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가지 색깔로 관광객들의 눈과 발을 멈추게 하는
포르투갈(Portugal)의 수도 리스본(Lisbon)
서유럽의 여타 수도들처럼 이름있는 건물도,
유서가 깊은 역사적인 곳도 없는 곳이지만
골목 골목 사이에 숨겨진 소박한 풍경들이
오히려 더욱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도시이지요.
오늘은 리스본의 옛 모습이 남아있는
알파마 지구(Alfama)로의 여행.
따스한 햇살아래 펼쳐진 아름다운 리스본의 전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지금부터 함께 떠나봅니다.

2008. 09. 03 (수) 여행 24일째
리스본의 중심가인 바이샤 지구(Baixa)를 벗어나
구시가라 할 수 있는 알파마 지구(Alfama)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떼주(Tejou)강가를 따라 리스본에서
처음 나를 맞아주었던 싼따 아뽈로니아
(Estacao de Santa Apolonia)역으로 향하는 길.
오전보다 완연히 밝아진 태양이 강물에 반짝인다.
알파마 지구는 리스본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지역.
아무래도 신시가 보다는 구시가에서
그 도시만의 매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기에
바이샤 지구를 걸으며 들떴던 내 기분은
이제 거의 숨이 차는 듯한 설렘으로 바뀐 상태이다.
싼따 아뽈로니아 역에서 12번 버스를 타면
겨우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알파마 지구이지만
가파른 언덕을 타고 오르는 버스 밖으로
보여지는 풍경들은 몇 십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 했다.

알파마 지구의 초입부터는 지도가 필요하지 않다.
그저 이름모를 골목 골목을 누비는 것으로 충분할 뿐...
두 눈과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아름다운 리스본의 모습이 그대로
가슴 속에 담기어 온다.
푸른 하늘 아래 붉은 지붕의 집들.
지금도 리스본의 모습을 떠올리면
노란 트램과 함께 가장 먼저 생각나는 풍경이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크기가 그리 크지 않아도...
아름다운 자연과 너무나도 잘 어우러지는 집들...
자연을 닮은 집에 살아서일까...
리스본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여유가 넘친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는 것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불리웠던 포르투갈.
그리고 그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
거리 곳곳을 걷다 보면 세련된
다른 여타 서유럽의 수도들에 비해
많이 낙후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아마 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조금은 지저분해 보이는 이런 건물들이 많기 때문...
페인트가 다 벗겨진 벽들은
맨 몸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녹이 슨 난간들은 금세라도 무너질 듯 불안불안하다.
하지만 이 지저분해 보이는 건물들이
눈살을 찌뿌리게 하지도...
발길을 돌리게 만들지도 않는 것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
소박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리스본 사람들의 마음이
이 집들 안에서 자라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집 앞 골목들을 먼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이 걸어다니고 때로는 단체로 몰려와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 내도
눈이 마주치고 손을 흔들 때면
환한 웃음과 함께 같이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
그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리스본은 결코 지저분 하지 않다.
우리는 때로 보여지는 것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을까?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내면의 아름다움을 미처 보지는 못하고 겉모습만 보고 쉽게 판단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해 볼 일이다.

알파마 지구의 골목
알파마 지구의 좁은 골목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물론 날씨가 좋았던 탓도 있지만
특별히 그런 생각이 들었던 건
이 좁은 골목으로 햇살이 온통 모여드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름도 모르는 골목 이 곳 저곳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걸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온다.
사진 속의 하얀 건물은 빵떼옹(Panteao National).
싼따 엥그라시아(Santa Engracia)성당으로도
불리는 이 건물은 포르투갈의 대항해 시대를 이끌었던
엥리께 왕자와 탐험가 바스코 다가마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푸른 하늘과 잘 어울리는 하얀 외관이 아름다운
이 건물이 완성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300년!
그래서 포르투갈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을 가리켜
'싼타 엥그라시아처럼 끝이 없다'라는 말로
빗대어 표현한다고 한다.

거리의 고양이
알파마 지구의 골목을 돌아다니다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고양이들을 만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고양이들이지만
특이했던 건 이 거리의 고양이들을 위해
사람들이 직접 가져다 놓은 음식들...
밥그릇 하나 있지 않고 커다란 종이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준 듯한 음식들이지만
적어도 이 음식들이 있어
고양이들이 굶어죽는 일은 없겠지...
겉으로는 퉁명스러워 보여도
한 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리스본 사람들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난다.

아줄레주(Azulejo)
'작고 아름다운 돌'이라는 아라비아어에서
유래된 아줄레주(Azulejo).
이슬람 문화에서 전해진 이 타일 장식은
현재 포르투갈의 독특한 문화로
인정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했던
마누엘 1세가 그 타일 장식에 매료가 되어 돌아온 후
왕궁을 아줄레주로 장식한 것이 시초가 되어
시간이 지날 수록 포르투갈 만의
독특한 아줄레주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줄레주는 과거 귀족 층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일반 가정집에까지 널리 퍼져
지금은 리스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세히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 아름다운 무늬에
절로 감탄을 하게 된다.
건물의 외벽을 아줄레주로 장식한 집들이
관광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풍경이지만
파란 하늘과 어우러지는 파란 타일이
독특한 느낌을 자아낸다.
오로지 포르투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른 풍경이다.
cf) 아줄레주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국립 아줄레주 미술관(Museu Nacional do Azulejo)에
가보면 된다.
28번 버스나 759번 버스를 타고
Avenida Infante D. Henrique에 하차하여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누군가 창문을 열고 나와
손을 흔들 것만 같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누군가 나와 손을 흔들어 주길 바랬다.
알파마 지구의 집들은
테라스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을 때가
가장 어울리는 신비한 매력이 있었다.


라틴 기타
라틴 기타의 선율은
일반 클래식 기타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리듬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라틴 기타의 선율이 좀 더 정열적이고 따뜻한 느낌.
그늘에 앉아 라틴 기타를 연주하는 아저씨의 연주를
한참이나 듣고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는 않아도...
버는 돈이 많지는 않아도...
웃으면서 자신의 연주를 들어주는 몇몇 사람을 위해
정성껏 연주를 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라틴 기타의 따뜻한 느낌과 꼭 닮았다.

저 지붕의 창에서는
왠지 작고 귀여운 소녀가
문을 열고 나올 것만 같았다.
낮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밤에는 총총한 별들이 들어오는 창문 안에서
꿈 많은 소녀가 살고만 있을 것 같았다.



산타루지아 전망대에서 바라본 리스본의 전경
빵데옹에서 길을 걸어 내려다오다 보면 만나는
산타루지아 전망대 위에 서면
리스본의 전경이 한 눈에 훤히 펼쳐진다.
푸른 하늘과 하얀색 구름이 머리 위에
가까이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알파마 지구의 언덕.
이 곳에서 시원한 강바람을 맞이하고
빨간 지붕으로 가득한 리스본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리쬐는 햇살보다
더욱 더 따스한 감동이 그대로 가슴 깊이 밀려온다.



모든 것은 정지해 있고
햇살에 반짝이는 강물과
귓가를 스치는 바람만이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나 또한 다른 모든 것과 다를 것 없이
그저 멍하니 이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리스본의 작은 발코니
겉으로는 다를 것 없는 똑같은 모양의 공동 주택이지만
서로 다른 집임을 알게 해주는 건
바로 이 작은 발코니들이다.
누군가는 평범하게 화분을...
누군가는 커다란 포르투갈의 국기를...
또 누군가는 빨래를...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아이들을 위한
여러가지 물고기들을...
골목 골목을 지나다니며
저마다 색다르게 장식해 놓은
발코니들을 올려다 보는 것도
리스본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트램과 하늘
좁은 골목 골목을 덜컹거리며 지나다니는 트램.
리스본의 명물인 트램이 지나다니는 곳에는
언제나 이렇게 전기를 공급해주는 전선이 있다.
사진으로 보면 마치 하늘로 뻗어나가는 듯한
그물같은 느낌.
하늘이 가까운 알파마 지구의 언덕을 통과하는
노란색 트램은 푸른 하늘로 향하는
꿈을 싣고 달린다.

ⓟ 리스본 대성당(se Catedral de Lisboa)
1147년 알폰소 왕이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리스본을 되찾은 것을 기념해서서 만든
아름다운 성당으로 장미문양의 창이 독특한 곳이다.
햇빛이 이 창으로 들어오면
내부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장미 모양으로 펼쳐져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리스본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명소 중의 하나이다.

대성당과 트램
리스본의 명물인 트램은
어디든 안 지나가는 곳이 없다.
대성당 앞도 마찬가지였다.
우연찮게 지나가는 트램을 보고 너무 멋져서
다음 트램이 지나 갈 때 꼭 이 컷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무려 이 앞에서 20분여를 기다린 끝에
이 사진을 담아내는 데 성공하였다.
사실 20분여를 기다릴 필요는 없었는데...
리스본의 상징 노란색 트램을 꼭 컷에 담고 싶었다.
위의 코카콜라 광고로 장식된 빨간색 트램을
떠나보내고 마침내 찾아온 노란색 트램이
분위기 있는 모습으로 사진에 담겨 주었다.

알파마 지구의 트램
알파마 지구의 트램이 특별한 건
마치 트램이 하늘로 데려다 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덜컹 거리며 느릿느릿 언덕을 올라가는 트램은
소박한 리스본 사람들의 일상을
천천히 감상하라는 뜻인 것만 같았다.

리스본을 떠올리면 생각나는 것들
노란색 트램...
붉은색 지붕의 집들...
친절한 사람들...
소박한 골목...
아줄레주...
창 밖으로 휘날리는 빨래들...
이 모든 것들이 이 사진 하나에
다 담겨있는 듯 하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 했던
리스본 알파마 지구에서의 추억들...
내리쬐는 햇살 보다 더욱 더 따스한 감동으로
다가왔던 그 순간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