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르트문트의 벌침이 독해졌다, 사진=도르트문트 공식 페이스북)
이렇게나 무서울 정도로 팀이 바뀌었다. 시즌 초이긴 하지만 단 한 시즌 만에 완전히 팀이 바뀌어 버린 도르트문트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의 활약도 매서웠는데 특히나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는 정말 엄청나다. 리그 4경기를 치르면서 13골을 집어넣었다. 그 사이에 있었던 레기아 바르샤바와 챔피언스리그 1차전 경기에서는 도르트문트가 원정에서 6골을 넣었다. 물론 라이프치히와의 경기에선 1:0 패배라는 치욕을 당해야만 했지만 그 이후 완전히 팀이 바뀌었다. 라이프치히 가서 뺨 맞고 볼프스부르크 와서 눈 흘겼다.
2016-2017 도르트문트의 변화는 눈에 띈다. 리그 1, 2라운드와 3, 4라운드의 포메이션이 다르다. 현대 축구의 유행이라고 할 수 있는 4-2-3-1 전술을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4-1-4-1 전술을 활용하고 있다.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기 때문에 호흡을 맞춰야할 시간이 필요하고 새로운 선수들과 같이 본 경기에 나가 경기력을 키우기도 해야 하기 때문에 전술을 바꾸는 것은 어찌 보면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투헬 감독의 과감한 전술 변화가 오히려 먹혀들었고 그 결과는 대박이다.
4-2-3-1로 경기에 임했을 때 패스 성공률은 1라운드 88%, 2라운드 83%이고 4-1-4-1로 경기에 임했을 때 챔피언스리그 1경기에서 90%, 리그 3라운드 92%, 리그 4라운드 84%를 기록했다. 4라운드의 상대는 독일의 전통적 강호 볼프스부르크였고 원정이었기 때문에 수치가 조금 내려갔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효율성이 상당히 높았던 경기를 치렀다.

(오바메양(오른쪽)의 스탯은 여전히 뛰어났고 오스만 뎀벨레(왼쪽)의 잠재력과 화려함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도르트문트 공식 페이스북)
찬스를 만드는 횟수는 이번 시즌 유일하게 패배를 기록했던 라이프치히전을 제외하고서는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마인츠를 상대로 14회, 레기아 바르샤바를 상대로 16회, 다름슈타트를 상대로 14회, 볼프부르크를 상대로 10회를 기록했다. 라이프치히에겐 7회밖에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슈팅 횟수도 17회, 8회, 30회, 22회, 10회를 기록했는데 8회가 라이프치히 전이다. 엄청난 기록이다.
물론 지금까지 상대했던 팀들의 전력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약하다고 할 수 있지만 볼프스부르크는 그래도 강팀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도르트문트가 만들어내고 있는 이 결과물들은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경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나름대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과르디올라의 바이에른 뮌헨을 보는 듯 했다. 선수들이 정말 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모습이 있었고 패스로서 상대의 압박을 벗어나기도 했으며 수비라인에서 바로 공격진까지 건네주는 전진 패스가 여럿 있었고 골로도 연결되기도 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투헬 감독에게 영리한 감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펩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통하는 사이"라고 밝혔으며 과르디올라의 후임으로 투헬을 낙점할 정도였다. 투헬의 영리함은 선수의 전술적 활용에서 알 수 있다. 이번 시즌 새로 데려온 포르투갈의 왼쪽 풀백 라파엘 게레이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면서 그의 공격 재능을 유감없이 뽐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는 볼프스부르크를 상대로 첫 골을 신고했고 이미 그는 도움도 2개를 기록하고 있다. 유로2016 포르투갈 우승의 공헌도가 높은 게레이로가 도르트문트에서 자신의 천재성을 발휘하고 있다. 투헬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보다 한 경기 많이 치른 상황에서 리그 1위에 올라선 도르트문트, 사진=도르트문트 공식 홈페이지)
도르트문트에서 경험 많은 선수라고 할 수 있는 브와쉬치코프스키가 이적했고 훔멜스도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난 상황이다. 현재 도르트문트의 평균 나이는 24.14세이다. 지난 볼프스부르크와의 경기에서 30대 이상 선수는 피스첵이 유일하다. 리그 초반에는 그들의 패기와 신선한 체력으로 경기를 압도할 순 있겠지만 리그는 롱런의 경기이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소진된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선수들의 노련함이다. 맨유가 우승할 때도 스콜스, 긱스, 반 데 사르 등과 같은 선수들을 데리고 있었다. 경험 많은 선수들의 경험과 조언이 있어야 어린 선수들이 그들을 통해 34, 38라운드로 이루어진 경기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짊어지고 가야할 도르트문트의 과제이다.
가장 아쉬운 것은 대한민국 선수인 박주호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파엘 게레이로를 영입하여 완전히 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였으나 게레이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숭실대학교 선배인데 우리 선배님이 나오지 못한다는 것에 참으로 유감스럽다. 언제쯤 그를 볼 수 있을까.
바이에른 뮌헨의 유일한 대항마라고 불리는 도르트문트. 도르트문트 팬들은 오히려 그런 수식어가 사라지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유일한 대항마가 아니라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이 도르트문트의 대항마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언제까지 뮌헨의 그늘에 가려 분데스리가 2위 자리만 차지하는 팀이 될 수는 없다. 지금이 적기이다. 이런 시기를 잘 포착하여 본인들의 기량과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