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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의상감독에게 물었다! '좀비맞이룩' 탄생 비화

재난 영화 속 캐릭터들은 늘 단벌 신사다. 곧 자신이 좀비와 대면하리란 걸 알았다면, 와이셔츠에 클래식한 구두를 신고 나오진 않았을 테고, 거추장스럽게 머플러를 두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불행은 늘 갑작스럽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입어야 하는 그 단 1벌의 의상은 무엇보다 치밀해야 한다. 천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둔 재난 영화 ‘부산행’ 속 캐릭터들의 의상은 어떻게 설정된 것일까. '부산행'의 의상을 총괄했던 임승희 의상 감독에게 캐릭터별 '좀비맞이룩' 탄생 비화를 들어봤다.

# ‘부산행’ 캐릭터별 의상 콘셉트

1. 핏이 커서 슬픈 공유

일밖에 모르는 펀드매니저 석우(공유 분)의 무미건조한 일상을 표현하는 데 ‘쥐색 양복’만큼 제격인 것은 없다. 넥타이를 내던지고 셔츠 앞섶을 풀처 헤쳤는데 어쩐지..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반했던 그 핏이 아니다.
“평소에 셔츠를 워낙 잘 소화하는 배우라 고민을 많이 했죠. ‘멋’보다는 석우의 평범하면서도 냉담한 면모가 드러나야 해서 평소 공유 씨가 입던 치수보다 크게, 목이 워낙 길어서 셔츠 칼라를 시중 제품보다 높게 제작했답니다.” (임승희 감독)

2. 정유미, 원피스는 입어야겠고..

사랑스러운 임산부여야 했다. 영국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비의 패션을 참고해 성경(정유미 분)의 화사한 원피스룩이 완성됐다. 그런데 러블리 원피스를 입고 보니 성경은 뛰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 것. 의상이 아슬아슬해 보여서도 안 되고 극의 몰입을 방해해서도 안 됐다. 그래서 입게 된 레깅스.

3. 마동석 옷에 추성훈 있다

의상 감독의 애정이 한껏 깃든 캐릭터 상화(마동석 분). 시나리오에는 없었지만 ‘주먹 꽤나 썼던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마음잡고, 동대문 디자이너로서 새 삶을 살고 있다’는 독특한 설정이 생겨났다. 그런데 문제는 ‘마블리’의 근육이었다.
“옷 태가 안 나더라고요. 디자이너니까 스타일리시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마침 추성훈 씨와 체형이 비슷해서 많이 참고했어요! 머플러를 두르니까 옷 태가 살더라고요! 정유미 씨 원피스 패턴과 마동석 씨의 재킷 컬러를 블루로 맞춰서 커플룩도 연출했죠. 눈치 채셨어요?” (임승희 감독)

4. 김수안, 촬영 중에도 쑥쑥 자라

공유의 자식은 애초 아들이었다. 그러나 오디션 당시 김수안 양을 보고 혼란에 빠진 연상호 감독. 아빠와 아들, 아빠와 딸 사이의 분위기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했던 연 감독은 자신이 그렸던 감정선이 헤쳐지지는 않을까 걱정했다고.
“그래서 수안이는 치마와 보이시한 의상, 둘 다 준비했어요. 아빠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부각하기 위해 할머니가 사줄 법한, 할머니가 좋아할 것 같은 무지, 회색, 니트 카디건 등을 입혔죠. 아역배우는 촬영 중에도 키가 훌쩍 자라기 때문에 여벌의 옷을 많이 준비해야겠더라고요. 자세히 보면 수안이의 하이삭스 높이가 다 제각각이에요. 하핫” (임승희 감독)

5. 김의성, 평범해야 더 무섭다

권위적이고 이기적인 인물 용석(김의성 분). 오죽하면 좀비를 제치고 ‘악역’이 됐다. ‘내가 제일 잘 나가’라고 생각할 만한 부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물. 고급스러우면서 일방적인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스트라이프 패턴 슈트, 넥타이를 활용했다.
“악역 배우들은 대부분 연기를 워낙 잘하시죠. 의상은 그저 도와줄 뿐이에요. 평범해 보이는데 무서운 반전 모습이 드러날 때, 악역이 더 빛을 발하지 않겠어요? 의상은 늘 배우 연기의 최대 20%만 도와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나머지는 배우들의 몫이죠!” (임승희 감독)

6. 관절 꺾임이 잘 보여야 할 텐데..

의상은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수단이지만, 배우들이 편안한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착용감도 좋아야 한다. 게다가 액션 연기 하나하나 놓쳐서는 안 되므로 핏 역시 중요.
“심은경 씨는 영화 초반 고난도의 액션을 선보이는데 관절 꺾이는 디테일이 잘 살아나야 해서 타이트한 상의를 입혔어요. 가출소녀의 느낌을 담기 위해 평범하고 캐주얼한 의상으로요.” (임승희 감독)
이외 협찬 및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은 경우, 배역의 특성상, 배우들의 특이 체형 등등 의상을 특별 제작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산행’ 속 야구복과 승무원 유니폼이 바로 그런 경우인데. 실제 KTX 승무원의 유니폼 협조를 요청했으나 무산된 것. 그래서 임 감독은 같은 재질, 비슷한 디자인으로 새 유니폼을 만들어냈다. 그랬더니..
“우리 유니폼 바뀌나 봐~?” (서울역 실제 KTX 승무원)

# 단 1벌이 결정되기 까지

영화 의상은 이렇게 결정된다.
시나리오를 토대로 감독과 의상 감독이 의상 콘셉트를 의논한다. 다음, 캐릭터 분석을 하는데 캐릭터 설정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대본에 없는 추가 설정을 만들어 준다.(마동석처럼) 배우들이 평소 선보였던 패션들을 분석해 소화를 잘해온 아이템, 아직 보여주지 않은 이미지 등을 추리는 것도 중요하다.
캐릭터 설정과 배우의 이미지를 맞춘 이미지 맵이 만들어지면 감독과 의상감독의 의상 협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때 배우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는데 편안한 연기를 하기 위한 착용감 개선이 첫째다. 이렇게 ‘부산행’의 의상 준비 기간만 2~3개월이 소요됐다.
“다양한 의상을 준비하고 수많은 협의와 피팅이 이어지죠. 배우의 얼굴색, 이미지, 분위기, 장면마다의 몰입도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요!” (임승희 감독)

# 뛰고 또 뛰는 재난영화

촬영 내내 배우별로 4~5벌의 여벌은 필수다. 특히 재난영화는 배우들의 부상이나 옷 손상이 잦고, 또 ‘부산행’ 촬영 당시에는 폭염으로 인해 의상을 자주 세탁해야 했다.
그런 와중에도 장면에 따른 특수 효과. 즉, 좀비의 피가 어디에 얼마나 튀었고 번졌는지 등의 디테일은 의상을 빨아도, 갈아입어도 변함없어야 했다. 임 감독은 사진을 미리 찍어두고, 의상을 바꿔 입을 때마다 각종 기름과 먼지와 피를 똑같이 재현해냈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여도 땀에 금세 지워지고 없어지고.. 위험한 액션 신의 경우 대역 배우도 입기 때문에 사이즈 별 여벌도 넉넉히 준비해야 하죠. 대신 앵글에 따라서 보이는 부분만 의상을 입기도 해요. ‘부산행’ 때는 돌이 깔린 선로에서 뛰는 장면이 많아 앵글에 안 잡힐 땐 배우들에게 운동화를 신겼죠. 어쩐지 잘 뛴다~ 했죠?” (임승희 감독)
그래픽 = 계우주
사진 = ‘부산행’ 스틸, 포스터
이소희기자 leesohui@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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