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itas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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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여자와 함께인 듯 행복하게.” 「감각」에서 랭보의 이 한 문장은 벨라스케스의 그림 「거울 앞의 비너스」를 언어로 압축해 놓은 것 같다. (…) 벨라스케스의 그림에서도 친절한 큐피드가 거울을 잡고 그녀의 얼굴을 비춰 주려고 한다. 그런데 어쩐지 거울에 제대로 비치지 않고, 흐릿하게만 비친다. 도무지 궁금한 이 여인의 얼굴은 결국 보이지 않는다. ―이진숙, 「모두 하는 사랑, 모두 다른 사랑」, 『롤리타는 없다』에서
"인생은 짧고, 프루스트는 길다.” 아나톨 프랑스의 뼈 있는 농담이다. (…) 총 열한 권짜리의 어마어마한 소설을 쓰면서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을까? 다행히 마지막 편의 제목은 ‘되찾은 시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의미하게 흘러가 낭비된 시간이 의미를 가질 수 있게 지상에서 가능한 유일한 방법은 ‘예술’이라고 프루스트는 결론 내린다. ―이진숙, 「예술, 무의미로부터 삶을 구제하는 유일한 방법」, 『롤리타는 없다』에서 ★ 미술평론가는 랭보의 시를 읽고 왜 벨라스케스의 비너스를 떠올렸을까? 벨라스케스의 비너스는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신화 속 여신이 아니라 아주 사적인 여인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빠지거나 빠지고 싶어 하는 그 보편적인 사랑은 사실 그 누구와도 다른 ‘나만의 사랑’이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은 절대 종교에 귀의하고 어떤 사람은 ‘-주의’를 신봉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돈이나 명예를 위해 목숨의 위험까지도 무릅쓴다. 그러나 아무리 권력을 가진 인간이라 할지라도 언제 어떻게 한순간에 무너질지 모르는 약한 존재다. 인간이 약한 존재라는 걸 간파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예술의 통찰이자 인문학의 출발점이어야 한다. ★ 미약한 개인이 위대한 인류가 되는 놀라운 마법의 비밀은 어디에 있는가? 바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공감 능력이다. 타인의 문제를 나의 것으로 인지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의 지식과 지혜를 모아 이루는 집단 지성은 사실 약한 존재들의 생존 전략이었다. ―이진숙, 『롤리타는 없다』에서
미술, 문학,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빅토르 위고 같은 위대한 작가와 마르크스 같은 위대한 사상가는 모두 그토록 약한 인간을 사랑했다는 것을. 진리를 추구하는 위대함은 바로 사랑에서 시작된다. 그리하여 저자는 “아픔이 많은 사람들, 과오로 죄악에 빠진 가련한 사람들, 오류를 저지른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 『레 미제라블』에서 은촛대와 은식기를 훔친 장 발장을 용서하고, 그에게 다른 삶을 준 감동적인 인물인 미리엘 주교에 대해 빅토르 위고는 한마디로 “그는 의견이 없었고, 그는 공감을 갖고 있었다.”라고 표현한다. 우리의 의견이란 사실 경험과 지금까지의 학습을 통해서 형성된 것이다. 나의 의견은 일면 옳은 것이지만, 새롭게 닥친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사물의 다른 면을 보지 못하는 편견으로 전락할 위험이 얼마든지 있다. 미리엘 주교는 프랑스혁명의 격동기를 산 인물이었다. 그는 격렬한 사회적 변화 앞에서 흔히 정파적 이익에 따른 혼란스러운 의견을 갖느니 차라리 ‘공감’을 택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세상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진숙, 『롤리타는 없다』에서
이진숙 미술평론가는 서울대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그런데 석사학위를 받고 나서 러시아를 여행했는데, 트레야코프미술관에서 받은 감동을 잊지 못하고는 문학을 등지고 모스크바로 날아갔다. 뒤늦게 전공을 바꾸다 보니 “격려보다는 우려가 더 많았고 칭찬보다 저주가 더 많았다.” 그렇게 러시아국립인문대학교 미술사학과에서 카지미르 말레비치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국내 유일한 정통 러시아 미술사학자가 되어 『러시아 미술사』를 출간하였다. 그렇게 조형 언어에 익숙해지면서 문학과는 다른 언외의 ‘감각의 논리’에 매혹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큐레이터, 아트딜러로 활동했고, 오랫동안 예술의전당과 대학교에서 미술사 강의를 하며 ‘아름다움 함께 나누기’를 실천해 왔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예술을 알리기 위해 『미술의 빅뱅』을 썼고, 미술 내부의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자 『위대한 미술책』을 썼다.
『시대를 훔친 미술』에서는 역사와 예술 작품을 통해 인간을 보다 깊게 들여다보았다. 베스트셀러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 광고인도 이 책에 반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이 ‘시대를 훔친 미술’이 아니라 ‘시대를 담은 미술’을 보여 준다고 생각해요. 미술 작품을 보면 그 안에 당대의 시대정신이 담겨 있지 않습니까? 그런 시대정신이 없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가 없었고요. 이런 시대적인 문맥을 가지고 그림을 봐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박웅현,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그렇게 미학을 깊이 들여다보니 철학에서 역사까지 인문학 전반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또 깨달았다. 포기했던 문학은 버려진 게 아니라 오히려 공기처럼 저자 자신의 삶 속에 늘 있었다는 것을. 그리하여 미술을 공부하면서도 문학과 함께했던 환희의 순간들을 『롤리타는 없다』에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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