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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톡] 숫자로 보는 ‘김영란법’ A to Z

‘내부자들’로 가득한 대한민국은 ‘클린 코리아’가 될 수 있을까요?
공직자와 언론인, 교직원들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막는 ‘김영란법’이 28일부터 시행됩니다.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고, 밥값은 각자 내며, 상식에서 벗어난 선물은 받지 않는 게 이 법의 핵심이죠.
애매모호한 적용 규정 탓에 대상자들은 여전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고 아우성이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ㆍ부패를 뿌리 뽑기 위해선 반드시 건너야할 강입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 판례가 쌓이면 혼란도 사그라지겠죠. 접대 못 받아 울상 짓는 내수경기도 청렴의 세계에 들어서면 미소를 되찾을 겁니다.
한국의 부정부패사(史) 전환점이 될 ‘김영란법’, 대표 숫자를 통해 주요 내용들을 살펴보겠습니다.
◇4년
= ‘김영란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입니다. 2012년 당시 국민권익위원회의 수장을 맡고 있던 김영란 위원장이 발의해 ‘김영란법’이란 별칭을 얻었죠. 그는 한국의 부정ㆍ부패가 타이완보다 심하다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 법을 고안했다고 하네요. 목적은 좋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2년간 국회에 발도 들이지 못했죠. 전환점이 된 건 ‘세월호 참사’인데요. 공무원과 민간기업의 유착 비리가 드러나면서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1년간의 논의 끝에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발의부터 시행까지 4년이나 걸린 셈이죠.
(출처= 권익위원회)
◇3만ㆍ5만ㆍ10만 원
= ‘김영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 어떠한 형태의 금품수수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식사 3만 원ㆍ선물 5만 원ㆍ경조사비 10만 원 까지는 허용되는데요. 사회상규를 따르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이 예외규정을 두고 다양한 꼼수가 등장하고 있죠. 권익위에 올라온 몇 개의 질문을 살펴볼까요? 학부모가 아이의 담당 선생님 결혼식에 경조사비 10만 원과 화환 5만 원을 보냈습니다. 이는 불법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벌 대상입니다. 가액기준은 경조사비와 화환 값을 합산(15만 원)해서 따지거든요. 또 다른 질문입니다. 기자가 취재원과 만나 3만 원짜리 점심을 먹은 뒤 저녁에 다시 만나 3만 원어치 맥주를 마셨습니다. 이들은 처벌을 받을까요? 네. 그렇습니다. 식사를 한 시간 간격이 길지 않기 때문에 점심과 저녁, 1회(6만 원)로 간주됩니다.
◇20만~50만 원
= 윗분(?)들의 상한선 없는 거마비죠. 강의료도 제한됩니다. 장관급 이상은 시간당 50만 원이고요. △차관급과 공직 유관단체 기관장은 40만 원 △4급 이상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원은 30만 원 △5급 이하와 공직 유관단체 직원은 20만 원입니다. 단 사례금 총액은 강의 시간과 관계없이 1시간 상한액의 150%를 초과해서는 안 됩니다.
◇100만ㆍ300만 원
= 앞서 ‘3ㆍ5ㆍ10’은 예외조항이라고 말씀드렸죠. 포괄적인 금품수수 기준이 따로 있습니다. 같은 사람으로부터 1회 100만 원, 1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 처벌을 받습니다. “우린 뭐 부탁하고 그럴만한 사이가 아니야”도 안 통합니다. 직무 관련이 없다 하더라도 동일하게 적용되거든요. “아내가 선생님인데 명품가방 못 사주나?”고 궁금해하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친족이 제공하는 금품과 △질병, 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 등에게 오랜 친구가 제공하는 금품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되는 기념품 또는 홍보용품은 예외거든요.
◇1,000만~3,000만 원
= ‘김영란법’을 어기면 어떻게 될까요? 우선 제3자를 통해 공직자ㆍ언론인ㆍ교직원들에게 부정청탁을 한 이해당사자는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제3자를 위해 부정청탁을 한 일반인은 2000만 원(공직자 등은 3000만 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고요. 공직자ㆍ언론인ㆍ교직원이 부정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출처= 한국경제연구원)
◇4만919곳
=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은 4만919곳에 달합니다. 학교와 언론사가 3만9622곳으로 96.8%를 차지하고 있죠. 인구수(대상자+배우자)로 따지면 500만 명 가까이 되는데요. 음식점이나 유흥업소(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실상 전 국민이 적용대상’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11조원+α
= ‘김영란법’의 유일한 그늘, 바로 내수 위축입니다. 얼마 전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법 시행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따져 봤는데요. 연간 11조60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볼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1500조 원)의 0.7~0.8%에 해당합니다. 우선 음식업계는 8조5000억 원의 피해를 보고요. 골프업은 1조1000억 원, 선물 관련업은 2조 원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합니다. 소비침체에 따른 간접적 효과까지 더하면 손실액은 더 커질 수 있다고 하네요.
박선현 기자 sunhyu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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