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 대표 음식 팥빙수의 메인은 팥과 얼음이지만 연유와 하얀 떡이 들어갔을 때 입 안의 달콤함이 배가되는 것처럼, 여름 극장가 대작에도 주연만큼 중요한 조연 캐릭터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이번 여름 영화에는 인상적인 조연 캐릭터를 비롯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몰랐던 히든 카드 배우들이 많아서 관객들의 보는 재미가 커졌다.

# ‘부산행’ 리얼한 좀비 심은경, 우도임, 한성수
‘부산행’의 수많은 좀비 중에서도 KTX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린 장본인 심은경, 우도임, 한성수는 잊을 수 없는 열연을 보여줬다. 영화에 실제 등장하는 분량은 5분~10분 사이지만, 좀비의 움직임을 완성하느라 연습은 3개월 이상 이어졌다.
심은경은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작품 ‘서울역’의 더빙을 맡은 인연으로 ‘부산행’에 특별출연했고, 신인 우도임과 한성수는 오디션을 통해 ‘부산행’에 탑승했다.
특히 KTX 직원을 연기한 우도임, 한성수는 그 어떤 주연 배우보다 일찌감치 캐스팅돼 박재인 안무가와 좀비의 움직임을 완성했다. 이후 이들의 좀비 분장과 안무는 100명의 단역 배우들에게 교본이 됐다는 후문이다.

# ‘덕혜옹주’ 웃음과 눈물을 오가는 라미란
드라마, 영화, 예능을 오가며 누구보다 바쁜 라미란이 ‘덕혜옹주’에 합류한 결정적인 계기는 손예진의 추천이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감독 역시 복순 캐릭터에는 라미란이 적역이라고 생각해 캐스팅했다.
라미란은 슬프고 먹먹한 ‘덕혜옹주’에서 정상훈과 함께 웃음을 선사하는 캐릭터다. 친일파 한택수(윤제문 분)의 뺨을 때릴 땐 극장에서 큰 웃음이 터지는데, 그렇다고 웃기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후반부 궁녀로서 덕혜옹주(손예진 분)의 곁을 지키면서 떠나지 않을 땐 눈물샘을 자극한다.
“라미란 언니와 촬영하면 정말 웃기면서, 정말 슬프기도 했어요. 세월이 흘러 덕혜옹주가 공항으로 귀국하는 장면이 있는데, 미란 언니가 진짜 많이 울더라고요. 미란 언니도 연기하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본 적은 처음이라고 했어요. 그 덕분에 저도 많이 운 것 같아요.” (손예진)

# ‘국가대표2’ 맛깔나는 해설가 조진웅
‘국가대표2’에 조진웅이 등장하는 순간 영화의 분위기가 활기차게 바뀌면서 다시 한 번 집중하게 만든다.
조진웅은 중반부 이후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국가대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가 역할을 맡았다. 비인기 종목 해설가로 나서 건성건성 하다가 아이스하키 팀이 선전하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해 웃음을 자아내는 캐릭터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조진웅은 2009년 개봉한 ‘국가대표’에서도 스키점프를 중계하는 해설가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김성주와 호흡을 맞췄고, 이번에는 SBS 아나운서 배성재와 호흡을 맞췄다.
“조진웅 씨가 신인 때 함께 영화 작업을 해서 친분이 있었어요. ‘국가대표2’ 해설가 역할을 한 번 더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선뜻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대본 분량이 생각보다 길었는데 촬영 전날 다 숙지해왔을 정도로 열심히 해줬어요.” (김종현 감독)

# ‘터널’ 신의 한 수 남지현과 탱이
‘터널’에서 남지현이 연기한 미나와 애완견 탱이는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 꽁꽁 숨겼던 히든 캐릭터다. 원작 소설에는 없는 인물로 김성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작업 하면서 새롭게 만들었다.
이 캐릭터가 만들어지면서 관계자들은 ‘소설 ‘터널’을 영화로 만들 수 있겠다’라는 확신을 가졌다. 또한,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던 터널 안의 스토리도 큰 전환점을 맞이한다. 남지현과 호흡을 맞춘 하정우는 최근 미디어데이에서 남지현의 순발력과 연기력을 칭찬하기도 했다.
“사실 원작 소설 얘기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있었어요. 터널 안에 혼자 갇히는 1인극은 어둡고, 우울하니까 재밌게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죠. 근데 다행히 미나와 탱이라는 아이디어를 찾아서 ‘뭔가 새로운 상황을 만들 수 있겠다. 영화도 가능하겠다’ 확신했죠. 그리고 남지현 씨도 연기를 잘해줘서 영화에 잘 나온 것 같아요.” (김성훈 감독)
사진 = '부산행' 예고편 캡처, '덕혜옹주' '국가대표2' 스틸
하수정기자 ykhsj00@news-a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