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장왕입니다. 한가위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모두들 다복한 명절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명절만 되면 명절특선영화가 늘 등장하는데요. 미래의 특선영화가 될 만한 오늘의 영화 한 편, 마침 보고 왔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우리의 비극적 역사를 담은 영화 '밀정'입니다. 그 유명한 '워너브라더스'사가 제작에 참여하면서 기대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확실히 영화 시작 전부터 워너브라더스 로고가 보이니 외국영화인가 싶었습니다. 한국영화가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음이 느껴지니 괜히 뿌듯했네요.

정확히 말하자면 '밀정'의 배경은 3.1 운동 직후 이어진 1920년대의 일제강점 시기입니다. 일본의 무자비한 탄압에 저항하여, 운동이나 외침으로는 독립을 이룰 수 없음을 절실히 느낀 때죠. 자연스럽게 '무장투쟁'이 떠오르고 '의열단'이라는 조직을 필두로 조선은 일제에 대항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독립을 염원하는 이들과 독립을 막으려는 이들 간의 사투를 그린 영화로 보입니다.

일단 영화 내용을 뒤로 하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캐스팅 부분이었습니다. 송강호, 공유, 한지민에 이어서 박희순과 이병헌의 특별출연이라니! 대단했습니다. 연기력과 비주얼을 모두 압도하는 스크린이 확실히 대단했습니다. 관객을 압도하는 배우들의 포스와 연기력이 좋았습니다. 송강호는 일본에 복종하는 매국경찰입니다. 독립운동가들과 대립하는 인물이죠. 하지만 그 역시도 조선인이었기에 동포였던 이들을 죽이는 일에는 조심스럽습니다. 참고로 영화는 처음부터 두 진영의 갈등으로 인해 드러난 강렬한 액션을 선보이는데요, 시작부터 집중하게 만드는 연출력과 연기가 대단했습니다.

근데 왜 영화제목이 '밀정'인가 하니, 친일파 송강호에게 독립운동가가 거래를 제안하게 됩니다. 비록 일본에게 붙어 많은 동포를 팔아넘긴 배신자지만 그에게도 아직 죄책감이 남아있으리라 생각한 거죠. 결국 독립운동가들의 '밀정'이 되어달라 그에게 부탁하게 된 영문인거죠. 사실, 누가 누구의 밀정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때는 독립운동가 쪽의 친일밀정, 일본 쪽의 독립밀정이 있었기 때문이죠. 누구도 믿을 수 없고, 항시 경계하고 은폐해야하는 그들의 삶을 보여주고 싶어 했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하나의 비극작품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오락영화가 아니라 역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학으로 봤다는 말이죠.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구성도 좋지만 지루하지도 않고요. 무엇보다 선조들의 희생과 고통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그걸 영화라는 세계 안에서 기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영화를 보면, 단지 역사를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표현하고 아픔을 곱씹으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밀정'은 확실히 비극작품이고, 그 안의 역사는 더 비극적인 한국사였던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를 정말 잘 만들어낸 영화이기도 하다라고 생각해요. 송강호가 연기한 친일경찰 '이정출'이라는 인물이 가장 인상 깊습니다. 그는 단순한 친일파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독립을 열망하는 조선인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눈앞의 이윤에 눈이 멀고,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죠. 독립운동하시고, 물론 목숨까지 희생해가면서 조국을 위해 노력하신 분들은 분명 위인이겠으나, ‘이정출’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 시절에 보여줄 수 있는 이기적인 인간상을 대변했습니다. 현실과 이상, 그리고 윤리 앞에서 갈등하는 진정한 인간이요.

영화를 종합해서 평가하자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3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당연히 '연기력'입니다. 모두가 연기력이 뛰어나지만 그 중에서도 인물과 하나 된 송강호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작품을 탄생시킨 '연출력'입니다. 말 하나 없이도 인물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게 해주었습니다. 액션 없이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게 해주었습니다. 인물들의 내면의 아픔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세 번째는 새롭지는 않겠지만 '스토리'입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이라는 친숙한 역사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그 속에 '밀정'이라는 요소를 첨가하면서, 한 시도 안심하지 못하고 서로를 경계하며 무너지는 비극을 만들어냈죠. ‘밀정’은 이 3가지 요소가 정말 잘 어우러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조국을 위한 일이었지만, 서로를 의심하고 교란해야만 했던 역사 속 가장 슬픈 이야기,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은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밀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