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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ISS 안녕하십니까? 김은성입니다. 1963년 6월 26일 붉은 천이 걸려있는 브란덴부르크 광장에는 수십만 명의 서베를린 시민들이 모입니다. 소련과 동독의 압박이 계속되던 시기, 생존의 위협을 받는 그들이 광장에 모인 것은 살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의 젊은 대통령이 온다고 하던데 과연 그가 우리의 안전을 담보해 줄 수 있을지, 또 과연 그가 어떤 메시지를 줄 것인지 귀 기울여 듣습니다. 그 젊은 대통령은 독어로 말합니다.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Ich bin ein berliner)” 그 어떤 미사여구와 냉철한 말보다 더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자유를 지키는 사람 모두가 베를린 시민이며, 자유진영이 서베를린을 지키기 위해 나서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짧은 연설이었지만 수많은 관중은 열광합니다. 존 f 케네디가 보여준, 베를린 시민을 위한 최고의 적절한 스피치였습니다. 카이로스(kairos), 시절과 때가 아주 적당한 순간을 말합니다. 수사학은 결국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설득하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적절한 순간에 최고의 말을 하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카이로스, 적당한 때를 찾아 말할 수 있을까요? 지름길은 없습니다. 바로 철저한 준비를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단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사학자는 그것을 수사학적 5가지 규범이라고 정의합니다. 5가지 규범은 스피치를 준비하는 과정일 뿐 아니라, 설득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도 강의를 준비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첫 번째 단계는 invention, 발상의 단계입니다. 주제와 말할 소재, 근거를 찾는 과정입니다. 수사학자들은 거의 모든 아이디어는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데 그것을 우리가 찾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분석을 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상황은 어떤지,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지를 깊게 고민하여 말할 소재를 찾는 겁니다. 존 f 케네디는 베를린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합니다. 그가 찾은, INVENTION, 발상은 “나는 베를린 시민입니다.” 이 한마디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술한 책 <수사학>에서도 젊은 사람과 나이든 사람을 구분해 스피치를 하라고 적혀있습니다. 청중 분석을 하라는 겁니다. 젊은 사람은 참을성이 없고 변덕스럽고 신체적 욕구가 강하다. 친구들 관계를 중시하고 이상을 좇기 때문에 눈앞에 이익보다는 이념을 강조하는 것이 좋다고 말합니다. 반면 나이든 사람은 불평불만이 많고 의견은 많지만 지식이 없다고 혹평하며 칭찬을 통한 설득을 강조합니다. 청중과 상황에 따라 주제와 말할 소재를 찾으라는 겁니다. 두 번째 단계는 배열입니다. arrangement. 말할 주제를 찾았다면 내용의 적당한 구조를 잡아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기본적으로 사건 기술, 주장 후 그 사건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앞선 주장에 논증을 펴라고 말합니다. 로마에 수사학을 도입한 키케로는 ‘도입부 ? 핵심내용(주장) ? 개념 요약 ? 주장 뒷받침 ? 반증 ? 마지막 호소’의 구조가 좋다고 말합니다. 카이로스!! 상황에 맞게 말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구조를 가져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사람들이 지루해하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배열과 구조가 잘 되어 있다면 지루한 부분을 재치 있게 넘어가 다른 부분을 말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표현, 스타일입니다. 말할 때 어떤 분위기로 말하는 것이 좋은지 결정하는 겁니다. 2011년 애리조나 주 총기 난사사건의 추모식에서 연설 도중 유가족을 보며 오바마가 행한 침묵의 51초는 무언의 레토릭, 수사학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사전에 여러 상황을 분석하고 고민했기 때문에 임기응변이 가능했습니다. 키케로는 스피치에는 장엄체, 중도체, 단순체가 있다고 말합니다. 장엄체는 의식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화려한 어휘를 사용하고 비유 등 시적인 표현을 쓰는 겁니다. 중도체는 공식적이며 통상적인 말을 쓰는 것이고 단순체는 일상적인 편한 말을 사용하는 겁니다. 시제와 관련된 표현도 중요합니다. 만약 과거의 곤란한 문제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면 미래시제를 중심으로 말하며 같이 나아갈 것을 강조하면 됩니다. 또, 미래에 대한 갈등이 있다면 과거 중심으로 말하며 과거의 인연을 돋보이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감성적 호소를 위해서는 현재의 느낌을 오롯이 전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표현 중 가장 고급기술은 역시 유머입니다. 수사학에서 유머는 청중이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어떤 가정에서 유발된다고 말합니다. 즉 유머도 공감에서 출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모임에서 재미있는 친구들은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가지고 웃음을 줍니다. 뜬금없이 말하지 않고 우리가 그동안 알았던 친구의 모습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거죠. 넷째, 메모리, 기억입니다. 그 당시에는 기록할 만한 종이 등이 일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스피치할 내용을 외웠습니다. 특히, 집의 구조를 가지고 스피치의 내용을 외웠는데요. 대문과 마당, 방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도입, 배경설명, 핵심주장 등으로 연결시키며 암기를 했습니다. 제가 여러 번 강조했다시피 지금은 암기가 아닌 키워드 중심의 cue카드를 가지고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 단계는 전달, 연기입니다. 언어와 비언어의 전달 기법들입니다. 그들은 연기를 배우면서까지 자신의 콘텐츠를 잘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수사학 교재 <애드 헤렌니움>에서는 포즈(쉼), 어조의 변화가 전달의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부단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카이로스, 적당한 설득의 때를 찾아 정확히 스피치 하는 것… 수사학의 정수입니다. 물론 단박에 되는 것이 아닙니다. 철저한 상황 분석을 하고, 청중에 맞게 고민하고 단계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스피치 직전 눈을 감고 전체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스피치를 하실 기회가 있으십니까? 짧은 이야기라도 상관없습니다. 앞으로 고안-배열-스타일-암기-전달의 방법으로 준비하시고 연습하십시오. 그리고 늘 청중과 상황을 분석하고 고민하십시오. 그 과정을 통해 청중의 마음의 문을 여는 적절한 때, 카이로스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mkiss@serice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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