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odieemotion
2 years ago10,000+ Views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1995년 마지막방송 내가 머리 감을 때는 엄마가 도와줍니다 오늘도 엄마가 리본을 풀어주고 샴푸를 뭍혀 주었습니다 머리 냄새가 많이 나는 구나 엄마가 말했습니다 자주 감는데도 내 머리에서는 유난히 머리냄새가 많이 납니다 샴푸 거품을 내면서 엄마가 물었습니다 니네반 아이중에서 공부를 못하거나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신체가 부자연스러운 아이가 있는데 너와 친구가 되고 싶어한다면 너는 어떻하겠니 나는 샴푸 거품때문에 눈을 꼭 감은 체 가만히 엎드려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예쁘고 명량하고 공부도 잘하는 친구들을 많이 알고 있으니까요 엄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는 머리 냄새가 나는 아이다 기억해라 가난하거나 더럽거나 다리를 저는 아이를 보거든 아차 나는 머리 냄새가 나는 아이지 하고 그러면 그 아이들과 네가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될거다 제가 좋아하는 책의 한 귀절인데요 저는 종종 이 책을 다시 읽곤 합니다 그리고 방금 들려드린 그 글은 국민학교 6학년때 제가 티비에서 본 뒷골목의 미소라는 흑백영화를 봤을때의 바로 그 느낌을 떠올리게 해요 뒷골목의 미소 일년내내 뜨겁고 습한 증기로 가득한 세탁소에서 일하는 젊은 아가씨, 또 언젠가는 세계 권투 챔피언이 되기를 꿈꾸는 건달, 구두수선공, 신문팔이, 생선 가게 아줌마 그야말로 뒷골목 사람들의 삶의 얘기가 생생하게 담겨진 그런 영화였는데요 그 전까지 제가 좋아하는 영화랑은 정반대의 영화였습니다 저는 치렁치렁거리는 드레스에 아주 예쁜 남녀 주인공 공주나 귀족의 화려한 생활들이 담긴 영화들을 좋아했는데 이 영화는 그 동안 제가 보아온 그런 영화 속에서는 아주 비굴하거나 악하게 그려졌던 직업의 사람들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인물이 이 영화에서는 전혀 다르게 묘사되었습니다 비참한 아주 뒷골목 삶 속에서도 건강하고도 선한 심성을 잃지 않는 또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화려한 영화의 들러리 악당이나 거지가 아니라 그들이 바로 주인공인 이 영화는 그 당시에 정말 굉장히 큰 충격을 안겨다 주었는데요 특히 꿈과 희망을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 유니콘을 기다리는 꼬마라던지 예언자같은 할아버지의 모습은 그 뒤에 제가 사람을, 세계를 보는 눈을 좀 바꿔준 그런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10여년이 흐른 뒤 제가 대학교 3학년 때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된 봉천동 달동네에서 저는 그들의 모습과 똑같은 그런 건강한 삶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정은임의FM영화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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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영음이죠 잘듣고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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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임아나운서 같은 분은 흔하지 않아서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죠
방금 이주연 영화음악에. 정은임 아나 나레이션 나왔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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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의 영화음악 팟캐스트 파일을 폰에 넣어두고 가끔 듣는데 ..오늘 저녁에 들어봐야겠어요 ㅎ
사진이 너무 예쁘네요! 소통해요! 우리~
남자입니다 ㅋㅋ 괜찮으시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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