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o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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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2014 (Day 22) Astoria -> Manjarin
어제 프란체스카와의 취중 인생이야기(?)를 마치고 오늘은 내 인생에 대해 진하게 생각해보기 위해서 혼자 걸어보기로 한다. 800Km를 걸으면 인생에 대한 답이 딱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 것 뿐이다. 이것도 나름 집단지성이라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번쯤은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그 고민에 편승을 해서 함께 풀어가는 것이다.
오늘은 숙소도 기봉이와 프란체스카와 전혀 다른데서 묵을 예정이다. 만하린이라는 곳으로 크리스티앙 아저씨가 내게 추천해 주었던 중세 느낌 물씬나는 알베르게다.
아침 일찍 일어나 음악 없이 걷는다. Astorga를 빠져나오는 동안에 많은 유적들을 지나치게 된다.
알베르게 앞에 있는 유적들.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난 Astorga 타운.
Paracio Gaudi (가우디가 설계한 건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아스트로가 성을 지나 어제 먹다 남은 초리쏘와 치즈를 먹으며 걷는다.
누구보다 이른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참 기분이 좋다. 내가 부지런하단 생각도 들고. 혼자 조용한 언덕을 걸을 때 옆에서 부는 새벽바람이 에너지를 가득 담아 주는 것 같다. 원래 아침형 인간이 아닌데, 이런 풍경을 매일 걸을 수 있다면 언제든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
길을 걷다가 마주친 작은 성당.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다. 아침 기도를 드리려는 것 같다.
안에 들어가니 이 성당과 마을의 역사가 있었다. 손때가 묻은 사진이 정말 좋다. 이 사진들의 주인공들은 지금쯤 다 어르신들이 되었을거다.
이제 슬슬 동이 텄다. 눈 앞에 시원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새벽에 보지 못했던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스토르가를 지나 만나는 첫번째 마을인 Murias de Rechivaldo 는 까미노에서 큰 도시를 지나면 늘상 마주하게 되는 첫번째 마을의 규모. 정말 아기자기하다.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다. 하긴 정말 이른 아침이니까. 그래서인지 저 멀리 시끌벅쩍한 소리가 들려오면 까미노 순례객이 대부분인 레스토랑이다. 이 마을의 끝에는 떠나기 전에 꼭 들러야 할 것 같이 생긴 자그마한 레스토랑이 있다. 슬슬 출출한데?라고 생각할 즈음이다.
원래는 이 레스토랑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음식을 먹다가 뛰쳐나오며 내 이름을 불러댔다.
"로이!" "로로로로로로이!!!!"
누군가 다급하게 외쳐서 뒤돌아보니 바로 어제 우리가 오믈렛을 해드렸던 귀도 아저씨였다.
"내가 어제 얻어먹은 것도 있구 말이야. 이번엔 내가 살께!"
나는 괜찮다고 한참을 만류했지만 아저씨는 까페 콘레체와 초코빵을 손에 쥐어주며 이걸 먹어야 저 산을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작은 산 하나를 넘어야 하는구나.
아저씨께 감사하며 까페 콘레체를 먹고 있으니 곧 이탈리아 아저씨 무리들이 들어오신다. 멀리서 오는 그 분들을 보며 이탈리아식 인사를 하며 반겼다. 워낙에 사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 까페에 들어오시면서도 귀도 아저씨와 내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신다.
거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떠나기 전에 찍은 사진. 이 뿐만 아니라 아저씨들은 기왕 이렇게 된 거.. 단체 사진을 하나 찍자고 하신다.
그래서 찍은 사진. 마침 뒤에서 기봉이가 걸어오길래 급 합류해서 찍은 사진이다.
이번엔 아저씨들과 함께 이 평지를 걷기로 한다. 아저씨들이 앞서 걸을때는 참 든든하다. 그러다가 내가 앞서 걷게 되면 내 가방에 붙어있는 여행지 패치를 보며 뒤에서 농을 던지신다.
"음. 아이슬란드 패치군. 내 부인이랑 가봤었지. 음 저긴 우리나라군. 음 영국도 갔었군?"하며 뒤에서 중얼중얼 거리신다. 그러다 또 코드가 딱 맞으면 또 폭풍대화 시작! 참 아침부터 유쾌하다.
그래서인지 태양빛이 강렬함에도 불구하고 이 길이 참 재밌다.
신나게 걷다보니 벌써 두번째 마을에 도착했다. 이제 시작일 뿐. 오늘은 저 눈 앞에 보이는 산 하나는 넘어야 한다.
다음에 계속.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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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여행 같이 다녀온 동생이 알고보니 순례자의 길을 걸었다고 하더라구요. 프랑스에서부터 시작을 했더라구요. 준비를 많이 하고 갔었는데 여행 시작할무렵 누나가 급히 합류해서 함께 가게됐는데 그 누나가 며칠 지나지 않아 다리 부상을 당했더라구요. 누나를 도저히 혼자 보낼수 없어서 함께 귀국을 했는데 다 걸어보지 못해서 계속 생각이 난다고 하더라구요. 정년퇴직하면 무조건 갈거라고 하네요.
@vladimir76 아이고.. 맞아요 프랑스 넘어가서 1주일동안은 좀 지형이 위험하거든요.. 에고.. 많이 아쉽겠어요 첫날부터가 감동인 구간이어든요 ㅠㅠㅠ 꼭 가실거에요
오랜만에 글 올리셨네요~~글 올라온거보고 반가워서 바로 들어왔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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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otraveler @monotraveler 축하 합니다. 처음처럼 항상똑같이 일을하시면 원하시는 결과가 올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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