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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세계에서 '아역배우'로 산다는 것

아역 배우의 사전적 의미는 '연극이나 영화에서 어린이의 역, 또는 그 역을 맡은 배우'다. 학교가 아닌 촬영장과 무대에서 남들보다 수년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역 배우는 어린이이기도 하지만 사회인이기도 하다.
애어른과 어른 아이의 경계선 위에 있는 존재이기에 아역배우를 바라보는 주변인들의 자세와 시선도 '애매'하기만 하다. 그리고 아역배우들은 가치관이 정립되기 전에 만나는 그런 '애매'한 시선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너무 일찍 사회를 경험한 아역 배우의 세계, 아역 배우의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

TV 속의 연예인들은 화려하기만 하다.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옷,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만 보인다. 그리고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그런 화려한 세계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기획사와 연기학원의 문을 두드린다.
"홈페이지 지원서나 연기학원 추천 등으로 아역 배우들을 발탁하는데 숫자가 날로 늘어나요. 대부분 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귀엽다'면서 아이 손을 잡고 기획사에 오는 경우죠."(방송 관계자 A)
그렇게 TV 드라마에 한 번이라도 얼굴을 비추면 그 뒤에는 연예계에 '올인'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선택을 받고, 배우로 잘 성장하는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실 그렇게 드라마 단역 몇 번 하고 CF 한 두 번 하다가 아예 이쪽을 떠나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아이나 부모님이 상당히 힘들어 해요. 본인이 스스로 다른 길을 가고 싶어서 떠나는 것은 괜찮지만, 문제는 아이가 이쪽 일에 소질이 없는데 너무 어린 나이에 일을 시작한 경우예요. 다른 일은 생각해본 적도 없고 할 줄도 모르는 거죠."(방송 관계자 B)
"아이가 하고 싶은 건지 부모가 시키고 싶어 하는 건지 애매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아이들은 '예쁨' 받는 것에 쉽게 빠져요. 그러다가 자신에게 오던 '예쁨'이 사라지면 엄청난 상실감을 느끼죠. 제일 예민할 시기인데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성격이 많이 바뀌어요. 아역 배우를 시키는 것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해야 해요."(방송 관계자 A)

# 아역배우로 산다는 것

대중과 미디어가 아역 배우에게 원하는 것은 귀여운 어린 아이와 프로페셔널한 배우, 두 가지이다. 그렇게 아역 배우는 애어른과 어른 아이의 경계에 있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 배우들과 일한 경우가 많았는데 대화를 하다가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어른들과 나이 차이가 커도 대화할때 막힘이 없는 거예요. 스태프들의 농담을 능청스럽게 받아치거나 그런 거죠. 그런데도 TV에 나오면 딱 대중이 원하는 귀여운 이미지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요. 그 친구가 선택한 길이니 존중해줘야 하지만 안쓰러울 때도 많아요."(방송 관계자 C)
현장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진다. 일부 스태프와 배우들은 아역 배우를 그저 현장의 귀여운 마스코트로 바라보거나 아역은 배우가 아니라고 보는 시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다는 이유로 존중받지 못하면 아이들은 크게 상처를 받아요. 아역 배우 출신인 한 배우는 자신을 연기자가 아니라 그저 '아이'로 대했을 때 괴로웠다고 하더라고요. 예컨대 연기는 상대 배우와 호흡하면서 맞춰가는 거거든요. 그런데 선배 배우가 장면을 자기 마음대로 끌고 가거나 아역 배우가 연기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멋대로 끌고 가버리는 거죠."(방송 관계자 D)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 마스코트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도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아역배우들 중에서도 내성적인 친구도 많은데 '싹싹'하고 애교 많은 아이의 모습을 기대하거든요."(방송 관계자 E)
또한 아역배우를 칭찬하는 것 중에 대부분이 '예쁜'과 '공부도 잘 하는'의 수식어라는 점을 지적하는 관계자도 있었다.
"아역 배우들이 화면이나 사진에 조금 부어서 나오면 '정변'이나 '역변'이라면서 외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나오잖아요. 그럼 엄청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한창 성장할 때인데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아이들 보면 참 안쓰럽죠."(방송 관계자 E)
"다들 아무렇지 않게 '공부는 잘 해요?'라는 걸 물어보고 잘 한다고 하면 얼마나 칭찬해요. 대중과 사회가 '다' 잘 하는 아이를 너무 좋아하니까 하나라도 못 하면 아이들 스스로 괴로워하는 거예요."(방송 관계자 D)

# 어른의 눈을 갖게 된 아이들

tvN '안투라지' 속 한 에피소드의 배경은 독립영화 촬영장이다. 아역배우 왕호(남다름 분)는 연기도 잘하고 현장에서 인사성도 바르다. 그러나 그건 영화 감독님 앞에서만 보이는 태도다. 인기도 없고 연기도 잘 못 하는 선배 배우 차준(이광수 분) 앞에서는 비웃음만 지을 뿐이다.
"소위 말해 '직급'이 있잖아요. 일반 스태프도 있고 각 스태프 팀장님도 있고, 조연, 단역, 감독님 등 그런데 보면 가려서 인사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PD나 주연배우 아니면 인사를 하지 않는 거죠. 사회를 빨리 알았달까? 그런데 그런 부분을 부모님이 좀 잡아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이 먼저 그러는 경우도 있어요. 누구, 누구에게는 꼭 인사하라고 시키는 거죠."(방송 관계자 F)
TV에 등장하지 않는 별별 일이 다 벌어지는 곳이 촬영장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기싸움이 있고, 배우들 사이에 분량 싸움이 있고, 화면에 나오는 주인공과 그 뒤에 있는 스태프들이 함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그런 살벌한 환경에서 귀여움을 받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영악한 친구들도 많죠. 딱 자기에게 도움될 사람과 아닌 사람을 구분하는 눈이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좀 안타까워요. 그 친구가 승승장구해서 잘 되면 모를까, 특히 연예인의 미래는 정말 모르는 거잖아요. 만약에 연기를 그만두고 학교를 가거나 또래 친구들처럼 사회에 나가게 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아이들의 성격이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더 섬세한 케어가 필요하죠."(방송 관계자 F)

# 어른들의 역할

연기에 대해, 자신의 진로에 대해 완전히 가치관이 정립되기 전인 시기이기 때문에 아역 배우들의 매니지먼트가 더욱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부모와 매니저가 아역 배우들의 곁에서 이들을 '케어'한다. 하지만 문제는 부모와 매니지먼트의 방향성이 다르고 갈등이 발생할 때다.
"많은 부모님들의 맹점은 연예계에 대해 많이 안다고 확신하는 거예요. 일단 자식에 대한 일이라서 '객관화'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요. '우리 아이가 인기가 많은데 왜 수입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 '우리 아이가 제일 잘 하는데 왜 이런 배역을 안 찾아주나'라고 생각하시죠."(방송 관계자 E)
"부모님들이 매니저를 부하 직원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게 문제가 뭐냐면 이런 모습을 보고 배운 아역 배우들이 커서 스태프를 똑같이 대하게 되거든요. 특히 연예계는 '사람'이 중요한 업계인데 어릴 때부터 안 좋은 것만 배우게 되는 거니 씁쓸하죠."(방송 관계자 G)
"부모님과 매니지먼트가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문제가 많아집니다. 부모님들이 회사를 믿지 못하면 회사가 지원할 수 있는 폭이 확 줄어들어요. 또 매니지먼트도 부모님들이 믿고 맡길 수 있도록 확실한 플랜을 제시해야 하고요."(방송 관계자 H)
많은 관계자들은 사회를 일찍 경험한 아역배우들이 자신의 진짜 꿈을 알 수 있을 때까지, 또 제대로 된 인성과 가치관이 자리잡을 때까지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촬영장 밖에서는 제 나이에 맞는 생각과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들을 옆에서 지켜봐주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와 환경이 꼭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날로 어린 배우들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늘어가는 지금, 이들을 제대로 케어할 수 있는 '환경'과 어른들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때다.
사진 = tvN '안투라지' 캡처, 뉴스에이드DB, YG엔터테인먼트 제공, KBS 제공,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KBS '우리 집에 사는 남자' 캡처
* 사진과 기사는 관련이 없습니다.
윤효정 기자 eichi@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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