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keCKim
2 years ago10,000+ Views
치열한 일주일을 보내고 맞은 꿀같은 주말, 당연히 그동안 기다려왔던 아수라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근래에 들어 한국형느와르는 정말 많은 명작을 배출해냈죠. 달콤한 인생, 신세계(무간도와 싱크로율이 너무 높기는 하지만), 범죄와의전쟁, 내부자들 등.. 이 영화는 그런 모멘텀을 받을 대로 받고, 엄청난 배우들의 후광을 등에 업으며 흥행대박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영화였습니다. 인터넷의 혹평들이나 급감하는 예매율은 차치해두고서라도 무조건 볼 수 밖에 없었죠.
우선 줄거리입니다. 역시 리뷰의 문장 호흡을 위하여 존대를 잠시 내려놓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강력계 형사인 한도경(정우성)은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위해, 온갖 범죄를 저지르는 안남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고 돈을 받으며 살고 있다. 그러나 경찰을 관두고 박성배의 수행실장으로 들어가기 직전 일이 틀어져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그의 계획은 꼬이기 시작한다. 한편 도경의 약점을 쥔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도경을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 시장의 뒤를 캐려 한다. 두 세력 사이에서 사면초가에 빠진 한도경은, 친형제와 같은 후배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행실장으로 들여보내고, 아수라(인도신화에서 악신들의 총칭)들 사이에서 끔찍한 지옥도가 펼쳐진다.
우선 제목인 아수라에 대해서 말하자면, 불교의 탱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존재로서 흔히들 3개의 얼굴 6개의 팔을 가진 파괴적인 신으로 알고 있다. 그리스신화로 따지면 하데스, 성경으로 따지면 루시퍼(사탄)과 비슷한 존재인데, 한편 인도신화에서는 아수라는 특정 존재가 아니라 데바(선신)에 대적하는 모든 악신들의 무리를 일컫는 총칭이라 보고있는 듯 하다. 아수라의 원래 제목은 "반성"이었으나, 황정민이 대본을 보고 "이거 완전 아사리판이네"라고 한 데에서 아수라라는 제목이 유래했다는데, 위에서 말한 사전적인 의미들 중에서는 후자 쪽이 맞는 듯 하다.
이 영화를 비유하자면 최고급와규안심과 송로버섯, 푸와그라, 캐비어로 비빔밥을 만들어놓은 격이다. 비빔밥이야 뭘 비벼도 중간치는 하지만, 그 각각의 재료들이 줄 수 있는 최상의 맛에 비해 너무 일률적이고 조악한 맛이 났다. 연출적인 측면에서는 도무지 설득력없고 당위성 부족한 폭력들이 문제였는데, 대개 느와르 장르에서의 폭력성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인물들이 폭력을 통해 지키고자(또는 보상받고자) 하는, 의리나 사랑, 돈 따위의 가치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가이다. 즉 개연성인데, 개연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관객들이 인물의 상황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되며, 나아가 다소 비현실적인 상황도 그럴 수 있겠구나 하며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하다. 애초에 우리는 현실과는 아예 동떨어진 공상과학물이나 판타지물을 볼 때조차 설정의 현실성에 강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가. (극 종반에 이르러 배경은 사람 많은 장례식장인데, 수많은 조문객들을 특실에 몰아넣고 밖에서는 피칠갑 난도질에 총격전까지 벌어진다.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이런 측면에서 아수라는 관객들에게 너무나 불친절하고 설명이 부족한 영화였다. 관객들은 인물들을 이해할 틈도 없이 폭력과 잔인성의 세계로 끌려들어가버렸고 2시간여의 피떡칠난장판에서 적잖이 질려버렸다. 이처럼 자극을 위한 자극을 좇다 보니 대사 또한 그럴 수 밖에 없었는데, 난 아직도 정우성과 주지훈이 시종일관 내뱉는 아마도 감독은 유행어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좆XX 뱅뱅이다" 에서 XX가 뭐였는지 잘 모르겠다. 꼭 이 대사가 아니더라도 정우성의 내레이션과 배우들의 대사는 곳곳에서 뭉개진다. 특히 초반 짝대기 추격 중 정우성 혼자 화를 내는 장면에서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는데, 한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대사들에 잡음이 심하게 간섭한다는 건 음향편집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봐야하는 게 아닐까.
캐릭터의 측면에서는 시종일관 씨X씨X 거리는 정우성의 욕하는 연기는 너무 심하게 어색했고 그나마 나중엔 익숙해져버렸다, 기댈 곳 없고 방향잃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위해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흔들리거나 초점없는 동공을 많이 보여준다. 극 후반부 유리잔 씹어먹는 씬도 굳이 왜 넣은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나서 말도 잘 하고 얼굴 얻어 맞으면서 싸움도 잘 하는게 너무 거슬린다.
황정민은 비슷한 느와르 캐릭터가 너무 많이 노출돼서 그런지 그 캐릭터가 다 그 캐릭터같은 느낌이다. 입모양이랑 말투가 너무 비열해보여서 그런가 정우성의 내레이션으로 박성배가 나쁜놈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황정민이 박성배라는 것을 알기 전, 첫 등장 순간만 봐도 그는 이미 나쁜 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라는 설정이 심히 안 어울리기에 황정민을 박성배라 지칭하는 대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가 박성배일거라는 확신을 갖지는 못했다. 물론 이는 그만큼 황정민이 필모그라피를 통해 비슷한 류의 캐릭터에 있어서는 독보적이고 확실한 캐릭터를 그려두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해당 캐릭터에 대해 피로도가 쌓인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황정민과 비슷한 측면에서 곽도원도 뻔하게 강렬한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아직 황정민만큼 피로도가 쌓인 것 같지는 않다. 극 내에서도 스탠스 조절을 잘 하고, 특히 마지막 비굴미는 꽤나 비글미 아님 좋았다.
주지훈, 정만식은 그나마 이 영화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사실 주지훈이라는 배우의 필모를 잘 모른다. 모델출신이라는 것 밖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스럽지는 않은 연기를 보여준 것 같고, 모델출신이라는 선입견은 벗어도 될 것 같다. 근데 워낙 거물들 옆에 있으니 나이가 너무 어려보이고, 연기하는 아이돌 중 이준이랑 많이 닮은 것 같다. 정만식은 비슷한 캐릭터를 한 적은 있지만 이전의 캐릭터들이 조미료나 양념형 캐릭터에 가까웠다고 하면 이번에는 잡다한 양념 다 걷어내고 소금,후추만 뿌려 미디움 레어로 구워낸 묵직한 스테이크 같았다.
(이 포스터는 너무 밝게 나왔다. 이런 포스터는 범죄와의전쟁 정도에는 어울리지만 아수라의 느낌을 담아내기엔 부족하다) 여러가지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비빔밥이다. 최상급 재료들을 엉성하게 버무려 망쳐는 놨지만 그 재료들의 맛을 망쳐놓은 고추장이 결국 어느정도 매콤달콤한 맛은 내주어서 먹을만은 하다. 140분의 긴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남는 건 없어도 2시간 이상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때울 타임킬링필름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다만 다른 느와르들에서 느껴지는 짙은 여운을 기대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6 comments
Suggested
Recent
차라리 `아수라장´이 어울릴듯~
맞아요 황배우님 말마따나 아사리판..ㅋㅋㅋ 그런데 제가 배우였어도 시놉의 완성도를 떠나 남자로서는 연기해보고 싶었을 것 같아요
옘불런스를 불렀어여야 했어요
곽배우님 비굴미..♡
글중에 유리씹고말잘한다는말처럼 정말열심히마진것치고는 멀쩡하고 유리를 열심히씹은것치고는 말을너무잘하고.. 솔직히 내용이해가잘안되는영화였음 ㅋㅋㅋㅋ
그럴거몀 차라리 알고보니 정우성이 인조인간이었다는 설정이 더 현실적일수도..z
시계를 몇번을 봤는지 언제 끝나나ㅋㅋ 비위 약하신 분은 보지마세요 ㅠㅠ
비위 약하신 분들 보시면 역할 수 있죠 정말~ 고어한 수준이 악마를보았다와 신세계 중간 정도인 듯
처음부터 영화의 마지막 그 아수라장을 표현하기 위해 미칠듯이 배우들을 몰아 넣지만 왜 그렇게 까지 가야했는가에 대한 공감력이 부족함 나름대로 배우보는 재미에 재밌게는 봤습니다.
맞아요 조금만 더 그럴듯한 이유와 핑계만 주어졌어도 평가가 좀 높아졌을텐데 아쉽죠
View more comments
18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