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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갖은 별은...

<어린왕자>를 또 다시 읽다... 읽을 때마다 놀란다.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따로 말이 필요 없는 문자들의 나열, 그 자체로 의미로울 뿐... 경기도박물관에서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는데... 궁금하다. 오늘 읽은 <어린왕자>는 사랑 이야기... ...... "그래. 넌 나에게 아직은 다른 수많은 소년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야. 그래서 난 네가 필요하지 않아. 나 또한 너에겐 평범한 한 마리 여우일 뿐이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나도 너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하지만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 거야! 그렇게 되면 황금빛이 물결치는 밀밭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날 테니까... 그렇게 되면 나는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도 사랑하게 될 테니까..."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네 시가 가까워 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알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이 필요하거든." "안녕, 잘 가... 참, 내 비밀을 말해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그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하지만 너는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는 거야.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 '어린왕자의' 여우가 말했다... ......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그곳 어딘가에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그러나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야. 마음으로 찾아야 해." "밤마다 별들을 바라봐. 내 별은 너무 작아서 어디 있는지 가르쳐 줄 수가 없어. 그 편이 더 좋아. 내 별은 아저씨에게는 여러 별들 중의 하나일 뿐이지. 그럼 아저씨는 어느 별이든지 바라보면서 즐거워할 테니까... 그 별들은 모두 아저씨 친구가 될 거야. 그리고 내가 아저씨에게 선물을 하나 하려고 해..." "모든 사람들에게 별들이 다 같지는 않아. 여행하는 사람에게 별은 길잡이가 돼. 또 어떤 사람들에겐 그저 조그만 빛일 뿐이고, 학자에게는 연구해야 할 대상이고, 내가 만난 사업가에겐 별은 황금이었어. 하지만 모든 별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어. 아저씨는 누구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야..." "밤에 하늘을 바라볼 때면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내가 그 중 한 별에서 웃고 있을 테니까, 모든 별들이 다 아저씨에겐 웃고 있는 듯이 보일 거야. 아저씨는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가지게 되는 거야." "그래서 아저씨의 슬픔이 사라지게 되면 나를 알게 된 것을 기뻐하게 될 거야.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나의 친구로 있을 거야. 나와 함께 웃고싶을 거고, 그래서 가끔 괜히 창문을 열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내가 아저씨에게 별들이 아니라 웃을 줄 아는 조그만 방울들을 잔뜩 준 셈이 되는 거지..." "참 좋겠지. 나도 별들을 바라볼 거야. 모든 별들이 다 녹슨 도르래가 있는 우물로 보이게 될 테니까. 별들이 모두 내게 마실 물을 부어 주겠지..." - '나의' 어린왕자가 말했다. ...... '여기 보이는 건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 '여우를 떠올린' 나(화자)의 생각. 오늘 이 시간... 별도 구름도 예쁜 가을의 초입에, 사랑 하는 이와 사랑을 잃은 이에게, 이 가을, 밤하늘 아래서 어린왕자의 별을 바라보며 행복한 웃음 짓기를... 도르래의 노랫소리가 쟁쟁 울리는 두레박을 받아 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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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구절 한구절 마음을 울리네요 가슴을 따뜻하게 해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어린왕자가 던져준 삶을 살수 있다면~
그 지혜를 준 것은 지구별의 '여우'였네요. 인간만이 어리석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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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오랜만에 읽은 SF 단편집이다. 사실 SF 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고 자주 읽지도 않는다. 과학을 공부하는 입장에 있다 보니 SF 소설을 읽을 때 마음 편히 읽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설 내 설정의 정합성을 따지는 바람에 머리가 아프기도 하고 순수한 집중을 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 단편집도 그런 면이 없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인 SF와 다른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조금 더 편히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총 일곱 권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차례대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스펙트럼, 공생 가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감정의 물성, 관내분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필자에게 흥미로웠던 작품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과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였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우주가 개척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이 이주한 행성으로 가지 못하게 된 안나라는 노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냉동 수면에 관한 연구를 하는 과학자인 안나는 슬렌포니아라는 행성계로 남편과 아들이 먼저 이주한 상태에서 자신은 지구에 남아 연구를 마무리하기로 한다. 당시 워프 버블을 이용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다른 은하에 도달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지만 그 기술로도 다른 은하에 도달하기까지는 여전히 몇 년, 혹은 몇십 년의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시간을 멈추기 위해서는 냉동 수면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나가 냉동 수면 기술을 거의 완성했을 때쯤 워프 항법이 아니라 웜홀 통로를 이용하는 항법이 개발된다. 웜홀 통로는 우주에 이미 뚫려 있는 통로였고 그 통로를 이용하기만 하면 되었기에 경제적으로, 시간적으로도 훨씬 효율적인 항법이었다. 하지만 웜홀 통로 항법은 이미 우주에 존재하는 웜홀 통로만 이용할 수 있었고 슬렌포니아 행성은 웜홀 통로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 위치한 행성이었다. 결국 웜홀 통로 항법이 개발되면서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는 방법은 점점 사라져 갔고 안나가 냉동 수면 기술을 완성한 이후에는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은 거의 없었다. 결국 안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될 때까지 슬렌포니아 행성으로 가지 못하고 언제일지 기약 없는 슬렌포니아 행 우주선을 기다린다. 영원히. 이 단편은 기술의 변화로 소외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분명 먼 미래,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한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묘하게 현재와 겹쳐 보인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계의 트렌드를 생각하며 읽었다.(사실 과학에 트렌드가 존재하는 것이 납득할만한 사실인가도 의문이다.)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충당할 과제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트렌드에 맞춘 연구를 해야 한다. 돈을 후원하는 입장에서는 이슈가 되고, 홍보가 되고, 유명한 저널에 올리기 쉬운 논문이 나올 연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어떤 시기에는 암, 몇 년 후에는 치매, 또 몇 년 뒤에는 심장병. 그런 트렌드의 변화에 맞물려 진행되던 연구가 돈이 부족해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특히 우리나라 과학계가 그런 면이 많다.) 그렇게 트렌드에 맞지 않는 연구들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그 연구들에 희망을 걸던 암 환자들, 치매 환자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들은 영원히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는 연구임에도 실낱 같은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결국 트렌드에서 멀어진 병을 가진 환자들은 소외되고 마는 것이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지금의 트렌드인 심장병 연구에만 돈이 지원되기 때문에.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몸을 개조해 극한 상황을 버틸 수 있게 만들어(사이보그 그라인딩이라고 부른다.) 우주 터널을 통과할 수 있는 우주비행사를 만드는 것이 주 설정이다. 주인공 가윤은 1차 사이보그 그라인딩 우주비행사였던 자신의 우상, 재경을 보고 이 프로젝트에 지원해 합격한다. 우주비행사 선발 당시 재경은 작은 키에 이미 아이가 있는 데다(심지어 비혼모다.) 나이도 많은 동양 여성이었고 많은 비난에 직면했었다. 성별과 인종 쿼터를 신경 쓴 선발이다, 재경의 실력과 자격이 부족하다는 비난들에도 재경은 꿋꿋이 버텨내 인류의 소외된 사람들을 대표하여 당당히 모든 훈련을 소화해냈고 안타깝게도 마지막 우주 터널 통과를 위한 우주비행선이 폭발하면서 사망한다. 가윤은 그런 재경을 한없이 동경했고 자신이 사이보그 그라인딩 우주비행사로 뽑힌 사실에 감격한다. 하지만 우주 터널 통과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폭발 사고로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재경은 사실 우주 비행선에 타지도 않은 상태였고 사이보그 그라인딩이 끝난 몸을 가지고 심해로 도망쳤다는 사실을 가윤은 뒤늦게 알게 된다. 재경과 친엄마만큼이나 돈독한 사이였던 가윤은 그 사실이 보도되자마자 엄청난 비난에 직면한다. 결국 가윤도 재경처럼 도망칠 것이다, 가윤도 무언가 자격 미달인 점이 있을 것이다 등등. 하지만 가윤은 재경처럼 도망치지 않고 그 모든 비난을 뚫어낸다. 결국 터널 너머의 우주를 본 첫 번째 우주비행사는 가윤이었다. 이 단편은 소수자에 대한 시선의 양면적인 뒤틀림을 보여준다. 고령의 동양인 비혼모 우주비행사인 재경은 대중이 기대하는 표준적인 우주비행사가 아니다. 한없이 표준에서 먼 곳에 있는 존재, 소수집단의 일원인 것이다.  재경에게는 소수집단이(실제 숫자에서든 사회적 관점에서든) 받는 양면적인 시선이 끝없이 가해진다. 한쪽에서는 분명히 제대로 된 우주비행사가 되지 못할 것이다, 자격미달이다 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한쪽에서는 여성의, 비혼모의, 동양인의 우상, 소수집단의 희망이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그 양립할 수 없지만 양립하고 있는 비난과 기대를 모두 저버리고 사라진 재경에 의해 오히려 가윤은 보호받는다. 가윤은 재경보다는 표준에 가깝고, 이미 재경에 의해 가윤에 대한 기대는 한껏 내려간 상태이기에 가윤은 훨씬 담담하게 사이보그 그라인딩 프로젝트에 임하고 실제로 우주 터널 통과까지 성공한다. 우리는 소수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비난하는 대중과 찬사를 보내는 대중이 우리에게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그것도 동시에. 소수집단이든 다수 집단이든 아무 차이 없이 대하는 것이 분명 정답일 테지만 아직도 우리는 많은 편견과 차별에 사로잡혀 있고 그런 이상이 이루어질지도 알 수 없다. 이 소설은 SF, 먼 미래라는 탈을 쓰고 현실을 꼬집는다. 과연 나는 재경과 가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가라는 질문이 곧 현 사회의 소수집단에 대해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가로 이어진다. 깊게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이다. 이 소설집은 다른 SF 소설들과 약간 다르다. SF적인 요소들을 불러와 먼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음에도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SF 소설의 장르적인 특징과 순수문학의 주제의식을 잘 섞어서 흥미롭고 새로운 유기체를 만들어 냈다. 김초엽 작가의 두 번째 책은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해진다. 소설 속 한 문장 : 그녀는 언젠가 정말로 슬렌포니아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끝에.
무제
-지잉- -...응? 휴대폰에 울린 알림을 확인했다. -oprjkjd님이 당신의 글을 좋아합니다! 문득, 나는 빙글에 들어갔다. 언제 썼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내 글. 그 글에 좋아요가 달렸다. 몇 달 전 확인했을 때보다 조회수는 훨씬 올라가 있었고, 나를 팔로워해주는 사람들은 내가 없는 사이에도 몇백명이 늘어나 있었다. 빙글에 들어오지 않았던 몇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이는 이제 보행기를 타고 온 집안을 누비기 시작했고 나는 쓰리잡에서 투잡으로 일을 줄였고, 새로운 직장에서는 이름뿐이지만 과장 타이틀과 함께 실무자가 되어 있었다. 이제 조금은 여유가 생긴 거 같다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빙글에도 열심히 글을 올려야겠다.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열심히...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소재가 없다... 그 동안 굳어버렸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뽀로로 주제가랑 아기상어밖에 생각이 안난다. 내가 추구했던 이야기, 무섭고도 오싹하고, 소설같은 실화. 혹은 실화같은 소설... 소재를 찾기 위해 담배를 챙겨들고 집 밖으로 향했다. 늦은 새벽. 아이와 아내가 잠들어있는 새벽. 아무 생각 없이 근처 뒷산으로 걸어갔다.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은 그 산. 꼭대기까지 올라갔을 때. 벤치에 앉아 애정행각을 벌이는 커플을 목격했다. 작은 가로등 불빛을 조명삼아 술에 많이 취한 듯,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반쯤 벗겨진 옷을 걸친 채 열심히 서로를 탐구하고 있었다. -아...시바..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한참 서로의 입술을 부딪히던 커플 중 여자가 눈을 뜨고 내 쪽을 바라봤다. -꺄아악! 뭐야 씨발! 여자는 남자를 밀어내며 나를 향해 거칠게 욕설을 쏘아댔고, 남자는 잠시 상황파악을 하더니 나를 보며 일어났다. -야. 뭐야? 뭔데 쳐다봐. 변태야? 시발 변태냐고. 어? -오빠. 저 새끼 성희롱으로 신고해. 나 계속 훑어봤어. 개 더럽네 진짜. 아. 나는 내 쪽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그들을 봤다.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듯한, 자신들의 추태가 들킨 것에 대한 민망함을 내게 풀겠다는 듯, 옅은 비웃음이 걸린 입으로 다가왔다. -툭- -툭- -야. 뒤질래? 어?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밀던 남자는. -퍽- 내 가슴을 발로 찼다. -크하하! 그러게 좆밥새끼가 어디서 나대 나대기를. -오빠. 이제 신고하자. 저 새끼 보내버리게. 볼썽사납게 흙바닥에 나뒹구는 나를 보며 저급한 대화를 이어가는 그들을 보았다. 그들의 얼굴에서 많은 것들이 보였다. 서류를 집어던지던 회사 상사, 정강이를 발로 까던 거래처 박차장, 살려달라며 돈을 빌려가서 연락이 없던 내 친구 준상이... 내가 싫어하던, 분노하던 많은 얼굴들이 얼굴에서 보였다. 그리고, 어느 새 내 손에는 큼지막한 돌이 들려 있었다. -퍼억-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았다. 움푹 들어간 관자놀이와 옆으로 서서히 넘어가는 그.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생각하는 듯한 눈. 모든 것이 서서히 내 시야에서 밑으로 무너져내렸다. -퍼억- -퍽- -퍽- 나는 그의 몸 위로 올라탔다. 내 손은 내 손이 아닌 듯, 그의 얼굴을 몇 번이고 돌로 짓이겼다. 그 순간 예전에 돈까스 만들 고기를 내리치던 때가 생각났다. 내 온 몸에 피가 여름 밤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것만 빼면. -히..히익...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미동도 없어진 남자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문득 빨갛게 물든 내 손이 보였다. 내 몸의 피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거 같지만, 그 남자의 몸에서 내 손으로 옮겨 온 피들은 아직 온기를 담고 있었다. -퍽- 아무 생각 없이 몸뚱이 두 개를 산 밑으로 굴려버린 후 벤치에 앉았다. 그렇게 뜨겁게 그들이 사랑을 나누던 이 벤치도, 지금은 산 중턱에 걸려있는 그들만큼이나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나는 천천히 담배를 한 대 피워올렸다. 빨갛게 타들어가는 담뱃불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빠르게 휴대폰을 켰다. 내가 없는 동안 꾸준히 내 글을 읽어준 사람들, 팔로우해준 사람들. 아직 손이 빨갛게 물들었을 때, 얼굴에 튄 무언가가 굳어버리기 전에. 이 생생함을 빨리 써내려가야한다. -게시가 완료되었습니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주머니에 담았다. -다음엔 비옷 같은거라도 챙겨서 나와야겠다. 일주일에 한 편씩 올릴 방법. 실화같은 소설, 소설같은 실화. 소설인 척 하는 실화. 실화인 척 하는 소설. 이제 소재를 찾았다.
아껴 읽고 싶은 너와 나의 이야기: 14
뉴스를 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달려가서 찍은 추석의 보름달입니다. 이제야 편히 웃음을 짓습니다. 찬물에 설탕을 넣고 저으면 설탕이 녹는다. 찬물을 데우면 설탕을 더 많이 녹일 수 있다. 끓이면 훨씬 더 많은 설탕을 넣고도 쉽게 녹일 수 있다. 이렇게 끓인 설탕물을 천천히 식히면 더는 설탕을 녹일 수 없는 물이 된다. 이런 물을 과포하 용액이라고 한다. 과포화 용액에 설탕 한 숟가락을 추가로 넣으면 포화 상태에 있는 설탕이 급속히 결정을 이룬다. 질서의 회복을 간절히 바라는 요구처럼 여겨진다. ⠀ 생이 꺼진 눈을 한 채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눈 앞에 비친 광고판 속 네 글자가 눈에 띈다. 바랍니다. 질서의 회복이 불가한 과포하 용액상태에 있는 자는 그저 글자의 획에 따라 눈을 움직일 뿐이다. ⠀ #12가지 인생의 법칙 #메이븐 #조던B피터슨 어떤 저녁은 투명했다. (어떤 새벽이 그런 것처럼) ⠀ 불꽃 속에 둥근 적막이 있었다.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지성사 #한강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다는 걸, 보이는 것 뒤에는 늘 슬픔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아버린 사람에게, 나보다 더 아파하는 사람 옆에서 아프다 내색할 수 없었던 사람에게, 슬픔을 견디기 위해 몸부림 치는 사람을 끌어안고 또 다른 상처를 몸에 새기고 있는 사람에게 ⠀ 오랜만에 울었다 ⠀ #한 번쯤 남겨진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수오서재 #안희주 닐 디 그래스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서로에게는 생물학적으로, 지구와는 화학적으로, 우주 전체와는 원자적으로." 하나 더 인용하자면 미국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바다의 섬들과 같다. 표면에선 떨어져 있지만 깊은 곳에선 이어져 있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마지막 대사와도 비슷하다. "모든 사람은 섬이다. 그러난 어떤 사람들은 섬들을 연결시켜 준다. 우리는 보이지 않게 이어져 있다." ⠀ 그래서 우리는 손을 맞잡을 때 안온함을 느끼는지도 모른다. ⠀ #내가 정말 좋아하는 농담 #김영사 #김하나 예전에는 친절함이 칭찬의 대상이었다면, 요즘에는 친절함이 디폴트값이고 친절하지 않은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요즘 '친절'에는 절박한 냄새가 난다. ⠀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몸에 배인 습관이기도 하지만, 그 선함이 옮겨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불손한 행동을 하는 이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요. 어제 '웃기는 양반'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모든 일은 절차에 따라 행해지기 마련인데 이를 자신만의 잣대로 판단하고 화를 내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더군요. 웃으실 일 없으실 것 같아 제가 웃겨드렸습니다. 라고 할 수는 없으니 조용히 짜증의 데시벨을 듣다가 끊긴 연결음을 들었습니다. 뚜 뚜 뚜 뚜 고약한 소리가 납니다. ⠀ #치킨에 다리가 하나여도 웃을 수 있다면 #허밍버드 #박사 ''또 한 해가 가고 오네요.'' ''당신 나이가 되면 모든 게 선명해질까요?'' ''아니요.'' ''그럼 더 혼돈스러워지나요?'' ''그냥 빨리 흘러가요. 비 많이 왔을 때 흙탕물처럼.'' ⠀ 정제되지 못할지라도 긴 호흡으로 부유하는 것들과 함께 가라앉고 싶다. 내려앉은 것들에 대해 조용히 이야기 나누면서.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어크로스 #김영민 사라지는 것만이 가장 현재 같았다. 구름은 사라지고 빗물이 남았고, 연기는 사라지고 재가 남았다. 음악은 사라지고 감정만이 남았다. 그러니까 나는 사라지고 무엇이 남는가. ⠀ 인간 때문에 기쁠 일은 점점 줄어가고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지도 이미 오래라고 생각하는 그가 마음에 든다. 우리 같이 사라지자 ⠀ #여름, 스피드 #문학동네 #김봉곤 하나라고 여겼던 심장이 두 갈래로 벌어지던 저녁이 있었고 이인분의 생을 사는 일인분이 되었고 예고 없이 폭설이 왔고 심장 하나를 떼어내 움켜쥐고 눈 위에 팡팡 두드렸고 일인분의 기억이 사라졌고 나머지 심장 하나가 뜨거운 혈액을 온몸으로 푹푹 내보냈고 둘이라고 여겼던 심장이 하나로 뭉개지던 그날만이 남았고...... ⠀ 일그러진 미련은 그때라는 시간 속에 나를 박제시킨다. ⠀ #내가 나일 확률 #문학동네 #박세미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 말에는 힘이 있고 혼이 있다. 나는 그것을 언령이라 부른다. 내 주위를 맴도는 언령이 악귀일지 천사일지는 나의 선택에 달려 있다. ⠀ #걷는사람 하정우 #문학동네 #하정우 그리고 가을도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가을이라는 의지를 세상의 모든 것들이 각자 번역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어서 이를 시로 써보았습니다. ⠀ 나의 계절은 번역할 수 없습니다 번역하고 싶지 않습니다 ⠀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문학동네 #황유원 외
작가의 글쓰기
'작가의 글쓰기' / 이명랑 저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을 쓴 글입니다.) 작가의 글쓰기는 이명랑 작가가 총 11명의 작가들의 창작론에 대해 인터뷰한 내용을 실은 책이다. 독자 입장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소설가들의 창작 방법, 노하우, 소설에 대한 생각 등을 알 수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소설가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반가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총 11명의 소설가들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다. 공지영, 구효서, 김다은, 명지현, 방현석, 심윤경, 이동하, 이명랑, 이평재, 정유정, 정이현 작가가 소설을 어떻게 쓰는지, 소설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만의 창작 노하우나 창작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답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명랑 작가는 책의 챕터를 세 개로 나눴다. 인물 중심의 소설을 쓰는 작가, 공간 중심의 소설을 쓰는 작가, 사건 중심의 소설을 쓰는 작가로 나눠 총 세 챕터에서 인물, 공간, 사건이라는 소설의 요소들에 대해서 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글로 옮겼다. 보통 소설 구성의 3요소라고 칭하는 인물, 공간(배경), 사건을 가지고 어떤 것이 중심이 되느냐에 따라 소설을 구분한 것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작가는 정유정 작가였다. 정유정 작가는 소설의 중심이 되는 가상의 공간을 그림으로 완전히 그려내 자신의 머릿속에 그 공간이 사실처럼 존재할 때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 대부분이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7년의 밤에서는 세령 마을이 중점이고 종의 기원에서는 아예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 내 심장을 쏴라에서도 정신병원을 무대로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정유정 작가는 그런 한정된 공간에 각각의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을 풀어놓으면 자연스럽게 소설이 진행된다고 말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창작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다고 해야 할까. 사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조금이라도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글을 쓰면서 스스로의 한계에 많이 부딪히는 느낌을 받았고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은 이들의 조언이 간절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 책은 그런 상황에 해답을 던져주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게 해 주었다. 그냥 엉덩이 붙이고 노트북 앞에 앉아 계속 자판을 두들기는 것. 그것밖에 답이 없었다. 10명의 소설가만 모아놔도 각각이 글 쓰는 방법이 모두 다르고 정해진 방법은 없다. 스스로 꾸준히 글을 써가며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길이 유일한 것이다. 아직도 답이 안 보이고 지금 하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계속 쓰는 수밖에.
제목없음 12
공포미스테리에 업로드가 안되어 재등록 합니당. 안녕하세요 빙글러님들 ^^ 제가 너무 늦게 왔죠ㅠㅠ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렇게 늦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회복을 좀 하느라고 늦었습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이전 11편 링크 https://vin.gl/p/2668121?asrc=copylink ============================================================== 제목없음 12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에 대비라도 되는 듯 소장의 집에 앉은 셋은 더이상 말이 없었다. 숙소에서 길을 나선지 시간이 조금 되는 듯 해서 지현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벌써 시간이 저녁을 향해 가고 있었다. 세 사람은 비를 너무 많이 맞아 입술이 파리하게 질려있었고 더이상 취재는 어려울듯 판단해 지현은 말을 건넸다. “ 오늘은 이만 철수하시죠. 물에 젖은 옷도 무겁고 다들 안색도 안좋으신데… “ 그 말에 부르르 몸을 떨고있던 수연도 수긍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이 되자 아까보다 좀 더 어둡고 음침해진 분위기에 압도되어 집안 내부는 좀 더 을씨년스러워졌다. 몸을 겨우 일으켜 영민과 수연이 먼저 카메라와 짐을 챙겼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줄 알았다면 카메라는 두고올걸 괜히 비싼 장비 젖은건 아닌지 지현은 괜히 걱정이 되었다. 지현은 수첩에 영민의 연락처를 간단히 적은 메모를 적어 소파 테이블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소장의 집을 나서자 빗줄기는 아까보다 조금 더 굵어져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 혹시 다른게 생각나거든 연락주세요. 제주향기 권영민 010-####-####] “ 두분 여기서 기다리시면 제가 차 금방 가지고 올게요. 셋다 젖는거보단 나을거 같네요 “ “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 영민은 허겁지겁 자켓을 뒤집어쓰고 차가 있는곳 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파리한 입술을 깨물며 덜덜 떨고있던 수연은 오랜 침묵을 깨고 말을 건넸다. “ 지현아. 미안해… “ “ 무슨소리야 . 새삼스럽게 “ “ 내가 괜히 뭔가 큰일에 너를 끌어드린거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 “ 난 어차피 취재도 하고 겸사겸사야. 너무 미안해하지마. “ “ 지현아..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수정이. 무슨일이 생긴거 맞는거 같아. 사실 이미 알고있었는데… 수정이가 무사하지 못할거라는거 말야. 근데 인정하기가 싫었어. “ “ 이해해… 원래 가족들이 그렇잖니. 죽었든 살았든 일단 우리는 수정이를 찾아야해. 할머니한테 보내줘야지 … “ “ 그래… 맞아… 정말 무슨일이 생긴거라면…… 할머니 볼수 있게 고향으로 데려가야겠어…. “ 저 멀리서 라이트가 깜빡거리고 암흑 사이로 권기자의 차가 등장했다. 둘은 서로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일단 차에 올랐다. 혹시 몰라서 찍어둔 관리소장의 핸드폰번호를 지현은 혹시 잊을까 싶어 또다시 수첩에 옮겨 적었다. [ 정진규 관리소장 010- ####-####] 돌아오는 길의 5.16도로는 난코스의 연속이었다. 꼬불꼬불하게 꺾어지는 급 회전 길이 몇번이고 지나서야 숲터널에 진입했다. 아까 낮에 봤을때는 그래도 조금 낭만적으로 보였던 숲터널이 비가 오는 저녁이 되어서 들어서자 한없이 어두운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영민은 혼자 운전하는것이 아니라 긴장이 되었는지 비상등을 켜고 서행을 하며 천천히 운전했다. 그 와중에 조수석에 탄 지현은 급격하게 올라오는 피로감에 잠이 쏟아지는듯 했다. ‘ 조수석에서 졸면 예의가 아닌데… ‘ 밀려오는 졸음과 한참 씨름을 하던 지현은 양쪽 볼을 몇대 때리고 나서야 잠이 조금 가시는 느낌이었다. 비를 쫄딱 맞고 조금 따뜻한 차 안으로 들어오자 밀려오는 졸음을 참기가 힘들어진 지현이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서행을 하던 영민이 갑자기 조금 속력을 내는 것이 아닌가. 비상등까지 켜가며 조심히 운전하던 영민이 어째서 속력을 내는것인지 운전석에 앉아있는 그를 보며 자제를 시키려고 옆을 쳐다보자 그곳에는 영민이 아닌 다른사람이 앉아있었다. 운전선에 앉은 사람은 남자였다. 사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모자를 푹 눌러쓴 머리가 덮수룩하게 길러진 사람이였지만 담배를 문 입술사이에 비춰지는 수염이 눈에 띄었다. 그는 무심하게 운전대를 잡고 있었고 주위에 차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 듯 위험한 속도를 즐기고 있었다. “…..누….누구세요 “ 입술을 파리하게 떨며 그에게 말을 건네자 그는 들리지 않는것인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저 앞만 보며 빗속을 달릴 뿐이었다. 그 속도가 제어가 되지 않아 지현의 안전띠를 맨 몸이 앞뒤로 흔들려 덜컹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 … 누구시냐구요 !! “ 흔들리는 몸을 겨우 일으키며 지현이 그에게 소리쳤다. 그는 시끄럽다는 듯 한쪽 눈썹을 찡그리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 조용히해. 진짜 죽여버린다 “ 그의 입술에서 새어나온 압도적인 낮은 목소리에 지현은 더는 대답할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거지 . 어떻게 해서든 이 곳을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어떻게든 나가야한다. 일단 바깥을 살피려 창문을 내리자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가 차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바깥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을정도로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어쩔수 없이 다급해진 지현은 손에 닿는대로 보이지않게 엉덩이 밑이나 좌석근처에 무엇인가 잡히는것이 있는지 더듬어 보았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 이 상황을 벗어날수 있는 방법은 없는듯 했다. ‘ 어쩌지…. ‘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가 않던 지현은 어떻게서든 이 차를 세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한 길인줄 알지만 차라리 사고를 내서라도 이놈을 저지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본인도 인지 못한 반사 신경으로 그가 쥐고있던 운전대를 잡았다. 놀란 그가 그녀를 쳐다보자 지현은 질수 없다는 듯 운전대를 쥐고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가고있는길이 안전한 곳인지 사실 알수는 없었다. 그냥 이차를 무조건 멈춰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하게 스키드 마크를 새기며 자동차는 도로위에서 곡예를 하고있었다. “ 이년이 …. 가만히 있으라고 했잖아 !!! “ 무엇인가 뜨끈하게 올라오는 고통에 고개를 들어보니 운전석이 아닌 뒷자석 누군가가 지현을 공격했다. 그는 지현의 머리칼을 잡아당기며 조수석에 내팽겨쳤고 차유리에 머리를 크게 부딪친 지현은 목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고통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않아 컥컥 소리를 내며 지현은 창문에 머리를 기대었다. 시야가 흐려지고 주변이 뱅뱅돌았다. 어두운 차 유리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은 다름아닌 목에 칼에 꽂혀진 피범벅이 된………… 수정이었다. !!!!!!!!!!!!!!!!!!!!!!!!!!!!!!! 창문에 비춰진 수정의 모습에 놀라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에 무엇인가 막혀져있어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저 꺽꺽 소리만 날 뿐이었다. 입을 달싹거리며 수정의 이름을 부르려 하는 순간 무엇인가 차가운 기운이 돌더니 갑자기 몸이 꺼지고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지현씨 !!!! “ 볼에 차가운 기운이 닿자 지현은 퍼뜩 눈을 떴다. 눈앞에는 영민이 그를 걱정스럽게 보고있었고 수연은 물그릇을 들고 있는걸 보아 아마 그녀가 지현의 얼굴에 물은 적셔준 모양이었다. 지현은 숨을 쉬지 못하겠다는 듯 꺽꺽 거리기 시작했고 영민은 다급하게 그녀를 일으켜 등을 두드렸다. 그제서야 의식이 돌아오는지 지현은 숨을 고르기 시작했고 그 모든 끔찍한 광경이 꿈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 지현아 괜찮아 ? 너 갑자기 차에서 잠들더니 깨질 않아서 영민씨가 숙소까지 업고왔어. “ “ 어………? 어…… 괜찮아 ………그냥 꿈 꾼거야 “ 지현은 그제서야 안심이 된다는 듯 마른 세수를 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째서 이런 끔찍한 꿈을 꾼 것인가…. “ 너 갑자기 숨도 못쉬고 꺽꺽대가지고 우리가 얼마나 놀랐다고 . 너가 막 소리소리 지르면서 엄청 허공에다가 대고 뭐라뭐라 하는데… 꿈꾼거야? “ “ 어………… 그냥….꿈이야 “ 영민은 지현이 깨났으니 무슨일이 생기면 부르라는 말만 남기고 젖은 옷을 갈아입으러 나갔다. 어렵게 의식을 되찾은 지현은 침대옆에 놓여져있는 거울을 들어 올려 자신의 목을 살폈다. 다행히 그녀의 목은 상처하나 없이 깨끗했다. 또 꿈을 꾼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같은 꿈이 아니였다. “ 비 맞아서 다들 너무 몸이 안좋아진거 같아. 얼른 쉬자 지현아. “ 수연이 따뜻한 타올을 가져와 그녀의 얼굴을 세심하게 닦아주었다. 엄마처럼 그녀를 챙기는 모습을 보며 지현은 아무래도 자기가 아는 모든 사실을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마를 닦던 그녀의 손을 잡아 내렸다. “ 수연아. 수정이………….. 수정이 죽은거 같아 . “ “ 그래…….. 나도 알아……. 그건 아까 우리 얘기 했잖아. “ “ 아니야 수연아 그거랑 다른 문제야. 수정이 정말 죽었어. 나 느낄수 있어........... “ “ 니가….느낀다고 ? 어떻게 ? “ 그동안 그녀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 말. 지현이 수연을 만나기 전부터 그녀에게 일어났던 평범하지 않았던 그 꿈들. 새벽마다 깨야 했던 그 끔찍했던 기억들을 모두 말해야 했다. “ 나 사실……… 매일 밤 수정이 만나 “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람_여태현 작가님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잘' 만큼 지극히 주관적인 부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제가 애정 하는 작가님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2019년에 알게 된 사람들 중 제일 좋은(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인어와 우주의 방 그리고 오늘은 누구도 행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_순차적으로 한 권씩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꼭 비가 내리는 날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그의 말에 비 내리는 날마다 읽었던 소설, 인어. 한 여자와 두 남자의 사랑은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우울과 몽상을 마시는 그들에게선 비 냄새가 납니다. T는 주로 차갑고, 가끔씩만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T는 내게 꼭 지구 온난화 같은 영향을 미쳤다. 끝없는 장마를 곁에 두고 간 것이다. 저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생경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뭐랄까요, 사랑이 넘치는 대한민국의 문화(드라마, 영화, 음악...)에 질려버린 것도 있습니다. 이는 문학에도 적용되는데 아, 이들의 사랑은 먹먹해서 입을 다문 채 '이제는 행복해지길' 바라며 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물이 빠지고 있는 욕조는 바닥이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것은 꼭 T와 나 같았다. 우리의 관계는 바닥을 드러낼수록,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서로를 할퀴었다. 어둡고 우울한 것에 대해 논하지 않아도 느껴질 때 완전히 그 감정과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축축함을 좋아합니다. 책임지지 못할 다정함은 상처가 되고, 나는 그것을 폭력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서로에게 폭력을 휘두른 셈이었다. 심연에 살 수밖에 없는 그들 모두가 인어가 아닐까요. 울적한 공기가 온 사방을 가득 채우며 이들의 이야기는 끝납니다. 물의 파동이 계속해서 퍼져 나가듯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우주의 방은 10개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그 중 좋아하는 부분들을 발췌했습니다. 파란색이 우울을 상징한다면, 하늘도 바다도 파란색인 이 지구에서 우울하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한 거네요. 그렇죠? 아, 그래 우리는 우울해도 이상하지 않은 행성 지구에 살고 있다. 그러니 저는 이상한 게 아니겠죠...? 라고 적으며 슬픈 미소를 짓습니다.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하려다가, 연희에 대한 생각만 잔뜩 한 것에 대한 자책이었다. 이번엔 동그라미로 글자들을 가둔 것에 대해 생각한다. 그러니까. 글자들이 다른 생각과 섞이지 않게 하기 위해 가둔 것인지, 그것만 생각하기 위해 가둔 것인지에 관한 생각이었다. 원의 이쪽 끝에서 반대쪽 끝으로 글자를 가로질러 검은 선 몇 개를 그었다. 곧고 검은 선. 그것마저 연희를 닮았다. 그의 시선은 섬세합니다. 소설가의 시선이란 그런 법이죠. 그렇기에 매번 '어떻게'라며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나는 의식적으로 몸 속에 가득 차 있을 물의 밀도를 낮추고자 했다. 그래서 울었다. 울다가, 울다가, 그러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물처럼 나를 계절에 녹이고 싶었다. 윤이 머무른 계절에. 겨울을 묵묵히 버텨내고 다시 봄이 오게 하는 생명으로 죽을 수만 있다면.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온몸을 저 계절 속에 산산이 비산하고 싶었다는 말이다. 다시 봄이 오게 하는 생명으로 죽을 수만 있다면 저도 이런 생각으로 타인을 대신해서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올까요.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배를 잃어버린 닻처럼 잠겨 살았다. 고개를 들면 수면 위로 표류한 배들의 배가 보이는 삶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오직 잠겨있는 것뿐인 삶이 계속되었다는 문장을 손끝으로 계속 매만집니다. 소화가 되지 않습니다. 어둠의 결이 비슷하다는 건 그런 법인가 봅니다. ''한 종류의 차를 오래 우려 마시면 찻주전자에 그 차의 냄새가 배게 돼요. 난 그게 좋아요. 꼭 생명을 잉태한 것 같아서.'' 별 특징도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 유일한 문장이었다. 저도 반해 버렸습니다. 준영이란 이름을 자꾸 되뇝니다. 사람의 삶은 타인없이 홀로 설 수 없다는 사실 너무 어린 날에 깨달은 탓에 역사는 오래되었고 방은 날마다 무겁다 이번 책은 당신이 내게 준 것들을 당신에게 돌려주려는 행위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추모다 수많은 제목이 후보로 오르내리다가 이 제목으로 결정되었다고 했을 때, 저의 반응은 '글쎄요.' '제목은 별로여도 글은 다 만족하실 겁니다' 라던 그의 말이 생각납니다. 연애를 하기엔, 그러니까 서로 사랑하고 맞춰 나기기엔 우리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겁니다. 그만큼의 시간을 내게 할애할 수 없다고. 열정 같은 거 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고. 나이가 많아서 사랑할 수 없다는 말을 혓바닥 위에 올려놓고 오래 굴립니다. 모서리가 많아서 입안을 아리게 하는 글자들. 여태현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그러면 어김없이 왼쪽 차선으로 나를 앞지르는 차들. 붉은 후미등을 보이며 달려갑니다. 한겨울에 그런 걸 보고 있으면 어쩐지 외로워져서 '내게서 멀어지는 것들 대부분 낯을 붉혔다.' 같은 메모를 하게 되는 겁니다. 그의 담백하면서 명료한 문체와 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표현들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애의 연락을 기다리는 일은 나까지 자꾸 애로 만든다. 일어나지 않은 일과 일어나지 않을 일과 좋아하는 마음과 단념하는 마음. 나 혼자 오해하고 서운해하는 일이 잦다.(중략) 그래도 괜찮다. 그 애는 '아직'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사랑하게 된다면 달라질 거야. 그런 희망을 '아직' 바라볼 수 있는 거다. 연필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은 마음을 부드럽게 긁곤 합니다. 단어에 대해 얘기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접해있는 건 물들기 마련이니까. 글자에 가까운 삶을 사는 사람일수록 단어에 예민하기 마련입니다. 어느새 바지 밑단이 축축해지는 것도 모르고 글자 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겁니다. 거기에 발을 담그고 오래 서있다 보면, 소설가는 문장을 수집하는 직업이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아, 그래 떠오르는 말들이 많습니다. 글자 속에 손을 집어넣고 왼손으로부터 오른손이 있는 곳까지 뚝 끊어내면 것보다 좋은 말이 얼마든지 떠오르는 겁니다. 저는 이 글을 기점으로 여태현이라는 작가에게 빠지게 되었습니다. SNS에 올라와 있는 그의 글을 탐독하고 우편으로 글을 받아보며 활자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글자와 대화를 나누며 같이 호흡한다는 거 흔한 일은 아니니까요. 워낙 좋아하는 작가님이기도 하고 제 벗이기도 해서 한 문장이라도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오늘 글이 꽤 길어졌습니다. (나머지 한 권도 싸인을 받을 예정입니다.) 독서 하세요. 그 곳이 어디든. 그의 말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책 추천] 추석 연휴에 읽으면 좋은 영화 원작 소설
안녕하세요! 책과 더 가까워지는 곳 플라이북입니다! 오늘은 추석 연휴를 즐겁게 해 줄 추석 특선 영화와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원작 소설을 소개해드립니다! 재미있는 책과 함께 즐거운 명절 되세요! “네 이름으로 나를 불러 줘. 내 이름으로 너를 부를게.” 태어나 처음 해 본 일이었다. 그를 내 이름으로 부르는 순간 나는 그 전에, 어쩌면 그 후에도 타인과 공유한 적 없는 영역으로 들어갔다. 안드레 애치먼 <그 해, 여름 손님> 중에서- 그 해, 여름 손님 안드레 애치먼 지음 | 잔 펴냄 책 자세히 보기 > http://me2.do/FGl7PgB8 “당신 손으로 레이를 죽이고 싶나요?” “나 때문에 자신이 죽어간다는 걸 그가 알았으면 좋겠어요.” 오스틴 라이트 <토니와 수잔> 중에서- 토니와 수잔 오스틴 라이트 지음 | 오픈하우스 펴냄 책 자세히 보기 > http://me2.do/GXmAV8Ek “어떤 실수들은… 유달리 커다란 후유증을 남기죠. 그렇지만 당신은 그날 밤 일이 당신이란 사람을 규정하도록 그냥 두고 보고만 있을 이유가 없어요. 그런 일이 못 일어나게 하는 게 클라크, 당신이 가진 선택권이니까” 조조 모예스 <미 비 포유> 중에서- 미 비 포유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펴냄 책 자세히 보기 > http://me2.do/xhOzc2DO “난 그 애를 사랑해요. 그 애를 사랑할 수 있어서 난 정말로 행운아예요, 반 호텐. 이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존 그린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중에서-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존 그린 지음 | 북폴리오 펴냄 책 자세히 보기 > http://me2.do/IF6gmPmG 부인이 내 얼굴을 열심히 바라보며 <죽은 아이> 얼굴을 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오싹 소름이 돋았다. 나 자신이 아니라 내가 전혀 모르는 누군가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생각을 하면 묘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세라 워터스 <핑거 스미스> 중에서- 핑거 스미스 세라 워터스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책 자세히 보기 > http://me2.do/Gx9kljzA 지금 플라이북에서 추천받기 > http://me2.do/FuJzeP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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