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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어떻게 EU와 결별할까?

Brexit의 역사적인 의미가 어떻느니, EU의 미래가 어떻느니 하는 기사는 재미가 없다. 거시적인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 성격도 있겠으나, 생각할 거리를 안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글이 나오면 반갑다. 실제로 영국이 어떻게 EU와 이별할지, 그 난제를 하나 하나 짚어주기 때문이다.
이 글은 총 6가지의 난제를 얘기하고 있다. 아래와 같다.
1) 리스본 조약 제50조 2) EU와의 FTA 3) 임시 협정 4) WTO 가입 문제 5) 제3국과의 FTA 6) 외교안보의 활용
어떠신가? 전에 썼던 것처럼(참조 1) Brexit에는 “Exit”와 “Hard Exit”가 있을 따름이다. 이때 얘기했듯 탈퇴 협상은 2017년 초까지는 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 글에는 2019년 영국 총선을 거론했는데, 미처 생각 못 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2019년 6월에 EU 의회 선거도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2020년에 EU 예산회기가 종료되기 때문에 2019년에는 재미나는 뉴스가 많다는 사항도 있다.
난제 1번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항. 위와 같은 문제들 때문에 탈퇴 협상이 2년을 넘을 수도, 넘어서도 아니 된다.
다만 리스본 조약 제50조가 너무 엉성하기 때문에 탈퇴 협상을 하면서 동시에 EU와 FTA 협상도 같이 하면 시간도 벌고, 공백(!) 기간도 줄이고 좋잖느냐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전에 썼던 것처럼(참조 1), “노르웨이 모델(EEA)”은 선택이 될 수 없고, 다른 누구도 아닌 미셸 바르니에(참조 2)가 탈퇴협상의 EU 책임자가 됐기 때문에 동시 FTA 추진은 선택이 될 수 없을 듯 하다.
아니, 뭣보다 투스크 EU 상임이사회(정상모임) 의장이 잘라 말했다. 탈퇴 이전에 FTA 협상은 없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뭔가 제대로 된 무역 협정을 맺기 전에 “임시 협정”으로 버티면 안 될까… 이건 노르웨이 모델 채택과 별 다를 게 없으니 역시 선택이 될 수 없다. 갱신하지 않는 조건으로 몇 년만 EEA! 할 수도 있겠다만 기존 EFTA 회원국들이 좋아할리 만무하다. 역시 NO.
단기적으로 영국이 믿을 곳은 WTO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조차 쉽지 않다. 그냥 EU의 양허일정(참조 3)을 그대로 복붙할 수 있겠다만, 그러면 EU 탈퇴의 의미가 없다. 영국 국내 업계 사정에 따라 조정하고 협상해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WTO의 의사결정 형태가 바로 163개 회원국의 만장일치이다. EU 탈퇴협상보다도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참조 4).
에라 모르겠다. (예를 들어서 제3국인) 한국과 FTA나 체결해 보자. 한국 입장에서? Well… EU 탈퇴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WTO 가입 조건이 어떻게 확정되는지부터 봅시다. 아, EU-FTA 조항 복붙하면 되잖겠소? 어허… 6월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잖습니까?
게다가 EU 협정상 탈퇴 전까지 기술적으로 영국은 회원국이다. 탈퇴 전까지는 제3국과 FTA 협상도 정식으로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핵미사일을 쏜다.
…?!
영국이 갖고 있는 우위인 외교력과 안보를 활용하여 무역협정을 좀 빠르게, 혹은 영국에게 유리하게 진행 시킨다는 복안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NATO 발언과 다를 게 별로 없겠다(참조 5).
이거 뭐, 하나같이 영국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그러나 “내가 뭐랬어…”라고 하기 전에, 영국에게 유리한 상황도 있음을 아셔야겠다.
첫째. EU와의 FTA가 캐나다-EU FTA 협상보다는 훨씬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어차피 같은 법과 제도를 공유하던 사이니까 말이다. 두 번째. 영국은 유럽에 있어서 미국의 역할이다. 대륙 국가들의 무역흑자를 온몸으로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독일 내 기업들은 영국을 살살 대해야 한다고 정부에게 압력을 넣고 있다. 물건 사 주는 쪽이 갑 아니겠나.
그리고 세 번째이자 결론. 차라리 hard exit가 낫다. 메이 총리의 Brexit means Brexit가 바로 그 의미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쪽이 그나마 불확실성을 줄이는 한편, 수반되는 협상을 더 빠르게 진척시킬 수도 있다. 2020년이면 지금 Brexit의 충격이 많이 사라질 만한 미래이다. 그때가 되면 원더키디도 등장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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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조
1. 이제는 받아들여라(2016년 7월 3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4239791939831
2. Michel Barnier: An outsider fighting Brussels’ corner: https://next.ft.com/content/403d2bda-53f5-11e6-9664-e0bdc13c3bef 브뤼셀 소문으로는 융커 EC 의장의 영국에 대한 “복수”가 바로 마셸 바르니에 임명이라고 한다.
3. WTO에 가입하려면 가령 쌀 개방 10년 유예, 이런 식으로 각자 양허 일정을 짜야 한다.
4. 가령 양고기 양허 관련해서 뉴질랜드가 영국에게 NO를 시전할 수 있을 것이다.
5. 러시아가 에스토니아를 침공한다면?(2016년 7월 28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4304576754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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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어째서 산업혁명에 뒤쳐졌을까?
금요일은 역시 역사지. 심심해서 써 보는 유럽사이다. 전형적인 역사 이야기가 아닌 기사본말체(紀事本末體)이니 한 번 보시기 바란다. 발단은 넷플릭스의 드라마, “마드리드의 모던 걸(Las Chicas del Cable, 참조 1)”이다. 이 스페인 드라마의 배경은 1920년 초반, 스페인 최초의 전화통신 회사인데 연대를 잘 보시라. 미국에서 벨 전화회사가 생긴 연도가 1877년이고 이미 19세기 후반까지 영국, 프랑스에는 다 퍼졌었으며 1927년에는 심지어 대륙간 무선 전화(미국 버지니아와 프랑스 파리의 에펠 탑, 참조 2)까지 현실화됐었다. 유선은 이미 미국과 영국이 최초로 한 적 있었고 말이다. 스페인도 유럽 국가이니 당연히 근대 산업화로 나아가는 건 맞는데 왜 느렸을까? 물론 교과서에 답이 있긴 합니다. 식민지에서 들어온 막대한 금은보석(즉 금융자본의 융성)이 산업 육성(즉 산업자본의 발달)을 늦췄고, 그에 따라 열강에서 탈락했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나 정답이라서 시시하다. 더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이유는 없었을까? 크게 보면 19세기 당시, 첫 번째, 역사적 우연성(스페인 국내적 사정)이 있겠고, 두 번째, 사회적 우연성, 세 번째, 지리적 우연성(산업화 조건이 안 맞었다는 점)이 있겠다. 여러모로 역사는 조건도 조건이지만 우연이 많이 좌우하는 느낌적 느낌. --------- 19세기 스페인의 역사적 우연성, 정치적 혼란 때문에 못 했다. 19세기는 나폴레옹으로 시작된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에 쳐들어와서 10여년 후 퇴출될 때, 스페인도 프랑스처럼 부르본(…) 왕조로 다시 왕정복고가 이뤄지는데 이때 프랑스는 스페인에게 새로운 프랑스식 헌법이라는 선물(?)을 안겨다줬었다. 이게 상당히 자유주의를 가미하고 있었지만, 새로 국왕이 된 페르디난드는 이 헌법을 무시한다. 그에 따라 19세기부터 이미 국왕을 위주로 한 보수파와, 다른 유럽(결국 프랑스를 의미한다)과 궤를 맞춰야 한다는 개혁파가 내전에 가깝게, 아니 내전을 시작한다. 보수파는 16세기 이후 존재한 적 없었던 보수적 스페인을 다시 세우려 했었고 예수회를 다시금 불러들였다. 이들 카를리스타(Carlista, 보수파)와 이사벨리노(Isabellino, 리버럴)의 싸움은 20세기 초 스페인 내전으로도 이어진다. 한 마디로, 19세기 내내 싸웠다. 식민지 사정도 스페인을 돕지 않았다. 나폴레옹에게 한 번 무너진 이후로 스페인 식민지들은 본국을 우습게 여겼고, 본국보다 더 순수한 스페인 혈통(멕시코)을 주장한다거나, 압제받는 남미인들을 위한(시몬 볼리바르 등) 혁명 등으로 대부분 독립해버린다. 이 또한 스페인에게 결코 유리한 상황이 못 됐다. --------- 19세기 스페인의 사회적 우연성, 사회구조가 산업화를 막았다. 스페인에서 그나마 산업화가 된 지역을 보면 북서쪽의 바스크와 북동쪽의 카탈루니아/발렌시아이다. 왜 하필 프랑스에 붙은 지역들만 발전했는지의 이유는 세 번째인 지역적 우연성하고도 겹치는데, 사회적인 이유로 얘기를 하자면 이들이 카스테야노(즉 마드리드)로부터 영향력이 약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카스티야의 정체성은 오로지 정치와 집권이었다. (유대인과 아랍인을 내쫓은 배경도 다 거기에 있었다.) 마드리드의 왕족 계층과 경화벌열(京華閥閱, 서울경기 지방의 양반들)은 농업 지대를 추구했으며, 이들의 정책도 결국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었다. 따라서 온갖 혁명과 데모, 혹은 노예(…)를 통해 산업화를 이룬 영국과 프랑스 등과 달리, 스페인에서는 일할 만한 노동자들이 배출되지 않은 것이다. 그 증거? 19세기-20세기 스페인 철도는 서유럽 국가들로 연결된 것이 아니었다. 모두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스페인 국내 통치를 위해 연결된 철도망이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지리적 이유로 연결된다. --------- 19세기 스페인의 지리적 우연성, 태어난 곳이 여기인 걸. 앞서 북서쪽 바스크와 북동쪽 카탈루니아/발렌시아가 공업지대라고 했다. 그게 이유가 있다. 프랑스와 인접해 있고 해양 운송이 가능하며(각각 빌바오와 바르셀로나), 짤방에 나오지만 그나마 철과 석탄 산지가 가까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면 대부분 석탄 및 철광 산지와 연결된 지역, 그러니까 서유럽에서는 벨기에-프랑스-독일 접경지대가 산업화 지역임을 아실 수 있을 것이다. 동유럽에서는 실레지아, 그러니까 체코를 중심으로 한 지역이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했지만 철도망이 자원을 실어나르는 망이 아니었다. 즉, 내부는 경제성이 낮았고, 바스크와 카탈루니아 역시 프랑스 등 서유럽이 그 대상이었다. 또한 투자 자본도 마드리드가 아닌, 다른 서유럽 국가들로부터 들어왔다. 스페인 내부적으로는 산업화를 위한 충분한 자본을 형성시키지 못했다. --------- 물론 유럽에 위치해 있고 프랑스 바로 밑에 있었으니 스페인도 20세기부터(바로 마드리드 모던 걸의 배경이다) 그럭저럭 산업화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를 만나면서 기회를 완전히 잃는다. 세계대전 후 마샬 플랜의 지원도 못 받았고 말이다. 같은 위도에 위치한 이탈리아랑 비교하면 더 그렇다. Spain is different!, 1960년 프랑코 시절 스페인의 관광홍보 슬로건(참조 3)이다. 여러모로 사실이다. -------------- 참조 1. 마드리드 모던 걸: https://www.netflix.com/title/80100929 2. Speech Crossed The Atlantic for the First Time 100 Years Ago This Week (2015년 10월 22일): https://time.com/4081211/transatlantic-speech-transmission-1915/ 3. «Spain is different!», el eslogan que cambió para siempre la imagen de España(2015년 3월 27일): https://www.abc.es/espana/20141221/abci-spain-diferent-201412181821.html 4. 짤방 출처: https://europeanlit.weebly.com/introduction.html
과연 독일은 이번에도 딴지를 걸 것인가
https://zeitung.faz.net/faz/wirtschaft/2020-03-24/bdd1ebbabcd0a0a38e87f2d620789372/?GEPC=s5 오랜 친구들이라면 한때 내가 계속 써왔던 독일헌재 vs. ECB의 연재 시리즈(참조 1)를 잘 알 것이다. 다시 요약하자면 CJEU(유럽사법재판소)는 ECB의 무제한적인 채권 매매 프로그램(OMT, 실제로 시행된 적은 없다)이 ECB의 관할에 들어간다고 판결내렸었고, 독일 연방헌재(BVerfG)는 이를 조건부 기본법 합치로 판결내렸었다.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에서도 뭔가 지출을 늘리자는 것은 과연 독일 기본법 합치일까? 저자인 오트마르 이싱(Otmar Issing)은 ECB의 수석경제학자(1998-2006)를 지냈고 현재는 물론 은퇴한(1936년생이다) 경제학자다. 하지만 독일 보수파 경제계의 수장 중 하나로서 당연히 현재의 코로나 사태때문에 불거진 재정 지출 확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의 말마따나 EU는 회원국에 대한 재정지원을 조약상 금지하고 있다(TFEU 제125조). 그의 제안은? 회원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추경을 하든지 긴급 예산을 편성하든지 하라는 얘기이다. 괜히 EC 혹은 ECB가 나서서 유로본드 같은 수단을 창설하지 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로나라는 긴급사태가 여유 있는 국가에서 여유 없는 국가로의 재정 이전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히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이는 OMT 혹은 ECB의 양적완화의 경우(참조 2)와 마찬가지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 듯 하다. 가령 EU가, 혹은 메르켈이 OK해서 코로나 대응 기금을 조성한다거나, 코로나 대응 채권(이건 바로 유로본드 문제로 직결된다)을 발행하자는 논의를 한다면? ECB가 여기에 개입한다면? 각국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곧, 독일 정부와 독일 국회의 결재를 받으라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그의 말마따나 독일 기본법(제115조 제2항)상 자연재해(Naturkatastrophe) 혹은 예외적인 긴급상황(außergewöhnlichen Notsituationen)일 때 예외적인 재정지출을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독일 연방하원의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EC/ECB 차원에서 계략(?)을 꾸미면? OMT만이 아니다. 독일은 은행연합(참조 3)은 물론 ESM(참조 4)도 모조리 다 독일연방헌재에 소를 제기했었다. 유럽정책의 사법화를 이끄는 일등 공신이 독일, 지금 누군가(…) 논의하고 있는 코로나 대응용 예산 지출, 혹은 EU 차원에서의 펀드에 대해서도 독일연방헌재에 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꽤 있어 보인다. 전례를 봤을 때 독일연방헌재는 그 부담을 CJEU로 넘길 것이고 말이다. 독일이 법적으로 야기할(지 모를) EU 조약상의 문제가 해결(?)될 때 쯤이면, 아마 죽을 사람들은 모두 죽은 후일 듯… -------------- 참조 1. 독일 헌재의 OMT 최종 판결(2016년 6월 23일): https://www.vingle.net/posts/1646764 2. 독일 연방헌재는 ECB의 양적완화정책에 대해 기본법에 합치되는지의 판결을 아직 내리지 않고 있다. 3. 독일연방헌재의 은행연합 판결(2019년 8월 5일): https://www.vingle.net/posts/2653223 4. 세 가지 EU 뉴스(2014년 3월 23일): https://www.vingle.net/posts/307356
코로나 본드와 ESM
시대에 맞게 유럽도 이제는 화상회의를 한다. 짤방은 유럽이사회에서 영상회의를 준비하는 샤를 미셸 이사회 의장의 사진(참조 1)이다. 이번에 논의된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Covid-19 사태 때문에 부족해질 각국의 재정을 어떻게 지원하느냐였다. 결론만 말하자면 결론을 못 내렸다. EU가 그래도 국가들의 연합인데 EU 차원에서 (문자 그대로) 병든 회원국들을 긴급히 도와야 할 텐데, 어떤 수단이 있을까? EU 기관이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ECB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ECB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했다. 1,400조원 정도의 국채 구매다(참조 2). 이 발표가 나오자마자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말그대로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그렇다면 EU 기관은 무엇을 지원할 수 있을까? 여기서 ESM이 등장한다. ESM은 친구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기관일 텐데(참조 3), ESM 조약상 코로나와 같은 긴급 사태때 회원국을 도울 근거가 있기는 있다. ESM의 금융지원 수단 총 다섯 가지(참조 4) 중, 그 중 예방적지원(PCCL/ECCL)이다. 예를 들어서 이탈리아의 경우 ECB 덕택에(?) 채권 수익률을 낮출 수 있기는 했는데, 이 말 자체가 국채 시장이 그런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채권 매매(...)는 ECB가 맡고 있으니, ESM 조약상의 지원은 예방적 지원이 적당한데, 문제는 여기에 "건전한 거시경제 조건"이 들어간다는 점에 있다. 이탈리아가 여기에 해당되는가? No(참조 5). 여기서 이탈리아가 정 ESM의 지원을 원한다면, 그리스가 트로이카의 정책을 받아들였듯 이탈리아도 ESM의 간섭을 받아야 한다. 이건 이탈리아가 No. 사실 ESM 지원의 더 큰 문제는 이게 단기 부채라는 점에 있다. 코로나 사태는 분명 장기적으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ECB이고 ESM이고 이탈리아 채권 갖고 뭐라 할 것 없이, ESM이 EU 회원국들 곗돈을 담보로 해서 ESM-채권을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른바 "코로나 본드" 이야기가 여기서 나왔다. 가령 ESM을 담보로 하여 1,400조원 정도의 코로나 채권을 발행하면 어떨까? 이정도 하면 유로존 GDP의 8%다. 대단히 큰 금액이고, 회원국들 모두가 공동으로 코로나에 대응한다는 명분도 있다. 수익률은 당연히 획기적으로 낮을 것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가 바라는 것이 바로 코로나 채권이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건을 안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독일(그리고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은 반대, 그래서 어제의 화상회의는 결실 없이 끝났다. 하지만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독일 내에서도 생각(즉, 조건)은 좀 해 보자는 분위기가 있기는 하다(참조 6). 게다가 정확히 동일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회원국 공동으로 발행한 채권의 사례가 과거에 없지 않다. 1975년 오일쇼크 당시 European Community 발행으로 채권이 나온 적 있었기 때문이다(참조 5). 지금 다시 한다면 TFEU 제352조의 행동(action)을 근거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에는 EMU도 없었고 유로도 없기는 했으며, 현재는 회원국 직접 금융보조 금지를 명령하는 명시적인 조항(TFEU 제125조 제1항)이 있다. 그대로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독일은 아마 결정되는대로 즉시 곧바로 정책을 제소할 가능성이 있다(참조 7). 그러나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때에 금융은 무엇을 해야 할까? 최대한 빠르게 지원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속도가 생명이다. 미 연준이 하지 않았다고 해서, ECB가 하지 않았다고 해서 못 할 일은 없다고 본다(참조 8). ---------- 참조 1. 유럽이사회에서 화상회의를 준비하는 샤를 미셸 EuCo 의장(2020년 3월 26일): https://www.consilium.europa.eu/en/media-galleries/european-council/meetings/2020-03-17-video-conference-of-the-members-of-the-european-council/?slide=3 2. EZB setzt für Krisenprogramm eigene Grenzen für Anleihekäufe aus(2020년 3월 26일): https://www.handelsblatt.com/finanzen/geldpolitik/geldpolitik-ezb-setzt-fuer-krisenprogramm-eigene-grenzen-fuer-anleihekaeufe-aus/25684400.html 3. 가령 AMRO(2019년 4월 18일): https://www.facebook.com/minbok/posts/10157073400814831 4. (1) 회원국 지원(Sovereign Bailout Loan), (2) 은행 자본 재구성, (3) 예방적 금융지원, Precautionary financial assistance (PCCL/ECCL) (4) 채권발행시장지원(PMSF), 및 (5) 채권유통시장지원(SMSF)이다. 5. ESM-Kredite statt Corona-Bonds(2020년 3월 26일): https://verfassungsblog.de/esm-kredite-statt-corona-bonds/ 6. Sollen die Corona-Kredite der EU an Bedingungen geknüpft sein?(2020년 3월 26일): https://www.tagesspiegel.de/wirtschaft/streit-um-europaeische-hilfen-sollen-die-corona-kredite-der-eu-an-bedingungen-geknuepft-sein/25681798.html 7. 과연 독일은 이번에도 딴지를 걸 것인가(2020년 3월 25일): https://www.vingle.net/posts/2822103 8. [차현진 칼럼] 코로나19 비상금융대책, ‘red tape’부터 끊어내라(2020년 3월 27일): https://firenzedt.com/?p=5642&fbclid=IwAR05lcL8JKf3hC8cvQWyxwbQ9oVF7KWXcMaeCBFz0R3HxG6lzphPI1HAXq0
독일 언론 "한국은 모범적 모델…배울 것 없다는 유럽의 오만 치명적"
"대규모 검사·자가격리·휴대전화 위치 추적으로 공공생활 중단 없이 코로나19 확산 저지" 독일의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 검사(사진=연합뉴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78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무증상자까지 대규모 검사를 시행하는 이른바 '한국식 모델'을 도입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선 이탈리아가 우리 정부에 방역을 조언해 달라며 한국 모델 적용을 위한 연구팀을 구성해 가동한 데 이어 독일에서도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조명하고 있다. 31일 독일 공영 방송인 ZDF는 휴대전화로 코로나19 확진자 동선을 추적하는 모범 사례로 한국을 꼽았다. ZDF은 한국이 대규모 검사와 자가격리, 휴대폰 동선 추적으로 공공생활 중단 없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일 일간지 슈투트가르트 차이퉁은 독일 수상청 장관의 말을 인용해 "정부 관계자와 전염병학자들은 한국의 감염 추적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며 "독일과의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모범적 모델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독일 권위지인 슈피겔은 "한국으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는 유럽의 오만이 코로나19에 치명적"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언론은 "코로나19 억제 최상의 전략은 한국과 대만, 홍콩"이라며 "유럽이 아시아로부터 좀 더 거리낌없이 배운다면 전염병이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에 투입된 독일군(사진=연합뉴스) 이미 독일 연방정부는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모델'을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30일 일주일에 30~50만건인 코로나19 검사를 하루 20만건까지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27일 누적 확진자 수 5만명에서 나흘 새 추가로 1만명이 확진되는 등 확산세가 커지면서 한국의 공격적 검사 모델을 도입하시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독일은 증상이 없거나 경미할 경우 검사 대상에서 제외해 무증상 감염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독일 현지 언론인 쥐트도이체차이퉁이 입수한 내무부 코로나19 대응 보고서에는 "독일이 확산을 통제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다"며 "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버리고 상황보다 더 앞서가기 위한 검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인상적인 본보기가 되는 나라"라며 "한국이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강력한 조처를 하지 않는데 신규 확진자 수가 뚜렷하게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옌스 슈판(가운데) 보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보고서는 "스스로 의심 증상을 느끼는 사람뿐 아니라 확진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에 대해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국이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과 전화박스 검사소를 통한 검체 체취 방안 도입, 확진자 등에 대한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제안했다. 해당 보고서는 호르스트 제호퍼 장관의 지시로 로베르트코흐연구소와 외국대학 연구진이 참여했으며, 메르켈 총리와 슈판 장관,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국방장관 등에게 제출됐다. 31일 현재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6만 6885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64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