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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별이 어딨어? '하차'의 뒷이야기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 새롭게 투입되는 사람이 있으면 하차하는 사람도 있는 법. 방송국에서도 '합류'와 '하차'는 일상다반사다.
기사를 통해 접하는 TV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합류 혹은 하차 내용은 곱게 포장되어 있다.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하기로' 등의 표현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아름다운 이별이 어딨어요. 둘 중 하나는 마음 상하죠. (웃음)"
하차를 하거나, 하차를 '당'하거나. 당사자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 제작진 "하차해주십시오."

방송가의 가장 자연스러운 이별은 '개편'이다. 봄 개편, 가을 개편 등 방송국에서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개편이라면 하차를 통보해야 쪽도 듣는 쪽도 그나마 덜 얼굴을 붉히며 헤어질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 트렌드에 맞춰 프로그램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론칭했다가 빠른 속도로 문을 닫는다. 만족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포맷도 변경하고 출연자도 교체한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하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매주 얼굴 보던 사이인데 갑자기 출연자를 교체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PD들도 진짜 너무 난감하죠. 그나마 개편철이면 '대의'에 편승해서 말할 수도 있죠. 하지만 시청률이 안 나오면 '위'의 지시로 갑자기 출연자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오거든요. 성과(시청률)가 없는 상태니까 PD들은 그 말에 따를 수 밖에 없고요."(예능 PD A)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요. 동료의식,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프로그램을 끌어왔는데 '하차'라는 싫은 소리를 해야 되는 거잖아요. 연출자도 괴롭죠. 한 프로그램은 PD가 하차 통보하는 걸 너무 꺼려해서 부장이나 국장 등 윗선에서 총대를 메고 말을 한 적도 있어요."(예능 PD B)
"하차 통보할 때 괴로운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듣는 쪽의 마음은 오죽하겠어요. 싫은 일이어도 누군가 맡아야 하는데 책임자인 PD가 미루면 답이 안 나와요. 출연자들이 이해하기 전에 배신감만 커지게 되죠."(연예기획사 매니저 C)
미루고 미루다가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평소처럼 녹화했는데 알고 보니 마지막 녹화였던 적도 있어요. 또 녹화 당일날 하차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섭외할 때는 'OOO씨가 꼭 필요하다'고 사정하더니 그런 식으로 하차 이야기를 들으면 참 황당합니다. 시청자에게 마지막으로 인사를 할 기회도 없고요. 그런 경우는 정말 잊혀지지가 않아요."(연예기획사 매니저 D)

# 출연자 "하차하고 싶어요."

반대로 출연자가 개인 사정이나 휴식을 위해서 하차를 원하는 경우는 어떨까. 싫다는 사람을 데리고 프로그램을 억지로 끌어갈 수도 없는 노릇, 제작진은 최악의 상황이 오기 전까지 대안을 찾고 '하차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
"프로그램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 같네요. 출연자가 곧 프로그램의 얼굴인 경우에는 논의가 굉장히 길어집니다. 출연료 등 하차를 막을 다른 방도를 제안해도 안 되는 경우라면 빨리 다른 출연자를 찾아야죠."(방송 관계자 E)
과거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출연자가 하차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그 자리를 메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속앓이를 했다.
"제작진 사정에 맞춰서 하차 시기까지 논의를 마쳤는데도 후임자 섭외를 못하거나, 또 안하는 경우도 있어요. 최대한 하차를 미루는 거죠.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는 정보가 새어나가서 기사라도 나면 소속사로 전화가 빗발치는데 제작진이 '픽스'를 안 해주니 저희는 '맞다', '아니다' 말도 못 하죠."(연예 기획사 관계자 C)

# 하차 상도덕? "'보안'이 생명입니다."

관계자들은 하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출자와 연기자 모두 프로그램이라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처럼 지낸 시간이 있기에, 하차를 다른 입을 통해서 들으면 양측의 감정이 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래서 기사와 소문으로 '하차'가 알려지는 것은 금물이다.
"정작 하차하는 사람은 모르고 있는데 친한 다른 출연자들을 통해 듣거나 기사로 하차 보도를 접하면 진짜 황당하죠. 그때는 (제작진이) 아무리 정중하게 말을 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요.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상태인데 마무리가 잘 되겠어요? 다신 같이 일 안한다는 생각으로 끝내죠."(연예기획사 매니저 F)
요즘 대형기획사에 소속된 방송인들은 더욱 많아졌고, 이들 대부분이 스케줄과 관련된 모든 것은 모두 회사에 맡긴다. 하지만 하차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많은 PD들과 소속사 관계자들은 '면 대 면', 직접 하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고 전했다.
"'입단속'이 제일 중요해요. 요즘에는 양측의 핵심 실무자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도 많은데, 제일 좋은 건 당사자(PD와 출연자)끼리의 대화예요. 이 대화가 잘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발설은 절대 금물입니다. 이런 정보가 새어나가면 말이 말을 부르고 결국 오해만 쌓여요."(방송 관계자 G)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보안유지도 어려운 법이다. 보통 출연자 하차와 새로운 출연자 섭외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때로는 '수 틀리는' 상황도 찾아온다.
"시기 등 하차에 대해 확실히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합류) 기사가 뜨면 초비상 상태가 됩니다. 그런 건 (합류 출연자) 기획사의 전형적인 언론 플레이라고 봐요. 이렇게 일부러 기사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고, 신생 회사나 예능 프로그램 경험이 거의 없는 회사에서 '모르고' 이렇게 일을 내는 경우가 많아요. 약간 고무된 상태에서 보안 유지가 안 되는거죠."(예능 PD A)

# 하차 발표 "이유야 어찌됐든 아름답게."

PD가 출연자에게 하차를 알리고 양측이 충분히 이야기를 마치면 이제 공식입장 보도자료에 쓰일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일반적으로는 방송국 쪽에서 먼저 출연자 교체에 대한 정보를 알리고 기획사에서 그에 대한 반응, 혹은 비슷한 시기 쯤에 보도자료를 내는 것이 보통이죠. 그런데 그럴싸한 '그림'을 그려요. 뭐 '너무 출연자가 잘리는 느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하면 '본업'이나 '휴식' 등 자진하차하는 그림으로 마무리 짓죠."(예능 PD B)
"공식입장만큼은 예쁘게 나가야죠. 괜한 구설수나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아름다운 이별'이라든지 그런 건 말들은 뭐랄까, 이혼할 때 '성격 차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죠. (웃음)"(예능 PD A)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하차를 통보 받으면 속은 상해도 다 이해를 하거든요. 다만 마무리만 좋게 했으면 하는 거죠. 회사 차원에서도 소속 출연자의 자존심은 세워주고 싶으니 제작진에게 일방적인 발표가 아닌 시기와 '멘트' 등은 공유해야 한다고 말하죠."(방송 관계자 G)
시청률 지상주의, 투자를 한 만큼의 성과가 우선되는 곳이 바로 방송가다.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이지만, 그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관계자들은 이별에도 예의와 '골든타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험에서 느낀 것은 정면돌파가 제일이라는 겁니다. 아무리 이야기하기가 어려워도 제대로 된 의사를 전달하지 못 하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죠. 방송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서로 상처받지 않는게 제일 중요하잖아요?"(연예기획사 매니저 F)
그래픽 = 이초롱
사진 = JTBC, MBC, SBS 제공, MBC '라디오스타' 캡처, KBS '1박 2일' 캡처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윤효정 기자 eichi@news-a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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