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ng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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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레가스에겐 3선이 맞는 옷이다. ⓒ첼시 공식 페이스북
[청춘스포츠 3기 이종현] 사람에겐 맞는 옷이란 게 있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논란이 되었던 폴 포그바는 레스터시와 경기에서 자유로움을 얻자 펄펄 날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든 그렇지 않던 자신이 위치에서 뛰어야 빛이 나는 법이다.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첼시의 엔진이었다. 날카로운 패스와 안정적인 볼 배급으로 도움왕(18개)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2014/15시즌 조제 무리뉴 감독의 첼시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무리뉴 감독은 “바르셀로나는 파브레가스를 이렇게 사용했어야 했다”며 그를 칭찬했다. 그런데 챔피언이 된 지 한 시즌 만에 거짓말같이 폭풍이 몰아쳤고 첼시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기 위해 이탈리아의 명장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도착했다. 파브레가스에겐 시련의 시작이었다.
파브레가스는 오스카의 수비력이 없다 ⓒ첼시 공식 페이스북

#수비 안전주의 콘테, 외면받은 파브레가스

콘테 감독이 부임해도 첼시의 선수기용과 포메이션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콘테 감독은 유벤투스와 이탈리아 대표팀 시절 백스리(back three)를 구사했으나 첼시 부임 이후 급진적인 변화를 택하진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특성상 백스리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측면의 빠른 선수들이 많다는 점, 첼시의 수비수 구성이 백포(back four)에 적합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심사숙고하면서 영입하고자 했던 슐레이만 쿨리발리와 알레시오 로마뇰리의 영입이 불발 된 측면도 컸다.
콘테 감독은 만족할만한 수비보강엔 실패했지만 백포를 보호할 은골로 캉테를 영입했고, 그간 감독들에 외면받았던 오스카를 주전으로 기용하며 새 판을 짰다. 기본적인 전형은 캉테를 포백 앞 수비형 미드필더에 놓고 네마냐 마티치와 오스카를 캉테 앞에 배치해 수비적인 안정감을 우선시 한 4-1-4-1 포메이션이다.
그 가운데 파브레가스가 외면받았다. 파브레가스는 볼 소유와 전방에 양질의 패스를 넣어줄 수는 있으나 수비적인 능력은 부족하다. 특히 잉글랜드 축구는 다른 리그에 비해 몸으로의 접촉에 관대한 편이다. 운동신경이 좋은 선수가 득을 본다. 파브레가스는 그간 자신의 재능과 기술력으로 약점은 이겨냈지만, 기본적으로 수비를 우선시하고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콘테 감독에겐 1순위의 선택지가 아니었다.
파브레가스는 콩테 체제에서 자리를 잃었다 ⓒ 그래픽= 이종현

#파브레가스 없는 첼시, 날카로움 잃다

콘테의 첼시는 이전과는 달랐다. 선수들은 의욕이 넘쳤고, 지난 시즌 부진했던 디에고 코스타와 에당 아자르도 날렵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중원이었다. 콘테 감독이 야심 차게 기용했던 세 명의 미드필더는 수비적인 능력에는 탁월했지만, 전방에 볼배급은 취약했다. 레스터시티 시절 볼을 끊고 곧바로 역습의 기점이 될 수 있는 패스를 넣어주었던 캉테 역시 포백 바로 앞에 유일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되면서 전체적인 동선이 후방에만 머물며 강점이 줄었다.
오스카는 너무 깊숙이 전진했고, 마티치 역시 기본적인 패스만 했을 뿐 차이를 만들 패스를 넣어주진 못했다. 첼시를 상대로 내려선 팀들이 많다. 이러한 경우 수비의 균열을 낼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천하의 아자르도 매 경기 차이를 만들 순 없다. 파브레가스는 줄곧 벤치를 지켰다.
콘테 감독은 첼시의 빈공이 이어지자 파브레가스를 투입했고, 교체로 들어간 그는 2라운드 왓포드전에서는 코스타의 결승골을 어시스트, 4라운드 스완지시티에서 공격의 활로를 열어 팀의 동점골을 넣는 데 일조했다. 3선에 머무르면서 볼을 전개하고 최전방 공격수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준 파브레가스는 첼시 공격의 윤활유 역할을 했다.

#잘못된 파브레가스 사용법

콘테 감독은 그간 논란이 있었던 파브레가스 기용에 대해 “나는 우리 선수들에 명확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선수가 뛸만한 자격이 있다만 나는 그 선수를 팀에 기용한다”고 했다. 파브레가스는 그간 교체로 출전한 리그 경기와, 선발로 나선 EFL컵의 활약을 인정받아 아스널전에 리그 첫 선발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파브레가스는 부진했고 후반 9분 마르코스 알론소와 교체됐다. 첼시도 아스널에 0-3 완패를 당했다. 파브레가스는 이날 오스카를 대신해 경기에 나섰다. 물론 그의 역할은 볼을 배급하고 차이를 만들 수 있는 날카로운 패서였어야 했다.
하지만 파브레가스는 오스카처럼 전방에 머물렀고 박스 부근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파브레가스는 자신이 공을 가지고 있을 때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공이 없을 때 혹은 스피드를 통해 상대 수비 사이를 돌파로 팀 공격에 도움을 주는 선수가 아니다. 애초에 그가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할만한 판이 깔리지 않았다.
파브레가스에겐 맞는 옷이 필요하다 ⓒ 그래픽= 이종현

#백스리 전환과 ‘레지스타’ 파브레가스

첼시의 수비는 노쇄했고, 최근 두 경기에서 7골을 실점하며 백포의 수비에 대한 문제를 드러냈다. 콘테 감독은 미련이 없다는 듯 아스널과 경기에선 후반 이른 시간에 백스리에 대한 실험을 단행했다. 마르코스 알론소가 왼쪽 윙백에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를 오른쪽 윙백에 배치한 전형이다. 유벤투스 시절과 이탈리아 대표팀 수장으로서 자신이 가장 잘 구사했던 전술이기도 하다.
백스리 전환은 파브레가스에게도 기회다. 이미 콘테 감독은 유벤투스 시절 AC밀란에서 버림받다시피 한 안드레아 피를로를 백스리 앞에 레지스타(regista, 연출가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기용해 제2의 전성기를 이끈 바 있다. 피를로도 신체능력과 수비적인 능력이 부족했지만, 활동량이 많고 수비가담이 좋은 주변 미드필더 아르투로 비달과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그리고 백스리 전형의 도움으로 약점을 상쇄할 수 있었다.
콘테 감독은 급진적인 변화를 거부했고, 백포를 제1의 옵션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 포백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백스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커졌다. 백스리 체제에서 파브레가스의 레지스타 기용은 첼시 부진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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