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에 이어 가 볼 곳은 호치민 전쟁박물관. 사실 이 박물관은 1995년 베트남이 미국과 수교를 하기 전까지 전쟁 범죄를 고발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미국 전쟁 범죄 박물관'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렸다고. 이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캄보디아에 폴 포트가 등장하기 까지 했으니 범죄전쟁이라 불릴만도 하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박물관을 둘러보도록 하자.




박물관은 우리나라 용산에 있는 전쟁 기념관과 비슷한 느낌이다. 박물관 앞에는 헬리콥터, 전투기, 전차, 소총, 유탄발사기, 대포, 포탄 등 전쟁 무기, 내부에는 고엽제 피해 등 전쟁과 관련된 각종 사진, 스크랩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건 앞뜰에 마련된 '꼰 손 섬 감옥'을 재현해 놓은 곳이다.



꼰 손 섬 감옥은 프랑스 식민 지배시절엔 베트남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는 목적으로, 그리고 베트남 전쟁 당시에는 전쟁 포로들을 수용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당시 이곳에 갇힌 이들의 비명소리 때문에 '타이거 케이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여러모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역사를 지닌 베트남.


(베트남의 국부 호치민. 베트남 어디서나 호치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전쟁과 관련된 자료들이 테마별로 정리가 되어있다.



눈에 띄는 우리나라의 수도 기계화 보병 사단과 백마부대의 마크. 베트남 전쟁 당시 참전한 우리나라 군인들의 현지 사람들에 저지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접하게 될 때가 있는데 안타깝기 그지 없다. 우리나라가 그들에게 저지른 만행은 역사적으로 잊지 말아야 할 잘못임에는 틀림없다.
난 전쟁반대!!


세계 2차대전과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 동원된 물자와 사망자 수를 집계해 놓은 표. 한국전쟁도 말할 수 없이 끔찍한 동족상잔의 잔인한 아픔이 있는 전쟁이었지만 베트남 전쟁 역시 세계 2차대전의 수치를 웃돌만큼 끔찍한 전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유일한 승리를 얻은 나라라는데서 무척 대단하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베트남 사람들과 이야기 해 보면 종종, 그들 스스로도 미국에 승리를 거둔 유일한 나라라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전쟁에 동원된 무기들.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하다.
덕중에 덕은 양덕이라 했던가. 밀덕(밀리터리 덕후)이 유난히 많은 서양 남자들은 무기 섹션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마지막으로 가장 끔찍하고도 가슴아픈 오렌지색 테마의 전시관. 바로 고엽제 피해자들에 대한 사건이 조금은 적나라하게 기록되어 있는 곳이다.
미군의 베트남에 대한 고엽제 같은 화학 무기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간략히 말하자면 이렇다. 수적, 물적 자원이 부족했던 베트남의 해방전선 군인인 베트콩들이 정글에서 끊임없는 게릴라전을 펼치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미군은 베트콩은 물론 정글숲까지 씨를 말리겠다는 생각으로 고엽제 투하와 융단폭격을 가하여 베트남 전역을 초토화 시키기에 이른다.
당시 화학무기 공격은 오늘날 2세대, 3세대를 거쳐 끊임없이 기형을 갖은 아이들이 태어남으로 그 피해자가 끊이지 않고있다. 전시관에 사진들이 많았음에도 차마 그것을 찍을 수 없었기에 보여줄 순 없지만 현대 전쟁의 화학전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다시 한번 경각심을 깨워 주었다. 이 세상에서 모든 화학 무기가 사라지길. 더불어 전쟁도.


왼팔과 다리가 없는 고엽제 피해 2세대인 23세 베트남 소녀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쓴 편지는 가슴을 울린다. 미국 국민들과 같은 배움의 기회를 얻고 꿈 꿀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는 그녀의 말은 특히 가슴 깊은 곳을 찌르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두번째 사진에 있는 고엽제 피해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은 그럼에도 희망을 갖게 하는 강력한 메세지가 전달되는 듯 하다.
사실 전쟁 박물관은 일부 사람을 제외하곤 다소 지루하다거나 흥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전 때 우리나라 국군이 참전한 분명한 사실이 있고, 베트남 국민들이 연합군으로 부터 받은 아픔과 고통을 생각한다면 한번은 꼭 방문해 그들의 고통의 역사를 올바로 알고 우라나라의 잘못을 바로 바라보며 일본과 같은 안하무인의 태도를 버리고 이런 사건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박물관 관람까지 마친 뒤 다시 돌아온 벤탐마켓. 이곳은 전 편에서 소개한 것처럼 야시장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낮엔 이렇게 중앙 1층짜리 건물 안이 시장으로 열린다(야시장이 열리면 모두 문을 닫고 밖에서 장사를 한다). 사실 특별한 건 없고 그저 동남아시아에서 흔히 보던 시장의 풍경



선명이와 지혜와 합류하기 위해 벤탐시장 옆 광장으로 향했다. 베트남만의 풍경이랄까, 우리나라의 제기처럼 생긴 도구를 발로 차는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운동을 참 좋아하고 즐겨한다. 어느 공원이든 광장이든 늘 사람들로 붐비고 운동을 하고있다. 그래서 더 활기차 보이는 베트남은 그냥 지켜보는 것 만으로 건강해지는 느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웠던 나는 야경이 예쁘다는 호치민 인민위원회 청사를 가보기로 했다. 청사 앞에 관광명소인 호치민 광장도 이어져 있다 하니 꽤 볼만한 구경거리가 있을 것 같았다.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인민위원회 청사.



소문대로 멋진 인민위원회 청사 건물. 근데 사진을 잘 못 찍어서 별로 안예쁘게 나왔네..ㅜㅠ그리고 엄청난 교통량..

청사의 앞쪽으로 펼쳐진 호치민 광장. 호치민의 동상이 있어 수많은 현지, 외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호치민 시민들도 밤마다 거리로 나와 활보하며 활기찬 그들의 밤문화를 더욱 잘 보여준다.




광장의 모습. 이 당시가 새해를 얼마 남기지 않은 연말이었기 때문에 거리가 온통 네온으로 더욱 화려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거리공연하는 베트남의 젊은이들. 사진엔 담지 못했는데 베트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면 2~30명 정도 되는 고등학생 쯤 보이는 청년들이 기타를 치며 단체로 떼창을 하는 모습이다. 특별한 공연을 하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단체로 동그랗게 둘러앉아 공연하는 모습이 이색적이긴 하다.
내일은 매콩강 투어가 예약이 되어 있으니 오늘은 이만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