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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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비행기가 떠오른다.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을 날을 수 있는지는 내 어린 시절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지금도, 비행기가 날 수 있는 이유야 잘 알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아무튼, 그런 비행기가 또 다시 나를 태우고 난다. 여행도, 새시작도 아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길. 고향으로의 여행. 여지껏 겪어본 적 없고 누구도 가르쳐준 적 없기 때문에 준비를 하면서 나는 꽤 당황했었다. 무얼 준비하고 무얼 얼마나 챙겨야할까. 그러면서 생각했다. 이것이 어른으로의 준비가 아닐까, 독립의 예비과정은 아닐까. 어릴 적 그리도 바라왔던 독립이었지만, 실제로 예행연습 중이라니 쓸쓸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지금은 쓸쓸하건 새벽 비행 때문에 잠을 못 자 피곤하건, 중요한 건 일단 가족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아직은 완벽한 어른이 아니어도 되니, 일단은 가족의 품에서 노곤히 잠이 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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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
집은 정말 변함이 없었다. 정말 따뜻했다. 이런 따뜻함은 정말 오랜만인것 같다. 방학 동안 계속해서 마법 공부는 했다. 그리고, 자기 전에 항상 쓰던 일기 말고,  드레이코에게 보내지 않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방학도 끝을 향해 달려갔고, 7학년을 보내기 위해 나는 다시 9와 4분의 3 승강장으로 가 기차를 탔다. 이번엔 기차역에 조금 늦게 도착해서 그랬는지 이번에 입학하는 기숙사 마크가 없는 신입생들이 많이 타 있는 칸에 타게되었다. 어린 학생들이 귀여웠지만, 여럿이 다같이 있으니 조금 시끄러웠다. 나도 어릴때 정말 시끄러웠겠지? 나는 시끄러웠지만 그 소음을 무시하고 책을 꺼내 읽었다. '이 책은 매번 읽을때 마다 재밌다니깐.' 책을 재밌게 읽고 있을때 한 어린 학생이 내 앞에 앉아 말을 건넸다. "저기.. 안녕하세요?" 신입생인것 같았다. 교복을 입고 있었고, 기숙사 마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안녕. 근데 무슨 일이니?" "혹시 호그와트에 가시는 건가요?" "응, 넌 이번에 입학하지?" "네, 몇 학년이세요?" "7학년이야." "호그와트는 좋은 곳인가요? 제가 실은 머글태생이라.." "호그와트.. 정말 멋진 곳이지. 그 곳에서의 생활은 정말 재밌을 거야." "다행이네요, 혹시 기숙사는 어디세요?" "난 슬리데린. 넌 무슨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어?" "전..잘 모르겠어요. 어디가 가장 좋은가요?" "좋고 나쁜 기숙사는 없다고 생각해. 자신에게 맞는 기숙사에 배정을 받는 거잖아. 개인의 특성과 자질을 갖고 좋고 나쁨을 가리면 안되지." "음.. 그런것 같아요. 그럼 ㅎ.." 학생이 나에게 질문을 하려고 한 순간, 드레이코는 내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한참 찾았잖아. 설마 여기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 "자리가 여기 밖에 없어서, 조금 더 일찍 나올 걸 그랬나봐." 눈치를 보던 학생은 드레이코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드레이코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넌 누구?" "아, 저는 알던 스콧 이예요." "아, 잡..아니 머글 출신인건가?" "네." "난 드레이코, 드레이코 말포이. 만나서 반갑다." "말포이 선배님도 7학년인가요?" 드레이코는 인상을 더 찌푸리며 말했다. 아마 처음보는 학생이 계속 말을 걸기 때문인것 같다. "맞아. 넌 이번에 입학하는 모양이지?" "네, 선배님은 기숙사가 어디세요?" "슬리데린. 넌 어디로 가고 싶은데? 슬리데린, 레번클로, 그리핀도르, 후플푸프 중에서." "전 두 선배님을 보니 슬리데린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드레이코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뭐, 네가 슬리데린에 걸맞는다면 슬리데린으로 배정 받겠지." 그리고 드레이코는 일어나 내 짐을 들고 말했다. "클로에, 곧 도착이잖아. 내 칸으로 가는게 어때." 나는 웃으며 답했다. "좋아, 가자." 나는 드레이코와 칸을 나가며 올리벤더 씨가 내게 해준 말씀을 그 학생에게 말했다. "부디 좋은 마법사가 되길." 나와 드레이코는 학교에 도착해 교복으로 갈아입고 수업을 다 들은 뒤 연회장으로 갔다. 우리는 슬리데린 자리에 앉아 1학년들의 기숙사 배정식을 봤다. 긴장한 학생들도, 마냥 천진난만한 학생들도 정말 다양하게 있었다. 1학년들의 배정식이 끝나고 나와 드레이코는 산책 겸 밖으로 나왔다. 그 날따라 별들이 정말 많고 밝게 빛났다. 내가 하늘에 감탄하고 있을때, 별똥별이 하나 떨어졌다. 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그 모습을 본 드레이코는 내게 웃으며 말했다. "클로에, 너 소원 빈거야? 무슨 소원인데?" "머글세상에선 별똥별 떨어질때 소원 빌면 이뤄진대. 근데 남한테 소원을 말해주면 안 이뤄진대. 내 소원 이뤄지면 그때 말해줄게." 드레이코는 내 말을 듣고는 하늘을 향해 눈을 감고 손을 모으며 말했다. "별님, 제 소원은 클로에가 절 꼭 안아주는거에요." 나는 드레이코의 장난에 웃으며 말했다. "별똥별 안 떨어졌잖아. 그 소원은 안 이뤄지겠다, 드레이코." 내 말이 다 끝나자, 드레이코는 씨익 웃더니 내 허리를 감싸고 자기쪽으로 나를 당기며 말했다. "그럼 내가 하면 되지." 갑작스러운 밀착에 놀랐지만 나는 이내 미소를 짓고 드레이코를 안아주며 말했다. "드레이코, 네 소원은 이뤄졌네." 그러자, 드레이코는 나에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클로에 네 소원도 알려주면 안돼? 내가 못 해주는거야?" "이뤄지면 그때 말해줄게, 드레이코. 이제 기숙사로 가자." [별님.. 제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킬 수 있게 해주세요.] 1학년들이 기숙사 배정 받은 첫날이라 그런지, 소란스러웠고, 필치씨도 9시 정각에 나타나셨다가 점검을 마치고 사라지셨다. 나는 드레이코에게 가고 싶었지만 1학년이 입학한 첫날부터 교칙을어기는건 아니다 싶어 내 방에서 일기와 편지를 쓰고 내 몸과 내 목걸이에 방어 마법도 걸고 잠자리에 들었다.
ep)34.📜전쟁
나는 7학년이 되어 더욱 다양하고 강력한 마법들을 배웠다. 하루를 도서관,강의실에서 대부분 보내다 보니, 확실히 마법에 대한 이해도 좋아졌고 실력도 늘었다. 모든 수업이 없는 날 어느 아침, 나는 간만에 일찍 그리고 상쾌하게 깼다. 그리고 드레이코의 방으로 갔다. "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나는 문 바로 앞에 서 있던 드레이코를 미처 보지 못하고 한 발자국 나아가다 부딪혔다. 부딪힌 순간, 드레이코는 내가 넘어지지 않게 잡아줌과 동시에 나를 안아주었다. 드레이코는 살짝 웃으며 내게 말했다. "덕분에 아침부터 기분이 좋네, 클로에." 나는 순간 너무 놀랐기 때문에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안겨있었다. 잠시 뒤, 드레이코는 나를 놔주며 말했다. "그 머글세계에서 한다는 소원 비는 방법, 그거 생각보다 잘 이뤄지네." "드레이코, 근데 난 줄 어떻게 알았어?" "감이라고 해두자. 뭔가 이 날 이 시간에 네가 올 것 같았거든." 나는 드레이코 방 문을 닫고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은 안 바빠?" 드레이코는 내 맞은편에 앚으며 말했다. "오늘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어.  오늘은 클로에 옆에만 붙어 있을 거야." "정말?" "응, 정말." "아, 조금 출출한데 일단 식사부터 하고 생각할까?" "그래, 클로에." 그렇게 나와 드레이코는 연회장으로 가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나와 드레이코는 퀴디치 경기장으로 가 산책을 했다. 나는 하늘을 보며 말했다. "오늘은 비가 올것 같아. 날이 많이 흐리네." "그러게. 오늘은 학교에만 있어야겠다." 나와 드레이코는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고, 벌써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우리 둘은 연회장으로 가 저녁을 먹고 곧장 기숙사로 가서 둘 만의 시간을 또다시 보냈다. 나는 드레이코 침대에 누우며 말했다. "드레이코, 넌 졸업하고 나서 뭐 할거야?" 드레이코도 내 옆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 해본 적 없는데." "그걸 생각해본 적 없단 말이야?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면 할 수 있는게 엄청 늘어나는데?" "클로에, 너는 뭘 하고 싶은데?" "일단, 나는 여행을 다니고 싶어. 그리고 머글세상에서 잠시 지내고도 싶어. 마법 없이 내가 잘 지낼 수 있는지 궁금해. 밤늦게까지 친구랑 놀고도 싶고..  아무튼 난 하고 싶은게 엄청 많아." "아, 나도 하고 싶은거 있다." "뭔데 드레이코?" "너랑 여행하는거." "나랑?" "응, 너랑. 그리고 너한테 한가지 선물을 해 줄거야." "무슨 선물?" "클로에 벨 말고, 클로에 말포이로 만들어 줄거야." "어...어?" 당황한 나머지 나는 얼굴이 조금 빨게졌고, 드레이코는 그 모습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뭐야, 예상을 못 한거야 아님 부끄러운거야? 오랜만에 보는것 같네, 클로에 얼굴 빨게 지는거." "아, 몰라. 나 내 방으로 갈게. 곧 기숙사 점검이야. 7학년이 슬리데린에 마이너스 되면 안되지." 이 말을 끝으로 나는 드레이코 방을 나와 내 방으로 갔다. 그리고 편지를 쓰고, 일기를 쓰고 방어 마법을 걸고 잠자리에 들었다. 몇 달이 흐르고 나와 드레이코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졸업까지 몇달 남긴 했지만 그래도 졸업을 앞두고 있긴 하니깐 이렇게 칭하겠다. 내가 매일 편지를 쓰는것도 제법 쌓였다. 방어마법도 이만큼 쌓였겠지? 나는 마법공부를 계속해서 열심히 했다. 마법은 하면 할 수록 내가 부족한게 느껴지니까 그만둘 수 없는것 같다. 학교는 이제 지나가던 머글이 봐도 어두울만큼 분위기가 침울해졌다. 내가 처음 입학하던 분위기와는 너무 달랐다. 하지만 그걸 모두가 느끼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진 못했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그 이유니까. 나는 수업을 듣기 위해 연회장을 나와 복도로 나갔다. 복도를 가로질러 가던 그 순간, 갑자기 큰 진동이 바닥에서 느껴졌고, 학교 벽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학교가 흔들림과 동시에 학생들로 학교안은 복잡해졌고, 교수님들 또한 어디론가 급히 뛰어나갔다. 나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죽음을 먹는 자들이 학교 쪽으로 오고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님은 나를 보시곤 어서 기숙사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왠지 빨리 피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에 기숙사로 피했다. 기숙사 안도 정말 복잡했다. 몇몇 1학년들은 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나와 동급생인 몇명은 마법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기숙사에서 절대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나와 슬리데린 학생들은 꼼짝 없이 기숙사에만 있었다. 그렇게 며칠 후, 아침 일찍 드레이코가 기숙사 밖으로 나갔다.
307
어쨌든 모든 공식적인 술자리는 어제부로 다 끝났다. 시 쓰는 두 친구와의 시간은 무척 즐거웠지만, 당분간 어지간해서는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한다. 2월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은 가족들과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김지혜가 쓴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이제야 읽었다. 깊게 파고드는 본격 연구서는 아니지만, 지금 시대의 차별과 편견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가질 법한,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 정도는 들려준다. 베스트셀러인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분량도 많지 않고, 잘 읽힌다. 우리가 미처 갖지 못한 윤리를 공부하려 한다면 좋은 입문서는 될 것 같다. 이 책은 차별 전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그 언젠가 읽었던 여성학자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두 책은 머리말에서 저자가 약속이나 한 듯이,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가해자로서의 차별 경험을 고백한다. 또한 공교롭게도 그 대상이 모두 장애인에 관한 것이다. 사실 그것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인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이 너무나 적절히 명시하고 있듯, 저자 역시 의도적으로 가해자가 된 것이 아니다. 심지어 저자의 가해 경험은 얼핏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언어 문제였다. 그러나 사실 결코 사소한 것이 아니다.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결정 장애'라는 말을 썼지만, 이를 지적하는 사람을 통해 자신의 편견을 돌아본다. 일상에서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결정 장애'라는 말을 지적한 사람이 오히려 예민한 사람으로 손가락질당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예민함이 모이면 분명히 편견 한 꺼풀을 벗겨낼 수 있다. '장애'라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것을 칭할 때 사용한다면, 그리고 어떠한 반성도 없이 그것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남용한다면, 그것은 정말로 편견을 견고히 하는 데 기여하게 돼버린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말이 장애인에게 낙인을 찍어버리는 흉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언어의 힘이란 아주 무섭다. 사실 우리는 당사자가 아니면 공감하기 힘들다. 머리로는 안다고 생각해도 사실 그게 아니다. 남자는 여자를, 비장애인은 장애인을, 백인은 흑인을, 이성애자는 동성애자를 결코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다. 다만 저자 김지혜의 말마따나, 내가 누군가를 차별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선 인정하는 것이 차별을 최소화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래야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한 차별의 언행을 지적당할 때 수정할 여지도 생긴다. 세상에서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무의식적으로라도 차별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뒤집어봐도 마찬가지다. 정도의 차이는 분명 있지만, 차별을 한 번도 받아보지 않은 사람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자신이 받아본 차별의 경험을 기반으로 타인이 당하는 차별을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상상하고, 응용해봐야 한다. 사실 그렇다면 데이터도 필요하다. 내가 모르는 각양각색의 차별 사례들 말이다. 이러한 책들이 다소나마 해갈해줄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나와는 너무도 다른 상대방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 공감이란 바로 앞서 말했듯 내가 상대방을 차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는 차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는 순간 상대방의 말은 들리지 않게 된다. 어렵다. 사실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글에도 혹시 모를 차별적 발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얘기지만 그 언젠가 시 선생님이 해주는 말 중에 핵심 요지는 늘 그것이었다. '늘 의심하라. 나 자신조차도 의심하라.' 그건 결국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라는 말과도 같은 것이고, 그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걸 오래도록 잊지 않고 인식하려 애쓰던 순간에 조금씩 내 시가 도약하던 순간을 분명 기억한다. 모두가 바로 그와 비슷한 지점을 끝까지 기억하려 노력할 때 우리가 가진 차별과 편견에서도 비문들을 조금씩 걷어낼 수 있지 않을까.  쓰다 보니 3월의 첫날이 돼버렸다. 시간을 어긴 것이 아니라, 이틀에 걸쳐 어제의 일기를 썼다고 해두자. 또, 또, 또, 변명.
[온봄달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토박이말 #살리기 #온봄달 #3월 #터박이말 #숫우리말 #순우리말 #고유어 [온봄달(3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온봄달(3월)을 맞아 이 달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넣어 글을 지어 보았습니다. 그림과 함께 그대로 뽑아 붙여 놓고 한 달 동안 보고 또 보고 하다보면 토박이말과 좀 더 가까워지지 싶습니다. 지난겨울은 겨울답지 않게 그렇게 많이 춥지는 않았습니다. 봄이 일찍 찾아와서 이른 꽃을 보기도 했지만 때론 소소리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꽃샘추위도 있었습니다. 이제 온 누리가 봄으로 가득 찰 온봄달이 되었습니다. 꽃바람과 함께 곳곳에 갖가지 꽃들이 피어날 것입니다. 벌써 꽃이 핀 것도 있고 꽃망울을 맺은 것도 있습니다. 배곳에서는 새배해를 맞아 새로운 만남으로 낯섦과 설렘이 뒤섞여 여러 날을 보내기도 할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배곳에서는 이제 새해를 맞이한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뜸마다 다짐들이 넘쳐 날 때이기도 합니다. 입다짐, 속다짐도 좋지만 글다짐을 해서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것도 좋다고 하니 여러분도 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짐이 다짐으로 끝나지 않도록 꽃등 먹은 마음을 지며리 이어갈 수 있도록 스스로도 챙기고 둘레에서 돕는 길잡이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새로 만난 사이에 데면데면하게 지내지 않도록 너울가지 좋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알음알이도 하고 얼른 너나들이 동무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한 해 동안 어우렁더우렁 즐겁게 지내기를 바랍니다. 1)소소리바람: 이른 봄에 살 속으로 스며드는 듯한 차고 매서운 바람 2)꽃샘추위: 이른 봄, 꽃이 필 무렵의 추위(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듯한 추위) 3)꽃바람: 꽃이 필 무렵에 부는 봄바람. 4)꽃망울: 아직 피지 아니한 어린 꽃봉오리 5)온봄달: ‘3월’을 다듬은 말. 온 누리에 봄이 가득한 달이라는 뜻을 담음 6)배곳: ‘학교’를 다듬은 말 7)새배해: ‘신학년’을 다듬은 말 8)뜸: ‘반’을 다듬은 말 9)입다짐: 말로써 하는 다짐 10)속다짐: 마음속으로 하는 다짐 11)글다짐: 글로써 하는 다짐. ‘서약’을 다듬은 말 12)꽃등: 맨 처음. 최초 13)지며리: 차분하고 꾸준한 모양 14)길잡이: 길을 인도해 주는 사람이나 사물 15)데면데면하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친밀감이 없고 어색하다 16)너울가지: 남과 잘 사귀는 솜씨=붙임성, 포용성 17)알음알이: 서로 가까이 아는 사람=알이알이 18)너나들이: 서로 너니 나니 하고 부르며 허물없이 말을 건넴, 또는 그런 사이 19)동무: 늘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친구 20)어우렁더우렁: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4354해 온봄달 이틀 두날(2021년 3월 2일 화요일) 바람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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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열흘쯤 전이었을까. 꿈에 한 여자가 나왔다. 그녀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이 뭔지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었다. 그냥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밖에. 그녀의 존재를 어떻게 알고 있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모르겠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나는 그녀를 현실에서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꿈에 그녀는 자신의 성씨가 '황'이라고만 얘기했다. 아 참, 그전에 그녀는 내 옆방에 사는 여자라고 말해두고 싶다. 이런 말 역시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옆방의 여자라 함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정신 나간 듯이 큰 소리로 통화해대던, 지금 내 옆집의 무례한 여자, 그러니까 현실 속의 옆집 여자를 일컫는 게 아니라는 거다. '황'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정확히 옆'집'이 아니라 옆'방'의 여자다. 그러니까 그녀는 아마 나와 하숙집 형태의 한 집에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는 여자인 셈일 터였다. 꿈 너머, 정말 평행세계라도 존재하는 것일까. 그곳에서 나는 하숙집 형태의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옆방에는 '황'이라는 여자와 이웃한 채. 나는 어떠한 계기로 인해 '황'의 방에 들어가게 됐다. '황'이 말했다. 우리 이러면 안되지 않느냐고. 단순히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고'가 아니라, '우리'가 이러면 안 되지 않느냐니. 그녀의 말로 유추해보건대, 우리가 전혀 무관한 사이는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황과 나는 불온한 관계라도 되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왜 그녀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나. 황과 나는 부적절한 관계이거나, 혹은 내가 그녀를 알면서도 그녀의 이름을 자꾸 잊는 기억상실을 겪고 있는 노인이라도 되거나. 어차피 나는 나를 볼 수도 없으니까. 황의 방에는 거울이 걸려 있지 않았던 것 같으니까. 나는 보채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을. 그녀는 어떤 지로용지 비슷한 것을 펼쳐 보이며 뭔가를 가리켰다.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라고 했다. 그녀는 굳이 자신의 이름을 숨기려고 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녀의 이름은 '온단'이었다. 분명히 기억한다. 그녀의 이름은, 황의 이름은, '온단'이었다. 그러니까 그녀의 이름은 '황온단'이다. 황온단이라니. 이런 이상한 이름이라니. 그리고 나는 꿈에서 깼다. 나는 '옆방에 사는 황온단'이라고 급하게 메모해두었다. 나는 그녀를 안다. '황'을 안다. '황온단'을 안다.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는 분명 그녀를 알고 있는데 그녀가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자작시 / 하얀거탑
하얀거탑 간밤에 소년 하나가 죽었다 원장은 새 환자를 받을 수 있다며 좋아했다 자신이 죽을 날을 스스로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조금 슬퍼했었다 그가 누구였는지 잊어버렸다 어떤 전쟁도 겪은 적 없지만 겪어 본 적 없는 그 모든 전쟁으로 인해 나는 피폐해지고 의사는 내게 병이 있다고 했다 아니 병이 내게 있다고 했던가 어쨌든 그는 아무 병도 없는 게 내 병이라고 없는 병은 고칠 방법도 없고 고칠 방법이 없는 병이 제일 위험하다고 히로시마가 고향인 의사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폭탄은 그러나 이미 터진 폭탄도 터질 폭탄도 아닌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폭탄이라고 언제나 머릿속에는 소녀가 살았다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때 나는 몰래 그녀에게 속삭였다 아가야 베개밑에 칼을 놓아두고 잠들어라 네 병은 꿈속에서도 널 놔주지 않을테니 앞으로는 그 칼이 네 이빨이고 손톱이다 달려드는 모든 것들을 물고 찢을 참으로 살아야해 소녀는 전사였지만 모든 전사가 승리하는 건 아니었다 문 밖 마당엔 자살이 취미인 고양이가 살았다 자신이 원하는 순간에 죽기 위해 고양이는 여섯의 목숨을 버렸다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아니 무려 그 이유 하나로 문 안 하나 뿐인 목숨의 기한을 통보하면서도 의사들은 종종 권태로운 표정을 짓거나 참을 수 없다는 듯 하품을 했다 죽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살아서 부패하기 시작한 작자들 썩은이 속엔 썩은 이들이 보였다 목숨이 가벼워진 고양이는 날래진 발로 새의 숨을 끊어다 제 집 앞에 모아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