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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만 청춘의 꿈을 業으로 일구겠다는 ‘신촌 코뮌’

청년들에게 공간·자본 투자하는 소셜 인큐베이터 ‘만인의 꿈’

밤새 달린 청춘의 숙취가 채 가시기 전 서울 신촌의 한 반지하방. 십수명의 또 다른 청춘들이 일찌감치 하루를 연다. 자신만의 특별한 꿈을 업(業)으로 일구기 위해 매일 아침 진행되는 인큐베이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꾸는 꿈은 다양하다. ‘괴로운 사람들을 괴롭지 않게 만들어주는 사람’, ‘스며드는 아름다움을 창작하는 사람’, ‘글로써 사랑과 보이지 않는 가치를 전달하는 마음이 가난한 사람’ 등등.
이런 낭만 혹은 추상적 가치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 한 사내. 청년들에게 공간·자본 등을 투자해 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는 소셜 인큐베이터 기업 ‘만인의 꿈’(이하 ‘만꿈’)의 김동찬(31·사진) 대표다.
일자리형 인큐베이터 기업 ‘만꿈’은 특별한 스토리와 꿈을 가진 청년들에게 숙식과 일자리는 물론 창직(創職)에 필요한 교육·자본 등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만꿈 소속 청년(‘만꿈인’)들은 신촌에 임차 건물 두 곳의 12개 층을 아지트로 삼아 돈을 벌기도 하고, 자신들의 꿈을 키워나가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첫 선을 보인 ‘드림인턴’을 비롯, 만꿈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만꿈인은 현재 20여명. 이들은 만꿈이 직접 운영하는 북카페(꿈꾸는 옥탑)와 스터디룸(꿈꾸는 반지하) 등에서 일하며 실무를 익히고,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꿈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쌓는 데 쓴다. 만꿈인에겐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월급이 주어지고, 창직 노하우를 익히는 데 필요한 소정의 자본금 및 교육도 제공된다.
만꿈은 이런 ‘창직 인큐베이팅’ 외에도 청년들의 아이디어에 투자하는 '드림 CEO 프로그램'(투자 사업체)이나 다른 업체와 협약을 맺고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식(협력 사업체)의 비즈니스를 한다. 이런저런 사업을 많이 벌여놓은 것 같긴 한데, 이쯤에서 원초적 질문 하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이렇게 해서 돈을 제대로 벌 수 있을까.
“대부분의 인큐베이터들을 보면 (돈이 많은 사람들이) 좋은 뜻으로 시작하는 것이잖아요. 반면 저희 같은 경우는 생계형 인큐베이터에요. 이 프로그램이 계속 유지되기 위해선 참여자들이 (만꿈이라는) 이 공간을 넘어서는 가치를 창출해야겠죠. 현재는 사업 부채에 대한 원리금 정도만 갚을 수 있는 수준이에요.”
사업가 부모를 둔 김 대표는 삶의 부침이 심했다. 초등학생 시절엔 강남의 마당 있는 2층집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랐지만 부모님 사업이 휘청거리면서는 한 성당이 제공하는 4평짜리 집에 얹혀 살 정도로 경제적 곤궁이 심했다. 결국 생계를 위해 이 일 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군 입대 전후 경험한 게스트하우스 알바가 ‘만꿈’의 시초가 됐다.
“군대 가기 전에 일했던 게스트하우스를 다시 찾아갔는데, 사장님께서 신촌에 새로 연 곳의 매니저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하시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 일과 병행을 했는데요. 점점 사업이 재미있어졌고, 결국 대출을 받아 게스트하우스 지분 절반을 투자했죠.”
생계형 알바를 전전하던 한 청춘을 믿어준 게스트하우스 사장. 김 대표는 젊음과 믿음이 결합했을 때의 무한한 가능성을 그 때 어렴풋이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일부를 청년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공간으로 점점 바꾸기 시작했고, 한때 7개 층에 달하던 게스트하우스는 현재 2개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렇게 여유가 생긴 곳은 기숙사 등 청년들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하면서 알바를 고용했었는데, (계속) 일하는 친구들은 다 생계형 알바더라고요. 제가 그런 상황일 때 믿어준 사장님이 있었고, 그래서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잖아요. 이 친구들도 알바를 전전하지 않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생각했죠.”
만꿈을 함께 키우고 있는 20여명의 청춘들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김 대표는 ‘결핍’이라는 단어를 썼다. 어떤 사람이 가진 결핍이 그 사람의 스토리를 특별하게 만들고, 그 스토리에 도움이 더해졌을 때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 것.
“많은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선택지가 많아서 엣지있는(개성있는) 행동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반면 자원이 한정적인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알고 있고, 해야 한다는 갈망도 강하기 때문에 환경만 잘 만들어주면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죠. 결핍으로 인한 트라우마나 억눌림을 긍정적으로 폭발시키는 것이죠.”
‘청년들의 꿈에 투자해 같이 성장하겠다’는 기업 목표. 이 추상성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만꿈이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임을 증명해야 할 터. 그러려면 만꿈인의 자립이 가장 중요하다.
“저희가 생각하는 ‘자립’의 기준은 나 뿐만 아니라 타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뭔가를 하는 것이에요. 단순히 금전적으로 봤을 땐 만꿈인들이 여전히 가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런 저희 기준으로 본다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봐요. 글을 쓰는 친구는 우리 공간을 통해 자기 글에 대한 전시회를 하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버스커(거리공연인)들을 모아 문화행사를 여는 친구도 있고요. 가진 건 적지만 이것들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도우며 ‘자립’하고 있는 것이죠.”
국가가 규정내린 양질의 일자리,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 대신 자신만의 꿈과 스토리로 이뤄진
일자리를 창직하겠다는 만꿈인들에겐 스스로가 선택한 1~10,000 사이의 숫자와 함께 각자의 고유한 목표가 있다. ‘00001’번의 김동찬 대표가 세워놓은 목표는 ‘만인의 꿈을 업으로 만드는 대장장이’다.
‘1~10,000’ 사이의 숫자가 꽉 차도록 만꿈인을 양성해 내겠다는 김 대표. 젊은이들의 작은 해방구, 이 ‘신촌 코뮌’은 김 대표의 목표처럼 만 명의 숫자를 채울 수 있을까.
글/인포그래픽=비즈업 유병온 기자 on@bzup.kr
영상/사진 촬영=김현주 기자
영상 편집= 백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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