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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떠나 모험 택한 PD들 성적표

잘 다니던 지상파 방송국을 뒤로 한 채 모험을 택한 PD들이 있다. 이들의 발길이 향한 곳은 종편, 케이블, 또는 중국이다.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쉽게 용기를 못 낼 일이다.
‘안정적인 삶’을 등지고 새롭게 시작한 곳에서 PD들은 성공적이었을까. 지상파의 품을 떠나 과감히 도전을 택한 PD들. 누군가는 지상파 드라마국에 있을 때보다 훨훨 날았고, 누군가는 전작에 비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종편 택한 PD들

현재 JTBC에서 활동 중인 안판석 PD는 지상파의 스타 PD였다. MBC ‘하얀거탑’으로 대성을 거둔 그는 JTBC로 거취를 옮긴 후 김희애와 이성재 주연작인 ‘아내의 자격’을 내놨다. 그 당시만 해도JTBC는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생’ 방송사나 다름없었다. 그야말로 안판석 PD는 모험을 택한 것이다.
‘아내의 자격’은 지상파 드라마에 비하면, 당연히 높은 시청률은 아니었다. 그러나 플랫폼이 지상파처럼 확대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최고 시청률도 3.4%를 기록했다.
이후 안판석 PD는 ‘밀회’로 종편 드라마 중 최고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기록했다. 아직까지 JTBC를 대표하는 드라마로 불리고 있을 정도다. 안판석 PD의 섬세하면서도 위트가 묻어나는 연출은 다시 재조명됐고, SBS의 러브콜을 받아 ‘풍문으로 들었소’(2015)를 연출했다.
MBC와 SBS를 오가며 활동한 이태곤 PD 역시 지상파를 떠나 JTBC로 이적, ‘인수대비’ ‘네 이웃의 아내’등을 연출했다. 또 지난해 방송된 ‘사랑하는 은동아’로 멜로 감성이 듬뿍 묻어난 작품을 내놨으나, 화제성에 비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다.
KBS ‘빅맨’을 연출한 지영수 PD 역시 지난 해 JTBC로 터전을 옮겼다. 첫 작품은 ‘순정에 반하다’였는데,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였으나 성적 면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방송 예정인 이선균 주연의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연출을 맡아 성공적인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 성공적인 모험은 ‘케드’였나

지상파를 떠난 PD들이 활개를 펼친 곳은 바로 케이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날이 갈수록 ‘케드’는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신원호 PD가 대표적인 예다. KBS ‘올드 미스 다이어리’로 연출력을 호평 받은 그는 tvN으로 옮긴 뒤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그 시대의 추억과 향수를 부르는 휴먼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로 연속 히트를 쳤다. 특히 지난 해 방송된 ‘응답하라 1988’은 최고 시청률 18.8%로 ‘케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케이블로 이사를 간 뒤, 더욱 실력을 인정받는 PD는 김원석이다. KBS ‘성균관 스캔들’(2010)로 박유천, 유아인, 송중기 등 당시 잘 나가는 20대 배우들을 한 데 모았으나 화제성만큼 시청률이 잘 나오는 편은 아니었다. 혹자는 김원석 PD가 기대 이하인 ‘성균관 스캔들’의 성적으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말했다.
그런 김원석 PD는 Mnet 뮤직드라마 ‘몬스타’로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대박이 터진 건, ‘미생’부터였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로 최고 시청률 8.2%를 찍었다. 그로부터 약 1년 만에 연출을 맡은 ‘시그널’로 보란 듯이 대박을 터뜨렸다. 12.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경쟁작인 JTBC ‘마담 앙트완’을 보기 좋게 무너뜨렸다.
송현욱 PD 역시 김원석 PD와 마찬가지로 케이블로 옮긴 뒤 잘 풀린 유형이다. KBS ‘해운대 연인들’로 그닥 성과를 내지 못한 그는 ‘또 오해영’을 만나 제대로 활개를 폈다. 심야 시간대에 방송되는 월화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인기를 얻었다. 송현욱 PD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 역시 호평을 얻었다.
현재 ‘굿 와이프’ 연출을 맡은 이정효 PD는 일찌감치 지상파를 떠났다. SBS ‘산부인과’를 끝으로 tvN으로 직장을 옮겼다. 현실적인 연애를 담은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의 연출을 맡으며 세련된 미장센을 과시했다. ‘굿 와이프’에서도 이정효 PD의 세련된 연출력은 빛난다. 이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4.5%로, 잔잔한 순항 중이다.

-중국으로 갑시다! ‘차이나드림’

그런가하면, 몇 스타 PD들은 돌연 중국행을 택하기도 했다.
‘주군의 태양’ ‘닥터 이방인’등 흥행작을 내놓은 진혁 PD는 중국드라마인 ‘비취연인’을 연출했다. 한국배우 출연자는 이종석으로,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국내에서도 전 연령대를 사로잡는 보편적인 연출력을 지닌 진혁 PD의 중국 드라마는 어떨지(아직 뚜껑을 열지 않았지만) 국내외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로 최고 시청률 28.1%를 기록하며 스타 감독 반열에 올라선 장태유 PD는 중국에서 영화를 찍었다. 야오천, 곽부성 등 현지에서 톱스타인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개봉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렇게 드라마 PD들이 중국에서도 활동 영역을 넓히는 이유는 한류 콘텐츠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중국에서도 연출자를 향한 섭외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드라마 시장에 비해 서로의 역할이 정확히 배분돼 있는 게 장점으로 작용되고 있다.
“PD가 그 드라마의 책임자라기보다는 한 명의 스태프로 여겨지고 있다. 직접적으로 캐스팅에 관여하는 일은 드물다. 그러나 그만큼 연출자는 연출자의 몫만 해내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 (방송관계자 A씨)

# PD들은 왜 모험을 택하나

이처럼 PD들이 안정적인 ‘직장’처럼 보이는 지상파 방송국을 뒤로 한 채 새 길을 찾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능력발휘를 위함이다. 자신의 능력이 조금이라도 더 인정받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국은 아무래도 조직체계와 라인이라는 게 존재한다. 아직까지는 신생 PD들이 목표를 향해 높게 올라갈 수 없는 구조다. 성공에 대한 욕심이 있는 PD라면, 당연히 자신의 능력이 좀 더 인정받고, 발휘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싶은 것이다.” (드라마국 관계자 B씨)
또 좀 더 좋은 조건의 계약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마치 직장인들이 이직을 할 때,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을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지상파에서 받는 계약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 PD들을 영입하기도 한다. 사실 상, 지상파에 소속돼 있다고 해도 삶의 안정을 찾는 건 아니지 않나. (금액적으로) 더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는데 굳이 마다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방송 관계자 C씨)
사실 과거에는 지상파 드라마 PD들이 '회사'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기반을 다지는 것에 대해 '해당' 지상파 방송국은 반기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이들을 바라보는 지상파 방송국의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 서로 ‘윈윈’하자는 전략이다.
“실력이 좋고, 한류스타급으로 ‘네임밸류’가 있는 PD들이 이곳 저곳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해서 굳이 방송국에서 못마땅하게 여기지는 않는다. 요즘은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아닌가. 방송국 내부에 있는 PD보다, 더 능력이 좋다면 당연히 인정을 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뭐, 맘대로 휘두를 수야 없겠지만 그만큼 ‘이름값’을 하지 않겠나.” (드라마국 관계자 D씨)
사진 = tvN '굿 와이프'·SBS '별에서 온 그대'˙'비취연인'포스터, '시그널' 스틸
양지원기자 jwon04@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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