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ct
▲창업컨설팅 업체를 통해 백화점과 쇼핑몰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창업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창업컨설팅 업체와 프랜차이즈가 창업자들에게 월 수익, 계약형태 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부풀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어도 백화점이나 쇼핑몰, 프랜차이즈 업체, 창업컨설팅 업체 모두 처벌받지 않는다. ▲이런 식의 창업은 위탁계약자(중간관리자) 형태로, 피해에 대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이다. ▲어이없는 백화점-쇼핑몰 프랜차이즈 창업의 실태를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이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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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컨설팅 업체를 통해 쇼핑몰에 프랜차이즈 매장을 계약했어요. 컨설팅 업체에 소개비 500만원, 프랜차이즈 본사에 인테리어비 명목으로 1억원을 냈죠. 그런데 매장을 운영해보니 실제 매출이 상담할 때 알려준 매출의 반도 안 되는 거예요. 그 부분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를 했습니다. 그런데 가맹점 위탁계약자는 피해구제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처음 듣는 얘기였죠. 프랜차이즈 본사나 창업컨설팅 업체 중 어느 누구도 그 부분을 설명한 적이 없었으니까요.”(창업컨설팅 업체 피해자 A씨)
“창업 컨설팅 업체가 부산 A백화점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업체를 소개해준다고 해서 선금,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3500만원을 건넸어요. 식음료 매장 2개 업체를 알아보다가 계약이 무산됐는데 3500만원을 돌려줄 수 없다는 거예요. 황당했죠. 한 달 뒤에 주겠다고 하긴 하는데,돈을 떼이는 건 아닌지 걱정돼서 잠도 안와요.”(창업컨설팅 업체 피해자 B씨)
소규모 프랜차이즈를 중개하는 창업 컨설팅 회사를 통해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입점한 창업자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창업컨설팅 회사는 계약과정에서 계약 내용을 정확히 알리지 않거나 월 수익금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창업자들을 속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창업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프랜차이즈 본사와 컨설팅 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서 벌어진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광고없는 언론 팩트올이 창업컨설팅 업체를 통한 프랜차이즈 계약의 문제점을 취재했다.
백화점·쇼핑몰 프랜차이즈 중개 전문업체의 ‘함정’
백화점이나 쇼핑몰 프랜차이즈 입점을 전문적으로 소개해주는 창업컨설팅 업체들이 창업 준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유동인구가 확보되는 만큼 ‘창업 실패’에 대한 우려가 낮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출시된 A업체의 앱(애플리케이션)은 나온지 2주 만에 다운로드수 10만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 업체는 웹사이트와 앱을 통해 ‘프랜차이즈’ ‘대리점’ ‘권리양도’ ‘신규양도’ 등 4가지 종류의 매장을 소개해준다. 매장 위치와 창업비용, 월 수익 등의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권리양도’ 카테고리에 올라와 있는 서울 강남구 백화점의 ‘델리 & 음료매장’의 경우를 보자. 이 매장의 경우 “신규입점, 창업비용 1억4000만원, 월 수익 1150만원(세전), 월 매출 5000만원, 실수익률 23%”라고 소개하고 있다.
퇴출 대상인 가게를 ‘권리양도’ 매물로 내놔
언뜻 ‘구미’가 당기는 조건처럼 보이지만 ‘함정’이 있다. ‘권리양도’라는 문구가 그것이다. 권리양도란 프랜차이즈 본사 매장을 위탁 운영하는 형태다. 즉, 가맹비, 인테리어비 등 제반 비용을 투자한 실질적 가맹점주이지만, 계약서상에는 본사에 소속된 ‘위탁운영자(중간관리자)’로 명시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백화점과 쇼핑몰은 프랜차이즈 본사 직영 매장만 입점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권리양도’처럼 전대차 또는 위탁계약은 계약위반 사항으로 매장에서 퇴출된다.
대형백화점 한 관계자는 “백화점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약서를 쓸 때엔 전대차 금지조항을 넣는다”면서 “매장을 전대차 하거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폐점할 경우엔 백화점 매장에서 즉시 퇴출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A업체의 경우엔 백화점에서 금지하고 있는 매장의 권리양도를 버젓이 ‘매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월수익, 월매출 부풀리기는 위법
이들 창업컨설팅 업체가 소개하는 월 수익이나 월 매출은 사실일까. 업계에서는 “수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간단하다. ‘매물’을 팔아야 컨설팅 업체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창업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업체 입장에서는 창업 희망자가 매장의 실제 매출이나 수익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다”며 “창업 희망자가 할 수 있는 것은 프랜차이즈 본사나 매장 운영자에게 문의하는 것인데, 본사나 매장 운영자는 창업컨설팅 업체보다 매출을 더 많이 부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창업 희망자는 결국 컨설팅 업체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업체의 ‘월 수익’ ‘월 매출’ 부풀리기가 현행법 위반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거짓·과장의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 안광현 사무관은 팩트올에 “창업컨설팅 업체가 홍보한 월 수익이 실제 매출과 다를 경우, 실 수익률이 과장됐을 경우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피해자가 공정위에 제소하면 업체로부터 소명자료와 직권조사를 통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창업컨설팅 ‘짜고 치는 판’에 소비자만 피해
이 같은 편법적 영업 행태는 창업컨설팅 업체와 프랜차이즈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벌어지는 구조적 문제”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매물 확보가 중요한 창업컨설팅 업체 입장에서는 매물(매장) 확보가 중요하고, 프랜차이즈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주 확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서로 ‘돈벌이’를 할 수 있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한가맹거래사협회 박승룡 사무국장은 30일 팩트올에 “프랜차이즈 본사와 창업컨설팅 업체 모두 득이 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런 구조가 이어져 왔다. 한 마디로 ‘짜고 치는 판’에 창업자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백화점에 입점한 위탁 가맹업체들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가맹비를 받는다. 매월 납품하는 재료비도 받아 챙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직영 운영으로 인한 인건비 등 비용을 아끼면서 돈도 챙기고, 게다가 ‘백화점 입점’이라는 홍보효과까지 얻게 되는 것이다. 창업컨설팅 업체는 부동산 중개업체로 보면 된다. 많은 매물(매장)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많은 돈을 벌게 된다. 수수료나 선금 등 일명 ‘작업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챙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 사무국장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백화점 입점 수수료라고 해서 실제 입점 수수료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했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는 백화점 입점 수수료를 창업자(계약당사자)에게 알려주지 않고, 두 배 이상 받아 챙겼다. 대형쇼핑몰에서 매장을 운영했던 한 창업자는 “입점 수수료로 프랜차이즈 본사에 매출의 30%를 매달 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실제 백화점 입점수수료는 12%였다”며 “마진율이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법원에 관련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위탁가맹점은 ‘가맹점 사업법’ 보호 못 받아
가장 큰 문제는 이 같은 피해에 대한 법적 구제 방안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행위 금지를 규정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는 ‘가맹점사업자’의 경우에만 보호하도록 되어 있다. 백화점이나 쇼핑몰에 입점하는 사람이 전대차 또는 위탁 계약 방식으로, 위탁 계약자(중간관리자) 신분일 경우에는 가맹점사업자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서울시청 상생협력팀 이철호 주무관은 30일 팩트올에 “프랜차이즈 본사는 직영 매장을 운영하겠다면서 백화점과 계약을 한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계약을 갖고 가맹점주랑 따로 다른 계약을 한다. 이럴 경우 이 가맹점주는 계약 당시 약속한 매출보다 판매가 저조하거나 프랜차이즈 본사가 백화점에서 퇴출되더라도 가맹사업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불공정거래 온라인 상담 사이트 ‘눈물그만’에는 이와 비슷한 불공정피해사례가 연간 200건 가량 접수된다”며 “창업컨설팅 업체가 매장 중개를 하는 게 불법은 아니라서 처벌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백화점의 ‘도덕적 해이’도 피해 키워
백화점이나 쇼핑몰의 ‘도덕적 해이’도 피해를 키울 수 있다. 백화점 등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전대차 계약 금지 조항을 위반했을 경우, 입점업체를 퇴출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 위반으로 매장을 퇴출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실제 한 백화점 관계자는 위탁가맹점 운영 여부에 대해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프랜차이즈 본사 직영점으로 운영하는 걸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백화점 측 주장을 반박했다. 백화점 측이 알면서도 직접적인 피해가 생기지 않으면 대부분 모른 체 한다는 것이다. 창업정보시스템 최관원 대표는 “백화점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의 매장이든 수수료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매출이 저조하거나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특별히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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