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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성 장애인은 단순 업무만 하라는 법이 있나요?

우리나라에서 자폐성 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바리스타나 제과제빵 또는 공장 생산직 등. 단순 반복 작업만이 그들에게 보기로 주어질 뿐이다. 그나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면 다행. 실제로 자폐성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낮은 취업률을 보인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국내외 다양한 소셜벤처들은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자폐성 장애인의 자립 문제에 주목해왔다. 단순 생산직을 넘어 장애인의 특질을 고려한 직업을 개발하는가 하면 사회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할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사안이 복잡하고 중대할수록 그 답을 찾기 쉽지 않은 법. 평소 다양한 소셜벤처를 만나는 일이 많았던 국내 최초의 사회혁신 컨설팅 기업 MYSC는 생각했다.
소셜벤처, ‘집합적 임팩트 창출’을 말하다.
‘자폐성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주체가 모여 서로 연결된다면 훨씬 효과적인 모델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MYSC가 제시한 답은 집합적 임팩트 창출(Collective Impact). 일종의 어벤저스처럼 하나의 소셜미션으로 중심으로 다양한 주체가 모여 시너지를 내는 일이다. 집합적 임팩트는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섹터, 기관들이 힘을 모으는 과정으로 단순한 협업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 등을 기반으로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회혁신채권(SIB) 역시 집합적 임팩트의 예다.
이처럼 ‘자폐성 장애인의 일자리, 자립’이라는 하나의 사회문제를 두고 MYSC는 먼저 현재 소셜섹터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팀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텃밭 활동을 통해 자폐성 장애인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동구밭, 초능력 콩 감별사란 이름으로 자폐성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바리스타 일자리를 창출한 커피지아, 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는 피치마켓, 디자인 놀이도구로 스트레스를 이완하는 플레이 31,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열린 게임 공간을 운영하는 모두다가 바로 그들이다.
‘Autism spectrum disorder Impact Network (A.I.N)’ 이란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최근 구체적인 첫 번째 실험에 나섰다. 바로 고기능성 자폐 및 아스퍼거 증후군의 SW 테스터로서 가능성을 점쳐보는 <Autism@work : IT 소프트웨어 테스팅 교육 프로그램>, (이하 <Autism@work>)이다.
자폐성 장애인이 SW 테스터가 될 수 있을까?
<Autism@work>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에 재능을 보이는 자폐 청년을 선발해 그 능력을 개발하고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특정 분야에서 일반인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자폐성 장애인의 재능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8월 말 3명의 학생을 선발했으며 2개월간의 교육을 통해 2명을 재선정,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SAP 코리아에서 3주간 인턴십 과정을 제공했다.
약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친 지난 12월 22일, MYSC는 다양한 주체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소기의 성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A.I.N.을 비롯해 SAP 코리아, D.KOREA, 테스트웍스, 모두다, MYSC가 함께한 그 구체적인 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먼저 MYSC는 학생들의 선발을 비롯해 전체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A.I.N. 등을 통해 컴퓨터에 재능을 보이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고기능 자폐성 장애인을 모집했으며, 면접 과정에서는 자폐성 장애인의 재능은 물론 부모님과의 면담 등을 통해 개인의 특성에 대해 알아갔다. 그렇게 선발된 최종 3인을 기다리고 있던 건 SW테스트 전문 예비사회적기업 테스트웍스와 함께하는 스포트웨어 테스팅 전문교육. 이들은 함께 소프트웨어 테스팅 국제자격증(ISTQB) 취득을 준비했는데, 목표한 기간 안에 3명 모두 자격증을 얻는 성과를 냈다.
이와 동시에 선발된 3인은 모두다에서 진행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교육을 받았다. 사실 자폐성 장애인이 구직시장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이유는 사회성 부족에 있다. 원만한 의사소통이 힘들다 보니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근속연수가 채 1년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커뮤니케이션 교육이 필요한 법. A.I.N. 소속이자, 게임을 통해 자폐성 장애인의 사회성을 길러주는 모두다는 이런 면에서 최고의 파트너였다.
모두다는 게임을 통한 강점강화 지도를 통해 업무 수행능력을 증진한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자폐성 장애인들과 다양한 게임을 즐기며 이들의 변화 등을 기록했다. 그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집중력, 자신감,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 모두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을 실제 업무 시에도 참고할 수 있도록 도왔다.
모든 교육이 끝난 후 이들에게 남은 건 SAP 코리아에서 펼쳐지는 3주간의 인턴십. 글로벌 IT/SW 기업 SAP를 통해 맛보는 첫 사회생활이었다. 사실 SAP는 2013년부터 자폐증 환자의 취업에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선 기업이다. 이들은 ‘Autism@work’라는 자폐성 장애인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아일랜드, 영국, 캐나다, 인도 등에서 업무 역량을 갖춘 고기능 자폐성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전체 직원의 1%를 자폐성 장애인으로 채용하는 것을 목표를 세웠으며 한국에서는 작년 4월 첫 프로그램을 런칭했다. <Autism@work : IT 소프트웨어 테스팅 교육 프로그램> 역시 그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융합형 창의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비영리 재단 D.KOREA는 후원사로 함께 했다.
다양한 과정 중 실제 업무를 함께한 SAP 직원들의 이야기는 프로그램의 성공 가능성을 충분히 점쳐볼 만했다. 모두 입을 모아 자폐 청년들의 능력이 일반 직원 못지않다 말한 것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활발하고 사교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다만 여러 주체가 공통으로 아쉬움을 내비친 부분이 있었다면, ‘기간’이었다. 2개월의 교육과 3개월의 인턴십 등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도출하기에는 짧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향후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면에서는 유의미한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단 점은 분명했다. 관련 주체들 역시 계속해서 협력해 나가고 싶다는 의지와 기대감을 동시에 비췄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
이에 관해 MYSC 김정태 대표는 ‘한 번 하고 말 프로그램이었다면 시작도 하지 않았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일반 협업이 선수 각자의 점수를 합산하는 복식 게임이라면, 집합적 임팩트는 공격과 수비 등 각자 다른 역할을 맡은 선수들이 하나의 팀을 이룬 축구와 같다며, 집합적 임팩트 창출이 가져올 무한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자폐성 장애인의 자립이란 화두를 중심으로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A.I.N.과 <Autism@work>. 이들이 앞으로 어떤 해결책을 만들어 나갈지 그 구체적인 모양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첫 실험을 통해 던지는 메시지는 확실하다. 바로 혼자보다 여럿이 힘을 합칠 때 다양한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처음으로 자폐성 장애인, 특히 고기능성 자폐성 장애인이 꿈꿀 수 있는 새로운 직종의 문을 열었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교육 과정 또한 확립했다. 비록 이번에는 인턴십이 실제 취업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국내 첫 고기능성 자폐 S/W 테스터가 탄생할 순간. 그날이 멀지 않았다.
사진제공 : MY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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