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lb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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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_ 한강 _ (주)창비 _ 초판 38쇄

(이미지 출처 : 북팟)
한강 작가의 소설을 세번째 만나게 되었다. 희랍어시간이 처음이었고 소년이 온다가 두번째였다. 그리고 이번이 채식주의자다. 희랍어시간은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집어들었는데, 미묘한 온도와 거리감에 책읽으면서 멀미를 하는 듯 힘들었고 그렇게 잘 읽은 작품덕분에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소년이 온다를 바로 집어들었다가 눈물을 쏟으며 보느라 힘들었다. 특별히 작가를 쫒아 읽은 것은 필립로스와 이영도 이후로 세번째라고도 할 수 있는데 내 좁고 얕은 독서량도 부끄럽지만 이런 문맹도 따라가게 만드는 작가분의 내공에 감탄할 뿐이다.
전의 두권에 비해서 심적으로 평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중편 세가지를 엮은 터라 쉬어갈 수 있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한편 한편 발등을 넘지않는 물을 밟고 걷는 듯한 느낌으로 읽어 나가게 됬는데, 바삭하게 마른 나무널판에 서서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이끼를 관찰하는 기분이랄까.
내용을 요약하자면 영혜라는 인물이 어떤 꿈을 꾸면서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영혜자신과 그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채식을 넘어 거식에 달하는 그녀의 상황과 묘사를 따라가면서 개인과 가족, 개인과 개인, 환경과 개인, 객체로서의 자아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곰씹어보게된다. 무엇인가를 원하여 생긴 관계와 가족이라는 태생적 관계의 다름 사이의 차이와 가족이라는 굴레의 끈끈함과 허망함 등등 중편 세가지를 한권으로 묶어놓았으나 곰곰히 되세겨 볼수록 생각할 거리만 늘어나고 만다.
요즈음의 관심사여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의 채식은 폭력으로부터의 도피와 거절 같은 것이 아닐까 싶기도하다. 어떤 폭력들이 쌓여 그녀안에서 폭발했을까. 부모에게, 남편에서 받은 여러 형태의 폭력들은 얼마나 깊은 뿌리를 내렸을까. 폭력을 표현할 때 '크고 작은' 이라는 양적인 묘사를 덧붙이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크고 작은 폭력이라는 것은 가해자의 입장에서나 쓸 수 있는 말이 아닐까.
p.167 그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그의 행동을 미리 예측할 만한 단서를 놓친 적은 없었을까. 영혜가 아직 약을 먹는 환자라는 사실을 그에게 더 강하게 인식시킬 수는 없었을까.
p.197 사실이었다. 그녀는 살아본 적이 없었다. 기억할 수 있는 오래전의 어린시절부터, 다만 견뎌왔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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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제 공감능럭을 알려준 책. 국가론과는 다른 어려움이었어요. 왜 저렇게까지 거부하는건지 도통 감이 잡히질 않았음... 제가 이미 가해자로 물들어 버려서 그런거라면 더 슬픈 일 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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