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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읽남의 오르되브르]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당신, 소설에만 있어줄래요?

오르되브르는 정식 식사에 앞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음식입니다. [영읽남의 오르되브르]는 관람 전, 미리 영화에 대해 읽어보는 코너입니다.
기욤 뮈소는 장편 소설 '스키다마링크'를 시작으로 '그 후에', '당신 없는 나는?', '종이 여자' 등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은 작품을 출간한 작가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 영화 같은 전개와 묘사, 급작스러운 반전 등 다양한 매력을 가진 그의 소설은 신간이 출간될 때마다 주목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번에 영화로 개봉하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판권을 계약했다고 한다. 30년의 세월을 오가는 이 이야기는 tvN 드라마 '나인'이 표절을 했던 것으로 이미 유명세를 얻었는데, 영화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소설과 영화의 간극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늘 따라오는 고민이 있다. "원작을 읽고, 관람해야 할까?" 영화가 가진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소설의 모든 것을 구현할 수 없다는 건 확실하다. 자연히 영화는 소설의 일부 혹은 다수가 생략되고, 이는 원래의 이야기가 가진 가장 완벽한 흐름을 깨뜨려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건, 멋진 이야기가 있음에도 어려운 일이다.
각각의 장점을 정리하자면, 영화보다 원작을 먼저 접할 때의 이점은 이야기에 더 많은 상상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본 뒤에 원작을 보면, 모든 이미지의 기준이 영화가 되고는 한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소설로 먼저 접한 이들에게 마법 지팡이, 호그와트, 그리고 헤르미온느는 독자가 상상으로 홀로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던 대상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먼저 접한 이들에겐 상상의 여지가 적다. 그들에게 헤르미온느는 엠마 왓슨일테니까. 이처럼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접한다는 것은 상상력의 훼손을 유발할 수 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면, 관객은 새로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상태가 된다. 덕분에 (아는 이야기를 보는 것 보다) 더 흥미로운 시점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그리고 원작 소설이 어땠는지 모르기 때문에, '원작보다 별로네?', '원작을 망쳐놨어!' 등의 생각에서 자유롭게, 방해 및 편견 없이 영화 자체만을 즐길 수 있기도 하다. 혹시라도 원작보다 영화가 별로라고 해도 알 방법이 없기에, 비교적 더 재미있게(?) 관람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당신, 소설에 있어줄래요?
굳이 원작 소설과 영화의 관계에 관해 이야기했던 건, 이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를 소설로 먼저 접했다는 사적 경험 때문이다. 원작 소설을 먼저 관람했다는 그 사실 때문에, 이 영화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는지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로서 이 영화에 실망했다. 소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와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지만,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책을 한 장씩 넘기며 느꼈던 긴장감과 재미가 영화엔 없었다.
소설보다 더 생동감 있고, 역동적인 매체인 영화에서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는 건 당혹스러운 일이다. 더불어,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서 어떠한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는 건 답답한 일이기도 했다. 이런 소설과 영화의 온도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원작 이야기를 한국적 무대로 바꾸면서 '무드'를 잃어버렸기 때문일까. 혹은 알고 있던 이야기를 다시 관람하는 데서 오는 익숙함 때문일까. 아쉬운 연출 탓일까.
원작을 재미있게 읽은 내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소설의 방대한 내용을 영상으로 옮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인 영화다. 줄거리를 복습하는 느낌을 주는 그런 영화. 있을 건 다 있지만, 뭐 하나 뚜렷한 게 보이지 않고, 이야기는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으며, 호흡할 여유는 없고, 마음을 흔들 힘도 부족했다. 이 영화는 원작의 긴박한 전개와 긴장감, 그리고 흥미가 스크린으로 옮겨오며 유실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소설을 이미 읽은 분들, 그리고 그 소설을 매우 즐겁고 감명 깊게 읽은 분들일수록 권하기가 꺼려진다. 원작을 모르는 분들은 이런 생각(원작과의 비교)을 하지 않고, 편견 없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까. 사실,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는 그 부분이 가장 궁금하다.
[글] 영읽남 from 문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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