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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질병과 맞선 사람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사람은 문명을 이룬 후 늘 싸움을 해왔다. 오죽하면 굳이 먹을 것도 아닌데 대량으로 동족을 살해하는 유일한 종이라는 이야기가 있을까. 그러나 인류는 다른 종족을 상대로도 끝없이 싸워왔다. 중세 유럽의 페스트나 20세기 초입의 스페인 독감처럼 희망이 없는 싸움도 있었지만 다른 종의 맹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도 있었다. 어쩌면 그런 작은 기적들이 인류의 자기방어기제를 끊임없이 발전시키면서 수많은 병원체들과 함께 하면서도 여전히 인류를 번창시킨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뇌를 먹어치우는 기생충
미국 아칸소주에 사는 12살의 칼리 하딩은 집 근처의 연못에 수영하다 나이글레리아 속의 아메바(Naegleria fowleri)에 감염됐다. 이 아메바는 코로 침투해서 뇌로 이동한 후 뇌를 먹어 치우는 악질적인 종류다. 칼리는 곧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했으며 칼리의 어머니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는 사태를 곧장 파악하고, 안타깝게도 이 아메바에 감염될 경우 생존률이 1%에 불과하다는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호흡기에 의지해야 간신히 숨을 쉴 정도로 칼리의 상태는 매우 심각한 편에 속했다. 무엇보다 N. fowleri 감염 사례가 극히 드물었던 탓에 칼리의 의료진 중 누구도 이러한 종류의 감염증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상태가 위중했던 탓에 의료진은 검증되지 않은 방법까지도 동원해야 했다.
의료진은 열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고열로 인한 추가적인 뇌 손상을 늦추기 위한 방법이었다. 또한 미생물을 죽이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밀테포신(miltefosine)’을 투여하기도 했다. 이 약은 원래 유방암에 사용하는 항암제로 칼리에게 투여하던 당시에는 식품의약안전청(FDA)의 승인이 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다행히 의료진의 처치 후 이틀 정도가 지나자 아메바는 모두 제거된 것으로 확인됐고 칼리의 상태는 호전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여전히 어떤 조치가 칼리를 살렸는지 알지 못한다. 밀테포신이 도움이 되기는 했겠지만, 3년 전 동일한 증상으로 입원한 소년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칼리의 상태로 보아 그 때의 소년처럼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의료진의 궁금증을 뒤로 하고, 칼리는 22일간의 투병생활 끝에 마침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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