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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1인 창작자의 세계

[대한민국에서 여성 CEO로 산다는 것] 네이버 ‘뷰스타’ 1등 뷰티 크리에이터 '스칼렛’ 인터뷰
“미국은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것은 단순히 공개적인 자리에서 ‘깜둥이(nigger)’라고 말할 정도로 무례한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지난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흑인을 비하하는 금기어를 쏟아내며 인종주의를 비판해 화제가 됐던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가 허심탄회하게 속 얘기를 털어놨던 장소는 백악관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방송국도 아닌 조그마한 주택 차고였다. 코미디언 마크 마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인터넷 방송) ‘WTF with Marc Maron’ 출연을 위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DC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날아갔다. 미국 대통령이 난다 긴다 하는 유력 매체를 제쳐두고, ‘1인 미디어’에 출연하기 위해 대륙 반대편의 주택가로 향한 이유는 간단하다. 월평균 500만 회 이상 다운로드 되는 ‘WTF’ 방송의 위력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1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점차 강해지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 채널 ‘아프리카TV’의 흥행을 계기로 음식, 게임, 뷰티 등을 주제로 삼은 ‘1인 인터넷 방송’이 대안 미디어로 자리를 잡고 있는 추세다. 자신만의 확실한 콘셉트와 어느 정도의 ‘말발’만 있으면 ‘혼자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직업, 1인 창작자. 국내 최대 포털 서비스 네이버가 올해 주최한 뷰티 콘텐츠 창작자 육성 프로그램 ‘뷰스타’에서 1등을 거머쥔 뷰티 크리에이터 ‘스칼렛(본명 손다솜∙28∙사진)’을 만나 1인 창작자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크리에이터’는 1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에요. 저는 그 중에서도 뷰티 콘텐츠를 만드는 ‘뷰티 크리에이터’고요. ‘스칼렛’이라는 닉네임으로 화장법, 피부관리법 같은 뷰티 관련 정보들을 주제로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어요.”

인터넷 방송, TV의 종말을 예견하다

“전통적인 TV 방송은 20년 내에 사라질 것이다.”
지난해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전통 미디어에 날린 경고장이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스팅스는 “앞으로 20년 동안 매년 통상적 형태의 TV 시장이 쇠퇴하고 인터넷 TV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헤스팅스의 말처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1인 미디어’는 최근 폭발적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 세계 최대 동영상 구독 사이트 유튜브의 사용자 수는 지난해 10억 명을 돌파, 전체 인터넷 사용자 3명 중 1명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공급하는 이들에게 유튜브가 지급한 돈은 지난 7월 기준 20억 달러(약 2조 3,400억 원)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방송가에서 최근 가장 주목하는 숫자로 ‘제로 TV 가구(TV가 없는 가구)’의 ‘0’과 ‘1인 미디어’를 뜻하는 ‘1’을 꼽을 정도로 1인 미디어의 위상이 전통 TV 방송을 위협하고 있다. 아프리카TV의 월간 순 방문자 수는 2014년 800만 명을 넘어섰고, 2011년 150억 여원에 불과했던 연간 매출액은 5년만에 828억 원을 달성하며 눈부신 성장을 기록했다. 손 씨는 이같은 ‘1인 미디어’ 산업의 성장성을 믿고 업계에 뛰어든 케이스다.
“저희만 해도 TV가 더 친숙한 세대잖아요. 명절에 사촌동생들을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한 자리에 앉아서 스마트폰으로 몇 시간동안 유튜브를 보고 있더라고요. 마치 저희가 TV를 보는 것처럼요. 이 친구들이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는 시대가 오면 텔레비전보다 인터넷 방송이 더 강력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의 ‘2014년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3040세대의 53.8%만이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인식하는 데 반해 10대, 20대의 경우는 69%가 “스마트폰이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유튜브 시청 시간은 전년 대비 110% 증가했고, 동영상 업로드 건수는 90% 늘었다.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1인 창작자의 세계

“저는 원래 방송 PD 지망생이었어요. 시험 준비를 계속 하다가 방송국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팀에 들어가게 됐는데 그때 1인 미디어에 대해 알게 됐어요. 1인 미디어 그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내가 기획하고 내가 모델이 되고 내가 모든 걸 총괄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굉장히 커요. 특히 저는 직접 참여한 결과물이 오롯이 제 것이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1인 미디어’를 제 직업으로 택했죠.”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혼자 채널을 열어 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게 1인 미디어의 최대 장점. 당연히 진입장벽도 낮다. 1인 창작자의 기본 수익은 네이버 TV 캐스트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나오는 광고수입. 여기에 구독자만 끌어모을 수 있다면 기업과의 제휴∙광고 등 부가적인 수익이 생겨 혼자서 충분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가장 기본적으로 제가 만들어 올리는 동영상 콘텐츠에 앞 뒤로 붙는 광고비를 조회수에 따라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지급 받아요. 거기에다가 구독자 수가 꽤 늘면 저 같은 뷰티 크리에이터의 경우는 화장품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오죠. 화장품을 협찬해 주고 광고비를 받거나 아예 브랜드와 함께 프로젝트 영상을 만들어서 부수적인 수입을 올리죠. 매월 수입이 들쭉날쭉 하긴 하지만 웬만한 직장인 월급 이상은 벌고 있어요.”
다만 1인 미디어 시장이 누구에게나 ‘기회의 땅’이 되는 건 아니다. 동영상 플랫폼이 창작자에게 지급하는 돈은 광고 수익의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구독자와 콘텐츠 조회 수가 많지 않으면 혼자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것만으론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유튜브의 경우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영상 제작자 수는 100만 명을 돌파했지만 연간 1억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두는 제작자는 전체의 1%도 안 되는 수천 명에 불과하다.

1인 미디어의 ‘레드오션’이자 ‘노다지’인 뷰티 콘텐츠 시장

법에 저촉되지만 않는다면 1인 미디어의 주제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지만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몇 가지로 축약 된다.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 게임을 하며 방송하는 ‘겜방’, 화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뷰티방송’은 시청자의 수요가 크면서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뛰어드는 주제다.
“지금 1인 미디어 시장에서 뷰티 쪽은 굉장한 레드오션이에요. 산업 규모도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아서 뛰어드는 사람이 많죠. 화장은 여자들이 매일 하는 일이다 보니 콘텐츠를 만들기도 어렵지 않고요. 그럼에도 다른 주제의 크리에이터보다 성장 속도가 훨씬 빨라요. 다른 분야에 비해 뷰티 콘텐츠를 보는 시청자들이 훨씬 많은 거죠. 그래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신생 크리에이터도 구독자 만 명, 이만 명을 금방 끌어모을 수 있어요.”
그러나 손 씨가 성장 가능성만을 보고 뷰티 방송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학창 시절 용돈의 절반 이상을 화장품을 사는 데 쓰곤 했다는 그녀는 남다르게 키워 온 취미를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었기에 뷰티 크리에이터를 업으로 삼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화장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눈썹이 없거든요. 선생님 몰래 눈썹을 그려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그리는 법을 연구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피부도 깨끗하게 표현하고 싶고 눈화장도 예쁘게 하고 싶고 하면서 점점 화장이 취미가 됐어요. 관심을 갖고 하다보니 화장 잘한다는 소리도 많이 듣고 친구들이 메이크업 관련해서 질문이 있으면 가장 먼저 저를 찾더라고요. 이걸 나만의 콘텐츠로 만들면 재밌겠다 생각했죠.”
손 씨가 정작 취업 준비를 하고 일반 직장에 다닐 땐 이 좋은 취미를 살릴 길이 없었다. 직장 안에서 ‘진한 화장’이 야기하는 잘못된 오해나 편견이 싫어 ‘외모를 꾸미는 건 악’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녀는 방송을 하고 난 후부터 자신만의 특기를 되살릴 수 있었고, 그래서 자존감도 부쩍 올라갔다. 쓸데 없고 불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화장 기술’이 뷰티 콘텐츠 시장에서는 매우 큰 장점과 강점이 됐기 때문이다.
“요즘 취업도 많이 어렵고 취업을 한다고 해도 미래가 불투명한 시대잖아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자기 것을 갖고 있고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는 건 오래오래 사회에서 영향력을 가지면서 살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아직 자기만의 것을 갖고 있지 않다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나만의 아이템’을 개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기사/인포그래픽/영상 촬영 및 편집= 비즈업 김현주 기자 joo@bzu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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