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ark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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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agina monologue

요즘에도 성에 대한 지조, 절개, 정조, 지기 같은 말이 와~ 닿을까? 조금 더 깊이 들어가서... 내숭과 점잔 빼기로는 세계 최상급인 우리나라 주변에 남녀 성기를 속칭하는 ‘자지’+‘보지’라는 말은 지금 거의 불가능하지만, 한때 유행처럼 등장했다. 극작가 이브 엔슬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The Vagina Monologue)를 연극으로 보았다. 물론 수전 서랜던, 우피 골드버그, 케이트 윈슬릿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주연을 맡았고 우리나라에서도 김지숙, 예지원, 이경미, 서주희 등 4명이 모노드라마로 각색돼 연극계를 뒤흔들었다. 우리나라 언론 매체들은 홍보, 광고에 아주 난감을 표했고 이러는 사이에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부제가 ‘보지의 독백’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버자이너 모놀로그》를 ‘보지의 독백’으로 번역한 것은 의도를 떠나 명백한 오역이다. 영어 ‘Vagina’는 질(膣), 보지는 ‘Vulva’다. 엄연히 의미가 다르며, 질은 아기가 들어서는 자궁의 입구부터 양쪽 소음순의 틈새까지를 가리키고, 보지는 생식기 언저리에 있는 불룩한 ‘불두덩’ 아래에서 회음 사이의 조개처럼 생긴 부위로 대음순, 소음순, 음핵, 공알, 질어귀 등을 아우르는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정서? 상, ‘질의 독백’보다는 ‘보지의 독백’이라는 말이 귀에 쏙 들어오며 뇌에 맴돈다. 보지는 실제로 따뜻하게 숨겨야 하는 신체 부위지만, 과감히 입술에 비유해서 독백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파급력이 더 큰 것일 수도 있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자지’+‘보지’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을까? 우선 ‘보장지 좌장지 설’이 있다. 권율의 사위이자, 이덕형과의 우정을 그린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백사 이항복이 퇴계 이황에게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을 물었다. “우리말에 여자의 소문(小門)을 ‘보지’라 하고, 남자의 양경(陽莖)을 ‘자지’라 하니, 그게 무슨 뜻입니까?” “흠, 음~. 여자의 소문은 걸어 다닐 때면 감춰진다 하여 걸음 보(步), 감출 장(藏), 갈 지(之) 세 글자 음으로 ‘보장지(步藏之)’라 하는데, 말하기 쉽도록 감출 ‘藏(장)’을 빼고 ‘보지’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의 양경은 앉아 있을 때면 감추어진다 하여 앉을 좌(座), 감출 장(藏), 갈 지(之) 세 글자 음으로 ‘좌장지(座藏之)’라 하는 것인데, 그 역시 말하기 쉽도록 감출 ‘藏(장)’은 빼고 ‘좌지’라 하는 것이 와전하여 ‘자지’라 하게 됐느니라.” 어떤 이는 황희에게 물었다 하고, 어떤 이는 이이에게 물었다고 하는데, 황희가 이이보다 200년 전에 살았기 때문에 황희 버전은 도저히 성립할 수가 없다. 하지만 퇴계나 율곡의 어떤 저서나 당시의 어떤 책에도 이런 이야기가 없다. 2003년 발간된 김형광의 《이야기 조선야사》에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글쎄…
좀 더 설득력 있다고 보는 중국 전래설이 있다. 1690년 조선시대 사역원에서 간행한 중국어 어휘집 ‘역어유해’(譯語類解)에 두 단어(‘자지’+‘보지’)가 표제어로 실린 것이 확인된다. 이 어휘집은 중국어 단어를 문항별로 배열하고 발음과 뜻을 한글로 적었다. 이에 따르면 보지와 자지는 중국어 ‘八子(팔자)’와 ‘鳥子(조자)’에서 왔다고 한다. ‘八子’는 중국어로 ‘바즈’인데 소리가 바뀌어 ‘보지’가 됐고, ‘鳥子’는 ‘댜오즈’인데 ‘자지’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 이론이 옳다면, 우리 조상들은 남녀 성기를 언급하는데 쑥스러움을 덜기 위해 외국어를 선택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보지와 자지를 원래는 무엇으로 불렀을까? 부끄러움을 덜기 위해 쓴 보지와 자지가 가장 숨겨야 할 말이 됐다는 것도 아이러니하다. 일부 언어학자는 ‘보지’가 ‘根(근)’이나 ‘種(종)’의 의미를 갖는 어근 ‘볻’에서 파생된 말이라고 설명한다. ‘봄’도 이 말에서 파생한 것이라고 한다. 또 ‘자지’는 ‘씨’를 뜻하는 ‘잦’에서 왔다고 한다. ‘보지’는 만물의 뿌리가 되는 ‘봄’이고, ‘자지’는 그 뿌리를 만들어주는 씨라는 설명이다. ‘보지’라는 말에서 따뜻한 느낌이 나는 것은 이 때문일까? 이밖에 작은 아기 보를 뜻하는 ‘보아지’에서 유래했다는 설, ‘보물 같은 땅’이라는 뜻의 보지(寶地)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 다양한 주장이 음지에서 나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지’+‘보지’는 잘 들어내지 않는 저속한 말이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교육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페미니스트 단체 ‘라비아 프라이드’는 보지의 지식을 알리고 ‘이쁜이 수술’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핑크 코드’를 비롯한 인권단체는 ‘보지 의류’를 걸치고 시위하기도 한다. 일부 교육단체에서는 “보지를 정확히 알 때에 성폭력이 줄고 여성이 성적으로 행복해진다”며 ‘보지 축제’를 벌인다. 이와는 거리가 있지만, 지난해에는 영국의 한 성인용품 회사가 누구의 보지가 가장 예쁜지 가리는 ‘국제 미인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보지와 자지를 입에 올리고, 그것에 대해서 지식을 퍼뜨리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에 도움이 되는, 막으려야 막을 수 없는 순리일까?
그냥 일반적인 성기로 보면 ‘자지’+‘보지’가 더 어울리나 생식기를 떠올려 대대손손 생명을 잉태하는 근원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부끄럽지 않은 단어로 보인다. 연극관람 후기 : http://naver.me/5OxmS8q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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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만 해 가면 나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