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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도형기자] 야구처럼 일주일 내내 경기가 치러지는 스포츠도 드뭅니다. 월요일을 제외하곤 3월부터 길게는 11월까지, 국제 대회가 있으면 1년 내내 야구를 보고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는 심판들 역시 그만큼 바빠졌습니다.
선수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야구 팬들은 알지 못하는 내부 규칙, 룰 등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올해로 KBO 리그 심판 20년 차를 맞이한 이민호 심판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심판들의 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심판진 운영입니다. 심판진은 5조 5명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25명이고, 2주에 한 번씩 2군에 머물고 있는 심판들이 투입되면 그 수는 더 늘어=납니다. 이제 갓 입문한 2군 심판들은 1군의 베테랑 심판들과 동행하며 경험을 쌓습니다. 이러한 제도가 도입된 가장 큰 이유는 후배 양성 때문입니다. 또 심판진들의 환경 개선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3연전 또는 2연전의 마지막 경기가 끝나면 심판진은 완전히 녹초가 됩니다. 그런데 다시 다른 경기장으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1회부터 9회까지 그라운드에서 머물러 경기를 치르다 보니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나마 수도권이면 괜찮은데, 광역시를 넘나들면 여간 힘든 게 아니라는 게 심판진들의 목소리입니다.
이는 자칫 부상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지난 2005년에도 심판 2명이 타고 가던 차량이 교통사고를 당해 당시 심판 환경 개선에 대한 이야기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선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프로야구 저변이 확대, 발전됨에 따라 심판진들의 처후 개선도 필요하다는 게 이야기의 큰 틀이었습니다. 그래서 KBO, 심판위원회 등은 현재도 심판진들의 환경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심판진들의 독특한 포즈에 관한 질문도 던졌습니다. 이민호 심판의 대답은 '개인 스타일'이었습니다. 심판들마다 성향이 다른 만큼 수년 간의 연구를 통해 나온다는 것입니다.
심판 초창기 시절엔 대부분 기본적인 자세를 취한다고 입을 연 이민호 심판은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간다. 대부분 선배들의 스타일을 조금씩 변형하는 것부터 시작해 선배 심판들의 조언 등을 통해 최종 완성된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이민호 심판은 "공에서 시야가 멀어지는 포즈나 경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포즈는 반드시 배제시킨다"며 "심판이 존재하는 이유는 '정확한 판정'을 위해서지 야구 팬들에게 재미를 주거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심판들의 경기 배정도 궁금했습니다. 이민호 심판은 "3연전을 예로 들면 SK-LG의 경기를 했으면, 바로 다음 3연전에는 반드시 두 팀의 경기에는 다른 심판들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계속해서 같은 팀을 맡다 보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잡음을 미리 막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경기에 출장할 때 구심과 루심의 배치도 나름의 과학적인(?) 규칙이 존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경기 투입 순서는 구심-대기심-3루심-1루심-2루심 순으로 이뤄집니다. 대기심 이후 3루심을 맡는 이유는 선수들의 플레이가 가장 적게 벌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3루가 그라운드의 전체를 읽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홈과 가까워 절대로 실수하면 안 되는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3루심을 했으면 그 다음날엔 가장 많은 상황이 벌어지는 1루심을 맡습니다. 그 다음날엔 2루심을 맡게 되는 데, 2루심은 구심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니만큼 다음날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을 미리 예상해 보고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구심-루심에 있어서도 나름의 규칙이 존재했는데, 이민호 심판은 이와 관련해 재밌는 에피소드를 들려줬습니다. 그는 "국제대회에 나가다 보면 일본 심판진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에게 이에 대해 설명했더니 깜짝 놀라더라. 자기네들도 도입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했는지 궁금하다"며 웃었습니다.
경기 중 발생하는 고충들도 상당했습니다. 사구에 항상 노출돼 있어 시즌 중엔 온몸에 멍자국이 가득하합니다. 그래도 가장 힘든 건 '오심'입니다. 특히 1회 오심이 나오면 냉정함을 유지하기가 상당히 힘들다고. 경력이 부족한 후배들은 더욱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게 이민호 심판의 말입니다.
가장 마음이 아픈 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수도권 경기면 집에서 출퇴근하는데, 장기 출장 날이면 3주에 한 번 집에 오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아이들과 어린시절을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항상 품고 있다면서 특히 그 흔한 '참여 수업', '운동회' 등에 한 번 참석 못했다며 연신 미안함을 전했습니다.
끝으로 이민호 심판은 "심판 초기 때 '내가 왜 이 직업을 선택했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 특히 실수하는 날이면 더욱 그랬다. 그래도 '심판이 없으면 시합은 열리지 않는다'는 자부심 하나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올해 심판진들 사이에서 가슴 아픈 일들도 있었지만 모든 심판들이 흔들리지 않고 믿음과 투지로 끝까지 버텨왔다. 그러니 팬들도 우리를 바라보는 시각이 심판이기 전에 어느 가정의 남편이고 또 아버지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민호 심판은 이제 현역 최장수 심판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릴 계획입니다. 심판 장비를 벗을 때 야구 팬들에게 '참 공정하고 훌륭한, 또 최선을 다한 심판이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말입니다.
"이민호 심판에게 심판이란?" → "감사함. (5초 망설임) 힘들다 (웃음)".
뉴미디어국 wayne@sportsseoul.com
사진ㅣ스포츠서울 DB, 김도형기자 wayn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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