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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의 경제학···수면 부족으로 인한 손실이 75조원?

지난 주말 책을 보면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수수께끼 책에 있는 문제를 내며 맞춰보라고 졸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일단 모르는 척 했죠. 그랬더니 ‘아빠는 그것도 몰라. 정답은 눈꺼풀이야’하고 활짝 웃더군요. 딸아이의 재롱 덕분인지 방금 전까지 밀려오던 졸음이 싹 달아나더군요.
후덥지근한 날씨가 밤까지 이어지면서 저처럼 낮에도 꾸벅꾸벅 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말 등 쉬는 날이라면 상관없겠지만 주중에 밀려드는 졸음 때문에 주체를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혹시 상사에게 들킬까봐 모니터 앞에 마우스만 클릭하는 척하면서 조는 사람도 있고 커피를 연신 마셔대며 졸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경우도 있죠. 화장실이나 휴게실로 몸을 숨겨 꿀맛 같은 낮잠을 즐기는 직장인들도 있습니다. 물론 들통 나는 날에는 각오를 해야겠죠.
그런데 이같은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히 낮잠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회사차원에서 낮잠을 권하기 때문이랍니다. 아니 바쁘게 일해야 하는 시간에 낮잠을 허락하는 이유가 뭘까요.
‘한국의 구글’로 불리는 건설·기계분야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 마이다스아이티는 400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에게 매일 낮잠을 권하고 있습니다. 그냥 잠만 자라는 것도 아닙니다.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1시10분까지는 사무실 안의 모든 조명을 끄고 소음을 내는 것도 금지합니다. 또 편하게 낮잠을 잘 수 있도록 뒤로 완전히 젖히는 고급 요추의자와 목베개를 나눠준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불편하면 옥상에 설치된 안마의자나 수면실에서 잠을 더 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 덕분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30~40분 안에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20~30분씩 낮잠을 자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중견 여행업체 여행박사 직원들도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낮잠을 즐길 수 있습니다. 연차를 시 단위로 쪼개 쓸 수 있는 시간 연차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낮잠을 자고 싶으면 한두 시간의 연차를 내고 사내 수면실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참 부럽죠. 혹시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이니 이런 제도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듯합니다. 그런데 대형 보험사인 ING는 매일 오후 2시가 되면 20분 동안 ‘오렌지 파워 냅’ 시간을 갖습니다. 사무실의 불을 끄고 낮잠을 자는 거죠.
꿈의 복지를 자랑하는 구글코리아를 비롯해 한국MS, 한국IBM 등 외국계 회사들도 직원들의 낮잠을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충분히 자야 건강한 것은 물론 일의 효율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미 여러 연구에서 낮잠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빈센트 월시 교수는 지난 2014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매일 30~90분 간의 낮잠이 업무 효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준다는 밝혔습니다.
월시 교수는 “우리는 산업 혁명 이후 낮에 1~2시간 자는 대신 밤에 잠을 몰아 자야한다는 관념에 사로 잡혀 낮잠의 이점을 간과해왔다”며 “두뇌에 휴식을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매일 오후 낮잠을 잔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낮잠을 40분 즐긴 비행사와 휴식을 하지 못한 비행사를 관찰한 결과, 낮잠을 즐긴 쪽이 각성도 100%, 작업효율 34%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연구 결과에서도 점심 전 60~90분가량 낮잠을 자면 밤에 8시간 수면을 취한 것처럼 사고력이 회복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독일 자클란트대가 낮잠을 45분간 취한 뒤에는 기억력을 측정한 결과에서는 최대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기억력을 강화하는 특정 뇌파인 ‘순정방추’가 낮잠을 자는 동안 활발해져 뇌가 새로운 주입한 정보를 정리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낮잠의 이런 효능을 미리 알았던 위인들도 많았습니다.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윈스턴 처칠은 독일의 미사일이 날아드는 상황에서도 낮잠을 즐기는 것은 빼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2차 대전이 끝난 후 그 힘든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매일 낮잠을 잔 덕분이었다고 할 정도였죠.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히틀러가 패한 것은 처칠처럼 낮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던 록펠러 이야기도 낮잠 신봉자로 유명합니다. 록펠러는 매일 오후 사무실에서 30분간 낮잠을 즐겼는데 이 시간에는 대통령이 불러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 덕분에 록펠러는 어마어마한 부를 쌓아올리면서도 98세까지 장수했다고 합니다.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유럽을 정복했던 나폴레옹,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매일 낮잠을 즐긴 낮잠마니아였다고 합니다.
반면 수면 부족일 경우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의 국민수면장애연구에 따르면 종업원의 수면 부족에 따른 사고와 생산성 감소로 발생하는 미국의 경제적 손실은 연간 무려 15억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2013년 미국 하버드의대의 연구 결과는 이보다 더 많습니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미국의 생산성 저하가 연간 632억달러(약 7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한 것이죠.
잠 부족하기로는 둘째라면 서러울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짧으니 근로자의 수면 부족이 한국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은 미국 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대한수면의학회의 2010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로 손실시간은 근로자 1인당 연간 711시간 31분으로 이에 따른 손실액은 연평균 1586만4365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근로자 평균 연봉의 3분1이 손실이라니 생각보다 엄청 크죠.
잠이 부족할 경우 도덕성에 치명적인 결과를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의 마이클 크리스천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와 알렉산더 엘리스 애리조나대 교수가 간호사와 학생의 수면 부족이 혁신적인 생각이나 리스크 분석, 전략적 기획 등을 요구하는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는 지를 연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수면부족이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일탈과 비윤리적 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죠. 수면 부족에 시달린 간호사들은 환자들에게 무례하거나 부적절한 반응들을 보였고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감독관이 없을 때 약속된 참가비보다 더 많은 돈을 가져가려고 하는 비윤리적인 행동 패턴을 보였다고 합니다. 수면 부족이 단지 업무상의 실수를 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에 막대한 경제적·도덕적 손실을 가져올 수 있는 비리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 때문에 선진 기업들은 직원들의 숙면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근무시간의 20%를 낮잠 시간으로 지정, 수면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나이키도 사내에 ‘콰이어트 룸(quiet room)’을 만들어 직원들의 수면을 보장하고 있죠.
페이스북은 사무실 곳곳에 ‘낮잠 캡슐’인 ‘에너지팟(Energy Pod)’을 설치해 직원들이 편안한 낮잠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공식 낮잠을 도입한 기업들은 6% 수준에 불과하지만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미국 최대 보험회사 애트나의 마크 버톨리나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충분히 자지 못하면 판단력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숙면이 기업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근거도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어떨까요. 앞에서 소개했던 직장인들은 아직까지는 정말 특별한 사례죠. 지난해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남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낮잠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려 97.3%가 근무 시간에 졸음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쏟아지는 졸음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다는 대답도 무려 76.4%에 달했습니다. 졸거나 업무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금기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성을 강조하는 요즘 트렌드에 맞게 이런 금기도 깨야 하지 않을까요. 직원들의 건강은 물론 업무에도 이렇게 지장을 줄 정도면 낮잠을 공식화하는 것이 어떨까요.
다행스럽게도 노조가 있는 회사라면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강력하게 요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또 부서별로 낮잠을 도입하는 것을 건의할 수도 있고요. 불가능하다 싶으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좋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낮잠카페를 이용한다거나 ‘시에스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화관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낮잠을 효과적으로 자는 방법도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우선 낮잠을 자기 직전에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성분은 밤잠을 설치게 할 수는 있지만, 낮잠엔 도움이 된다는 군요.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커피를 마신 뒤 30분 뒤에 가장 높게 발휘되기 때문에 커피를 마시고 나서 30여 분간 낮잠을 자고 깨어나면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낮잠은 알람을 맞춰 놓고 20~30분만 짧게 자야 합니다. 30분 이상 자게 되면 깊은 잠에 빠져 쉽게 깨어나기 힘든 상태가 돼 업무에 지장을 준다고 합니다.
자세도 중요합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등받이에 기대서자는 것이 좋습니다. 가급적 머리 받침이 있는 의자에서 허리를 곧게 펴고, 등받이에 편하게 기댄 자세가 가장 적합합니다. 엎드리거나 고개를 숙이는 자세는 목과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으니 피해야 합니다. 낮잠을 잔 후에는 목을 양 옆으로 눌러주거나 기지개를 켜듯 팔을 뻗어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업무에 복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낮잠에 대해 부정적인 분들에게 처질이 남긴 말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낮에 잠을 잔다고 해서 일을 덜 할 것이란 생각은 버리세요. 상상력이 없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어리석은 개념이죠. 당신은 훨씬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이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한시간반 정도만 낮잠을 즐긴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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