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umjg
49 years ago10+ Views
“오늘은 조금 적게 담네요?”
이르이트를 따라온 키브사가 곁에서 넌지시 말했다.
이르이트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한계를 기억시키려고.”
목소리에 경계가 서려 있었다.
그 의미를 깨닫고 키브사는 조용히 속삭였다.
“때가 가까워지고 있죠.”
“그래.”
“이따금 생각해요. 저들이 자유를 누리는 대가로 너무 큰 고난을 겪는 건 아닌가.”
키브사가 씁쓸히 말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냉정했다.
“설령 그렇다 해도 저들의 자유에는 손댈 수 없어. 우리가 오롯이 양보한 거니까.”
“그래서 저들은 자유를 얻는 대가로 책임도 지게 되었죠.”
“자유를 빼앗고 책임질 것도 없게 한다면 생명 없는 인형에 불과하니까.”
“그렇죠, 내가 사랑하는 건 생명을 가진 저들이지 인형이 아니죠.”
키브사는 아픈 마음으로 동의했다.
그리고 이르이트는 서글퍼진 키브사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정의로운 대공은 인간에게 주어진 자유와 그로 인해 빚어질 일들 때문에 키브사가 슬퍼하는 게 싫었다. 자유라는 선물을 건네받고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이제 인간의 몫,
그러니 책임도 인간이 짊어져야 공정하다. 비정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그의 정의였다.
_『아나하라트_공주와 구세주』 5권 중, 키브사 공주와 이르이트 대공의 대화 발췌
0 comments
Suggested
Recent
Like
Comment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