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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 11~12일차] 카미노에선 인사치레 덕담이 많기에 헤어질 때 말한 ‘식사 초대라도 한 번 하겠다’는 말을 문 군은 대충 흘려들었었다.

점심 갓 넘긴 시각에 부르고스(Burgos)에 입성했다. 뭔가 순례와 어울리지 않는 상태와의 만남이 낯설다. 곧은 직선으론 도무지 갈 수 없게 밀려드는 인파, 빽빽한 차량들이 울리는 클랙슨 소음, 잔기침을 일으키는 매연. 이 도시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익숙한 휴식을 보장하는 다국적 기업 ‘노란 M’뿐이다. 문 군은 우습다.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를 통해 인체의 유해성에 대해 격하게 공감했었다. 극한 합리화로 무장한 반환경적 경영과 고도 통제경영에 대한 날 선 비판들을 접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도날드화의 결정판인 ‘스마일 M’을 본능적으로 몹시 반가워하는 모순된 자아가 못나게 우습다.
“맥도날드 갈 필요 없겠어요!”
전화를 받던 앙헬이 낭보를 전해온다. 파블로가 자신과 함께 걸었던 모든 순례자들을 점심 식사에 초대한단다. 문 군은 12년 만에 우승한 기아 타이거즈 우승 때처럼 벅차오른다. 앙헬 표정도 밝아진다. 아까 길을 헤맨 마음의 짐을 털어낸 것이다. 사실 그 착한 앙헬이 정말 착하다고 할 정도로 파블로의 성정은 이미 검증되어 있었다. 다만 카미노에선 인사치레 덕담이 많기에 헤어질 때 말한 ‘식사 초대라도 한 번 하겠다’는 말을 문 군은 대충 흘려들었었다. 반면 그는 자신이 한 말을 지키고자 했고, 산티아고의 인연을 허투루 대하지 않으려 했다.
맙소사! 기대를 넘어선 감동이다. 순례 역사상 가장 다채로운 음식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스페인식 순대인 지역 특산 음식 모르시야(morcilla), 비프 커틀렛과 감자튀김, 스파게티가 정갈하게 놓이자마자 전광석화 같은 포크질이 이어진다. 이것이 파블로의 아내 헤수스 마리아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식탁 예의다. 문 군은 모르시야의 매력에 흠뻑 빠져 더없이 황홀한 만찬을 만끽한다. 파블로가 흡족해하며 웃는다.
“아직 안 끝났어요. 더 들어요.”
초콜릿과 쿠키, 요구르트와 콜라, 포도주와 럼주, 각종 과일들이 연이어 공수된다. 문 군에게 콜라란? 인생의 그윽함에 방점을 찍는 마법의 음료! 럼도, 와인도 그저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콜라 3캔을 연거푸 들이켜 그간의 마른 갈증을 털어낸다. 단 며칠간의 동행이 이토록 넘실대는 행복을 만들어 낼 줄이야. 예측 불가능한 감동의 콘체르토에 모두 깊은 상념에 젖어든다. 휘어진 상다리에 뜨거운 희열이 있다. 헤수스 마리아의 손끝에 풍성한 인심이 있다. 누구나 쉽게 말하지만 아무나 행동으로 하지 못하는 보석 같은 배려, 앙헬 눈빛이 촉촉한 건 럼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겨울 카미노에 지쳐 그늘진 영혼에 뽀송뽀송한 환희의 빛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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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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