하나를 줬거든요. “ “ 기자님들이 취재용 핸드폰 별도사용하는 경우는 봤는데 이건… 대포폰 같은데 … 아니에요? “ “ 아.. 아니에요 . 그냥 굴러다니던 폰이래요 “ “ 그렇구나…. 일단 취재 하러 가시죠. “ “ 네. 얼른 갑시다 “ . . . . . 다행히 바깥의 날씨는 언제 비가왔냐는 듯 맑고 깨끗하게 개어있었다. 영민의 차에는 어제의 비냄새가 빠지지않은 상태였는데 밖은 야속하게도 햇빛이 뜨거워 썬팅된 차문을 좀 닫아야했다. “ 토스트랑 커피좀 드세요. 잠도 좀 깨시고 허기도 채우셔야죠. 진짜 피곤하실텐데 “ “ 아 먼저 먹어도 될까요? 배가 고파서… “ “ 드세요. 전 이미 먹고 나왔어요. 커피는 저희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직접 볶은 핸드드립 커피에요. 아마 맛은 몰라도 향은 기가막힐 겁니다. “ 보온병에 들어있는 드립커피를 컵에 살짝 따라 향을 맡으니 핸드드립 답게 구수하고 풍미 진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맛을 보니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었다. 어차피 아메리카노만 주구장창 마시는 편이 아닌 지현에게는 핸드드립도 다 비슷한 맛 같았기에 그냥 잠깨는 물처럼 들이킬 뿐이었다. 요즘 게스트 하우스를 하려면 진짜 별거 다해야겠구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현은 밀려오는 허기에 계란이 듬뿍 들어있는 토스트를 한입 베어물었다. ‘일하기 딱 좋은 날씨네. ‘ 탄수화물이 위장을 자극하니 몸이 따뜻해졌다. 어제 비를 너무 많이 맞아 지현도 몸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는데 따뜻한 음식을 먹고나니 그나마 온기가 돌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문득 창밖에 비춰진 본인의 모습에 지현은 많은 생각에 잠겼다. 꿈에 나타난 수정이 너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뜨거운 피를 흘리며 고통에 눈을 감았을 수정. 정말 수정은 그렇게 죽은것일까? 아니면 힌트를 주기 위해 나타난 것일까. 알수없는 질문의 대답에 지현은 그저 한숨이 나올 뿐이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조금 눈을 붙이고 일어나보니 벌써 도착해있었다 다급하게 시계를 보니 길을 나선지 벌써 2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고, 운전석에 있어야할 영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살짝 띵하게 올라오는 두통에 지현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일단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을 들어 영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 어디가신거지 ‘ 차에서 내려 가볍게 기지개를 편 지현이 영민을 찾으러 길을 나설 채비를 했다. “ 어디보자. 녹음기는 주머니에 있고 카메라를………….. 카메라…. 카메라 어딨지 “ 조수석과 운전석 뒷좌석까지 뒤져보았지만 카메라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 영민씨가 들고간건가 ‘ 아무래도 지현이 잠들자 영민이 먼저 길을 나선 듯하다는 생각이 들어 지현은 차문을 닫고 길을 나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으로 영민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받지 않았다. 지현은 더 지체할 시간이 없어 먼저 새마음 요양원 근처로 길을 잡았다. ‘아마 거기서 만나던 못만나면 전화가 오겠지.’ 확실히 비가 그친 다음날이라 그런지 풀이 무성하게 올라온 기분이었다. 풀에 맺혀진 물방울이 지현의 바지와 발목을 적셔 축축함이 올라왔다. 어제 분명 길을 내고 갔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와서 그 길은 다 사라져 버린 모양이었다. 몇분동안 길을 헤매는 기분이 들었으나 다행히 저멀리 우중충한 건물의 실루엣이 보였다. 맑은 날씨에 봐도 건물은 조금 음침했다. 워낙 넓고 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폐건물이 주는 위압감고 중압감이 지현을 짓눌렀다. 일단은 핸드폰으로 요양원 외관의 사진을 찍었다. 외관의 전경과 건물 층마다 비춰지는 모습. 창문들 외관 장식들을 줌을 당겨 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폐건물의 창문은 깨지거나 사람들의 낙서로 가득했다. 줌을 당겨 사진을 찍으려 했으나 확실히 스마트폰의 클로즈업은 이미지가 깨지는 것을 막을순 없는 모양이었다. ‘ 에잇. 똥폰 사진 겁나 깨지네 ‘ 애꿎은 스마트폰에게 화풀이를 하던 지현이 1층부터 줌을 당겨서 사진을 올려 찍는데 문득 5층까지 다다르자 창문에 무언가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 깜짝 놀랐다. 시력이 좋지 못한 지현이었기에 1층부터 5층까지 손가락으로 세어 올려다보자 지나갔다고 생각한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기분탓인가 ‘ 다시 5층의 사진을 찍으려 핸드폰을 들어올리자 그곳에는 아까 보이지않았던 희미한 그림자가 서있는 것이 보였다. 또다시 깜짝놀라 지현이 다시 손가락으로 5층을 세어 창문을 살폈지만 또 아무것도 없었다.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이 갑자기 떨리기 시작했다. 다시 용기를 내어 스마트폰을 들어올려 사진을 찍으려 하자 아까보다 좀 더 선명하게 5층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도 않았지만 여자인 것 처럼 보였다. ‘ 이건 꿈일거야. 정신차려야해 백지현. 눈 한번 깜빡하고 뜨면 저거 없어질거야 . ' 지현이 떨려오는 심장을 주체하지 못한채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5초를 세고 눈을 뜬다면 저 흐리멍텅한 건 없어져 있을거야. 지현은 숨을 한번 크게 쉬고 손가락 다섯개를 펴고 5초를 세었다. 5 4 3 2 1 눈을 뜨고 요양원 외관을 다시 살피니 아무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카메라 어플을 실행시키고 핸드폰을 들어 올렸다. 줌을 당겨 사진에 초점을 맞추려 화면을 터치하자 분명하게 들어온 5층의 그것. 눈코입이 보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온몸에 피 칠갑이 되어 멀리서는 눈코입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 떨리는 손을 화면을 다시 들여다보자 분명하게 알수 있었다. 창문곁에 서 있는 그것의 정체는 …… 수정이였다.
소송
"소송" / 프란츠 카프카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제 생각을 쓴 글입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장편소설 소송. 웃기고 기괴하고 불편한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 한 소설이다. 90년 전 소설에서 이런 감상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은행에 근무하는 직원 요제프 카는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쳐들어온 사람들에 의해 체포당한다. 희한한 점은 분명히 체포되었지만 감시자가 몇 명 붙을 뿐 딱히 일상생활에 지장도 없고 어떤 죄목으로 체포당한 것인지도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 카는 이후 진행되는 심리에 출석해서 열심히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소송에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 듯 하다. 카는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찾아가지만 변호사도 뭔가 이상하다. 진행 상황에 대해서 물어보면 온갖 어려운 말들과 궤변들을 늘어놓을 뿐 위대한 변호사인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 맡기라는 식이다. 카는 미심쩍은 변호사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보려 하지만 법에 대해서, 법원에 대해서, 카의 소송에 대해서, 하다 못해 카가 어떤 죄목으로 체포되었는지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예심판사, 카를 감시하는 법원의 감시인, 하급 법원의 직원들조차도 그저 자신이 맡은 조그마한 역할만 수행할 뿐 카의 소송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법 앞에서 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결국 1년간의 소송을 거쳐 카는 사형당한다. 이 소설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났던 건 우리나라의 행정처리였다. A가 알고 싶어서 B부서에 전화하면 B부서에서는 C부서에 연락하라고 말하고 C부서에서는 D부서에 연락하라고 말하고 D부서에서는 E부서에 연락하라고 말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딱 카의 상황과 같다. 카를 체포하는 사람도, 심리를 진행하는 사람도, 변호하는 사람도, 감시하는 사람도 그냥 주어진 역할만 수행할 뿐 카의 소송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오로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 끝내면 된다는 듯이. 그렇게 법원이라는 거대 시스템 하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카의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불필요하고 형식적인, 이해와 납득이 불가능한 업무 처리 시스템이 생각난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된 부분들도 있지만 여전히 이 서류가 왜 필요한지, 왜 이걸 제출해야 하는지, 왜 산정 기준이 이렇고 지급 기준이 이런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국가, 정부라는 거대한 시스템은 이미 정해져 있고 아쉬운 것은 일반 시민들이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이 나서서 시스템을 바꾸는 것보다는 시스템을 따르는 것이 편하고 현명하니까. 소설을 보다 보면 카의 행동이 점점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죄가 없으니 무조건 풀려 나겠지, 잘 해결될 거야라며 낙관하다 가면 갈수록 소송에 매달리게 된다. 그 이유는 법원과 법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권위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법이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진 것으로 나오며 그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이 법이 맞는 것인가, 잘못된 곳은 없는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는 사회인 것이다. 게다가 어느 누구도 법이라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고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죄가 나올 것이라 낙관하는 게 가능할까? 잘 짜 맞추어진 톱니바퀴처럼 법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긴 하지만 톱니바퀴가 모여 만들어진 기계 자체(법)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카의 유무죄에 대한 판결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계에 달려 있는 것이다. 정체도 모르고 이해도 할 수 없는 존재(법)에 의해 삶과 죽음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카는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무의미한 노력을 계속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기에. 세계는 점점 시스템화 되어 가고 있다. 경제, 사회, 문화의 규모는 계속해서 커지고 시스템은 그에 맞춰 거대해지며 이제 모든 개인은 시스템의 부품으로써 작동한다. 예전에는 구두 장인 한 명이 하던 일을 수많은 단계로 분업화하여 일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는 하루 종일 구두 밑창만 붙이고 누군가는 하루 종일 구두끈만 끼운다. 이렇게 모든 개인이 철저히 시스템의 일부가 된 상황에서는 개인과 개인이 모여 편리함을 위해 만들었던 시스템이 오히려 개인을 억압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 낡은 시스템이 고장 났다면 개인이 아닌 시스템을 고쳐야 하지만 이미 너무 거대해져 버린 시스템을 고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개인에게 불편함을 감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소송은 소설 속 주인공 카의 모습을 통해 한 개인(요제프 카)이 거대한 시스템(법)의 부조리(죄목조차 알려주지 않음, 법에 대한 의문 제기조차 불가능) 앞에서 어떻게 농락당하고 짓밟히는지 보여준다. 물론 극단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실제로 법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그리 먼 이야기도 아닌 듯하다. 90년 전에 쓰인 고전에서 현대의 시스템과 관료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읽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카프카가 가진 미래 사회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일 수도 있고, 2019년이 1925년의 문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전자이길 희망하지만 후자가 맞을 것이다. 우리는 90년 전 소설가가 그린 곳과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소설 속 한 문장 "법원은 당신에게서 아무것도 원치 않습니다. 당신이 오면 받아들이고, 당신이 가면 내버려둘 뿐입니다."
소설) 체력단련
안녕하세요! 슬금슬금 또 나타난 optimic입니다!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네요! 솔직히 여름보다는 이런 날이 공포 이야기를 읽기에 더 좋은 거 같아요! 이번에는 단편소설을 들고 왔습니다! 별로 무섭지 않더라고 재밌게 읽어주세요! 댓글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새벽. 위병소. 도현과 민기는 위병 초소에서 경계근무를 서는 중이었다. 조금 늘어진 채로 구석에 서서 지루하다는 듯이 서 있는 도현과는 달리, 민기는 군기가 바짝 든 채로 서서 추위를 견디는 중이었다. -흐아아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도현은 지루한 표정으로 민기를 쳐다봤다. - 야. - 일병! 박 민 기! - 야씨. 새벽에 누가 그렇게 크게 말하래. 뒤질래? -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한심하다는 듯 민기를 쳐다보는 도현의 눈에는 지루함 이외의 어떤 감정도 찾을 수 없었다. 문득, 이 지루함을 깨버려야 겠다는 듯 도현의 눈빛이 바뀌며 민기에게 말을 걸었다. - 야. 재밌는 얘기 해줄까? - 재밌는 얘기 말씀이십니까? - 그래 이 새꺄. 경계하면서 잘 들어봐. 도현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 몇 년 전에 우리 중대에서 가혹행위 때문에 난리 났던 거 들었냐? - 잘 모르겠습니다. - 그 당시에 완전 고문관 새끼가 하나 있었나봐. 체력도 허약하고, 말도 못 알아먹고.. 존나 어리버리 해서 시키는 건 다 지 좆대로 하고. 도현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민기를 한번 슬쩍 쳐다봤다. 민기는 긴장한 채 호기심 섞인 눈으로 도현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 어느 날, 아침 구보를 뛰는데 그 고문관이 또 낙오를 했대. 남들 다 잘 뛰어가는데, 그 새끼만 존나 헥헥대면서 맨 뒤로 쳐져서 기다시피하면서 왔다는 거야. - 근데 선임들이 그거 보고 빡 돌아서, 존나 팬 다음에 체력 단련을 시켰다더라고. - 어떤 체력단련 말씀이십니까? 도현은 민기의 얼굴 앞에 손을 올리며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리는 시늉을 했다. - 연병장 뺑뺑이. 주말 아침부터 오후까지. - 헉...간부들한테 안걸렸답니까? - 간부들이야 주말에 출근도 잘 안하고, 당직사관들도 워낙 이 새끼가 고문관으로 유명해서 그냥 묵인했대. 선임들이 체력단련 시키고 온다고 하니까 고생하라고 그러면서. - 근데 그 때가 8월이었단다. 대가리 벗겨지게 더운 여름에, 하루종일 물도 못 먹게 하고 달리기만 하 니까 결국 오후에 걔가 쓰러졌대. - 헐... - 사실 애초에 수색대 애들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 쉬고는 못하는데, 낙오하던 애한테 그걸 시킨 게 미친거지. 한계는 이미 넘었는데도 선임들이 옆에서 때리고 욕하니까 무서워서 계속 움직였대. - 헐... - 하도 뛰다가 몸이 말을 안 들으니까 양 발을 질질 끌면서 뛰어서 연병장 라인에는 발자국이 아니라 타이어를 끈 듯이 발을 끈 자국이 가득했다더라. 온 몸이 말라 비틀어진 채로 쓰러져서 결국 그대로 죽어버리고, 우리 부대 한 번 개박살 났었다고 하더라. - 와... 선임들 진짜 너무했지 말입니다... 이야기를 하던 도현. 민기의 방탄모를 손으로 가볍게 툭툭 쳤다. - 그러니까, 내가 가끔 갈궈도,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솔직히 나 잘해주잖아? - 마.. 맞습니다! - 아 이 새끼. 마음에서 안 우러나오는 거 같은ㄷ... -탁 -탁 -타탁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도현과 민기는 잽싸게 경계 자세를 취했다. - 당직사관인가보다. 암구호 외칠 준비해라. - 알겠습니다. 발걸음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민기는 연병장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 정지! 정지! 손들어! 그러나 연병장에는 아무도 없었고, 탁탁 뛰는 발걸음 소리는 새벽 바람과 함께 점점 멀어져 갔다. - 뭐야. 당직사관 아니야? - 잘 모르겠습니다! - 아이씨. 모르면 군생활 끝나? 어둠이 깔린 연병장을 보며 긴장하는 도현과 민기. 민기는 여전히 발소리를 향해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탁 -타탁 -탁 불규칙적인 발걸음 소리는 다시 점점 가까워졌다. 도현과 민기는 긴장한 채 흔들리는 동공으로 연병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타닥! 그 때. 빠른 속도로 탁탁탁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위병소 옆을 뛰어 지나갔다. 사람인지 뭔지 모를 형체는, 군용 활동복을 입은 채 다시 어둠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 으악! 씨발 뭐야! - 소...손들어! -탁 탁 탁 탁 위병소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처럼, 발소리도 다시 희미해져갔다. - 뭐..뭐야... - 가..간부가 운동하는 거 아닙니까..? 도현은 침을 한번 삼키고 연병장을 쳐다봤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믿지 않겠다는 듯. - 넌 간부가 이 시간에, 활동복 입고 구보 뛰는 거 봤냐..? - 아...그..그럼...? -스으윽...지직 -스으윽...탁 -지익....탁 정체불명의 소리는 다시 가까워졌다. 발걸음 소리가 아닌, 무언가를 끌고 가는듯한 소리. 힘겹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롭지만 공포스러운 소리가 차디 찬 공기를 업고 위병소를 향하고 있었다. 도현과 민기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병장을 쳐다봤다. - 이 씨발 누구야!! 그만 안 해! - ...니다... -탁 - 안 그러겠...습니다... -스으윽 - 죄..송...합니다... -쿵 기괴하게 뒤틀린 얼굴이 어둠을 뚫고 빠르게 달려와 도현과 민기의 눈 앞에 나타났다. 바싹 마른 몰골에 피범벅이 된 채 이리 저리 휘어져버린 발을 끌고 위병소 안으로 들이닥친 그는 도현과 민기의 위로 쓰러졌다. - 으..으악!!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도현과 민기의 귓가에 숨을 몰아쉬며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이제 그만 뛰어...도 되..겠습..니까..?
새마음 요양원 15
안녕하세요 빙그러님들 ^^ 불금 즐기시라고 15편 올립니다.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새마음 요양원 15] 눈을 몇번을 손으로 문지르고 봤지만 창문곁에 서있던 여자는 분명 수정이었다. 놀란마음에 심호흡을 몇번 하고나서 핸드폰을 다시 꺼내 올리자 온몸에 피칠갑을 한 수정이 5층 어떤 방에 서있었다. 핸드폰의 줌을 당겨 그녀를 자세히 보자 그녀는 지현을 보면서 뭐라고 말하는 것 처럼 입모양을 움직였지만 가까이서 듣지를 못하는 그녀는 뭐라고 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었다. 지현은 혹시 몰라 핸드폰에 동영상을 재생시켜 두기로 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수정의 모습을 촬영하는 순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정지 버튼을 눌렀다. 다시 올려다본 그곳에는 수정이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에 뒤를 살펴보자 아까 한참을 찾아도 없었던 영민이 서 있었다. “ 권기자님. 어떻게 된거에요 한참 찾았잖아요. “ “ 아 미안해요 지현씨. 너무 곤히 잠드셨길래 저라도 먼저 길을 나섰어요. 그치만 좋은소식이 있어요. 지현씨가 찾고있었던 그 차량. 제가 찾은거같아요 “ “ 네? 수정이네 차를 찾았다구요? 어디에 있어요? “ “ 그 캠핑장 근처에 있었어요. 그날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우리가 못찾았었나봐요 “ “ 네? 그때 캠핑장 근처는 대충 살폈던거 같았는데…. “ “ 일단 같이 가시죠. “ 캠핑장 근처는 분명히 뒤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쪽 지리를 완벽히 모르는 지현에게는 아마 다 못가본 곳이 있는 모양이었다. 영민이 안내하는 곳으로 발길을 돌려 가려하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핸드폰 줌을 당겨 5층을 비춰봤지만 더 이상 수정의 모습은 확인할 길이 없었다. “ 핸드폰으로 왜 같은곳만 계속 찍으세요? “ “ 아… 제가 뭘 본거 같은데…. 육안으로는 잘 안보여서요. 그런데 아니었네요 . “ “ 그렇군요 . 일단 차부터 보실까요. “ 뒤를 돌아 길을 잡는 영민의 뒷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길을 나서는 지현이었다. 차를 정말로 찾은거라면 그 차안에서 어떻게든 단서를 찾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수정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비가 온 사이에 우거지게 자란 풀을 밟으며 조금씩 길을 내려가고 있는데 저멀리 캠프장 주차장이 보이는걸 보니 이 근처인 듯 했다. “ 저기에요 ! “ 영민이 소리치며 풀을 헤치고 뛰기 시작했다. 덩달아 지현의 발걸음도 급하게 바뀌어 달려가보았다. 그곳에는 렌터카로 표시된 허라고 적힌 번호판과 함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차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지현은 렌터카의 번호판과 외관을 사진을 먼저 촬영했다. 이것이 수정의 일행이 타고온 차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차 번호를 그때 적어두었다던 관리소장에게 확인을 요청해야 했다. [제주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 외관을 이리저리 살피며 촬영하던 지현은 뭔가 차량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지현은 자신이 느끼는 위화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몰라 조금 두리번 대다가 차량을 보며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째서 차량이 깨끗해 보이지 . ‘ “ 차가…. 너무 깨끗한거 같지 않아요? “ “ 차가 그분들이 타고온게 맞는지는 렌터카에 확인을 해봐야 하니까요. 현재로선 근처에 방치된 차량은 이거 한대였어요. 뭐가… 이상하세요.? “ “ 아니… 어제 비가 그렇게 많이 내렸는데 어째서 차량이 이렇게 깨끗한건지… 풀이고 흙이고 막 날라와서 더러워졌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 지현이 평소에 좋은 기자로서의 감을 갖고 있다고 자부할순 없지마 이건 누가봐도 수정의 차량이 아닌 것 같았다. 너무 깨끗하고 심지어 너무 풀을 밟고 올라온 흔적이 선명했다. “ “ 그러고보니… 좀 그런거 같기도하고… 오히려 비 때문에 좀 씻겨갔을지도요. “ “ 아니에요. 타이어도 그렇고 너무 방치된 느낌이 없어요. “ “ 그런데 아까 제가 관리자님께 물어봤을때는 주차 목록에 있는 차량이라고는 했어요. “ “ 관리소장 까지 만나셨어요? 그.. 정진규씨? “ “ 만난건 아니구 통화만요. 차 발견하고 혹시 캠프장 관계 차량일까봐 먼저 확인부터 해봤죠. 전화로 통화 했을때는 그때 목록에 적어두셨던 차는 맞다고 하셨어요. ‘ 뭔가 개운하지않는 느낌에 지현은 탐탁치 않다고 생각했다. 누가봐도 세운지 얼마 되지 않아보이는 차의 외관과 무엇보다 비가 온 후 뭉그러졌어야 하는 바퀴 자국은 아직도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찜찜함의 지현의 잔뜩 인상을 쓴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의심스러운건 어제는 그렇게 둘러봐도 찾을수 없었던 차량이 어째서 오늘은 우리가 발견할 수 있었다는 걸까. 정말 어제 없었던 게 확실할까. “ 전화를 해봐야 알겠지만 저 차는 수정이껀 아닌거 같아요. 외관도 너무 깨끗하고 보아하니 아침에 세워진 느낌이네요 . “ “ 그런가요. 저는 잘… 혹시 모르니 더 조사 해보도록 해요. “ “ 어제는 분명히 이 차 없었던거 같은데… “ 말끝을 흐리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차를 살피던 지현에게 영민이 되물었다. “ 네? “ “ 아 아니에요. 어제 빗속이었지만 차는 분명히 못봤던거 같은데. 이상하게 오늘 차량이 발견됬다는게 신기해서요. “ “ 어제는 두분이 너무 비를 많이 맞으셔서 모르셨을 거에요. 어제 전 지나가면서 이거 비슷한 차량 본거 같은데… “ “ 그랬나요? 그런데 왜 어제 말씀 안해주시고… “ “ 처음엔 저도 캠핑장 관계 차량인가 보다 했죠. “ “ 아 그러셨구나… “ 흠. 어제 이렇게 눈에 띄는 차량을 발견하고도 수연과 지현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여러모로 수상해지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취재를 도와주는 영민이 뭔가를 숨긴다고 하기엔 지현과 붙어있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었다. 카메라로 차를 여러 차례 촬영하던 지현은 혹시 몰라 핸드폰으로도 수상한 부분을 여러 곳 촬영했다. “ 일단 이 차량 여기 적혀있는 굿모닝 렌터카에 한번 더 문의해봐야겠네요 “ “ 네. 확인이 필요할거같네요, 관리소장님이 발견하신 차량이 수정이 차가 맞는지는 아직 모르니까요. “ 이슬이 내려와 서늘하게 지현의 바지를 적시고 있었다. 눅눅한 풀숲에는 불날일은 없을거라며 지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물었다. 통화를 하고 다음 조사할 곳을 정해야 했다. 핸드폰을 켜 굿모닝 렌터카의 전화번호를 누르자 영민이 지현의 핸드폰을 뺏았다. “ 제가 걸게요. 육지 잡지사에서 취재 나왔다고 하면 아마 안알려주실수도 있어요. “ “ 아 그렇네요.. 영민씨가 한번 물어보세요 그럼 “ “ 좀 추우시죠? 통화할 동안 이거라도 드세요. “ 영민은 손에서 보온병에 든 커피를 건넸다. 담배를 피던 손을 두고 나머지손으로 보온병을 잡은 지현은 아직 따뜻한 커피의 온기에 감탄했다. [ 네, 제주 향기 권영민 기자입니다. 실종자를 찾는 중인데 해당 차량이 렌트한사람 이름을 알고 싶어서요. ] [ 네. 제주 허. 4018 검정색 그랜저 차량입니다. ] [ 네? 아… 그렇군요. 이름말고 그럼 언제 렌트된 차량인지만이라도 알수 있을까요? ] [네 감사합니다. ] 전화를 끊은 영민은 지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 개인정보라서 차량 렌트인 이름까진 알려줄수 없답니다. 실종신고가 된 경우에만 협조가 가능하다고… 그대신 언제 렌트 되었는지는 알려줬는데 약 한달전이래요. “ “ 한달전이라면… 수정이가 실종된 시기랑 일치하긴 하네요. 이럴때 수연이가 있어야 하는데…수연이가 정보를 좀 더 줘야할거같은데 같이 갔던 일행들도 모르고 렌트를 누가했는지도 정확하게 모르고 애매하네요… “ “ 렌터카 회사로 가보도록 해요. 가서 어떻게서든 렌트한 일행들 정보 알아내고. 수연이네가 맞다면 이 차 문 강제로라도 개방해달라고 해서 단서를 좀 찾죠. “ 아무래도 기분이 좀 이상했다. 렌터카 회사에서 실종신고가 되지 않으면 정보를 알려줄수 없다는 말이 좀 이상했다. 기분탓인가. 뭔가 이상하게 분위기가 돌아가는 기분을 지울수가 없는 지현이었다. “ 렌터카 회사가 멀지않아요. 한 20분만 차 타고 나갔다오면 되겠어요. “ “ 그렇구요. 어서 가보도록 해요 .” 먼저 길을 나서는 지현은 아까 금방 비벼끈 담배가 생각이 나질 않는건지 기어이 한대를 또 꺼내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오는 찜찜함인지 알 길이 없으나 점점 조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았다. 한모금 길게 빨며 머리가 띵해오는 것을 느꼈지만 지현은 밀려오는 답답함을 해소할 수가 없었다. . . . 차를 타고 한참을 가던 중, 지현은 지난번에 본인이 꾸었던 수정의 꿈이 생각나 잠깐 어깨를 털었다. 그 꿈이 주는 공포가 크기도 했고 그 운전석에서 봤던 남자가 어쩐지 얼굴이 제대로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 자꾸 생각나게 했기 때문이다. “ 저기 지현씨 물어볼게 있는데요. 지현씨 자꾸 꿈에 누가 나오는거에요 ? “ “ 네?????? “ 창문을 바라보며 골똘하게 생각에 잠긴 지현에게 영민이 조심스러운 질문을 했다. “ 저번에 제 차에서 발작 하셨을때도 지현씨 엄청 목졸림 당하는거 처럼 괴로워했잖아요. 누구 부르는것처럼 하면서요. 그때 대체 꿈에서 뭘 보신거에요 ? “ “ 아.. 그날 놀라셨죠 . 제가 요즘 좀 악몽을 꾸다 보니.. 죄송했어요. “ “ 혹시… 지금 우리가 찾고있는 그 수정이라는 실종된 친구랑 관계가 있는 꿈입니까? “ “ 추측은 일단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더 조사해봐야 알거같아요 “ “그렇다면 그날은 더 무서운 꿈 꾸신거겠네요. 괴로워 하셨잖아요. “ “ 네. 수정이가 누군가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꿈이었어요. 그때 전 잠들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분명 옆에 있는게 영민씨 인줄 알았는데 글쎄 운전석에 다른 사람이 있지 뭐에요… “ “ 운전석에 있던 사람 혹시 …. 인상착의 생각나세요 ? “ “ 아니요. 꿈에서 깨고 나니까 얼굴은 잘 기억이 안나요. “ “ 그렇군요……….. 실종자가 그사람들한테 당했다고 생각하세요? “ 엇.? 뭔가 이상했다. 영민의 대화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자연스러운 대화라고 생각되는데 뭐지. 이 부자연스러움은.. 지현은 생각했다. ‘ 난 여럿이라고 말한적이 없는데… ‘ “
실화) 고문관
안녕하세요! 반나절도 되지 않았지만 다시 돌아온 optimic입니다! 이렇게 하루에 두 번이나 글을 올리게 된 건. 제가 대학교에서 졸업하기 전에 연습용으로 썼던 단편 시나리오를 찾았기 때문입니다! 군대에서 같이 훈련소에 있었던 옆 생활관 동기가 들려 준 이야기를, 제가 시나리오 형식으로 옮겨 적었던 건데요. 노트북에서 오랜만에 보게 되어서, 여기에도 올리면 나름 신선하지 않을까 해서 올려봐요! 평소 제가 쓰던 방식이 아닌, 드라마, 영화 등의 대본과도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혹시나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고문관 -나레이션 : 이 이야기는 군 복무 시절 겪었던 이야기다. 점심시간.) ‘정병 육성’이라고 씌어진 빨갛고 검은 모자를 눌러 쓴 머리가 보인다. 조교 : 빨리 빨리 안 움직이나! -나레이션 : 당시 나는 훈련병이었고... 훈련병들. 급하게 생활관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성열. 그 무리 중간에서 미처 다 신지 못한 한쪽 전투화를 구겨신고 문 밖으로 뛰쳐나간다. 점심시간.) 생활관 현관 앞. 약 20여명의 훈련병들. 오와 열을 맞춰 2열종대로 집합해 있다. 맨 뒤에 서 있는 성열. 성열의 옆자리만 비어 있다. 그 앞에서 허리춤에 두 팔을 올린 채 훈련병들을 마주보고 화난 표정으로 서 있는 조교. -나레이션 : 내 전우조는 고문관이었다. 지환. 엉거주춤한 자세로 헥헥거리며 훈련병들을 향해 뛰어오는 뒷모습. 전투복 윗단추는 풀려 있고, 고무링도 미처 채우지 못한 모습이다. 지환. 성열의 옆에 서서 헥헥거리며 눈치를 본다. 조교. 지환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본다. 조교 : 김지환. 김지환 : 62번 훈련병 김 지 환! 조교. 한숨을 내쉬며 지환에게 삿대질을 한다. 조교 : 야. 구라치고 뺑끼 칠거면 적어도 열심히는 해라. 지환. 빳빳하게 차렷한 자세. 조금 분한 듯한 표정이다. 지환 : (큰 소리로) 죄송합니다! 조교. 빠른 걸음으로 훈련병들을 지나쳐 걸어간다. 2열종대로 서 있는 훈련병들. 여전히 굳은 자세로 차렷. 조교 : (훈련병들을 지나쳐 가면서 쳐다보지도 않고) 밥 먹으러 가라. 조교. 지환의 옆을 지나갈 때 지환을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한 마디 한다. 조교 : 씨발. 구라쟁이 새끼. 취사장.) 훈련병들이 각자 자리에 앉아 식판을 앞에 두고 식사를 하고 있다. 식사할 때도 경직된 채 한 손으로만 포크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는 모습. 그 사이에서 나란히 식판을 두고 앉아있는 성열과 지환. 맛있게 밥을 먹는 성열과는 달리, 지환은 여전히 분한 표정으로 힘없이 밥을 푼 숟가락을 들고 있다. -나레이션 : 지환이가 처음부터 고문관이었던 건 아니었다. 오후 2시. 신병교육대 행정반. ) 소대장이 다리를 꼬고 의자에 몸을 약간 뉘인 채로 앉아 있다. 무언가 거슬리는지, 짜증이 올라온 표정. 한 손에는 생활기록부를 들고, 한 손은 찌푸려진 미간을 누르고 있다. 책상을 두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지환. 긴장한 표정으로 허리를 편 채 앉아있다. 소대장 : 김지환. 이거 사실대로 쓴 거 맞아? 지환. 허리를 꼿꼿하게 피며 대답한다. 지환 : 네! 그렇습니다! 소대장. 더욱 찌푸려진 미간을 쓰다듬으며 지환에게 말한다. 지환에게 시선을 두지 않고, 생활기록부만 보고 있다. 소대장 : 엄마가 무당이고, 너는 귀신을 본다고? 지환 : 네! 맞습니다! 소대장. 생활기록부를 소리 나게 책상 위에 내려놓으며 지환을 노려본다. 소대장 : 야. 씨발 내가 너 같은 놈들 한두 명 보는 줄 알아? 지환. 움찔 하며 놀란 표정으로 소대장을 똑바로 쳐다본다. 소대장. 눈을 부라리며 지환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혐오감이 섞인 표정과 위압적인 행동. 소대장 : 군대는 존나게 가기 싫고, 뺑끼 칠 만한 건 없고, 만만한게 귀신이지. 존나 지랄하고 있네. 지환 : 아닙니다! 전 진짜..! 소대장. 지환의 말을 자르며 소리친다. 소대장 : 아가리 안 닥쳐!? 소대장. 지환의 앞으로 마주보며 선다. 앉아있는 지환을 앞에서 서서 내려다보는 소대장. 팔을 허리에 얹고, 위협적인 기세를 풍긴다. 소대장 : 너 이새끼야. 넌 나한테 찍혔어. 어디 한번 보자. -나레이션 : 그 때부터 지환이는 모든 조교들의 집중 감시를 받았다. 지환. 앉은 채로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다. 억울하고 분한 표정으로 몸을 살짝 떤다. -나레이션 : 나는 그 때 알았다. 저녁. 점호시간.) 훈련병 생활관. 20여명의 훈련병들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있다. 성열과 지환. 다른 훈련병들과 마찬가지로 앉아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나레이션 : 군대에서도, 아니 군대가 사회보다 남의 시선이 훨씬 무섭다는 것을. 지환을 제외한 모든 훈련병들이 까맣게 변한다. 암흑천지의 사방에 박힌 수 많은 눈들만 커다랗게 뜨인 채로, 모든 눈동자가 지환을 노려보고 있다. 저녁 점호시간. 생활관. ) 당직사관 완장을 팔에 찬 소대장이 문 앞에 짝다리를 짚고 서 있고, 훈련병들은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 소대장 : 아픈 사람 없지? 훈련병들 : 없습니다! 소대장. 앉아 있는 재환을 힐끔 쳐다보며 말한다. 한쪽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비웃고 멸시하는 표정. 소대장 : 귀신 보이는 사람 없지? 훈련병들. 재환을 쳐다보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비웃는 듯한 표정들과 피식거리며 웃는 훈련병들. 그 사이에서 걱정스러운 듯 재환을 곁눈질하는 성열의 모습도 보인다. 훈련병들 : 없습니다! 소대장. 여전히 비웃음을 거두지 않은 채로 몸을 돌린다. 등 뒤로 나지막히 들리는 지환의 목소리. 소대장 : 그럼 이상. 지환 : ...보여드리겠습니다. 소대장. 나가려다 멈칫하고 고개만 까딱 돌려 지환을 쳐다본다. 소대원들. 어이없다는 듯 지환을 쳐다본다. 소대장 : 뭐라고? 지환. 눈에 독기가 가득 찬 얼굴로 앉은 자세 그대로 소대장을 노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잘근잘근 씹어뱉는 듯한 느낌으로 말한다. 지환 : 소대장님께서 못 믿으시는 그거... 제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소대장. 지환의 눈을 본다. (지환의 얼굴 클로즈업. 마치 귀신같이 한기가 서린 눈.) 흠칫하지만, 이내 시선을 거두고 빠르게 나간다. 소대장 : 미X놈. 늦은 밤. 불 꺼진 생활관.) 훈련병들. 모포를 덮고 단잠에 빠져 있다. 생활관 문 앞에 단독군장을 한 채 불침번 근무를 서는 성열. 생활관 맨 안쪽에는 굳은 표정의 지환이 단독군장을 하고 서 있다.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환을 바라보는 성열. 굳은 표정으로 자꾸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는 지환. 성열 : (혼자 생각한다) 지환이.. 괜찮을까... 여전히 지환은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며 두리번거리고, 성열은 지환을 바라보며 눈이 살짝 풀린 채로 서 있다. 성열 : (혼자 생각) 아... 졸리다... 눕고 싶다... 순간. 반쯤 감긴 성열의 눈에 보이는 생활관 모습. 머리를 풀어헤치고 얼굴이 일그러진 채 상체만 남아 생활관 공중을 떠도는 귀신 몇몇이 지환의 주변을 돌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성열.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뜬다. 정면에는 아까와 똑같이. 그러나 시야에 지환이 없다. 시선을 밑으로 내리자 웅크린 자세로 고개를 숙인 채 귀를 막고 있는 지환의 모습이 보인다.. 성열. 오싹한 느낌에 살짝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 있다. 그 때. 생활관에서 들리는 소대장의 비명에 고개를 돌린다. 소대장 : 으..으아! 뭐야! 생활관에서 보이는 행정반.)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리고, 소대장이 놀란 표정으로 허겁지겁 성열을 향해 뛰어온다. 소대장. 생활관 앞으로 와 놀란 표정으로 성열을 향해 소리친다. 소대장 : 방금 뭐야! 누가 소리 질렀어! 성열 : (당황한 듯한 표정) 어떤 소리 말씀이십니까? 소대장. 인상을 찌푸리고 성열을 다그친다. 소대장 : 행정반까지 그렇게 크게 여자 비명소리가 들렸는데 못 들었다고? 성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굳은 채 소대장을 향해 되묻는다. 성열 : ...‘여자’ 비명 말씀이십니까..? 소대장. 성열의 말을 듣고 표정이 굳은 채, 겁에 질린 듯 몸을 살짝 떤다. 그리고 뭐에 홀린 것처럼, 고개를 서서히 돌려 생활관 안을 쳐다본다. 소대장의 눈에 보이는 생활관. 곤하게 자고 있는 훈련병들. 그 가운데 복도에서 어느 새 일어선 채로 묘하게 미소를 지은 채 서 있는 지환. 지환. 서서히 귀를 막았던 양 손을 내린다. 비명이 들렸다기엔 너무나 적막한 생활관. 소대장 : (넋이 나간 듯 생활관을 보며 중얼거린다.) 그렇게 큰 비명이 들렸는데, 아무도 안 깼다고...? 겁에 질린 소대장의 얼굴. 혼자 서 있는 지환과 눈이 마주친다. 서 있는 채 오싹한 미소를 짓고 있는 지환의 주변으로, 아까 성열이 본 귀신들이 소대장의 눈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다. 생활관 전체에 곳곳에서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귀신들. 머리가 반쯤 깨진 채 군복을 입은 남자, 눈코입에서 피를 흘리며 웃는 여자, 온 몸에 포탄이 박혀 고통스럽게 몸을 뒤트는 여자... 모두가 잠들어 있는 훈련병의 귀를 막은 채. “꺄아아아아악” 하는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는 소대장의 뒤엔, 주저앉은 채 떨고 있는 성열의 모습. 소대장 : (겁에 질린 목소리로) 이...이게 대체 무슨... 공포에 질린 채 서 있는 소대장의 어깨를 뒤에서 감싸는 창백하고 마른 손. 오싹한 느낌에 서서히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소대장. 피범벅이 된 채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커다란 구멍만 있는 여자 귀신이 입을 찢어져라 크게 벌리며 “끼야아아악” 소리를 지른다. 소대장 : 끄아아아악!! 소대장. 눈을 까뒤집으며 뒤로 넘어간다. 바닥에 쓰러지는 소대장. 성열. 덜덜 떨면서 구석에서 겨우 고개를 든다. 소대장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지환. 지환. 소대장 앞에 싸늘한 표정과 점호시간에 보였던 독기어린 눈을 하고 서 있다. 지환 : (소대장을 보면서 표정의 변화 없이, 나지막하게) 내가 보여준다고 했잖아. -나레이션 : 며칠 후, 소대장은 국군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대장. 공포에 떨며 미친 사람처럼 휴지를 찢고 뭉쳐서 귀에 쑤셔넣는다. 귀 주변은 상처투성이. 소대장의 자리에는 피가 묻은 채 뭉쳐진, 귀에 넣었던 것으로 보이는 작은 휴지뭉치들이 사방에 버려져 있다. -나레이션 : 소대장이 이송된 후, 지환이도 훈련소에서 나갔다. 지환. 군용 더블백을 맨 채로 생활관 문 앞을 나가는 뒷모습. 지환. 나가려다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생활관 내부를 바라본다. 소대원들은 살짝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지환의 시선을 회피한다. 성열. 어색한 표정으로 지환의 눈을 피한다. -나레이션 : 그 후로 소대장과 지환의 소식은 알 수 없었고, 나는 별 일 없이 군생활을 마친 후 전역을 했다. 성열. 자리에 앉아 있다 책상 위의 노트북을 덮으며 일어난다. -나레이션 : 이젠 지난 일이지만... 다시 없을 기이한 경험이었다. 성열. 불이 꺼져 어두운 방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다. 눈을 감고 잠이 든 성열의 바스트 샷 클로즈업. 잠이 든 성열의 두 귀를 어둠 속에서 창백하고 마른 두 손이 나타나 감싼다. ---------------------- 실제로 저희 훈련소에서 한 명이 저렇게 나갔었고, 그 친구와 같은 생활관이었던 저희 동기가 해준 이야기여서 저는 막상 쓸 때는 정말 재밌게 썼고, 오싹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글을 올리기 전에 다시 읽어볼 때는 뭔가 재미가 부족한 거 같고, 별로 안 무서운 거 같고 그러네요...하하..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세요! :) 감사합니다! 좋아요와 댓글은 다음 편을 더 빨리 불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