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직장생활을 하려면 잊지 말고 해야 할 일이 있다. 동료에게 인사하기, 그리고 미소짓기다.
회사측에서야 사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 않다는 걸 인정하기 싫겠지만 ‘무례함(incivility, 무시하는 듯 내뱉는 가시 돋친 말이나 까칠한 응대를 생각해보라)’은 생산성과 창의력, 능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전보다 직원 모두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다보니 무례함은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이에 회사들은 직원들에게 예의바르고 친절하게 행동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안티오크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교양/예절 컨설턴트인 엘리자베스 홀로웨이는 매너 없는 행동이 “바이러스처럼 팀 전체에 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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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타운대와 썬더버드글로벌경영스쿨이 근로자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에서 96%는 매너 없는 행동을 겪은 적이 있다, 98%는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1998년 연구에서는 설문조사에 응한 근로자의 25%가 일주일에 최소한 한번은 무례한 취급을 당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2011년 별도의 연구결과에서는 이같이 답한 비율이 50%나 됐다.
미 정부기관인 국가안보국(NSA)에서는 직원들에게 ‘친절나무’란 금속나무 장식에 친절한 동료의 이름을 적어 데스크톱에 붙여놓도록 권유했다. 사내 분위기를 좀더 화기애애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한편 매니저들은 카페테리아와 화장실 여기저기에 “누군가에게 칭찬을 건네라”거나 “회의시간에 일찍 나오라”거나 하는 임무가 적힌 ‘선행카드’를 놓아두어 사원들의 선행을 장려했다. 선행을 한 직원에겐 ‘모범사원’ 상패를 수여하고 포상휴가를 주기도 했다.
이 모두가 동료들간에 정을 돈독히 하기 위함이라고 NSA 평등고용기회 및 다양성 책임자는 밝혔다.
심지어 금융전문뉴스사이트 24/7 Wall St.가 선정한 ‘근무하기에 최악의 회사’에서 1위를 차지한 위성TV회사 디시네트워크도 사내 분위기를 부드럽고 상냥하게 바꾸는 중이다.
2011년 취임한 조셉 클레이튼 CEO는 사무실 분위기를 업시키기위해 노력했다고 말한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직원과 직원 가족을 위한 여름 콘서트, 출퇴근시간 규정 완화 등도 그런 맥락이다. 출퇴근시 지문을 찍도록 하는 규정도 없앴고 어린 자녀를 둔 직원은 매니저 재량에 따라 퇴근을 일찍할 수 있게도 해준다.
클레이튼 CEO는 “일이 즐거운 직장이 됐으면 한다”며 “내가 대접받고 싶은대로 남도 대접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렇다고 ‘일등’이나 ‘놀랄만한 추진력’ 등 회사가 중시하는 우선순위가 달라지진 않았다.
하지만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화기애애한 기업문화를 따라가려면 아직 멀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에선 어떤 직원에게 가족 경조사가 있을 경우 부서 전체가 축하나 위로의 편지를 보낸다. 엘렌 토버트 다양성 및 수용 부사장은 “가족은 잊어버리는 생일도 동료들은 챙겨준다”고 자랑한다.
직장 분위기가 푹 가라앉아 있다면? 무례함을 연구하는 조지타운대 맥도노우경영대학원의 맥크리스틴 포래스는 이런 부정적인 환경에서는 집중력이나 정보처리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무례한 대우를 받은 직원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게 되고 남에게 무례하게 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대가는 엄청나다.
네트워크장비회사 시스코는 2007년 사내에서 발생하는 무례함 때문에 연간 83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이 난다고 추산했다. 이직, 충성심 저하, 미래에 맞닥뜨릴 무례한 행동을 걱정하느라 소모되는 업무 시간 등을 계산한 것이다.
일부 회사에서는 직원들끼리의 정을 돈독히 하기 위한 규정을 만들고 있다. 루이지애나 소재 옥스너헬스시스템은 ‘10/5 룰’이라는 것을 시행한다. 10피트 이내에 들어온 사람과는 반드시 눈을 맞춰야 하고 5피트 이내에 있는 사람과는 인사를 하라는 규정이다.
‘분출하지 않기’ 룰도 있다. 카라 그리어 인재관리 부사장에 따르면 차트가 없어져 당혹스러운 간호사나 컴퓨터 시스템 때문에 짜증이 난 의사들은 일단 개인사무실 같은 ‘안전구역’에 들어가 그 짜증과 좌절감을 표출하라는 규정이다. 직무평가에 이 규정을 따르는 지 여부도 기록하게 돼 있다.
그리어 부사장은 신입사원에게도 새 규정에 관한 훈련을 시킨다며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드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그리 복잡한 게 아니다”고 말한다.
직장에서 무례한 대우를 ‘받아온’ 쪽에 속하는 직원들은 그것이 이직의 주원인이었다고 고백한다. 글로벌 PR회사 웨버샌드윅이 7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6%가 이런 이유로 직장을 그만뒀다고 답했다.
그러나 모든 매니저가 자본주의와 친절함이 공존할 수 있는 가치라고 믿는건 아니다.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매니저들에게 회사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직원은 바로 해고하라고 지시하며 칭찬보다 “정확한 지적”을 중시한다.
“매니저의 임무는 부하직원들이 성실하게 일하고 우수한 실적을 내도록 하는 것이지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