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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변했다? 남자는 원래 그렇다!

여자들은 말한다. "바로님! 남자친구가 변했어요! 예전에는 이랬는데..." 물론 여자들의 말대로 남자의 마음이 변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경험하고 듣고 상담을 진행하며 느낀바로는 남자의 마음이 변했다기 보다 여자가 예민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저 여자가 예민하기만 했다면 다행이다. 문제는 예민한 여자의 불평은 남자를 정말 변하게 만든다는거다.

남자에게 불평하기 전에 남자가 어떤 동물인지 공부하자.

사귄지 이제 100일이 코앞인데 남자친구의 반응이 나날이 식어가는게 느껴져요... 카톡도 단답으로 바뀌고 통화시간도 줄고... 데이트에도 신경을 안쓰는것 같고... 저는 남자친구를 더 사랑하게 되었는데... 남자친구의 이런 모습이 저를 너무 힘들게해요...

처음엔 이러지 않았는데... 갑자기 남자친구가 달라진것 같다고 느낀다면 그건 남자가 변한게 아니라 당신이 남자라는 동물을 모르는것이다. "왜 남자친구가 이럴까?" 라고 생각하기전에 당신 주변에 있는 남자지인들을 가만히 살펴봐라. 친구들을 만나서 어딜가는지 그리고 친구들과 어떻게 의사 소통을 하는지 그게 바로 당신의 남자친구의 본래 모습이다.
가능하다면 남자지인에게 부탁해서 그가 가장 친하다는 동성친구와의 카톡을 훑어보자. 온통 'ㅇㄷㄴ', '몇시?', 'ㅇㅋ', 'xx'의 반복일거다. 그게 남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다. 이렇다 저렇다 잡다한 말은 쏙 빼고 하지 않고서는 의사소통을 할수 없는 말들만 주고 받는다.
"한마디로 남자는 변한게 아니라 원래의 자기의 모습으로 돌아온거다."
물론 당신은 "처음엔 안그랬단 말이에요!"라고 하겠지만 처음 당신을 녹였던 사랑스러운 모습은 당신에게 자신의 찌질한 모습을 감추기 위해 꾸며지고 연기했던 모습이었던거다. 당신이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에 풀메이크업에 머리를 세팅했던것 같은 그런것처럼 말이다.
남자친구가 당신에게 "넌 생얼이 더 이뻐"라고 말해주는것처럼 모든걸 받아들여주길 바라는건 아니지만 처음보다 조금 느슨해지는 남자를 마음이 변한 것이라고 몰아세우진 마라. (당신도 사실 처음보다는 화장시간이 줄어들었잖아...)

당신이 불평하면 남자는 변한다.

그래서 제가 남자친구에게 변한것 같다고 하니까 남자친구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뭐가?"라고 하는거에요... 그래서 연락 문제도 그렇고 데이트도 그랬다고 자세히 말을 해주니까 미안하다고는 하면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더라고요... 결국 싸움으로 번졌고... 남자친구 입에서 우리 정말 안맞는것 같다는 말이 나와버렸어요...
다시 말하지만 남자친구는 마음이 변한게 아니라 원래 찌질하고 거친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것일 뿐이다. 여자가 느끼기에는 남자의 마음이 엄청 식은것 같겠지만 남자들은 큰 차이가 없다. 당신이 뭐라하든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는 당신 뿐이고 시간이 난다면 그리고 여유가 생긴다면 대부분 1순위는 당신이다.
이러니 당신이 불평하면 남자는 어리둥절하다. 당신이 느끼기에는 연애에 적신호겠지만 남자가 느끼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심지어 당신과 알콩달콩 잘 사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당신은 남자란 동물의 속성 하나를 깨닳아야한다.
"남자는 여자의 상식을 초월할만큼 무미건조하고 재미없고 무딘 존재다!!!"
좋게 말하자면 지독할 정도로 긍정적이고 태평한거다.
서로 연락이 줄어도 표현이 딱딱해져도
서로 바람만 안피우면 아무 문제 없다는 거다.
문제는 당신이 불평을 하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부터다. 아무 문제 없는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남자도 당신이 반복적으로 "오빤 날 사랑하는게 아니야!"라고 말을 하면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난 Y양을 사랑하는거 맞는데... 뭐가 문제지...?"로 시작해서 당신의 짜증과 불평 불만이 지속적으로 늘게되면 "아... 난 괜찮은데 Y양은 이렇게 괴로워 하는구나... 우리는 맞지 않는건가?"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불평하지 마라.
남자는 당신의 불만을 공감하지 못한다.
불평을 하느니 차라리 당신이 이별통보를 하는 편이 낫다.

너에게 딱 맞는 교육을 시켜라.

왠지 오빠가 헤어지자고 할까봐 일단 제가 잡았어요. 그리고 제가 남자친구에게 제 마음을 진지하게 전달했더니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했지만... 일 이주 반짝 달라졌다가 결국엔 만나는 횟수는 줄어들지 않아도 태도는 또 그대로 줄어들더라고요... 남자친구는 저를 사랑하는게 맞을까요?

결론적으로 Y양의 남자친구는 Y양을 사랑한다. 그 이유는 일단 만나는 횟수에 변함이 없고, 무엇보다 Y양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봐라. Y양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매일 투정만 부리는 Y양의 옆에 왜 남자친구가 남아서 Y양의 비위를 맞춰주려고 하겠는가?
남자의 마음이 변한건지 알고 싶나?
그렇다면 뭐든 시켜봐라.
시켰는데 알았다고 한다?
그럼 아직도 당신을 사랑하는거다.
앞서 말했듯 남자란 동물은 발꿈치에 박힌 굳은살마냥 무디고 거칠고 딱딱하다.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 뭔가 불만이 있다면 불평하고 짜증내기 전에 차라리 이렇게 해달라고 말을 해봐라. 그렇다고 막연하게 "날 더 신경써줘!"라고 애매하게 말하지마라 남자는 그 신경써준다는 의미를 잘 모른다.
"내가 짜증내면 그건 당이 떨어졌다는 신호니까 내가 짜증내면 입에다가 초콜렛을 넣어줘!"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라. 물론 "앞으로 하루에 10번씩 카톡해줘!"라고 해도 당장 당신의 뜻대로 되는건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8살 짜리에게 구구단을 가르치듯 인내심을 갖고 교육을 시킨다면 그 무디고 무신경한 남자도 달콤한 스윗가이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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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켜감서..맘상해감서... ~지친다..사랑으로감싸기에는인내하고.. 배려하기에는남자..헐..독보적으로이기적이다..초심잃음..대책없다.. 한가지말하자면..똑똑한남자는관리할필요가없고..멍청한남자는관리해도소용없고..날사랑하는남자는관리할필요가없음요.. ..~
타이틀부터 그러네.. 남자가 변했다는 맥락인데.. 전 남자입니다만 전 매번 상대방이 먼저 변하던데?? 연락 자주하고 표현 자주하고 사소한 부분 기억했다가 챙기고 싫어하는 부분 고치고 순종적이어서 그런지 어느날 갖다버리던데
워낙 그런성향인남자분들이많아서그런가봐요ㅠㅠ글쓰신분같으신분이 잘없는건사실인지라ㅠㅠ...
참 아이러니해요.. 제가 연애하면서 꽤 자주 듣는 말이 "먼가 여자같다" 라는 말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여자답다" 는 사람이랑 거리가 먼 분들만 만난 거 같드라구요 세상에 여자다운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다소 특이한 분들만 만난 요상한 진실
심지어 남사친이랑 둘이서 술마시는 걸 아무렇게 생각안하는 사람두 있는데 너무 남자에 대해서 저리 써놓곤 좀 그렇네요
서로 노력해야 되는 부분이지 남잔 원래 그렇다 하고 이해하기엔 여자들도 너무 힘든 부분이 많네요 그걸 아는데도ㅠㅠ 마음과 머리는 다르니 좀더 표현해줬으면 좋겟고 사랑받고싶은게 여자인지라. 교육해도 뭐해도 안될 놈은 안되더이다 접고 그냥 편하게 나랑 맞는 분을 다시 찾는게 빠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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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이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시간이 멈추는 듯 했습니다. 그녀는 말없이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이어, 꽁꽁 얼어붙은 눈이 햇볕에 서서히 녹아들 듯 점차 측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둘만이 느낄 수 있는 고요한 바람이 불어왔고, 그 바람은 왠지 모르게 아늑했습니다. 마치 그리운 서로가, 그간 잘 지냈냐는 안부를 대신하는 것처럼. 그렇게 아무런 말 없이, 아련한 눈빛으로 그저 서로를 바라만 보았습니다. 홍감독: "뭘 그리 뻔히 보고있어. 둘이 아는 사이인가?" 홍감독의 물음에 쉽사리 답하지 못하는 서윤이가 보입니다. 나: "그럴리가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서윤: "안녕하세요..." 파도가 몰아쳐도 서윤이를 지켜줄 방파제가 되고 싶고, 온갖 비바람과 오물이 튀어도 대신 맞아줄 우산이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홍감독: "그래? 아님 됐고. 슬슬 시작하지." 떨떠름한 분위기 속, 초점없는 눈으로 생각에 잠긴 서윤이가 보입니다. 불청객의 난입으로 얼마나 혼란스러울까요. 두꺼운 콘티가 하나씩 앞에 놓여지고, 홍감독님의 주관으로 회의가 진행됩니다. 다들 콘티와 시나리오를 유심히 읽고 있네요. 시계 초침 소리와 페이지 넘기는 소리만 들려옵니다. 원래 회의가 이렇게 진행되는 건가? 5분여간 지났을까요. 제작부로 보이는 관계자가 입을 엽니다. "몇번을 봐도 이 시나라오는 참.." 그러자 옆에 있던 분들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순간 죄인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앞에서.. "뭐가 이리 세세해. 덕분에 장소 섭외 고민은 할 필요도 없겠네." 좋은 의미인가? 어리둥절 할 찰나에 홍감독님이 정곡을 찌릅니다. 홍감독: "김작가, 이거 본인 이야기 맞지?" 달아오른 열기가 서서히 얼굴 전체를 덮어옵니다. 안돼, 티내지마 얼굴아. 나: "아.. 아닌데요?" 홍감독: "아니긴 무슨. 본인 이야기 아니고서야 이렇게 글이 나오겠어?" 나: "아.. 아닌데.." 홍감독: "그나저나 진득하게 좋아했나봐. 궁금하네 그 여자." 눈을 마주치면 혹여 들킬까, 붉어진 얼굴로 저 아래까지 시선을 떨굽니다. 데칼코마니처럼 나와 같은 자세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서윤이. 오직 둘만 아는 진실이 우리를 작아지게 만듭니다. 열띤 회의가 진행되지만, 공황이라도 온 듯 단 한 음절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서윤이도 콘티에 시선을 두고있지만, 페이지가 멈춰있는 것을 보아 나와 같은 상태인 것 같네요. 그렇게 제3자에 의해서 우리 이야기가 오고갑니다. 이어 우리의 첫만남이 이루어진 씬에 대해 논하기 시작합니다. 멍하니 얘기를 흘려보내다, 따끔한 정전기가 오른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듭니다. 아! 안돼! 홍감독: "다시 봐도 강렬하네 첫만남이. 그럼 이것도 김작가 이야기?" 얼굴이 달아오르다 못해 터질 것 같습니다. 나체로 거리에 내놓인다면 지금 딱 이 느낌일 것 같습니다. 나: "아, 아, 아닌데요, 정말 아니에요. 진짜로." 이유인 즉슨, 우리는 첫만남에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선을 넘었습니다. 단연코 가벼운 만남이 아니었습니다. 그날은 마치 판타지 세상에 빠진 듯 했어요. 강원도 속초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파티가 열리는 게스트하우스가 아닌, 조용한 안식을 얻고 마음의 여유를 주기위한 곳이었죠. 복잡해진 머리를 풀 겸 방문했고, 서윤인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리러 온 것을. 우연치 않게 창을 마주하는 긴 테이블에, 두칸 정도 띄고 나란히 앉게 되었습니다. 5월의 햇살은 따듯했고, 그 빛줄기는 서윤이의 얼굴을 더욱 하얗게 애태웠습니다. 빛을 받은 눈동자는 연푸른 갈색을 띄웠고, 그 선명한 눈동자는 나를 끌어들였습니다. 명암 진 콧대는 그녀의 이목을 더욱 부각시켰고, 아른하게 빛나는 그녀의 은은한 연분홍빛 입술은 어떠한 채도로, 명도로도 표현해 낼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사연이 궁금한 채로, 훔쳐보기를 한 두시간 지났을까요. 따스한 햇살은 그녀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싶었나 봅니다. 하늘은 빛을 닫고, 가랑비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창에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했고, 그녀는 만지고 싶은 듯 손가락을 맞대었죠. 마치 그녀의 마음을 대신해주는 빗줄기에 위안을 받는 걸까요. 숙연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니, 토닥여주고 싶었습니다. 평소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행동. 하지만 그날의 분위기는 어떠한 언행도 용납해줄 것 같았습니다. 따스하게 손을 건냈고, 서로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이미 그녀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아니지, 더 정확히는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볼 때 부터죠. 그렇게 우리는 복잡한 '성인'이라는 겉옷을 벗고, 어린 아이의 동심으로 돌아갔습니다. 우산 하나를 챙기고 비를 맞으러 밖으로 향했습니다. 토닥토닥 우산 위로 빗소리가 떨어지고, 우산이라는 작은 그늘 아래 서로를 의지했습니다. 무턱대고 걷다보니 속초 앞바다에 도착했고, 인적없는 아주 고요한 바다였죠. 우리는 그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나봅니다. 찰나의 고민도 없이, 신발과 양말을 벗어던지고 우산까지 내던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만큼은 현실의 모든 근심을 싹둑 잘라내었죠. 차갑게 내리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마음에 젖어든 불순물을 씻겨내렸습니다. 발가락 틈사이로 헤집고 들어오는 질퍽한 모래 마저 간질간질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간 내가 알고있던 행복이란 것은 모두 거짓임을 깨달았습니다. 6살 짜리 해맑은 웃음으로 얼마나 뛰어다녔을까요. 하늘은 적막해졌고, 해변가 끄트머리에 있는 큰 바위더미들 앞에 걸음을 멈췄습니다. 바위 틈에 잠시 몸을 숨겨 앉았고, 바다에 비친 푸른 달빛이 보일 듯 말듯 서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가쁜 숨소리가 진정되고, 남아있던 웃음도 달아났습니다. 묘한 정적이 이어졌고, 그녀는 마치 첫사랑의 두근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고, 내 목젖은 가만있질 못하고 자꾸만 침을 삼켜냈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젖어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죠. 하얀 티를 입고 있었던 그녀의 검정색 속옷이 천 조각 위로 너무나 적나라게 보였어요. 퍼래진 입술로 떨고있는 그녀의 모습은 가여웠고 그녀를 품지 않고서야 버틸 수 없었습니다. "......" 고요한 파도 선율에 홀린 듯,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천천히 그녀의 어깨를 부여잡았고, 낯선 손길에 잔뜩 경직된 채로, 가만히 멈춰있는 그녀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습니다. 그녀의 코를 맞대었고, 이어 천천히 고개를 틀어 내려왔습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의 아슬아슬한 거리. 그녀의 차가운 입술 위로 내 입술을 포개었습니다. 마주한 입술 사이로 미끌어져 내려오는 빗방울이, 투명한 맛과 함께 서로의 입안을 더욱 촉촉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주었어요. 서로의 혀는 부드럽게 뒤엉켰고, 다시금 가쁜 숨소리를 일으켰습니다. 그녀의 가느다란 목선을 타고, 하얀 티 안으로 흐르는 물방울. 물방울을 따라 시선은 하얀 티 안으로 향했고, 검은색 속옷 가운데 하얗게 옹골진 그녀의 가슴이 보였습니다. 마치 속옷을 벗어도 지금 보이는 예쁜 형태 그대로일 것 같은. 심장과 머리가 일렁일 정도의 자극이 이어졌습니다. 나란히 앉아있던 나는, 무릎을 꾼 채 상체를 일으켰고, 앉아있던 그녀의 고개를 뒤로 휙 져쳐 입맞춤을 이어갔어요. 그리고 물방울을 따라, 아주 천천히 그녀의 티 안으로 손이 홀려들어갔습니다. 내 손길은 그녀의 속옷 안까지 침범했고, 속옷에 닿을 그녀의 가슴이 고스란히 내 손아귀로 대신해서 촉감이 전해졌습니다. 그녀는 조심스러운 숨소리와 함께 나를 꼭 껴안았고, 이어 그녀의 허리춤을 받쳐들었고, 헐렁이는 플리츠 스커트 속으로 손길이 이어졌습니다. 그녀의 허벅지를 시작으로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깊은 곳에 가까워질수록 살결은 점점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선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골반. 그 근처에 위태로이 걸쳐있는 실크 느낌의 속옷. 갈고리 처럼 걸친 내 손가락을 따라, 서서히 말려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벗겨져 내려올수록 점점 더 나를 꽉 껴앉는 그녀. 잔뜩 겁을 먹은 듯한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 소중했고, 윤활제 처럼 나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었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서로를 온전히 품을 준비를 끝마쳤어요. 그렇게 그녀는 어두운 모래사장의 적막 속에 나에게 몸을 맡겼고, 차갑게 내리는 가랑비를 맞으며, 더욱 본연적인 아름다운 육체의 선을 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생생할 만큼, 가히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판타지 세상에 있다온 듯 합니다. 그녀를 하얗게 애태웠던 따스한 햇살. 그녀의 사연을 물고 온, 창에 맺힌 물방울. 우리를 씻겨 내려준 가랑비. 우리를 간지럽히던 질퍽이는 모래사장. 우리의 안위를 보살펴준 바위더미. 우리의 내면을 들춰준 적막한 파도 선율. 모든 게 완벽했죠. 물론, 시나리오엔 이렇게 세밀하게 쓰여지진 않았지만요. 음, 나도 모르게 회상이 깊어져 버렸네요. 여튼! 지금은 참아주십쇼. 아니, 마음껏 꺼내도 되니 제발 서윤이 앞에서는 꺼내지 말아주세요. 어디 개구멍이라도 없을까요. 아니 쥐구멍이라도. 홍감독: "한 번 읽었을 때 느꼈던건데 말이야, 정말 서윤씨 캐스팅 잘했어." 서윤: "네, 네?" 홍감독 : "김작가가 묘사한 거나, 분위기나 서윤씨라 해도 믿겠어." 물컵을 들고 홀짝이던 서윤이가 놀랐는지, 콜록 콜록! 연달아 헛기침을 합니다. 홍감독: "김작가, 안그래? 아주 찰떡이야." 기침에 전염이라도 된 듯, 급작스럽게 나도 목이 턱 막힙니다. 이런, 컥 컥. 서윤: "자, 잠시 화장실 좀..." 붉어진 귀를 한 서윤이가 자리를 비우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갖기로 합니다. 홍감독의 부름에 담배를 태우러 테라스로 향합니다. 홍감독: "내일 잘 부탁해. 꼭 맞는 배우를 찾아야 영화가 산다."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네요. 그 꼭 맞는 사람 여기 있는데... 나: "네네." 휴식 시간이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의가 끝이 납니다. 인사가 오가고, 미팅실을 빠져 나옵니다. 다 같이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서윤이는 보이지 않네요. 지금은 차라리 다행이다 싶어요. 낯부끄러워서리...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꾸깃 꾸깃 다 같이 탑승합니다. 문이 닫히기 직전. 삐삐삐! 이런, 인원 초과로 닫히지가 않네요. 눈치껏 재빠르게 내리고, 감독님들께 먼저 내려가시라 인사를 드립니다. 곧이어 옆 엘레베이터가 도착하고, 1층을 누른 뒤 구석에 기대어 섭니다. 숨 막히는 분위기가 끝이 나고, 회의 동안 뱉지 못했던 깊은 숨을 뱉어냅니다. 스읍 후~ 엘레베이터 문이 닫힙니다. 별 생각없이 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거의 다 닫혔던 문이 다시 열리기 시작네요. ...... 문이 열리며 서서히 보이는 여성의 실루엣... 아... 서윤아... 놀란 듯한 서윤이는, 제자리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동동거립니다. 괜한 곳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탑승하지 않을 사유를 찾는 듯 합니다. 하지만 있을리가요. 나: "타, 서윤아." 결국 함께 탑승한 채, 문이 닫힙니다. 서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양쪽 벽에 바싹 붙어 같은 곳을 응시합니다. 일정한 템포로 내려가는 층수. 9층..  8층.. 부디 이 정막을... 서윤: "......" 나: "......"
좌절하지 않는 마음 가져보기
사진 출처 : flickr - burntfeather 서커스단 코끼리의 발목에 밧줄을 묶어두면 도망가지 못한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새끼 때부터 발목에 밧줄을 걸어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반복적으로 겪게 하면, 밧줄 따윈 쉽게 끊어버릴 수 있는 큰 코끼리가 되어서도 그 밧줄을 끊을 생각을 못하게 된다는 것이죠. 더 강한 줄로 단 한 번 강하게 구속했다면 코끼리가 이렇게 좌절한 상태에 빠졌을까요? 좌절은 그렇게 서서히 마음이 얼어붙어버린 겁니다. 원래의 자신과 잠재력을 잊고 그냥 멈춰버린 시간입니다. 목표를 방해받고 분노하다 분노조차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며 목표를 잃고 좌절에 빠집니다. 좌절은 이런 무기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생을 병들게 합니다. 자, 그럼 여러분이라면 밧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코끼리에게 무슨 말을 해줄 것 같은가요? 좌절감을 이겨내도록 설득해 도와준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냥 끊어보라고, 끊을 수 있다고 말해줄 수도 있겠죠. 실은 그 말이 맞습니다. 끊을 수 있고 일단 해보면 너무 우스운 일이었음을 깨닫게 될 겁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아마 이렇게 말하겠죠. “불가능해요. 예전에 이미 많이 시도해봤어요.” 그러면 여러분이 그 자리에서 다른 밧줄을 끊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러면 코끼리는 이런 항변을 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강하잖아요. 나는 서커스단에 계속 묶여 있던 약한 코끼리라고요. 그리고 당신이 썼던 그 밧줄은 약했을지도 모르고요.” 네가 더 강하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안 되겠군요. 포기하고 그냥 묶여 있으라고 말하고 싶을 지경입니다. 그래도 좀 더 시도해봐야겠죠. 그럼 이렇게 말해볼까요? “너는 약해도 코끼리야. 자신을 좀 더 믿어봐. 할 수 있어.” 코끼리가 스스로 찾아와 방법을 물었다면, 변화가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지금 코끼리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겠죠. “안 된다니까요. 당신은 말로만 하니까 될 것 같은 거예요. 나에 대해선 내가 제일 잘 알아요.” 답답하죠. 그런데 실제로 좌절에 빠져본 사람이라면 지금의 말에 공감가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물론 공감이 된다고 그 생각이 옳은 것은 아니죠. 자, 그럼 이렇게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밧줄을 끊으려 할 필요는 없어. 그냥 발을 조금 움직여보는 건 어때? 지금껏 한 자리에는 있을 만큼 있었잖아? 매일 어제와 다른 곳에 발을 둬보는 거야. 한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여보는 거야. 그냥 지금 조금 움직여보는 거야.” 혹시 여러분 마음에도 밧줄이 있지는 않은가요? 스스로 얽어맨 부정적 신념이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한번 그 마음을 설득해보세요. 얼핏 생각하면 좌절에 빠진 코끼리를 설득하는 것이 쉬운 일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코끼리는 엄청나게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하니까요. 그리고 밧줄은 과거에는 거대한 존재였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죠. 코끼리가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있든 없든 아무 상관없을 정도로 미미합니다. 하지만 코끼리는 엄청나게 큰 존재로 의식하고 있죠. 밧줄을 끊어보기 전까지는 절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실제로 코끼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현재의 밧줄이 아니고 과거의 기억입니다. 하지만 그 밧줄이 너무 강하고 자신은 힘이 없다고 생각하죠. 자신의 기억에 사로잡혀 현실성 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면 이게 코끼리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까요? 좌절에 빠진 사람들의 생각도 이와 같습니다. 그리고 모두 자신의 밧줄만은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죠. 그리고 자신은 특별하게 약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할 수 없다고 스스로 믿게 만들어놨죠.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내면에 엄청난 잠재력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한 것 같아도 항상 조금 더 할 수 있죠. 그리고 그보다 더 할 수도 있죠. 그것이 무엇이든 한계인 것 같다가도 해보면 더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코끼리보다 더 강합니다. 밧줄처럼 한계라고 믿는 무언가가 생기기 전까지 한계는 없습니다. 결국, 무엇을 믿느냐의 차이입니다. 밧줄은 없습니다.
소름 주의) 척척박사가 발하는 MBTI별 이성 꼬시는 법
딴데서 보고 이 분 진짜 박산가 싶을 정도로 잘 맞혀서 열심히 캡처해봤어요 여태 본 MBTI 연애 관련 궁예 본 것 중 제일 잘 맞는 듯 얼마나 맞는지 다들 한 번 보시죠! ENFP ENTP ESTP ISFJ ESFJ ISTJ ISTP INFP ISFP INTP ENFJ ENTJ ESFP INFJ ESTJ INTJ INFP랑 친구 정리 ENFP - 엔프피는 약간 자기 로망을 충족시켜주면 훅 빠짐 약간 감성적인데 어른스러운 면도 있고 자기를 좀 잘 이끌어주는 사람한테 많이 빠지는거같아 ENTP - 일단 절대 잔소리 하면 안되고 존중해주면서 우쭈쭈도 잘해주는? 엔팁은 확실히 자기 입맛에 잘 맞는 사람한테 끌리는듯 ENFJ - 엔프제는 취향도 취향인데 서사가 좀 중요한 스타일 같음 뭔가 뭘 해서 꼬신다보다는 하면 안 되는 게 많음. 예를 들어 상처주는거나 예의없거나 제멋대로인 거. 그리고 좀 속깊고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끌림. 그리고 밀당이랑 여우짓 안먹혀! 눈치가 개빠르면서 수쓰는거 극혀ㅂ하거든! ENTJ - 엔티제는 뭔가 내 이상형은 이거야 라고 하는데 반대로 만나는 경우 꽤많음 일단 절대 한심해서는 안되고 그렇다고 자기를 통제하려고 해서도 안됨 솔직히 말하면 여자의 경우 취향이 아니어도 자기를 받아주고 하는행동이 맘에들면 잘되는경우 많고 남자의 경우도 처음엔 예쁜여자 찾다가 결국 마음맞는 스타일 찾아가는 느낌. ESTP - 엣팁 약간 두부류인데 완전 매력 미친 사람이던가 아니면 자기랑 반대로 선하고 인간적인 사람이던가에 빠짐 ESTJ - 아 엣티제 안했네 엣티제 약간 아이러니임 개똑똑하면서도 여우같은 면이 없는 통나무들이라 여우같은 스타일이 살살 달래면 녹음. 좋게 말하면 현명하고 지혜로운 나쁘게 표현하면 여시같은 사람하고 잘 맞으나 여우들이 엣티제를 데려가지 않으면 아예 순박하고 착실한 사람과 만나기도 하는듯 그치만 이경우엔 갈등이 좀..ㅜ ESFP - 엣프피도 생각보다 외모를 덜봄. 아 이사람이 나를 배려해줬어? 다정해? 나를 엄청 사랑해주네? 하면 폴인럽 ESFJ - 엣프제는 비슷한 유형이랑 잘 맞는 거 같아 막 미친듯한 끌림은 아니어도 대체로 반듯하고 선한 이미지 만나던데 ISFJ - 잇프제는 보통 어른스럽고 잘 챙겨주는 스윗러들에게 호감을 느끼나 가끔 나쁜남자들에게 빠지는 경우 있음 ISTJ - 잇티제는 확실히 여성/남성적인 느낌이 있어야 돼 친구같은 접근 안됨. 아 여자 잇티제는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친구루트 가능 ISTP - 젤 어려움 근데 변덕 개심하고 맘 잘 안주는데 대강 그래도 자기랑 말 통하고 상대방 외모가 취향이면 잘 맞는듯 ISFP - 잇프피는 일단 무조건 어른스러운 면이 일부분은 있어야해! 생각이 깊고 말이 통한다 나를 잘 챙겨준다 느끼면 폴인럽 INFP - 인프피들 안그런척하면서 막상 빠지는 애들보면 완전 예술가스럽거나 끼많거나 핵인싸인 스타일 많았음 enfp들에게 입덕하는 경우 많음 근데 좀 보듬어줄 수 있는 사람이랑 오래가긴 하더라 INTP - 인팁은 첫인상(본인취향)이 개개개개개개중요하고 잇티제처럼 친구같은 접근 안됨. 무조건 여자/남자 느낌이 강해야하고 취향이 진짜 개소나무 개확실해서 딱 맘에없음 눈길안줌. 남자 인팁 보통 애교에 녹음 INTJ - 인티제도 개어려워! 근데 얘들도 본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개심한듯 약간 인팁이랑 비슷해! 진짜 이상형 확고하고 고집 센데 그게 맞추기가 어려워서 정말 누구 만나기 힘드십니다..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가볍게 만나는듯 INFJ - 인프제들 일단 퇴폐미 이런거 별로 안좋아함 귀여운거에도 꽤 심쿵하는듯 좀 기운이 맑고 밝은 사람 많이 좋아하고 반듯한거 좋아함. 정석 미남 정석 미녀? 약간 애교있는 상견례 프리패스상 많이 좋아하는 거 같더라. 자기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 안에서 통통 튀면 매력으로 느낌. 출처) 뭐야 이 사람 진짜 박사예요? 대단하다....
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1화
금요일 밤 11시50분 이태원. 친구놈과 가볍게 1차를 마치고 붉어진 얼굴로 이태원 라운지 바 '포레스트'의 긴 줄에 서있습니다. 친구: "야 오늘 느낌 좋아." 설레발치는 친구의 말에 속내를 감추고  무심한 척 했지만, 이미 내 머릿속엔 이름 모를 하얀 그녀와 은밀한 접촉을 하고있었죠. 입장할 순서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심코 던진 시선엔, 창가쪽에 앉아있는 하얀 탑을 입고 좋은 향이 날것만 같은 여자가 앉아있었습니다. 제발 둘이어라.. 제발.. 둘.. 이어서 반대쪽 빈 의자에 금발을 한 여성이 착석합니다.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이것이 우연일지라도 기필코 인연으로 만들겠나이다. 옆에 친구놈에게 독화술로 긴급한 내마음을 전합니다. 나: "오른쪽 위. 오른쪽 위. 아니 병신아. 반대쪽." 자연스레 스캔을 한 친구는, 츄르를 본 고양이의 눈처럼 동공이 확장되더군요. 우리는 어떤 대화도 필요치 않았습니다. 피차 목적은 다를 수 없으니까요. 드디어 입성! 합이 이루어지는 술집 특성상, 새로운 손님이 들어올 때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여기서 그 시선들을 느껴버리곤 두리번 두리번 이 집, 저 집 테이블을 훑는 것은 나의 격을 추락시키죠.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않고 정해진 나의 길을, 다른 시공간에 있는 것처럼 빠르게와 느리게의 그 어딘가의 템포로 걸어갑니다. 제발.. 제발.. 나이스! 인연을 피어낼 여자의 뒷 대각선 테이블. 자연스레 눈이 마주칠수 밖에 없는. 서로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밖에 없는. 알바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술 다 먹고 테이블까지 정리해드리고 나갈게요. 꾸벅. 좁은 테이블에 메뉴판과 기본 안주가 세팅됩니다. 컵을 나누어 물을 따르고, 곧바로 컵을 집어듭니다. 네, 사실 목이 전혀 마르지 않습니다. 밍밍한 물을, 무슨 에스프레소를 마시 듯 컵을 얼굴에 바짝대고 입술만 적시며 술집 안을 스캔합니다. 우리의 레벨을, 우리의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견적 끝. 뭘 해도 되는 날이다. 친구 : "뭐 먹을래?." 나 : "너 먹고 싶은거. " 주문한 안주와 술이 나옵니다. 아주 조용하고 예의 바른, 또 꾸며지지 않은 진심을 담아 알바생에게 건냅니다. "고맙습니다." 이것의 서브텍스트는, 친구놈의 어깨 옆으로 보이는 그 여자에게 보여주기 위함입니다. 귀가 쩡쩡거리게 떠드는, 또 육두문자를 서슴없이 뱉는 예의없는 저 테이블의 미물들과는 달라. 난 기본 예의와 매너를 갖춘 남자야. 사실,  다 집어치우고 친구놈이 정말로 정말로 잘생겼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친구놈의 영양가 없는 얘기들을 흘려보내고, 횟수를 늘리며 그쪽을 응시하죠. 엇! 잠깐 그쪽 테이블에 등을 보이던 여자2도 갑자기 몸을 틀며, 둘이 함께 이쪽을 바라봅니다. 그러곤 또 다시 둘이 속닥입니다. 뭐지..? 저는 다급하게 친구를 툭툭 치고 고갯짓으로 여자 테이블을 가르킵니다. 자! 친구야! 어서 네가 가진 유일한 무기인 그 얼굴을 비추거라. 친구놈은 훈훈한 미소로 민들레 홀씨를 날려보냅니다. 1차전 종료. 다시 각자 테이블의 상대를 마주보며 무미건조한 담소를 이어갑니다. 모든 신경은 상대 테이블에 세운 채로요. 마치 스키점프 출발 직전의 마음으로. 친구놈은 본인의 상태를 정비하고 온다며 화장실로 향합니다. 볼 것도 없는 폰을 의미없이 만지작 거립니다. 하도 많이 봐서 같은 게시물만 올라오는 SNS. 아 이 친구놈 언제오지. 나올 기미가 없어보입니다. 다시 고개를 내려 만지작 만지작 폰을 보려는데, 두근거리는 시선이 느껴집니다. 시선이 느껴진 곳은 역시나 그 여자 테이블. 이 날  이 시간에 여기서 눈을 맞추기로 한 것처럼, 부끄럽지만 흔들림 없이 직선으로 뻗은 서로의 눈맞춤. 이번엔 피하지 않고 지긋이 보겠습니다. '피식' 어? 웃은 건가? 나보고 웃는 건가? 아 렌즈 끼고 올 걸.. 근데 나는 왜 웃고있지? 그렇게 3분같은 3초 정도를, 30%정도의 미소만을 띤 채 서로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화장실에서 나온 친구가 봤는지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에 오기도 전에 여자 테이블로 향합니다. 잘은 안들리는데.. 친구: "이제 같이 먹을 때 됐다. 이리로 오세요." 여자2: "네!?" 끝내 못이기는 척 이쪽 테이블로 넘어옵니다. 이 어색한 기류. 누군가 날려줘야 하는데.. 이건 내 담당이 아니다.  친구야 도와줘. 간단하게 서로에 대해 소개를 이어갑니다. 여자: "그냥 필라테스 가르치고 있어요." 아 필라테스 강사였구나. 어쩐지 흰 탑 위로도 보이는 깊은 곡선들의 균형이 완벽하더라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불과 20센치 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여자. 거침없이 휙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벙긋 물어봅니다. 여자: "뭐해요 오빤? 그냥 오빠라고 할게요." 오빠? 아직 나이도 공개안했는데 오빠라고?. 나: "아 네네." 그건 그렇고 나더러 뭐하냐고 물었지. 뭐라고 대답하지. '시나리오 작가예요.' 아니야. '어떤 거 썼어요?' 등의 꼬리 물기 질문으로 곤란에 쳐할 수도 있어. 나: "그냥 어, 글써요." 여자: "우와 근데 막 야설 같은 거 쓸 것 같아." 10명 중 9명에게 돌아오는 똑같은 대답. 그놈의 '야설' 정말 야설이라도 써야하나 후. 덕분에 풀린 분위기. 벽이 허물고 이젠 더 과감히 숨김없이 웃으며 술잔을 비웁니다. 슬슬 취끼가 올라오는 자리. 떨어져 있기엔 썰렁한 초가을 날씨가 남녀 한쌍을 더 가까이 밀어줍니다. 어느새 서로 손에 깍지를 끼고있는 친구놈과 여자2. 너넨 어렸을 때, 서유럽에서 자랐니? **** 새벽 3시, 술집을 나옵니다. 알콜에 새벽 이슬이 더해져 흐느적거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친구놈은 이미 알콜 만땅이 되었습니다. 옆에 꼭 붙어있는 여자2도 더 이상 술집은 갈 수 없다는 듯이 친구놈에게 몸을 맡긴 채, 눈을 감고있습니다. 고요 속에 이미 형성된 분홍빛 무드. 하지만 빠질 수 없는 여자들의 우정이 빛을 바랍니다. 여자: "야 정신차려. 이리와." 친구놈은 여자2의 어깨를 부여 잡고선 다른 한 손으로 볼을 어루만집니다. 여자2는 친구놈의 부드러운 촉감에 최면이라도 걸린 듯 붉어진 얼굴로 베시시 아이의 웃음를 짓습니다. 저 멀리서 먹잇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소리도 없이 낮은 포복으로 택시 한대가 스윽 다가옵니다. 아니 기사님? 저희 손도 흔들지 않았는데? 택시 기사님: "안 탈 거예요?" 이태원 바닥에서 십수년 이상의 짬을 먹은 베테랑 기사님의 눈칫밥이겠지요. 친구놈은 자연스레 여자2를 택시 안쪽에 태웁니다. 곧바로 이어서 탑승하는 친구놈. 택시 안으로 머리를 구겨 넣기 직전 저를 쳐다보네요. 국정원 요원이 작전에 투입되기 전 서로를 바라보고 비장한 고갯짓과 함께 작전을 개시하는 것처럼. '끄덕' 하더니 문을 닫습니다. 문틈사이로 삐져나온 말이 들려옵니다. '신촌으로 가주..' 잘가라 친구야. 네 몫의 우정은 다했으니 멀리 멀리 영영 떠나가라. 덩그러니 남겨진 여자와 나는 처음 합석할 때처럼 또 다시 어색한 기류가 흐릅니다. 손가락 마디 하나 움직이는 것 조차 어색한 게 내 자신에게도 느껴집니다. 어서 이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파동을 일으켜야 하는데. 머리야, 어서 이 풍파를 헤쳐나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단어를 생각해! 나: "카페 갈래?" 아, 이 병신아. 이 시간에 남녀 한쌍이 갈 수 있는 목적지는 단 하나 뿐이잖아. 난 그곳에서 오늘의 종지부를 찍고싶다고. 내가 뱉은 빵점짜리 질문에 여자의 얼굴에 잠시동안 물음표가 만개했습니다. 이어 4살 연하의 남자를 보는 듯한 모성애 담긴 눈빛을 하더군요. 여자: "오빠는 진짜 착한가보다. 난 착한 사람이 좋아." 멍청하다는 걸 돌려 말한건가? 아니야. 난 착하지 않다고. 내면엔 누구보다 진한 핑크빛 욕망이 있다고! 아 이게 아닌데.. 카페로 향하는 걸음엔 후회와 자책이 가득 실려 벌어지는 보폭은 불과 20cm 남짓. 터벅 터벅. 잠깐 멈춰 세우고 싶은데, 도무지 어려운 한글은 아무런 단어도 던져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등 떠밀려 온 것처럼, 카페 건물 1층에 도착합니다. 먼저 올라가는 여자. 한걸음 올라갈 때마다 나풀거리는 흰 테니스 치마. 올라가는 리듬에 맞춰 살랑살랑 보이는 속살이 나를 간지럽힙니다. 아 두 계단만 아래서 갈까. 카페 자동문이 열립니다. 새벽 3시를 훌쩍 넘었지만 첫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인지 빈자리가 많진 않습니다. 나: "뭐 마실래?" 여자: "난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이스라메리카노 2잔을 시킨 뒤, 착석합니다. 여자는 먹지도 않는 커피를 들고 괜한 빨대만 콕콕 씹어댑니다. 빨대를 문 채, 입을 씰룩거리는 게 분명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여자: "오빠 술 다 깼어?" 나: "응 갑자기 멀쩡해졌어." 저 질문의 의도는 무엇일까. 혹시 나와 같은 미래를 생각하고 우리의 남은 새벽을 야릇하게 이끌어줄 취기가 남아있냐는 뜻일까. 아니면 술도 다 깼으니 이제 그만 집에 가자는 걸까. 여자: "괜찮으면 우리집 가서 한 잔 더 먹을래?" 나: "어?" 순간 모든 신경다발이 멈췄습니다. 모든 신경물질들이 급속도로 하체의 한 곳으로 몰집합니다. 생각치도 못한 전개에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현관에 들어설 때 부터의 동선을 미리 생각합니다. 여기서 허리를 감싸안고.. 여자의 목덜미 옆으로 내 얼굴을 닿을 듯 말 듯 아찔하게 포개고.. 절제된 호흡으로 여자의 귓가에 야릇한 호르몬을 보내고.. 갓난 아이를 보듬듯, 조심스레 옷 안으로 손을 넣어 마디마디 천천히 올라가 후크를.. 뚝. 나: "좋아. 지금 갈까?" 여자: "남은 것만 마시고 가자." 여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심장박동수가 오르내립니다. 어서 당장 쪽쪽 다 빨아먹어. 술집부터 화장실을 한번도 안간 탓인지 급해집니다. 내 상태도 정비가 필요한 타이밍. 화장실로 향합니다. 정성스레 만든 반 깐 머리를 방해하는 잔머리를 정리하고, 옷 매무새를 다듬습니다. 마지막으로 내눈에만 보이는 잘생겨보이는 각도로  거울에 비친 나를 체크합니다. Ok. 화장실 문을 열고 나갑니다. 어라? 맞은편 여화장실에서도 문이 열리네요? 시선을 낮춰서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어딘가 익숙한 실루엣의 바디라인. 그리고 특유의 향수와 샴푸냄새의 섞임. 에이 설마 아니겠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화장실에 나온 사람을 봅니다. 그 사람을 본 순간, 식물인간이 된 듯 모든 사고가 불가능했어요. 네가 왜 여기있어? 지금 여기서 만나면 안되는 거잖아.
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7화
우리의 이별씬. 서윤이와 헤어지던 날. 애석하게도 나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들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그녀의 매마른 가슴에 단비가 될 수 있을까 하고요. 결국, 등 뒤에 꽃을 숨긴 채 차마 건내주지 못했지만요. 그날은 유독 방 안에 서린 침묵이 두려웠습니다. 꽤나 오래 전부터 암묵적인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는데, 그 마침표가 오늘이 될 것만 같았거든요. 눈치 없는 척 그녀를 맞이했고, 묘하게 지쳐보이는 서윤이의 눈동자는 자꾸만 우리의 끝을 앞당기는 것만 같아, 초조한 마음에 괜한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나지막이 나를 불렀어요. 마지막으로 나를 부르는 듯 애처롭게. 불안을 예기한 듯 매초마다 감기는 눈꺼풀로 서윤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서윤이의 어깨 너머로 선반 위에 있는 투명한 꽃병이 보였어요. 그리고 그 안에 외로이 시들어 버린 꽃.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모양새. 너무 늦었구나, 내가. ...... 처음 서윤이이게 저 꽃을 선물했던 날이 생생해요. 무뚝뚝 하기만 했던 나에게 받은 꽃이라며 조심스레 유리병에 옮겨 담고, 뭐가 그리 애중한지 웃음꽃이 만개 했었는데.. 시들어 버린 꽃을 보고나서야 비로소 알게되었죠. 우리에게 남은 생기는 더 이상 없다는 것을. 때 늦은 후회가 밀물처럼 번져왔습니다. 더 시들기 전에 더 예쁜 꽃을 가져다 줄 걸. 그 꽃에 담긴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라고 속으로 삼키지 말 걸. ...... 그렇게 둘은 아무런 말 없이 한참을 숨죽였습니다. 암담한 침묵이 우리를 집어 삼킬 때 쯤, 이슬진 눈을 뒤로 하고, 밝게 웃으며 서윤이에게 말을 건냈어요. '이제 저 시든 꽃 좀 버려. 남은 향도 없겠다, 바보야.'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아는지, 서윤이의 연민 섞인 눈에서 닦을 새도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그럼에도 난 웃어야 했습니다. 여전히 내 마음에 가득 차있는 서윤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으니까요. 그간 우리의 추억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정말 어찌나 소중했는지, 어찌나 사랑했는지. 끝이구나, 정말로. '그만 좀 울어, 자꾸 우니까 못 가겠잖아. 웃는 얼굴 좀 보자.. 마지막으로.' 그렇게 등 뒤에 숨긴 작은 꽃송이는 전달되지 못한 채, 주인을 잃어버렸습니다. ****** 부디 그때의 나를, 그때의 우리를 그려주세요. "시작하겠습니다." 큰 심호흡을 내뱉고, 곧이어 배우의 연기가 시작됩니다. 지정해준 대사엔 별다른 지문이 없기 때문에 배우 스스로의 분석이 필요했을 겁니다. 서서히 붉어지는 눈가와 코끝. 숨죽인 가운데 첫 음을 뗍니다. "......" 숨죽여 속으로 삼키고 싶은 말을 억지로 토해내듯, 대사 마디마다 아픔이 느껴집니다. 슬픔을 딛고, 애써 침착하게 안녕을 고하는 듯 하지만 그 속에 애절한 포효가 들려옵니다. 끝끝내 터져버린 울음. 주체 없이 흐르는 눈물과 차오르는 감정 때문에 모든 대사가 뭉개집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대사는 중요치 않았습니다. 그의 감정이 모든 걸 대변했으니까요. 마치 그때의 내 심정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때의 나는 웃어야만 했죠. 속은 갈기 갈기 찢겨도, 그래야만 했어요. 배우의 연기가 끝나고, 여운이 살아있는 듯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는 한동안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 이후로 또 다시 속전속결로 배우들이 떨어져 나가고, 고작 서너 명의 '지정 연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읊조리듯 애써 덤덤하게 표현해 내는 배우. 시린 한기가 가슴을 도려낸 듯, 울부 짖으며 표현하는 배우. 온전한 눈물을 흘리며 진심을 전하듯 표현하는 배우. 정말이지 모든 배우가 감명깊은 연기를 선보였어요. 하지만 그 누구도 그때의 분위기, 그때의 우리를 고스란히 그려주진 못한 것 같습니다. 음... 그렇게 생각보다 긴 시간 끝에 오디션이 끝났습니다. 얼추 추린 듯, 해당 배우들의 프로필을 단상에 올려놓습니다. 홍감독: "이렇게 셋 정도." 캐스팅 디렉터: " 저는 얘 말고, 마지막으로 했던 얘로 해서 셋이요." 홍감독: "김작가는 어때." 나: "예 뭐, 워낙 연기가 다들 훌륭하셔서요."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열띤 토론을 하는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 저 불난 장에 내가 낄 틈은 없어 보이네요. 언제쯤 결정나려나, A4 용지 빈 곳에 의미없는 동그라미와 네모를 홀린 듯 그리고 있습니다. 두 분의 말씀이 웅얼웅얼 뭉개져서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네요. 한 2,3여분 지난 거 같은데... "......." "저기, 김작가님?" 나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겨버렸습니다. 잠시만 방금 날 부른 거 같은데. 홍감독: "김작가, 어이 김작가!!!" 나: "아, 네!" 홍감독: "장난하니?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나: "아, 죄송합니다." 홍감독: "어때, 김작가는. 느낌 오는 얘 있어?" 나: "......" 원래 내가 자격지심이 있었나.. 이분들과 나의 격차를 알기에 작은 의견 하나 뱉는 것 조차 괜한 눈치가 보입니다. 홍감독: "괜찮아, 솔직하게 말해봐." 그래, 시원하게 뱉자. 나: "어, 같은 이별이라도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통증은 다 다르잖아요. 오로지 둘만 알 수 있는 특별한 뭔가가 있을텐데, 그 고유의 색이 너무 연하지 않나.. 유심히 눈동자를 굴리며 되짚어 보는 두 감독. "글쎄,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봐요." 나: "마지막 그 순간에도 웃지..않았을까요. 피눈물이 흐를 만큼 괴로움과 비통함이 솟구치지만, 제가 만약 극 중 남자라면 그 위에 밝게 덧칠한 웃음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홍감독: "이유는?" 나: "글쎄요.. 두렵다고 할까요. 만남의 끝이 눈물에 젖어있다면 그간 남녀가 쌓아온 추억과 이야기 마저 슬픈 기억으로 자리잡게 될 것 같아요. 실은 엄청나게 행복했으면서도요. 깊게 생각에 잠긴 듯한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 멍하니 극 중 상황에 본인들을 대입하는 듯 합니다. '피식' 홍감독의 입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홍감독: "그래, 슬픔 위에 웃음을 덧칠한다라.." 나: "자신의 가엾음은 뒤로 할만큼, 온전하게 좋아한 여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이기도 하고.. 웃으면서 보내주는 게.." 유심히 듣고 있던 캐스팅 디렉터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립니다. '허허~' 홍감독: "너 왜 이제와서 이런 말하는 거야? 초장부터 말을 하던가, 사람 민망하게 말이야. 콱!" 나: "예? 아, 죄송합니다." 급작스레 성을 내시니 영문 모를 사과를 했지만, 곧 알게되었죠. 내 말이 비수가 되어, 그들이 미처 생각치 못했던 부분을 따끔하게 찔렀다는 걸. 히히 통쾌해라. "......" 너무 크게 한방을 먹였나..? 갑자기 무거워진 오디션장.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기류. 머쓱함에 고개만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고 있습니다. 홍감독은 어떤 고뇌를 하는지 팬을 휘리릭 휘리릭 돌리기만 반복합니다. 그러다 나를 휙 보고, 다시 고뇌에 빠집니다. 또 다시 나를 휙 보고, 고개를 갸우뚱 거립니다. 뭐,뭐야? 왜 자꾸 날 쳐다보는 거지. 홍감독: "저기, 기,김작가. 저 단단한 사람이 왜 더듬으며 날 부르는 거지? 징조가 좋지않다. 나: "네?" 홍감독: "잠깐만 저 앞에 나가봐. 뭐, 의자랑 정리도 해야되니까.. 올라간 김에 저기 기준선에 한 번 서봐." 갑자기 왜요? 정말 왜요? 캐스팅 디렉터 역시 물음표가 만개한 표정으로 홍감독을 봅니다. 나: "예? 저긴 왜..?"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듯, 손짓으로 휙휙 무대를 가르키며 대신합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경직된 팔 다리로 벨런스를 잃은 채, 무대에 오릅니다. 무대에 선 나를 힐끔 힐끔 보더니 , 홍감독과 캐스팅 디렉터는 귓속말로 대화를 나눕니다. 아니, 이 사람들 무슨 작당을 벌이려고. 홍감독: "저기 카메라 좀 한 번 봐봐." 나: "아니, 감독님 카메라는 또 왜..?" '똑똑' 반대편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옵니다. '끼이익' 고개를 빼꼼 들이밀고 이리저리 확인 후, 들어오는 조감독이 보입니다. 홍감독의 지시가 있었는 듯, 얇은 용지 몇장을 건내줍니다. 그리고 자리에 내가 없는 것을 보고, 이리저리 둘러보다 무대에 서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조감독: "엥 김작가님, 왜 거기 계세요?" 홍감독: "조용히 혀라." 눈치 없는 철부지 조감독은, 홍감독의 암묵적인 협박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억양을 보아 저 말은 곧 '입 닥치고 나가' 일텐데. 조감독: "아, 알겠다. 김작가님이 직접 보여주려는 거구나! 역시 작가님, 연극영화과 출신이라는 건가." 뭐야, 내가 연극영화과 전공인 걸 어떻게 알지? 대학 졸업하고 어디 말해본 적이 없는데. 나: "예? 보여주긴 뭘..." 차마 말을 다 하기 전에 불쑥 홍감독이 튀어나옵니다. 홍감독: "뭐? 김작가, 연기 전공이라고? 맞아?" 쩍쩍 갈라진 땅에 단비가 내리 듯,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뀐 듯한 홍감독의 다급함이 느껴집니다. 나: "아,네. 맞긴 한데.." 조감독: "나무 엔터에 아는 후배가 있는데, 김작가님 대학 동기라고 하더라고요. 소문이 자자하셨다는데, 중대에 햄릿이라고." 대학 동기들은 졸업 후에 담 쌓고 지냈는데, 누구지. 그나저나 저 눈치없는 조감독은 실실 웃고 있네요. 내 흑역사를 감히.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나: "감독님? 잘못된 정보인 것 같습니다. 절대 아니에요." 홍감독: "김작가, 머리 좀 까볼래?" 나: "머리는 또 왜.." 저 앞에 내 행동을 숨죽여 기다리는 조감독, 홍감독, 디렉터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 하, 끝내 소심하게 살짝 앞머리를 들어 올립니다. "....." 뭐야 저 알 수 없는 표정들은. 아, 집가고 싶다. 멍한 정적이 이어지다 눈칫밥 없는 조감독이 먼저 입을 엽니다. 조감독: "부럽다, 작가님." 캐스팅 디렉터: "잘 생겼네, 우리 작가님. 맑으면서도 울적한 묘한 분위기도 좋고" 조감독: "왜 연영과 졸업하고 배우 쪽으로 안가셨어요? 한자리는 꿰차셨을텐데. 아, 글재주가 더 좋았나?" 부끄럽다. 숨고싶다. 학창 시절에 아주 가끔 저런 말을 들으면, 호다닥 자리를 피하거나 주제를 돌리곤 했었는데. 여기서 도망갈 수도 없고 미치겠네. 나: "아닙니다.. 저 이제 내려가도 되죠..?" 할 말이 남은 듯이 연달아 헛기침으로 신호를 보내는 홍감독. 홍감독: "음, 보여줘." 나: "뭘요?" 홍감독: "보여달라고, 딱 한번만." 엄청난 결의를 다진 듯 한 홍감독의 눈빛이 날 쏘아붙입니다. 나: "아니, 감독님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홍감독: "그 이별 장면. 거두절미하고 딱 한 번만." 나: "아니요 감독님. 저 졸업하고 한 번도 연기를 해 본 적이 없어요. 감도 다 잃었고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홍감독: "김작가, 내가 지금 골이 막 흔들려. 어떤 배우가 와도 이 영화의 감성을 못 담을 거 같아." 나: "그럼.. 오디션 한 번 더 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홍감독과 나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집니다. 홍감독: "알겠어. 그럼 오디션 한 번 더 볼테니까, 참고 정도만 하게. 부탁 좀 하자. 혹시 또 모르지, 제작 참여 기회가 올 수도." 제법 달콤한 발언이지만.. 서윤이도 마음에 걸리고.. 모두가 나를 기다리는 이 압박감. 여기서 그냥 내려가면 저들에게 사형 집행을 당한다. 나: "하.. 진짜 아닌데 이거." 홍감독: "30분 후에 보자고. 부담갖지 말고 준비 하고 있어." 자리를 비워주는 하이애나들. 어안이 벙벙한 채로 멍하니 상황 인지를 하고 있습니다. 그날을 떠올리자..
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2화
지금 눈 앞에 있는 이 여자는, 제가 쓴 시나리오 영화의 여자 주인공이자 전 애인입니다. 물론 제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인줄은 모를 거예요. 근데 이상하다? 현재 쉴틈없이 촬영이 이어질텐데 왜 여기에 있지? 그나저나 이 향기..  정말 오랜만이다. 서윤: "안녕, 오빠.." 여전히 눈이 예쁘다. 많은 사연이 담겨있을 것만 같은 눈망울. 나: "안녕, 서윤아.." 서윤: "오랜만이다.. 잘지내?" 하얗다. 작은 생채기 하나라도 나면 안될 것 같은 연한 살결. 나: "나야 잘 지내지 뭐. 얘기 들었어 영화 들어갔다며?" 서윤: "응. 진짜 운이 좋았나봐. 아직도 안믿겨." 미소 짓는다. 나를 녹여냈던 수줍은 미소. 너는 모든 게 여전하구나. 나: "축하해 진심으로." 서윤: "고마워. 근데 있잖아.. 내가 들어간 영화 시나리오 말이야." 나: "어? 어어.." 서윤: "혹시..." 아 곤란한데.. '60초 후 공개됩니다!'  뭐 같은 타이밍으로 창가쪽 테이블에서 그녀를 부르며 손짓 합니다. 친구: "서윤아 뭐해? 이제 나가자." 서윤: "으응.." 뜸들이던 그녀의 몸은 나를 지나쳐가지만, 서로의 눈은 N극과 S극을 억지로 떼어놓는 것처럼 이끌렸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시나리오는, 서윤이와 저의 첫만남 부터 이별까지 사랑했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이별하는 순간 등 모든 순간을 어여쁘게 담은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서윤이도 어렴풋이 알겠지요. 데자뷰와 같은 시나리오를요. 남자 주인공 배역이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화가 나던지. 나와 서윤이의 애틋한 이야기를 내가 아닌 다른 놈이 대신하다니... 생각하니 또 화가 치밀어 오르네요. 애써 덮어두었던 과거의 향기를 느끼던 찰나, 누군가 내 팔짱을 끼며 팔에 뭉클한 감촉을 전달해줍니다. 여자: "오빠 혼자 서서 뭐해? 나 커피 다먹었어.           이제 집으로 가자." 대답도 없는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간 뒤, 얼떨결에 함께 택시에 탔습니다. 여자: "신림역으로 가주세요." ***** 추억에 잠기다 정신을 차리니 이미 택시에 내려, 함께 주택가 골목 안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들리는 것은 오직 우리 둘의 발걸음 소리뿐. 그리고 여자는 내 새끼손가락에 끝마디만 걸친 채, 묘한 분위기 속, 터벅 터벅 천천히 걸음을 뗍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서 느껴지는 이 여자의 시선. '여기까지 내가 했으니 이젠 뭐라도 좀 해봐 네가.' 라고 무언의 메세지를 보낸 것이겠죠? 알아 나도! 이쯤이면 남자된 도리로써 너의 몸과 마음을 적셔줘야겠지. 그치만 지금의 나는 너무 복잡하다고! 카페에서 예기치 못한 만남이 인간의 3대욕구중 하나를 자꾸만 잠재웁니다. 그렇게 고요 속에 도착한 여자의 집. 집 앞에 나를 멈춰세우고 십여분간의 침묵을 깨줍니다. 여자: "오빠, 오늘 나랑 같이 있기 싫으면 편하게 말 해도 돼. 나 상처 안받아." 띵!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몹쓸짓을 했는지 깨달았습니다. 하루의 일탈쯤이야 괜찮아! 나: "아니, 오늘 너랑 같이 자고 싶어." "......"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허리와 목을 감싸쥡니다. 숙여진 나의 상체와 뒷쪽으로 휘어진 그녀의 허리는 야릇한 키스의 접점으로 가장 완벽한 요소였죠. 금방이라도 찬 물로 샤워한 것처럼 차갑고 부드러운 그녀의 속살은, 나를 혼미하게 만듭니다. 닭살이 돋아 있는 그녀의 은밀한 속살들이 몽환적인 그녀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어요. 여자: "올라가자 빨리." '삐 삐 삐 삐'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100M 달리기 출발 직전의 소리처럼 짜릿한 자극을 줍니다. 낯선 아이의 마음으로 그녀의 집으로 들어섭니다. ...... 차분하면서도 매혹적인 냄새. 매일 밤, 그녀의 하루를 벗겨내는 포근한 침대. 그녀를 보듬어 주는 하얀 이불. 그곳을 향해 가는 길을 더 부드럽고 애태우게 만드는 러그. 마지막으로 우리의 본능을 더 낱낱이 아름답게 비춰줄 스탠드 조명. 조금 전과 너무도 다른 나지만, 어쩌겠어요 본능을. 그녀의 허벅지를 받쳐 들고 경직된 숨소리로 침대로 향했어요. 그녀는 다리로 나를 꽉 애워싸고, 내 뒷머리를 질끈 집어들어요. 이어 내 목덜미에 달콤한 시럽이라도 발린 듯 뜨겁고 아찔한 촉감이 느껴져요. 마침내 우리를 하나로 포개어 줄 곳에 도착하죠. '퍽..' 본능을 억누르지 못한 탓인지 다소 난폭하게 그녀를 침대에 퍽 내려놓았습니다. 충격 탓인지 품 아래서 나를 골똘히 바라보는 그녀. 어? 내가 너무 세게 내려놓았나? 잠시동안의 정적이 흐릅니다. ...... 여자: "만약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면 어떨까?" 나: "그게 무슨 말이야?" 여자 : "내일이 와도 오빠가 내 옆에 있을까?" ......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또 해야하는지 잘 알고있습니다. 그치만 왜그랬을까요.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자: "대답 안 해줄 거야?" ♬♪♬♪♬♪♬ 정적을 깨는 휴대폰 벨소리가 들려옵니다. 늦은 새벽에 오는,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의 전화. 사연깊은 누군가와의 뜻밖의 마주침. 가슴이 두근 거립니다. 이런게 직감이라는 것이겠죠. 아마도 서윤이의 전화일 것 같습니다. 여자: "전화 안받아?" 나 : "어어... 괜찮아." 머리까지 심장 박동수가 느껴집니다. 왜 전화가 왔을까. 그것도 2년만에. 서윤이는 여전히 내 본능마저 잠재울 정도로 깊게 박혀있는 것 같습니다. 나: "미안해. 대답 못하겠어." 사탕발린 말로 오늘 하루의 환심을 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것이 이 여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궁극적인 이유는, 내 스스로가 부끄러울 것 같았습니다. 자격은 없지만 서윤이에게도요. 한참의 정적이 흐릅니다. 자세를 고쳐 잡고싶지만, 여자는 내품 아래서 다리로 나를 애워싼 채, 풀어주질 않아요. 그리곤 별을 품은 듯한 눈을 하고 나를 지긋이 바라봅니다. 이어 내 목을 둘러잡고 상체를 일으키더니, 조심스레 고개를 틀어 입을 맞춥니다. 쪽. 응? 뭐지? 조금 전 내 대답을 못 들은건가? 나: "아니 저기.." 이번엔 포근한 미소를 동반해서 나를 바라봅니다. 아니 이 여자, 술 다 깼다면서 갑자기 술기운이 올라왔나? 또 다시 상체가 올라오고 고개가 틀어집니다. 쪽. 아니.. 이봐요..? 여자: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방금 그 표정은 꼭 껴안아 주고 싶었어." 나: "어? 무슨 소리 하는거야?" 여자: "몰라도 돼, 그런 게 있어! 조금 다른 거 같아 오빠는." 나: "저기.. 알아듣게 좀..." 여자: "그건 그렇고, 아까 카페 화장실 앞에서 마주친 여자, 전 여자친구지? 방금 전화 온 사람도 그 사람일 거고." 헉 어떻게 알았지? 다 보고있었구나. 나: "응.. 맞아." 여자: "표정보니까 아직도 못 잊은 모양이고, 헤어진지 얼마나 됐어?" 나: "2년 정도 됐나.. 잘 모르겠다." 나를 밀어 일으켜 세우더니, 덩그러니 마주보고 앉아있습니다. 여자: "좋아, 이제 집에서 나가 오빠. 그리고 휴대폰 좀 줘봐." 그래 이게 맞는 상황이지. 이렇게 박대당할 만 했어. 첫 만남에 전 애인을 잊지 못한 찌질한 과거까지 들켰으니. 나: "여기, 근데 휴대폰은 왜?" 열심히 내 휴대폰을 두들기더니, 자기 휴대폰에 온 전화를 확인합니다. 여자: "내 이름도 모르지? 신은비야. 저장해뒀어." 나: "어? 어 그래.." 여자: "내일도 연락할 거고 모레도 연락할 거야. 오늘은 머릿속에 전 애인만 빙빙 돌거니까 내보내는 거야. 연락 안받으면 두고봐 아주." 오늘은 정말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네요. 전 애인을 생각하는 표정에 동정을 느낀건가? 도라이? 내가 다르긴 뭐가 다르다고.. ****** 그렇게 '신은비' 라는 독특한 여자와 짧지만 강렬한 만남을 뒤로 집 밖을 나왔습니다. 저장된 신은비의 번호. 은비♡ 뒤에 하트를 붙여 놨네요. 참 당돌한 여자인 것 같죠. 분명 나에게 호감을 표한 거 같은데.. 왜 때문일까요? 도저히 납득이 되질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그 아래 보이는 등록되지 않은 번호의 부재중 전화. 은비의 집에 있을 때만 해도 헐레벌떡 전화를 받고 싶었는데 집밖에 나오니, 수신 버튼 위에 손가락을 두고 수억번의 미세한 떨림이 일어납니다. 다시 걸어볼까, 무슨 말을 하려던 걸까, 혹시 아까 하려던 시나리오 얘기인가, 최종 임원 면접을 앞둔 것 처럼 긴장이 늦춰지질 않습니다. 굳게 결심하고 서윤이에게 전화를 걸어봅니다. 발신 버튼을 누르기 직전! 어? 어? 다시 걸려온 서윤이의 전화.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술이 깰 때쯤 오는 두통과 합해져 머리가 질끈 거리기 시작합니다. 스읍 하.. 나: [여보세요..?] 대답없는 수화기. 그녀도 나와 같을까요? 나: [서윤아.]
젤리처럼 통통! 쿠키처럼 촉촉! 세상 어디에도 없는 커플룩♥
안녕~ 크루들~! 무더운 여름이 계속되고 돌아다니기 힘들기도 해~ ㅜㅜ 오늘은 사랑스러운 연인들을 위한 커플룩을 찾아봤어~ 커플을 위한 계절은 역시 여름이 아닐까~? (아무말대잔치..ㅋㅋ더위 먹었나...) “우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예요!” 보여주고 싶고 자랑하고 싶어 못 참겠을 때가 있지! 도장이라도 찍을 수 있으면 3,000만큼 찍고 싶지! 일단 무더운 여름은 가볍게 깔맞춤 티셔츠부터 시작해볼까~ 사실 커플룩은 외국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조금 더 대중적인데 이렇게 똑같은 색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포인트가 곳곳에 있다면 어디서도 잃어버릴 일은 없을 거야~! (아니 근데 애초에 깜빡할 수는 있고?ㅋㅋㅋ) 커플룩의 기본은 역시! 같은 색이잖아! 꼭 같은 스포츠나 일을 하는 team 같지 않아? ㅎㅎ 나랑 젤 친한 친구를 소개할게!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얘고 얘의 가장 찐친은 나고, 또 나의 진~짜 찐친의 베.프는 또 나고… 서로가 서로의 가장 찐.친인 커플들은 마음 깊은 배려를 주고받잖아 가볍게 후드만 걸치고 슬리퍼 끌면서 나가 동네친구처럼 만나는 커플들이 그렇게 부럽더라고~ (주저리 주저리....미안...) 그런 면에서 아직은 좀 덥지만, 선선한 바람부는 날씨에 너랑 나랑 커플로 만춘 맨투맨 코디도 딱일 것 같아~ 맨투맨처럼 편한 사이 같지 않아~? (하...부러우면 지는건데 ㅠㅜ) 연인들이 입을 때 더 알콩달콩 꽁냥꽁냥할 아이템은 바로 니트 베스트야~ 반팔티나 셔츠 어떤 옷 위에도 걸쳐 입을 수 있고~ 니트로 된 조끼는 시원하면서 보온기능성도 뛰어나 인기라고 해! 서로 죽고 못사는 너랑 내가 베스트를 입으면, 말 그대로 베스트 커플! (알아 알았어.. 안할게....) 푹 늘러 쓴 볼캡을 쓰고 연인을 만나러 가면 “너 오늘도 머리 안 감았어?” 소리 안 들어본 사람있나 (자동음성지원ㄱㄱ!) 그만큼 서로 눈치보지 않고 진심으로 편한 사이가 되었다는 증거이기도 할 거야 ㅎㅎ 꾹 눌린 머리도, 그 안에 송글송글 맺힌 땀도 사랑스럽게 보여지는게 커플들 아닐까? (그래도 머리는 하루에 1번은 감아야할 듯 넘흐 더워~) 자~~ 꿈에서 깨자 ㅎㅎ 달달한 커플을 주제로 오늘 커플아이템들을 알아봤는데 재미 있었나~? 이렇게 세상 둘도 없는 커플룩 중 크루들의 베스트 커플룩은 뭐야~?? (웬일인지 나는 그걸 말 할 수가 없쒀…. 흐ㅇ읍으ㅠㅠ) 그럼 주말 잘 보내고 난 다음주에 더 재미있는 컨텐츠로 돌아올게! 안녕~ㅎㅎ
외로움을 달래드립니다. 5화
"......" 어색함. 들숨 날숨의 소리마저 들려오는 정적.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헛기침으로 오디오를 채워봅니다. "크흠, 흐읍 큼" 하지만, 영양가 없는 헛기침 몇번으로 풀릴 리 없었죠. 내 옅은 수를 알아챘는지, 엘베는 내 예측보다 반 템포씩 느리게 내려갑니다. 이제 고작 7층. 이대로 1층까지 견디기엔, 4.7km 해저 수압과도 같은 어색한 기류에 뭉개질 판입니다. 지금은 이겨낼 때다. 할 수 있다, 지금이야. 서윤: ".....해줄래?" 아, 내가 먼저 꺼내려고 했는데.. 그와중에 덜컹거리는 소리 때문에 정확히 듣지도 못했습니다. 나: "응? 뭐라고 했어?" 서윤: "......" 서윤이가 다시 말해주길 기다려보지만, 입을 열 생각이 없어 보이네요. 나: "아직 그 동네 살아?" 서윤: "으응." 나: "아, 그렇구나." 애써 붙인 말이 맥없이 툭툭 끊깁니다. 이러다 없던 폐쇄공포증이 생길 것 같아요. 하필 또 사면이 거울로 되어있어서, 작은 손짓 하나까지 다 보입니다. 이제 2층이다. 조금만 더. 문이 열리기도 전에 문앞에 바짝 서있다, 재빨리 발을 내딛습니다. 그나저나 아까 서윤이가 뭐라고 한 걸까. 다시 물어볼까. 다음 걸음을 내딛으려 하는데, 뒤에서 살포시 내 소매자락을 붙잡습니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혹시 서윤이도? 서윤이의 돌발 행동에 조마조마한 기대를 가지고 뒤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녀의 상태를 보자마자, 헛된 기대라는 것을 알아차렸죠. 고개를 숙인 채, 표정을 감추는 서윤이. 혹시나 낯부끄러운 말이라 쉽게 꺼내지 못하나 라고 생각을 했지만, 소매를 잡은 서윤이의 가녀린 손 끝에서 어렴풋이 느껴집니다. 밖으로 낼 수 없는 그녀의 속앓이가 얼마나 깊은지. 나: "괜찮아 서윤아, 말해봐." 입술을 잘근 깨물며 머뭇거리다, 간신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서윤: "비밀로 해줄래..?" 되묻고 싶었습니다. '비밀'이라는 의미를. 하지만 서윤이의 울음 섞인 목소리는 나를 심연에 빠뜨렸고, 모든 상황을 되짚게 만들었습니다. 조금 전 회의에서, 또 엘레베이터 안에서. 같은 공간에 같은 고민을 겪는 줄 알았는데, 서윤이의 고뇌는, 우리의 재회가 아닌 내가 있음으로 일어날 앞으로의 상황들이었나 봅니다. 아, 아까 엘레베이터 안에서 못 들었던 말이 이거구나. 듣지 말 걸. 나: "다,당연하지. 그리고 시나리오에 큰 의미 두지마. 소재가 필요했을 뿐이야." 초라하다. 나 혼자 무슨 생각을 했던걸까. 서윤: "미안해." 나: "서윤아, 미안할 게 뭐있어. 그나저나 일이 있어서 나 먼저 가봐야겠다." 죄책감에 휩쌓인 서윤이의 모습. 그녀가 풀 죽은 모습을 보일수록, 애써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이는 내 자신이 더욱 초라해집니다. 서윤: "정말 미안해, 오빠." 그만. 더이상 미안하다는 말 하지마. 상황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에, 서윤이의 마지막 말에 귀를 닫은 채, 억지로 걸음을 떼어냅니다. 머리가 고장난 채, 상가를 빠져나와 얼마나 걸었을까요. 무엇이 내 발을 붙잡는지, 걸음을 멈추고 괜시리 뒤돌아 봅니다. ...... 저만치 멀어진 곳에 보이는 서윤이. 한 남자의 마중을 받으며 상가를 빠져나옵니다. 서윤이가 소중해 어쩔 줄 모르겠다는, 그 남자의 표정과 다정한 손길. 남자의 아늑한 품 아래, 평온해 보이는 그녀. 잠시동안 그저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남자의 품에 있는 그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현실 같지가 않았어요. 따스한 노을빛 아래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그 남자와 서윤이. 아득해질 때쯤이었을까요. 나도 뒤돌아 걷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목적과 이상이 없는 사람처럼. 멍하니 걷다 근처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았습니다. 부지런히 지나쳐가는 사람들. 경적을 울리며 급히 지나치는 버스. 복잡한 세상과 달리 내 눈과 귀는 너무나 고요했습니다.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딜 가야할지, 모든 사고가 멈춰있었습니다. 모든 감각이 늪에 빠져들던 찰나에, 지나가던 어린 아이가 실수로 손을 툭 건드렸어요. "아, 죄송합니다!" "......." 아, 내가 왜이러지. 가슴이 일렁입니다. 어린 아이의 사과 한마디가 뭐라고. 그까짓 게 뭐라고. ...시발 고작 그게 뭐라고 진짜. 기다렸다는 듯, 쉴 새 없는 울음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어디서부터 비롯된 슬픔인지, 그 끝이 어디인지. 차라리 날이라도 울적하지, 이렇게 평온한 노을빛 아래 왜 나 혼자만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걸까. 내게 닥쳐오는 슬픔을 부정하고자 발버둥 칠 수록, 되려 더욱 깊숙이 파고들어 나를 헤집습니다. 가슴이 미어지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아요. 목놓아 울부짖지 않고서야, 가슴이 맺힌 이 응어리를 버텨낼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스물아홉'을 기다려 온 걸까요. 혹여 서윤이가 내게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릴까, 조마조마한 선으로 짙게 칠해왔는데, 나는 선이 되기엔 너무 작은 점이었을까요. 잔잔해야 할 저녁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고 나서야, 내게 오는 모든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입니다. 또 한번, 혼자만의 초라한 이별을 겪고, 눈물 젖은 걸음으로 제자리에 돌아갑니다. ****** 날이 저물고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청승이라도 떠는 듯, 집 근처 포장마차에 홀로 앉아있습니다. 안주로 시킨 잔치국수가 잔뜩 불어있는 것으로 보아, 꽤나 시간이 흘렀나 보네요. 둔해진 혀가 현재 내 상태를 말해주고 있어요. 아, 집에 어떻게 가지. ♬♪♬♪♬ 전화가 울립니다. 취기 때문에 흐려진 시야를 다잡고, 찡긋 구부린 눈으로 확인합니다. '은비♡' 얘는 이 시간에 잠도 안자나. 나: [여보세요.] 은비: [술 마셨어? 오빠 너, 어디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은비가 온다는 걸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누가 됐든 옆에 있어주길 바랬거든요. 떨어지는 빗줄기가 아스팔트 바닥에 부딪히며 소리를 냅니다. '토닥 토닥' 술기운에 귀가 이상해졌는지, 나를 위로 해주는 소리로 들리네요. 주책맞게 이게 뭐 하는 건지 참. 얼마 지나지 않아, 흠뻑 젖은 우산을 접으며 은비가 들어옵니다. 늦은 시간 급하게 나왔는지, 끈나시에 살이 비치는 얇은 흰색 가디건을 걸치고 왔네요. 나를 확인하곤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옵니다. 은비: "얼마나 마신 거야! 으휴 술냄새." 나: "은비, 안녕." 뭐가 그리 반가운지, 헤벌레 웃음이 피어납니다. 맞은 편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를 끌고와, 내 옆에 바싹 붙어 앉는 서윤이. 은비: "혼자 청승맞게 뭐하고 있어. 무슨 일 있니?" 나: "일은 무슨. 그냥, 빗소리가 좋잖냐." 괜스레 웃어보입니다. 한참 내 상태를 확인하더니, 뭔가 짐작 한 듯. 은비: "괜찮아, 괜찮아." 애써 미소를 띤 내 표정이 구슬퍼 보였는지, 연민 섞인 눈으로 내 등을 쓰다듬어 주네요. 또 멋대로 눈가가 촉촉해집니다.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고개가 가슴에 닿을 듯 파묻습니다. 은비: "괜찮아, 이리와." 소리없는 울먹임에 사정없이 몸이 떨려왔습니다. 쓰다듬던 은비의 손은, 점차 빈틈없이 나를 꼭 안아주었어요. 은비의 포근한 온기가 만신창이가 된 내 심신을 뒤덮어주었고, 그제서야 떨림이 잦아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가슴에 파묻힌 채 점점 안정을 되찾았고, 여전히 내가 안쓰러운지, 자신의 품안에 안겨있는 내 머리칼에 입을 맞추며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포근했습니다. 술기운 때문인지 이대로 조금만 더, 은비의 품에 머무르고 싶었어요. ...... 이후론 과음을 한 탓인지, 기억이 없습니다. 분명 무슨 일이 있긴 있었는데, 음... ****** 다음 날 아침. 숙취가 없는 편이라, 생각보다 개운하게 눈을 떴습니다. 분명 듣기 좋은 물소리에 깬 것 같은데, 무슨 소리지. 그나저나 어제 집에 어떻게 들어왔을까요. 은비는 집에 잘 들어갔을까. 갈증을 풀기위해, 냉장고로 향하려는데... 화장실에서 샤워기 소리가 들려옵니다. 다급히 신발장을 확인하니, 29년 인생, 단 한번도 소유해본 적 없는 신발입니다. 그것도 아주 작은 사이즈, 230? 화장실 문 앞에는 내 집에 존재할 수 없는 끈나시와 허벅지가 훤히 드러날 법한 짧은 트레이닝 바지가 놓여있습니다. 기억의 퍼즐을 되찾으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이미 영멸한지 오래입니다. '덜컥' 화장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활짝 열리기 까지 1.5초정도의 시간이 있다. 이대로 다시 침대로 뛰어들어, 아무것도 모르는 척 상황을 모면할까. 만약 힘조절 실패로, 침대로 던진 내몸의 무게로 인해 '덜컹'하는 소리가 난다면 어떡하지. 1.5초 안에 임무를 수행하기엔, 몸도 마음도 역부족. ...... 화장실 문이 활짝 열립니다. 뜨거운 수증기가 문밖으로 피어오르고, 나체로 보이는 여성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 고개를 반대 쪽으로 휙 돌립니다. 문밖으로 완전히 나온듯 한 마루바닥 소리. 그리고 나를 발견한 듯 놀란 의성어가 들립니다. 익숙한 목소리. 은비: "일어났네?" 여전히 고개를 돌리지 못합니다. 나: "야! 빨리 옷 안입어?" 왜 내가 더 다급한거지. 오히려 은비는 태연해 보입니다. 은비: "자고있을 줄 알았지, 바보야." 일시정지 한 채, 은비가 옷을 입기만 기다립니다. 하지만 동공만은 일시정지에 실패. 은비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린 곳엔 냉장고가 있습니다. 무광을 띤 냉장고지만, 손잡이 만큼은 손거울과 맞먹는 반사율을 자랑하죠. 가만있어 동공아. ...... 호흡을 멈춘 채, 빛의 속도로 냉장고 손잡이를 훑어보고 다시 정면을 응시합니다. 슥슥. 다행히 타올을 걸치고 있네요. 근데, 우리 집엔 몸에 휘감을 샤워타올이 없는데? 긴장감과 궁금증이 증폭됩니다. 하지만 난 이성적인 남자.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해 눈에 힘을 주고 꼭 감습니다. 따듯한 수증기를 타고 풍겨오는 내음. 그 어떤 냄새보다 깨끗하고 싱그러운 향이 전해집니다. 꼭 감은 두눈으로, 풍겨오는 내음을 막을 도리가 없죠. 정말 좋은 향이 전해질 때, 기억이 번뜩 깨면서 눈이 휘둥그레 질 때 있잖아요? 샤워를 막 끝내고 나온 은비의 향은 내 눈을 멋대로 휘둥그레지게 만들었습니다. ...... 그리고 조금 더 노골적으로 손잡이를 보게했죠. 짧디 짧은 하얀 수건을 가로 방향으로, 아슬아슬하게 중요 부위쪽을 모두 휘감아 놓았네요. 충분한 볼륨을 뽐내면서, 얼마나 체구가 가녀리면 수건 하나로 몸이 둘러질까요. 1cm만 위 아래로 이동되어도 적나라게 보일 것만 같은. 옷을 입을 채비가 끝났는지, 감아 놨던 수건을 망설임 없이 풀어냅니다. 은비: "나 이제 옷 입는다. 볼려면 봐라." 이 자식 자꾸 쓸데없는 말을.. 나: "까,까불지마라." 최소한의 이성의 끈을 붙잡고, 냉장고 손잡이에 미련을 버립니다. 남자로서 참기힘든 갈망을 이겨내고, 의미없는 장식용 피규어를 봅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피규어는 아주 당당하게 은비쪽을 바라보고 있네요. 젠장. 잠시 후, 수건이 바닥에 떨어지며 소리를 냅니다. 그녀의 물기를 다 흡수했는지, 제법 둔탁하게. '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