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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하기Ⅰ

공사는 예정보다 하루 늦은 금요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작업시간은 08시부터 17시까지, 일요일은 휴무. 공사 시작 전에 주위 집들에 양해를 구해두는 게 좋다고 해서 전날인 목요일 밤에 음료수를 들고 주위 집들을 돌았다. 공사 시작하자마자 사장님이 300을 더 불렀던 건, 보일러 때문이었다. 거실 바닥면을 고르기 위해 뜯었다가 배관을 다시 하자고 하신 것. 보일러도 용량을 키워서 한 개로 통일하고 배관을 새로 하는 데 300만원이 추가된다고 연락이 왔다.(참고로, 집 명의는 여동생, 공사 발주자 명의도 여동생이라 업체에서는 여동생에게 연락했다) 계약 금액으로 알고 있으면 된다고 했던 분이, 공사 시작하자마자 300을 추가로 불러서 기분이 좀 그랬다. 아버지가 지인에게 물어보니 보일러 교체 및 배관공사는 그 정도 금액이 든다고 해서, 그런가보다 하고 보일러 공사를 추가했다.
8월 21일 작은 방의 쪽문을 폐쇄하고, 거실에서 세탁실로 연결되는 문을 새로 내느라 벽을 뚫었다. 세탁실 위에는 작은 다락이 있어서 기존 문보다 작은 크기로 설치했다. 아마 동쪽 욕실은 원래는 마당이었는데, 지붕을 올리고 수전설비를 넣어서 별도의 살림이 가능하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서 바닥이 방과 거실보다 낮았기에, 문이 다소 작아도 드나듬에는 그리 지장이 없었다. (공사를 해가면서.. 이 집의 미스터리가 점점 쌓여갔고, 나중에는 집을 잘못 산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보일러 공사가 추가된 탓에, 일정이 조금 지연되었다. 8월 23일에는 철거 작업, 보일러 배관 작업, 벽돌적조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고, 외부 창고의 낡은 나무문들이 샷시 문으로 교체되었다. 이 날 싱크 사장님과의 상담이 있었는데, 싱크 위치를 확정해야 후드 위치에 따라 후드 구멍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후드 구멍은 철거 작업시 미리 확보) 부엌이 너무 좁아서 싱크를 역ㄱ자로 넣고, 코너 부분을 개수대로 쓸 생각이었다. 보통 개수대 밑의 하부장은 활용도가 낮으니까. 하지만 냉장고 위치를 고려해서 생각하면, 사람이 움직일 공간이 없다는 사장님의 말씀에, 결국 ㅡ자 싱크를 넣었다. 매번 예상과 달리 진행되는 부엌은, 정말 나를 골치 아프게 했다.
8월25일 거실바닥이 시멘트로 덮였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타일을 고르러 갔다. 공사 업체와 거래하는 자재상에 데려가서, 자재를 우리가 고르게 하는 식이었는데, 처음 만난 가게가 타일 가게였다. 세탁실 벽의 일부는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서 타일을 붙여도 금방 떨어진다고, 업체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면 없던 방법도 생긴다. 방법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타일 가게로 갔다. 그리고 가게 사장님께 얘기했다. 벽에도 타일을 붙이고 싶은데 페인트 칠이 되어있어서 곤란하다고 하셨다고. 가게 사장님은, 벽에 타공을 하고 타일을 붙이면 된다고, 초록이가 말한 방법을 그대로 얘기해주셨다. 덕분에 나는, 벽에 타일 붙이는 문제로 업체 사장님과 왈가왈부할 필요 없었다. 나중에 업체 사장님은 벽지가 덮여있던 부분은 벽지를 뜯어내고, 페인트가 발라져있던 부분은 타공을 한 세탁실을 보여주면서 '품 좀 들었다.'고 하셨다.
배관은 새로 하지 않을거고, 욕실 공사도 하지 않을 거라서 타일은 욕실에 맞추어서 세탁실 타일을 골랐다. 조각칼로 판 듯한 세로 선이 있는 흰색 타일을 벽에, 회색이라고 해야할 지, 짙은 베이지색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 미끄럼 방지 타일을 바닥용으로 골랐다. 현관 바닥과 벽은 딱히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타일 마감으로 일이 진행되었다. 연한 크림색이나 아이보리가 바탕색, 우드 계열의 몰딩과 문, 장판, 가구.로 내 머리속에는 이미 주요 색들이 정해져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다소 심심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현관바닥은 알록달록한 타일이 하고 싶었다. 다른 타일 가게에 가봐도 마음에 들거나, 또는 현실적으로 가능할 것 같은 타일은 찾지 못했다. 결국 현관 타일은 인터넷으로 골라서, 작업 일정에 맞추느라 고속버스 택배로 받았다. (알록달록한 타일은 미끄럼 방지가 되어 있지 않아서 업체 사장님은 실내에만 깔아주셨고, 현관 문 앞은 세탁실과 마찬가지로 미끄럼 방지 타일을 깔았다.)
세면기와 변기도 이 타일 가게에서 골랐다. 세면기는 여동생이 골랐고, 변기는 원피스(변기와 수조 일체형)와 투피스(변기와 수조 분리형) 타입을 각각 하나씩 고르고 집에 와서 검색했다. 원피스 변기의 장점 : 디자인이 예쁘다. 저소음. 절수. 단점 : 투피스보다 수압이 낮다.(그래서 투피스보다 조용함) 가격이 비싸다.(부속품도) 투피스 변기는 원피스의 장단점을 뒤집어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원피스로 결정하고 타일 가게에 전화했다. 우리가 고른 원피스 변기는, 우리가 골랐던 투피스에 비해 20만원이 더 비쌌다.
(사진도 흐릿하고 신발도 깨끗하지 않아 부끄럽지만) 깨달은 순간, 우리를 멘붕에 빠트렸던 신발장 문제. 업체 사장님은 배전판이 있는 벽을 파서 그 밑에 신발장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하셨다. 다만, 너비가 얕아서 일반적인 신발장 같은 구조가 될 수 없다고. 이케아 신발장에서 힌트를 얻어 바닥을 경사지게 넣고 몰딩을 붙여 신발이 흘러내리는 걸 방지했다. 우리는 경사 방향을 반대로 하는게 낫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러면 신발장 청소가 어렵다고..;; 신발장 제작은 싱크 제작소에서 같이 했는데, 그쪽에서 붙여온 몰딩이 얇아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업체 사장님(하 사장님)이 몰딩을 다시 붙여 오게 했다. 우리로선 정말 다행인 것이, 하 사장님이 워낙 꼼꼼한 분이어서 본인이 마음에 안들거나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사장님 선에서 먼저 처리해주셨다. 창 가장자리에 벽돌 끝이 약간 떨어져 나간 곳이 있었는데, 방범창 때문에 가려져 있어서 나는 보지도 못했고, 여동생은 사장님께 보수해달라고 말하는 것을 잊었었다. 벽돌 적조 작업 후에 여동생이 생각나서 봤더니, 이미 그 부분의 보수가 끝났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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